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그냥 길일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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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그냥 길일진데....

佳人1 8 2914

 

 

11월 6일 / 여행 10일 째.

 

만나는 때가 있으면 헤어지는 순간이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라지요? 

나뭇잎이 봄에 새싹을 틔우고 푸르러졌다 싶으면 금세 아름다운 단풍으로 곱게 갈아 입고,

단풍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라치면 어느새...  찬서리가 내려 땅바닥에 뒹굴며 빗자루에 쓸려버리는

천덕꾸러기 낙엽이 되어 귀찮은 존재가 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의 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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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함께 살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행의 시간만큼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인생이 길어 보여도 아침 이슬이나 안개 같은 거여서 금세 사라저 버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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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이게 지금 우리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입니까?

너무 위험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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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걸어왔던 길.... 그리고 걸어가야 할 길....

계곡 안쪽으로 들어와 보면 왔던 길과 갈 길이 함께 바라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며 왔던 길은 보여도 갈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함께 모두 보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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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길이었습니까? 아니면 고난의 길이었습니까?

고난의 길이었을지라도 앞으로의 길은 아름다운 길이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여기 내려다보세요~ 와... 무섭다! 저 아래가 까마득해요~~"

"왜 그러세요? 마눌님~~ 무서운데 왜 내려다보라고.... 정말 성격도 난해하네..."

정말 까마득한 절벽의 아찔한 장면을 무척 즐기시는 모습....

그런데 佳人은 그런 마눌님을 바라보는 것이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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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 후타오샤에서는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우리를 식겁하게 한다.

이번에는 평탄한 길이 나오겠지.....

하는 혹시나 하며 모퉁이를 돌아서면 佳人의 순진한 생각은 역시나로 끝나버린다.

이게 과연 길이란 말인가?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행성의 나비족이 다니던 바로 그런 길처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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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도 아마 이와 같을진데...

지나 온 길을 돌아본다.

내가 살아온 길도 이렇게 아름다웠을까?

 

야생화가 지천인데 걷기 바빠 보지 못했다면 무미건조한 삶이었고....

돌 부리에 걸려 넘어지며 왔다면 힘든 여정이었고....

휘파람이라도 불며 즐겁게 걸어왔다면 아름다운 길이 될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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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반을 벌써 오래전에 훌쩍 넘겨 이제 남은 길도 얼마 남지 않았다.

비록 얼마남지 않은 길이겠지만 앞에 펼쳐진 길이라도 아름다운 풍광도 즐기고 누가 보아주기를 바라지 않는

야생화도 바라보고 평탄한 길을 골라 갈 수 있다면 남은 삶이 한결 행복한 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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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는 힘든 길이었을 것이고 또 누구는 즐거운 길일 것이며,

그리고 누구는 그저 그런 길일지라도 길은 길이며 그대로 같은 길일진대

결국 내가 어떻게 보고 느끼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인생길이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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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 남은 길만이라도 내 생각대로... 의지대로 그리 한 번 가 보련다.

우리가 인생의 종착역에서는 그다음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영원히 편안한 깊은 잠에 빠져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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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서도(鳥路鼠道)....

쥐나 새만이 다닐 수 있다는 아주 험한 길이란 말이란다.

그러나 마방은 이런 길을 말을 끌고 대를 이어 수 천 년간 걸었을 것이며 마방은 이 길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며 다녔으리라....

 

마방의 가슴속에도 우리처럼  따뜻한 체온을 가진 사람들이었을 테니까....

마방의 가슴속에도 우리처럼 사랑하고 싶은 것들이 무척 많았을 테니까....

마방의 가슴속에도 우리처럼 흐르는 피의 온도가 36.5도의 따뜻한 피가 흐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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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말이 없다.

그냥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며 앞만 바라보고 땅만 쳐다보며 걷는다.

친구란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생각, 같은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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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등산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이곳을 걷는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인생의 로망이다.

산을 타지 않았던 일반인들에게는 자신의 체력을 측정하고 한계에 도전하는 극기장소이다.

그러나 도전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을 알 수 없고 도전을 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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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곳은 공포와 담력의 무한도전이 되겠다.

만약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우산을 활짝 펴 오른편을 가리고 앞 사람의 발 뒤축만 보고 걷자.

오른 쪽 아래는 무서우리만치 깊은 계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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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에게는 그냥 동네 마실이나 다니는 보통의 길이다.

예전 같으면 마방의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사람은 현대화의 물결에 곧고 넓게 뻗은 신작로 때문에 마방의

삶을 해고정리 당하고 이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말을 태우는 서비스업으로 업종변경을 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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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그들 삶 속에 끈적일 정도로 깊이 배어버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길이 아니다.

양을 만나면 "니 하오~"라는 인사를 철저히 하고 지나가자.

말은 무척 영리하여 트레커를 만나면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지만, 양은 그야말로

천방지축으로 자기만의 갈 길을 가기에 이 녀석들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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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佳人은 무서워 길 안쪽 수로에 붙어 서서 양이 모두 지나가길 기다린다. 

젠장.... 인사까지 깍듯이 하며....

여러분은 양을 이런 위험 길에서 만나 양에게 인사 해봤수?    나 해봤수~~

헐~~ 佳人도 세상을 살아가며 지나가는 양에게 인사해본 것은 난생 처음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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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웨이로 가는 길에는 이런 얼굴 바위도 있다.

물론 암벽을 깎아내며 길을 만들다가 생긴 모습이겠지만....

 

아마도 먼 옛날 마방이 이곳에 길을 만들 때 장삿길을 가야 하는 위험한 차마고도에서의 안전을 기원하는 

소망과 부자가 되기를 바라며 바위에다가 혼을 불어 넣으며 얼굴모습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피그말리온은 사랑하는 여인을 상아로 만들었지만 마방은 좀 더 현실적인 염원을 담아 만들었을 것이다.

아닌가? 피그말리온이 언제 호도협 트레킹을 와서 만들어 놓고 갔단 말인가?

그런데.... 넘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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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서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면 신통력을 발휘해 이 바위를 가까이 불러보자.

정말 사람의 얼굴을 하고 오랜 세월동안 이 밑은 지나가는 마방들의 애환을 들어주었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했을 같은 얼굴....

그러나 머리는 깍두기 머리....

어쭈구리! 구레나루까지 멋진 모습이다.

 

"그런데 넌 누구세요?"

"나? 위롱쉐산의 북쪽에 있는 하바쉐산의 North face야~~ 한국인의 국민복이라는 North face~~"

"미안하다. 佳人은 가난해서 그런 비싼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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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하바쉐산과 위롱쉐산이 만든 협곡을 깡총 뛰어 달아난 호랑이를 찾고 있는 포수의 얼굴인가?

가까이 다가가 다시 쳐다보니 아까와는 달리 아래 협곡을 바라보는 듯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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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얼굴 바위를 돌아서면 佳人을 또 식겁하게 한다.

천 길 낭떠러지....

그러면 이곳은 조심해서 지나가라는 의미인가?

이미 누군가 길가에다가 돌무더기를 올려놓고 소원을 빌었다.

나도 가만히 작은 돌 하나를 주어서 그 위에 올려놓아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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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곳이 하프웨이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최고의 볼거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돌아서면 다시 이런 돌덩어리가 앞을 가로막고 넘어가란다.

젠장 기어서 넘어가자. 옆으로는 또 낭떠러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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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객잔에서 느지막이 8시 20분에 출발하여 9시 50분에 위롱쉐산을 넘어오는 해를 만나고 1시간 40분 만인

10시에 하프웨이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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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하프웨이라는 객잔에 대하여 알아본다.

비록 그곳에서 숙박은 하지 않았지만 트레킹 도중에 묵을 만한 곳은 모두 알아두어야 나중에 누가 물어보아도

정보 정도는 주지 않겠는가?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 길은 그냥 길입니다.

                        그러나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 따라 아름다운 길이 될 수도 있고 힘든 길도 됩니다.

                        설령 위험하고 힘든 길일지라도 길가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습니다.

                        그 꽃을 보고 꽃길이라고 생각하며 걸어가면 절벽길도 꽃길입니다. 

 

 

8 Comments
21세기 나그네 2010.02.08 11:12  
과연 내가 살아온길은 어떻길인가를 생각케 만든는 글입니다.
가인님 고맙습니다. 가인님의  글을 통해 인생의 많은것을 보고 배울수 있어서....
佳人1 2010.02.10 00:47  
21세기 나그네님~
덕담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덩거리 2010.02.08 14:10  
네, 그런것 같습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뭔가 인생의 삶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보게되는 글입니다. 전문가가 쓴 달필의 글보다 더 가까이
와 닿는군요.  그동안 좋은사진, 세밀한 여행정보,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佳人1 2010.02.10 00:48  
그것은 덩거리님께서 좋게 보아주셔서 그럴 겁니다.
감사합니다.
용감한아줌마 2010.02.08 16:13  
양치기는 온데 간데 없고 양들만이 좁은 길을 점령하고 있어 난감했었는데....
발아래가 천길만길 낭떠러지라 피해가지도 못하고 양들이 자리를 비켜주기만 기다렸어요 ㅋㅋ
서울 촌것이라 가축을 무서워해서 양이 저를 잡아먹는줄 알았답니다....

제가 갔을땐 중도객잔이 공사중이었는데, 공사는 끝났겠죠???
佳人1 2010.02.10 00:50  
네~
중도객잔은 깨끗하게 마무리되어 영업중에 있었습니다.
무작정 들어가 실내 사진을 찍겠다고 했더니 안내까지 해 주었습니다.
관운장 2010.03.14 08:31  
살아생전에 다시올 확율이 거의없는곳
사모님 께서는 단  한가지라도 더 눈에 각인시켜 놓으실려고 계곡속까지 눈으로 훑으신것 같읍니다
좀더 젊었을때 여행을 다녀보지 못한걸 후회한 접니다
가인님은 그런생각 안해보셨나요
佳人1 2010.03.14 11:57  
그래요.
요즈음 젊은 분들이 세상속으로 거침없이 다니는 것을 보면 부럽습니다.
우리 세대에는 여행 자유화세대가 아니었으니....
지금부터라도 한 군데씩 다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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