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애환이 서린 리지앙의 싼얜징(三眼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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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애환이 서린 리지앙의 싼얜징(三眼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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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란 확실한 체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 있고, 교과서나 학술논문처럼 딱딱하나 똑부러지게 자료를 남겨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에게 훌륭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佳人의 이야기처럼 얼렁뚱땅 적당히 넘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佳人의 이야기는 호환 마마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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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국말을 몰라 지명조차 정확히 표현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이해하시며 읽으셔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佳人의 이야기는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 그냥 심심풀이 땅콩처럼 읽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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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에는 싼얜징(三眼井)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형태의 우물이 여러 곳에 있다.

오늘은 싼얜징을 구경한다.

  

이곳 리지앙과 따리에서만 볼 수 있는 우물형태란다.

리지앙에는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골목마다 누비고 다니며 눈여겨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우물만 찾아보고 다니는 것도 이곳 리지앙에 온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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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것은 그냥 골목을 흐르는 수로가 아니고 땅밑에서 솟아오른 샘물이다.

위롱쉐산의 만년설이 녹아 땅 밑으로 흐르다 자기도 세상 구경하겠다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불쑥 샘 솟아

나온 샘물이다.

만년설이 흘러 솟은 물이란다.

이 물을 마시면 만년 동안의 삶을 사는 것과 같을까?

그래봐야 힌두교의 브라흐마에게 하루에 해당하는 1칼파(Kalpa)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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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대로 말하면 세 개의 눈을 가진 우물인데 사실 하나의 샘을 연결하여 두 개를 더 만들어 실생활에

이용한다.

처음 샘 솟아 나온 우물을 눈물이라고 하였다 하여 안수(眼水)라고 이름 지었고 돌로 저수조를 만들어 물을

가두어 두고 주로 먹는 물이나 밥을 짓는 데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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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약간 낮은 저수조가 또 연결되어 안수에서 넘친 물이 다음 저수조로 흘러 들어가면 그곳에서는

채소를 씻고 그 다음 마지막에는 빨래를 하는 형태다.

 

그러니 세 개의 우물이 나란히 높이에 따라 흘러들어가 마치 세 개의 눈처럼 보인다 하여 싼얜징(三眼井)

이라고 부른다.

그곳에 가면 우물 사용에 대한 규약을 만들어 놓은 글도 볼 수 있고 수질검사표도 있다.

또 제일 위의 먹는 물을 머리 두와 못 당을 써 두당(頭塘)이라고도 하고 두 번 째 음식물을 씻는 물을 二塘,

마지막 빨래하는 물을 三塘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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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에서 보 듯 제일 아래쪽 삼당에서 아가씨가 빨래하고 방금 온 아주머니는 이당에서 야채를 씻는다.

이때 삼당에서 이당으로 물 튕기면 물 속으로 밀어버릴 수도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 듯 툭~ 하고 밀면 그냥 물에 빠진다.

 

우리나라 우물은 깊어서 두레박을 이용하여 퍼올리나 이곳은 그냥 물이 펑펑 샘솟아 흘러 넘치기에 

두레박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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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싼얜징은 그냥 샘솟는 우물뿐 아니라 리지앙에 사는 나시족의 동네 아낙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매일 이른 아침에 새벽이슬 맞으며 들어 오는 서방님 흉도 보고, 외고 입학한 자식자랑을 하여 옆집 여편네

염장도 지르고, 수다를 떠는 사랑방이고 우물이며 빨래터인 삶의 애환이 함께하는 삶의 현장인 장소이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입담 좋은 여편네는 만담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함께 즐기는 그런 장소다.

장난기가 발동하면 앞에 앉아 빨래하는 여편네를 밀어 물에 빠뜨리기도 했고, 물에 빠진 여편네는 바가지에

물을 퍼 방금 밀어버린 여편네에게 복수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야말로 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일하며 노는 사랑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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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이곳을 지나던 나그네인 佳人이 있어 목이 말라 물을 청하면....

 

꽃이 피는 화려한 계절에는 수화(羞花)라고 꽃을 보고 "꿇어~"라고 한, 양귀비가....

오늘처럼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는 폐월(閉月)이라고 달보고도 "너도 꿇어~"라고 한, 초선이가....

얼라리요? 꾸청 하늘에 정말 보름달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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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울어 애달픈 날에는 낙안(落雁)이라는 기러기 사냥꾼인 왕소군이....

그리고 물고기 헤엄치는 곳에는 밧데리로 지진 듯 물고기가 비실거린다고 침어(沈魚)라고 하는 서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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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듯 佳人에게 물 한 사발 표주박에 듬뿍 담아 버들잎 몇 잎 띄워 두근거리는 가슴을 간신히 부여안고

살그머니 외면하며 건네는 그 볼에 흐르는 불그스레한 빛이 정작 고와서 애달프다.

그럼 후보군에 있는 식스맨인 조비연이는?

넷도 벅차다... 佳人에게는... 그냥 4대 미인으로만 끝내자...

조비연이는 제비 따라 강남 간지 언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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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타는 목마름을 해결하고 길을 떠나려는 佳人에게 수줍은 듯 목청을 가다듬고 애잔하게 노래한다.

 

"가지 마오, 가지 마오~ 佳人님아... 가지 마오~~

서산에 지는 해는 아직도 꾸청 추녀 끝에 걸려 있는데,

佳人님은 매정하게 어이 그리도 눈길조차 주시지 않고 길을 재촉하시니이까?

동지섣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동여매어 우리 함께 아름다운 꿈을 꾸다 가시면 어떠하니까?  

그래도 중국 정부 베이징 올림픽 위원회에서 공식으로 공인하는 4대 미인인 저희와 함께 이곳에서 좀 더

머물며 즐기시다 가시면 어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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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뒤돌아서 가는 佳人을 보니 마음이 애잔하신겐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는 법....

우리의 만남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인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대 마음이 아프시다면 돌아서는 佳人의 마음도 많이 쓰리다네....

꽃을 본 듯 이리 아름다울쏘냐? 낸 들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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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마눌님이 계시다네....

여권마저 압수당해 두려움에 떠는 나이 든 초보 배낭여행 중인 백수 가마우지의 심정을 아시는가?

만약 그대가 이메일 주소라도 알려주면 나중에 마눌님 몰래 연락하리다."

 

자유로운 여행자란 이렇게 혼자만의 상상으로 다닐 권리가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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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얜징은 그냥 우물이 아니다.

바로 나시족의 삶이고 애환이 서린 곳이고 사랑이 넘치는 그런 곳이다.

리지앙에 가면 돌로 만든 바닥만 내려다보지 말고, 개울물만 쳐다보지도 말고, 수많은 관광객과 어깨를

부딪히는 것만 피하려 하지 말고, 예쁜 꾸냥의 눈웃음에 넘어가 술집만 쳐다보지도 말고, 삶과 사랑이 넘쳐

흐르는 샘물인 싼얜징도 보고 가자. 돈도 따로 받지 않는 곳이니까...

 

예전에는 이곳이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했던 그야말로 진정한 Agora라는 곳이다.

주로 여자들의 여론... 그러나 나시족은 여자가 왕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팍팍 쌓이면 이곳에 시어머니 빨랫감을 들고 와 빨랫방망이로 펑펑 패며 풀기도 했다.

신랑이 덜수처럼 시원치 못하고 맨날 비실거리면, 이웃 변강쇠 마누라에게 귓속말로 비방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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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곳에 나와 이웃을 만난다.

서로의 안부도 전하고 아프고 서러운 속내를 털어놓고 허심탄회하게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

때로는 깔깔거리고, 쑥덕쑥덕 못된 여편네 욕도하고, 소곤소곤 잠자리의 은밀한 이야기도 나눈다.

이렇게 가슴에 쌓여있던 속내를 드러내면 그동안 짓누르던 막힌 가슴이 뻥 뚫어지기도 했다.

 

방금 자전거를 타고 온 이 남자는 정말 물통을 들고 와 제일 위쪽에 있는 안수의 물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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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련한 마음으로 각자의 빨래와 채소를 들고, 머리에 이고 집으로 향하면 그날은 기분마저 상쾌하다.

며칠 전 한바탕 대판거리로 싸운 여편네라도 마주치면 처음에는 눈을 흘기며 외면하다 이웃집 돌쇠 어미가

중간에 다리를 놓아 서로 다시 형님 동생으로 돌아오는 곳...

그리고 옆집의 오늘 저녁 메뉴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는 곳...

바로 우물만이 가진 애증의 공동체 역활을 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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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유행가에 이런 노랫말이 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바로 우물이 남녀가 첫눈을 맞춘 장소이고 이곳에서 필이 꽂혀

그만 넘어서는 안 될 물레방앗간이라는 이해하기 곤란한 이상한 장소로 공간 이동하여 갔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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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라의 박혁거세가 나정이라는 우물가에서 태어나셨으며,

왕건은 궁예의 부하로 있을 때 견훤과 전투를 위해 나주로 출정을 나갔을 때, 전쟁터보다는 완사천이란

우물가에서 바로 한 여자를 만나 그녀 오다련의 딸인 미스 오가 물을 떠 버들잎을 박력 있게 한 손으로 주르륵

훑어 버들잎이 둥둥 헤엄치는 물을 마시고 그 버들잎의 사연을 알고 결국 두 남녀는 치열한 사랑의 아름다운

심야전투를 벌여 결국 부인으로 삼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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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미스 오가 바로 후에 장화왕후가 되었으며 아름다운 전투의 전리품인 그의 아들은 태자로 책봉되어 대를

이어 대박이 터진 꿈과 같은 인간 로또에 당첨된 적도 있다.

우물가에서 생긴 사건 사고는 그 외에도 세상의 우물 숫자보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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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물이 풍부한 나라치고 먹는 물은 귀하다.

호수의 천국이라는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양칫물조차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 고민하게 만들고, 집집마다

물 웅덩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캄보디아에는 빨래할 물조차 없다.

우리처럼 금수강산인 나라가 많지 않다.

 

그러나 리지앙은 우리처럼 맑은 샘물이 솟아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다.

이곳을 찾는 마방들에게는 리지앙은 바로 사막에서 만나 눈이 번쩍 뜨이는 오아시스와 같은 마을이다.

그래서 리지앙이 중간 역참으로 번성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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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가에는 반드시 나무가 심어져야 한다.

왕비가 되게 만든 로또 버드나무도 좋고 이쁜이도 금순이도 바람나게 한 범인인 앵두나무라도 좋다.

나무 없는 우물은 김 빠진 맥주요, 단 팥 없는 호빵이요, 밧테리 떨어진 휴대전화요, 기름 떨어진 자동차다.

 

나무는 바로 남자를 상징한다. 물론 우물은 여자를 의미하고...

그래야 그 우물의 멋을 한껏 돋보이게 하고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 이유는 세상을 번영시키는 원동력이 바로 음과 양의 조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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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남자처럼 늘 우물가에 우뚝 서서 굳건히 우물을 바라보고 있다. 

물은 여성이고, 생명수이고, 어머니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요니와 링가의 조화처럼.... 

 

아무리 바빠도 김동환님의 "웃은 죄"라는 예쁜 글도 보고 가자.

 

지름 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길래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이제 싼얜징에서 중국 4대 미인도 만났으니 리지앙의 또 다른 볼거리인 밤의 여왕인 밍월이를 만나러

내일은 빤따쑤띡꾸한 리지앙의 화려한 밤으로 들어가 보자.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우리에게도 우물가에 얽힌 사연은 많습니다.

                        세상 어디에나 우물가란 마을사람들의 희노애락이 함께하는 장소입니다.

                        

                        그곳은 막힌 가슴을 후련하게 뚫어주고, 세상사는 재미도 주는 곳입니다. 

                        그 이유는 사람을 살리고 키우는 암리타와 같은 생명수이기 때문입니다. 

 

 

 
4 Comments
뢰글란 2010.01.08 14:23  
참~ 정겨운 모습입니다.
실제로 거니며 그 느낌을 느끼고 싶습니다.
가인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일상의  아주 소중한 순간입니다.
佳人1 2010.01.09 09:21  
리지앙은 느낌이 있는 마을입니다.
그 속에는 마방들의 삶이 끈적일 정도로 녹아있으니까요.
용감한아줌마 2010.01.08 17:27  
가인님 제가 돌아왔습니다.....
3주간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니 가인님의 여행기가 절 부르네요???
가인님 덕분에 하노이 공항에서 여행자거리까지 버스로 아주 잘 다녀왔습니다.

싼얜징의 의미를 진작에 알았더라면 리장 여행의 즐거움이 하나더 추가
되었을텐데... 아쉽네요. 
사진을 너무 잘 찍으셨어요.  아~~ 그립다!!!
佳人1 2010.01.09 09:23  
앗~
용감한아줌마님~
잘 다녀오셨어요?
리지앙....
정말 아름다운 마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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