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이 감사한 것임을....
11월 7일 / 여행 11일 째.
햇볕의 따스한 손길이 고마운 일이고, 바람의 싱그러운 속삭임도 감사하고....
佳人의 마음을 엮어 한 줄의 글을 쓸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음을 감사하렵니다.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하고 마음으로 느끼고 가슴에 담을 수 있음에 또한 감사하렵니다.
이렇게 힘든 여정이었지만 인생의 동반자와 같이 함께 동행한 것에 감사하렵니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위험하고 좁은 낭떠러지 산길도 아니고 힘들게 오르막을 올랐던 28 굽잇길도 아닙니다.
혹시나 중간에 너무 지쳐 이번 트레킹을 포기할까 봐 그게 두려웠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佳人은 그런 일들조차도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렵니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매일 적은 물과 햇빛이 필요하듯이
행복이 자라기 위해서는 일상의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내가 가난한 것은 가진 게 없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사는 게 힘이 들 때면 내 건강함에 감사하렵니다.
지는 석양을 함께 바라보며 감사의 기도도 올려봅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걸린 감기로 오늘은 더 힘이 든다.
입술 언저리에 생긴 포진은 산행도중 수시로 약을 발라 이제는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지난밤 티나객잔에서 하늘이 무겁다고 생각될 정도로 가득 채운 별을 바라보았다.
여보! 우리가 언제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던가?
어렸을 때 본 후로는 처음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야기도 나누며 이제는 친구로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마눌님의 손을 슬며시
잡아보기도 했다.
아~ 언제 佳人은 마눌님의 손을 살포시 잡아 보았던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여러분은 가끔 옆지기의 손을 잡아주시죠?
이제 오늘은 후타오샤의 Low road라는 길을 걸어서 치아오터우로 간다.
티나에 있는 아가씨가 그곳까지 20km가 넘어 7시간도 넘게 걸린다고 만류를 한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무모하다고 하지만 두 발로 걸어서 갈 것이다.
그 이유는 함께 동행하는 울 마눌님이 다시 건강을 회복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다.
위롱쉐산의 산봉우리에는 아침해가 비친다.
지금부터 바보 부부의 행진이다.
이해한다는 말은 영어로 Understand라고 하지요?
이 말은 글자 그대로 보면 상대가 처한 상황 그 아래에 내가 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상대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그 사람이 처한 아래에 내가 서 봐야 안다는 의미입니다.
어리석게도 佳人은 지금까지 건성으로 상대의 말만 듣고 이해한다는 말을 쉽게 하곤 합니다.
정말 뻔뻔스러운 행동입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마눌님이 처한 상황 아래에 서서 이해를 하기 위해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동행을 합니다.
싫어도 걸어서 치아오터우까지 가렵니다.
기왕 걸어가기로 결정한 이상 즐거운 마음으로....
건너편의 하바쉐산에도 봉우리에 해가 비친다.
그러나 우리가 갈 길에는 아직 어둠이 깔렸다.
7시 30분 티나에서 치킨 샌드위치를 사서 배낭에 넣어 출발한다.
티나 게스트 하우스를 나서자 도로의 거리 표지석에 175km라고 적혀 있다.
게으른 달이 아직도 중천에 떠 있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
그 끝은 어디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끝은 알 수도 볼 수도 없다.
왼쪽의 위롱쉐산과 오른쪽의 하바쉐산의 가운데.....
아마도 저기 끝에 보이는 햇빛이 비추는 작은 산봉우리가 보이는 곳이 치아오터우일 것이다.
여행의 길에서는 끝이 보여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
후타오샤라는 협곡에 해가 비치려면 아마도 점심때나 되어야 할 것 같다.
이 길을 걸어 트레킹을 마치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아니 거의 없으리라.
그래서 허약체질이라고 하는 우리 부부가 도전해 보련다.
보무도 당당히.....
추운 새벽 날씨 탓에 무장도 단단히....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물론 다니는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佳人의 모습은? ㅠㅠㅠㅠㅠ
감기로 인해 마스크도 쓰고..... 늘 이런 모습으로 비실거리며 살아간다.
한반도의 모습을 닮은 진샤지앙의 모습도 보이고....
헉!!! 이건 누군가?
사람인가? 아니면 손오공을 흉내 낸 원숭이의 모습인가?
바위의 모습이 마치 원숭이 얼굴을 하고 있다.
사자의 얼굴인가?
가끔 이렇게 시원한 물줄기도 보여준다.
어제 우리가 통과한 길에 만났던 폭포의 물이 이곳으로 내려온다.
올려다 보고 사진도 찍어주고.....
지나온 길도 한 번 쳐다보고....
Low road라고 해서 후타오샤의 진샤지앙 강가에 있는 도로가 아니고 이곳도 상당히 강에서 높이 길이 있다.
중호도협이라는 곳이 이곳에서는 보인다.
또 삶의 모습을 한 바위가 우리에게 인사를 보낸다.
옛날에 이 협곡을 폴짝 뛰어 건너간 호랑이를 쫓던 포수의 얼굴인가?
그러나 그 밑에는 낙석이 떨어지는 위험한 길....
턱에다가 나무사다리를 받혀 놓았다.
그러니 이런 위험한 길을 지금까지 방치하고 관광객을 통과시켰다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사람의 목숨은 오직 "니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말인가?
또 시원하고 멋진 물줄기....
예전 마방이 길을 가다가 이곳에 오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밑에는 배수로가 없어 그냥 물을 맞으며 건너가야 한다.
그래도 윗길보다는 길이 넓어 위험하지는 않아 좋다.
다시 중호도협을 바라본다.
그런데 왼편 바위 아래로 바위를 ㄷ자 모양으로 파낸 옛 마방이 다니던 차마고도의 길이 보인다.
사진을 가까이 불러 자세히 살펴보자. 보이시나요?
왼쪽 바위 암벽 중간에 난 옛 차마고도의 진정한 Low road.... 바로 그곳에 숨어 있었다.
옛 마방들이 목숨을 걸고 넘어다녔을 위험한 길....
자동차를 타고 지나갔으면 좀처럼 보기 어려운 길이리라....
이틀간 산 위의 길을 걸으며 들렸던 천둥소리가 바로 이 사람들이 발파작업을 하던 소리였다.
바위에 구멍을 내고 폭약을 설치하기 위한 착암기로 작업하고 있다.
우리가 이곳을 통과한 며칠 후 이 길은 몇 개월간 통제가 되었으며 1주일에 하루만 차량을 통과시킨다고 한다.
아마도 공사 전 우리 부부가 걸어서 통과한 마지막 한국인 여행자가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가 걷는 길도 옛 마방의 길이었으나 지금은 이렇게 넓고 편하게 만들어 자동차가 다닌다.
그러나 넓은 길도 도처에 위험한 낙석이 많은 길이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모습은 어려운 길을 함께 동행하는 모습입니다.
어렵다고 하는 길도 함께 동행을 하는 친구의 모습입니다.
부부는 이렇게 친구가 되어 동행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