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역(茶馬驛)이 있는 리지앙(麗江)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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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역(茶馬驛)이 있는 리지앙(麗江)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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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6일 째, 11월 1일.

  

 

세상을 살아가며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즐거운 삶입니다.

또 어떤 일이든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만큼 행복한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게 여행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오늘은 고운 강이라는 이름을 지닌 리지앙(麗江)으로 간다.

옛날 험준한 차마고도를 넘어 마방들이 모처럼 편히 쉬어가던 중간 역참인 마을...

차마역(茶馬驛)이 있었던 곳... 그곳이 리지앙이다.

 

리지앙 꾸청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과거의 차마역이었다는 표지석도 만날 수 있다.

비록 작은 돌로 만든 표지석에 불과하지만 이 돌 하나가 과거의 이곳을 모두 설명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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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천둥번개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따리의 숙소가 창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개울 바로 옆이라 물소리도 제법 요란하다. 

 

지난 밤, 몰아친 비바람에 얼마나 많은 꽃들이 떨어졌을까?

창산의 산새는 또 추위에 얼마나 떨었을까?

그리고 천둥 번개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감기 걸린 나그네는 시름만이 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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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높이가 5.596m로 늘 하얀 만년설이 있어 마치 산 모양이 옥으로 빚은 용이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하여 

위롱쉐산(玉龍雪山)이란 이름을 가진 산자락에 옛 모습을 간직한 나시족의 마을....

꾸청 지붕 위로 바라 본 위롱쉐산......

 

무더운 여름이 지나갔건만 아직 산봉우리에는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우리가 오늘 올라갈 리지앙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있어 佳人을 즐겁게 만들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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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28분 숙소 앞에서 어제 리지앙으로 동행하기로 한 중국인 젊은 배낭여행자 부부와 함께 출발한다.

그녀는 휴대전화에 한국 가수의 노래를 녹음하여 다닐 정도로 우리 부부도 모르는 가수 이름을 척척 말한다.

18인승 미니버스에 리지앙으로 가는 승객을 가득  태우고 떠난다. 

 

아침은 어제 먹었던 맛있는 완두콩 죽을 먹기로 했다.

이 집은 남문 밖에 있으며 아침에만 문을 여는 곳으로 많은 사람이 기다렸다 먹을 정도로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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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출발한다던 미니버스는 시내를 돌며 사람을 태우고 25분이 되어서야 나타난다.

간밤에 내리던 비는 멈추고 출발하는데 날씨마저  잔뜩 흐렸다.

따리에서 이동할 때는 굳이 샤관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보다 숙소에 부탁하여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게 편리하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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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버스는 얼하이호를 따라 북으로 가다 군마장(軍馬場)이라는 톨 게이트를 통과한다.

혹시 이곳이 예전 쿠빌라이가 따리를 침공할 때 몽골이 자랑하는 기마병들이 야영하며 주둔한 곳이 아닐까?

시내를 벗어나자 흐린 날씨가 드디어 비를 뿌린다.

 

버스는 샹관을 지나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참을 헐떡거리며 올라가고 상당히 높이 올라오니 그곳부터는

고원지대다.

해발 고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생각이다. 

 

중간에 휴게실에 잠시 정차를 하는데 제법 빗줄기가 굵어진다.

휴게소라고 해 봐야 사진에 보이는 과일가게에 작은 구멍가게,

그리고 화장실 정도밖에는 없는 아주 겸손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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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는 같은 용도, 그러나 다른 모습...

중국에서 시골길을 가다가 이 정도의 화장실은 최소한 3성급 화장실 정도는 되겠다.

지우시앙 동굴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은 소파도 있고 대형 벽걸이 TV도 있는 5성급 화장실이었다.

 

차가 정차하는 산골의 간이 휴게소에도 화장실 사용료를 받는 사람이 있다.

세상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생리현상을 담보로 돈을 받다니.... 5마오로 0.5위안.

차라리 이용하는 사람도 적은 외진 곳에는 돈을 받기 위해 사람을 두지 말고 그 사람을 생산적인 곳에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여행자의 제 1덕목인 쾌변에 강력한 태클을 걸고 들어온다.

그러나 佳人은 막강한 인내심으로 태클을 무시한다.

그래.... 화장실 사용료를 받으셔서 살림이 많이 좋아지셨습니까? 형편이 나아지셨습니까?

그래도 이런 것도 여행지의 관습이라면 그것마저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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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지 딱 4시간만인 12시 27분에 리지앙 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아침에 출발할 때 흐리더니만 오는 내내 비가 뿌리다가 도착할 즈음 비가 멈춘다.

 

함께 이곳으로 온 중국인 부부는 버스 안에서 한 여자를 만나 이곳 숙소정보를 알아본다.

그 나라 사람과 이렇게 함께 이동하면 현지어에 아주 능통한 개인 비서를 두고 다니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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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 내리자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민주로로 가는 11번 버스를 타고 리지앙의

대표적인 트레이드 마크인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석벽 조형물 부근에서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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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버스에서 만난 여자가 함께 온 중국인 부부와 우리 부부 버스 요금으로 5위안을 모두 낸다.

우리가 돈을 주자 웃음을 띠며 절대로 받지 않겠단다. 급 호감 리지앙..... 갑자기 리지앙이 좋아진다.

 

배낭여행 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지인의 배려다.

그곳에 가면 택시를 탈 필요가 없겠다.

1위안을 내고 터미널 바로 앞에서 11번 버스를 타면 바로 꾸청이라는 고성 위에 있는 부근에서 내린다.

아래 사진에 노란색 점퍼를 세트로 입은 남녀가 바로 우리 부부와 함께 이동중인 중국인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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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삐끼를 만나 그를 따라 숙소를 가 보니 가격대비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 넷이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숙소를 구하러 다닌다.

 

대부분 80-100위안을 부른다.

흥정은 중국인 부부가 유창한 중국어로 하고 우리 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작전지시만 내린다. 

뭐.... 늘 佳人은 감독이었으니까... 괜찮아~~ 아니? 촬영기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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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50위안 이하를 원하고.... 그러다가 마마나시라는 곳에 들어가는데 그곳 여주인이 아무 말없이 조용히

뒤를 따라 들어가는 우리 부부를 보자 대뜸 "안녕하세요?"라고 우리말로 인사를 한다.

 

적에게 "佳人의 출현을 알리지 마라"라고 했거늘....

아니 그럼 이미 마오쩌둥마저 알고 있었더란 말인가?  천기누설이야... 천기누설....

크게 손을 들어 佳人을 향해 "하이~" 를 외친다.

 

그리고 손가락을 활짝 펴 닷새 후에 리장을 다시 오라고 하여 그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11월 3일

리장을 출발해 후타오샤와 샹그릴라를 거쳐 정확히 닷새가 지난 11월 8일 다시 리장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모든 중국 지폐에 모두 자신의 얼굴을 넣어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 사람의 부탁인데....

아닌가? 중국 공중 화장실은 딱 5마오만 받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수신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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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나시족 마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중국인 배낭여행자 뒤를 따라 가만히 들어섰는데......

우찌 우리 부부가 한국인임을 알아 버렸을꼬?

잘생긴 사람은 모두 한국인이어서일까?

 

그것 외에는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연식이 많이 지나, 폐차 직전인 佳人이 잘생겼다는 말도 아니니 제발 돌은 던지지 말아주세요.

못생긴 한국인도 이곳에만 가면 특 A급은 된다는 말인가?  정말 괴이한 일이로고....

이 숙소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지 직원 모두가 한국말 인사를 한 두 마디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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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은 해발 2.400m 정도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숙소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 조차 佳人에게는 숨이 차다.

오랜만에 우리말 인사도 들었겠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 2인실을 50위안에 묵기로 결정했고 젊은 중국인

부부는 세면실과 욕실이 공동이고 TV가 없다고 다른 곳을 찾아보겠다고 하기에 헤어지기로 했다.

 

그들 부부는 항저우에서 왔는데 이곳 리지앙까지만 보고 돌아간다고 한다.

함께 사진 한 장 찍고 나중에 연락하기로 하고.....

 

미리 2일치의 숙박비 100위안을 내니 종업원이 아마도 중국에서는 기본 룰인 보증금인 야진을 내라고 하는

듯 하다.

그러나 마마는 제지를 하고 그냥 야진 없이 계산했다.

왜 그랬을까?

한국인은 숙박비를 내지않고 야반도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그것도 아니다. 숙박비는 선불로 이미 냈는데?

그러면 마마가 佳人의 외모에? 사람은 이렇게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고 살 권리가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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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앙... 뭐라고 해야 할까?

참 예쁘고 아름다운 곳이다.

수채화를 그리는 학생들의 모습마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차마고도의 옛 중간 역참으로 과거의 모습도 간직하고 있어 마치 타임 캡슐을 몰래 꺼내보는 느낌이다.

그러니 흡사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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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최신 디자인으로 만든 첨단 건축물만 아름다운게 아니다.

이렇게 예전 모습으로 남아 있는 것도 아름답다.

낮에도 낮대로 아름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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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 곳....

그곳이 리지앙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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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우리 부부는 2일간 머물다 호랑이가 포수를 피해 건너 뛰었다는 호도협이라는 후타오샤를 거쳐

샹그릴라까지 갔다가 추위와 높은 고도로 도망치 듯 돌아와 다시 리지앙에서 하루를 더 묵었다.

 

배낭여행이란 이렇게 마음에 드는 곳은 더 머물며 즐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도망칠 권리가 있다.

오늘부터 리지앙을 묻고 따지고 샅샅이 돌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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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침의 리지앙은 어떨까?

마치 숨겨놓은 보물을 혼자 살그머니 꺼내보는 느낌이다.

 

아무도 다니지 않고, 집들이 문을 닫은 한적한 길을 우리 부부만 걷는다고 생각해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리지앙은 이렇게 우리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마법의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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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꾸청안에 있는 대부분 객잔들이 조금 비싼 편이다.

그러나 찾아보면 50위안 정도에 괜찮은 곳도 많이 있고 버스 터미널에서 민주로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2인 1실에 화장실이 방에 있고 TV에 띠엔러딴이라는 전기장판까지 깔려있는 40위안의 숙소가 무척 많다.

 

"일일 부독서 구중 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고 안중근 의사가 하신 말씀이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다.

우리 부부는 30분이라도 앉아 있으면 엉덩이에 가시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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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따뜻한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무거운 배낭을 던져버리고 간단한 짐만 작은 배낭에 챙겨 바로 숙소를

나온다.

오늘부터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이 아름다운 리지앙 속으로 들어간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지는게 아닙니다.

                        가슴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알아가는 것입니다.

                        영혼의 동행이 있어 함께 한다는 것.... 그게 더 아름다운 일입니다.

 

 

 

4 Comments
예로 2010.01.04 03:01  
아아...여기로군요...리지앙...지나치듯 읽은적이 있던...호도협이 있는 원초적으로 아름다운 동네...

이 동네 공기를 마셔보고 싶어서라도 꼭 가봐야겠어요..
佳人1 2010.01.04 09:45  
네~
예로님...
나중에 꼭 다녀오세요...
호도협에서 대자연을 느끼시며 마방들이 걸었던 차마고도도 걸어보시고요..
관운장 2010.03.12 09:55  
수로가 사진에 많이 등장하네요 4000m급 산이면 비가올땐 수량이 상당히 많읍니다 비가 올때와 안올때의 수위차가 많을텐데
어딘가에 수로에 수량을 관리하는 곳이 있겠지요 그리고 골목에 수로가 있으면 굽꿉하지 않던가요 마당을 조금만 파도 물이 나올것 같거든요
佳人1 2010.03.12 10:18  
이곳 수로의 물은 대부분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아니고 샘 솟아 흐르는 물이랍니다.
그래서 큰 비가 와도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이 변화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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