11월 4일 / 여행 8일 째
오늘은 호랑이가 협곡을 뛰어넘었다고 하여 호도협(虎跳峽)이라고 이름 지어진 후타오샤를 갑니다.
외국인들 끼리는 금방 알아듣고 중국인만 못 알아듣는 중국어로 후탸오샤라는 곳...
우리 부부가 윈난성 여행을 하며 두 가지 중요한 곳이 하나는 리지앙이었고 또 다른 곳이 바로 후타오샤(?)
후티아오시아(?)라는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는 서로 취향이 달라 반대로 리지앙은 佳人이 보고 싶었고, 후타오샤는 울 마눌님이 걷고
싶어서 선택한 곳입니다.
佳人은 산을 좋아하지 않고 고소공포증마저 있어 정말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울 마눌님이 이곳을 걸어보고 싶답니다.
그 이유는 힘든 산을 헉헉거리고 올라갈 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답니다. 나 원 참!!!
어제 미리 마마나시에서 예약을 하고 8인승 미니 버스로 7명을 빈틈을 주지 않고 꼭꼭 채워넣고 간다.
8시 40분 게스트 하우스 뒷골목으로 걸어가 그곳 주차장에 있는 버스를 타는데 우리 부부와 캐나다에서 온
남녀 혼성 4명 그리고 중국인 남자 한 명. 그리고 기사까지 모두 8명. (1인 / 20위안)
운전기사가 앞좌석에 타려는 캐나다 남자에게 강력하게 태클을 걸고 들어간다.
그리고는 佳人에 앞자리를 권한다.
방금 마마나시의 마마가 잘생긴 한국인을 앞자리로 모시라고 했나?
보아라~ 서양인이여~~ 아직 중국에는 장유유서가 살아있다. 그리고 미안하다.
의자가 좁아 사실 앞자리가 운전자와 둘이 앉아가니 무척 편한 자리다.
위롱쉐산만한 큰 캐나다 남자는 제일 뒷자리에 3명이 쪼그리고 들어가 앉는다.
얼마나 불편할까? 3시간 동안...
차는 리지앙의 북쪽에 버티는 위롱쉐산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가 수허마을이 있는 뒷산 왼쪽으로
헉헉거리며 기어오르더니 위롱쉐산의 왼쪽으로 돌아 달린다.
잠시 가다가 중국에서는 승객을 태우면 기본 예의처럼 지키는 주유소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시내버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불문율처럼 주유소를 들린다.
뭬야? 승객을 태우면 이런 게 기본 예의인가? 미리 기름을 채워두면 기름도둑이 훔쳐간단 말인가?
아니면 이렇게 비싼 기름을 넣는다는 시위를 하는 겐가....
9시 10분 납시해라는 호수 옆을 지나며 기사는 잠시 차를 세워 사진을 찍으라고 "포토"라고 말하며
서비스를 한다.
중국은 조금 큰 호수만 봐도 바다 海를 쓴다.
바다에 환장한 사람처럼....
내륙지방에 사는 사람에게는 바다를 볼 기회가 없으니 바다라고 생각하고 살면 그게 바다가 되는 게지...
그렇다고 바다가 묻고 따지지도 않을 텐데 뭘...
납시해는 호수 옆으로 넓은 초원이 있고 여러 곳에 승마장이 보인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승마체험을 하는 곳인 모양이다.
이곳에서 말 달리면 선구자가 될까?
일송정이 없으면 그것도 헛탕....
호수 위에 우뚝 선 위롱쉐산의 위용... 아직도 머리 꼭대기에는 만년설을 이고 있다.
울 마눌님의 불가사의한 일...
옆에 앉은 중국인 청년과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수첩을 꺼내 적어가며 필담을 나눈다.
미니버스는 체구가 만만치 않은 사람을 가득 싣고 산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간다.
한참을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자 정상에 휴게소가 보인다.
10시 40분 전망대로 추정되는 휴게소에 들려 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할 시간도 준다.
이곳에서는 위롱쉐산이 리지앙에서 본 뒤쪽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법 흰 눈이 산 머리에는 남아있다.
그러니 산을 많이 돌아왔다는 말이다.
앞에는 절로 보이는 건물이 있고 많은 사람이 모여 사진찍기 시합을 하고 있다.
우리도 뒤질세라....
예전에는 이곳 전망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는 데.....
다시 출발하려는데 제일 뒷자리에 앉아오던 캐나다 남자가 도저히 좁아서 갈 수 없다고 가운데 줄에 앉아가던
동료인 여자에게 자리를 바꿔 가운데 자리의 울 마눌님 옆으로 옮겨오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캐나다 남자가 울 마눌님의 심심풀이 대상이 되는 비극적인 일이 생겼다.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번에는 더듬거리며 캐나다 사람과 영어(?)로 또 말한다.
괴이한 일이고 난해한 사건이다.
11시 20분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는 장강 제1만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 다른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치아오터우로 향한다. (1인 / 3위안 추가)
정식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하는 버스라 리지앙에서 샹그릴라 경계를 넘어야 하기에 그리할까?
이번에 탄 미니 버스는 우리나라 현대차다.
훨씬 넓고 안락하고 조용하다.
비록 차가 바뀌더라도 자리는 처음 출발한 자리를 그대로 옮겨오는 게 여행자의 미덕이고 덕목이다.
역시 앞자리는 아무도 탐내지못한다.
위롱쉐산과 하바쉐산은 5.000m가 넘는 설산으로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약간 틀어 앉아 서로 마주 보고 있고
그 사이로 장강이라는 양쯔강의 상류인 진샤지앙(金沙江)이 두 설산이 만든 좁은 협곡을 지난다.
세계에서도 드문 협곡이고 그 협곡의 허리로 과거 마방들이 장사를 위해 넘던 차마고도의 옛길이 남아있다.
그 길이 트레커들에게 알려지며 세상의 많은 트레커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두 설산이 만든 협곡의 깊이가 가장 깊은 곳이 무려 3.900여m이고 길이가 20여km인 이곳....
마눌님! 그런데 트레커도 아닌 우리는 왜 왔지?
아무래도 우리가 정신이 나갔나 봐~~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가 밀 포드 사운드와 마츄픽츄와 더불어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란다.
3대든 10대든 모르겠지만, 산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佳人에는 미친 짓임은 틀림없다.
11시 40분 치아오터우에 있는 후타오샤 문표 파는 입구에 도착하여 50위안/1인을 내고 바로 제인 게스트
하우스 앞에 하차하고 트레킹을 준비한다.
(문표는 버리지 마세요. 나중에 상호도협에 갈 때는 필요합니다.)
보통 버스를 타고 호도협(虎跳峽 후타오샤) 트레킹을 하기 위하여는 치아오터우(橋頭)에서 내린다.
치아오터우가 바로 트레킹을 시작하는 다리 근처라는 곳이다.
아마도 예전에 쿠빌라이가 리지앙을 점령하기 위해 내려와 교두보를 만든 곳이 아닐까?
히말라야 산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흐르던 진샤지앙은 장강 제1만에서 휘돌아 북쪽으로 급하게 물줄기를
돌려서 이곳을 지나면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치아오터우에는 북쪽 샹그릴라에서 내려온 총지앙촨(冲江川)이라는 맑은 물이 진샤지앙의 황토색
물과 충돌하듯 만나 흘러들어 간다고 하여 이름을 총지앙촨이라고 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江과 川이 만나는 곳... 그곳이 바로 교두라는 치아오터우다.
총(冲)이라고 하는 간체자는 우리가 충(衝)이라고 쓰는 말이란다.
여행도 무식하면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다닐 수 있다.
사실 이 강 이름을 알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모른다.
대부분 진샤지앙이라고 한다. 물 색깔도 다르고 다른 방향에서 내려와 만나는 데....
결국, 이곳 트레킹을 마치고 나오던 날, 문표 파는 곳에 들어가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물어서 알아냈다.
이제 버스는 우리를 제인 게스트하우스 앞에 내려놓고 갔다.
이제부터는 외로운 산행이다.
그러나 내게는 동행이 있어 외롭지 않다.
그런데 제인 게스트 하우스의 이름이 자네네 집인가? 헐~ Jane을 글자 그대로 읽으면 자네가 되는디?
만약 불필요한 짐이 많으신 분은 자네네 집에 배낭을 맏겨두고 산행이 끝난 다음 찾아가도 된단다.
이때 물론 보관료를 지불해야 한다는데 하루에 5위안(?)인가 한다고 들은 것 같다.
울 마눌님과 함께 즐겁게 버스를 타고 온 이우에서 장사를 한다는 중국인 젊은이가 나이 든 우리가 몹시
불안한 모양이다.
서로 의사소통이 원할지 못하자 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한국어가 가능한 친구를 연결하여 준다.
나이 든 우리 부부가 아마도 마음에 걸리는 듯 쉽게 출발하지 못하고...
지금 그 옆에는 털보 마부와 여자 마부가 우리를 태우려고 대기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중국 젊은이는 가지 않고....
함께 동행하기를 권한다.
결국, 우리는 천천히 걸어갈 것이라고 안심시킨 연후에야 중국 청년은 손을 흔들고 떠난다.
여행 중에 만난 또 한 사람의 따뜻한 중국인....
역시 마방이 茶를 싣고 가지 않고 사람을 태우려고 웃으며 접근한다.
왜 다른 젊은 사람에게는 접근하지 않고 佳人에 오느냐 이 말이다.
딱 보니 허덕거릴 폐차 직전의 남자라....
역시 마방의 눈은 정확했다. 그동안 사람보고 접근해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이 말인가?
털보에.... 佳人도 그동안 구순포진 때문에 면도하지 못해 수염이 길지만 흰 털보라네....
그런데 佳人이 누구냐! 늙었지만 대한민국의 사나이가 아니냐?
"됐네 이 사람아!"라고 해도 웃기만 하고 주위를 맴 돈다.
"그러나 자네! 영어로도 Jane라고 쓴 집 앞이니까 자네라고 하겠네~
오늘 찍기 성공률 100%의 신화를 무참히 깨주겠네...."
佳人은 비록 네 발로 기어올라 가더라도 내 힘으로 갈꼬야~~
통상 이곳에서 말을 타고 제일 힘든 구간인 28 Bend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100-150위안 정도 한단다.
정말 기어올라 가는 모습은 내일로 미루자~~ 장갑도 미리 준비했걸랑....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마눌님~ 이곳 후타오샤는 호랑이가 포수를 피해 협곡을 뛰어 도망을 갔다는구먼...
호랑이도 없다는데 우리도 힘든 길을 걸어갈 게 아니라
그냥 건너뛰어 버스 타고 샹그릴라로 바로 넘어가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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