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팅의 대드 따라잡기] 2-3. 딴쉐이에서 만난 사람들
배를 타고 다시 돌아온 딴쉐이.
뜨거운 여름 햇볕을 피해 작은 그늘 아래 자리잡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왠지 짠하다.
소금기 섞인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어딜 가나 바다냄새는 다 똑같은 거 같다. (당연한 건가?^^;)
그 때문인지 잠시 내가 대만에 와있는 것조차 까먹고 잠깐 동네 마실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단쉐이 해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말수비의 잔상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온다.
아니, 여긴 아이스크림 건배를 했던 곳??!!!!
곳곳에서 제2의 걸륜과 샤오위들이 찰싹 달라붙어 앉아 연애질 중이시다ㅡㅡ;;
그들을 피해(?) 라오지에(老街)로 들어서자마자 단쉐이 명물이라는 티에딴과 위슈를 발견!
유독 이 집만 사람들이 몰려있다.
위슈(좌)는 왠지 새우깡이랑 비슷한 맛이 날 것 같아서 내려놓고 티에딴(우)만 한 봉지 샀다.
손으로 꾹꾹 눌러보니 탱탱볼처럼 단단하다.
간장에 조려 말리기를 반복해서 그런지, 조금 질긴 듯 쫄깃하면서도 짭쪼름한 맛이 났다.
그림이 그려진 벽을 따라 가면 삼거리에 마셰(馬階)박사 동상이 짜잔~하고 나타난다.
그리고 동상 맞은편엔 걸륜의 단골집이라는 [百葉溫州餛飩]이 있다.
학창시절 자주 시켜먹었다는 훈뚠과 닭다리가 아예 주걸륜 세트(周杰倫套餐)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다.ㅋㅋ
라오지에를 따라 계속 걷다보니 절이 보인다.
경내로 들어서자 아펑은 '바이바이'를 한다.
대만 사람들은 정말 불심이 깊은 것 같다. 종교라기보다 생활에 가까운....
엽기박물관도 발견했지만, 수리 중이라 구경은 못 했음.
한 상점에서 조립모형을 싼 가격(150元)에 팔길래 냉큼 질렀다.
최악의 환전으로 급 절약모드로 돌변, 애써 지름신을 외면하고 있는 처지지만
그래도 기념품 하나쯤은 애교 아니겠어~
(나중에 한국에 온 후 대학로에서 똑같은 모형을 만원에 파는 걸 보고 엄청 뿌듯했다는^^v)
쉬지 않고 계속 걸었더니 발바닥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시원한 쩐쭈나이차(일명 버블티)를 한잔씩 사들고 쉴 만한 곳을 물색했다.
에어컨 빵빵한 실내에 들어가고팠건만, 아펑이 날 끌고 간 곳은 나무 그늘 아래.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옆에 있던 꼬마애랑 눈이 마주쳤다.
“니 하오. 너 진짜 귀엽다 ㅎㅎㅎ”
“...........”
대꾸도 없이 엄마 뒤로 숨어 빼꼼히 쳐다본다.
갑자기 뻘쭘해진 나.
쩐쭈나이차만 연신 들이키며 딴청 피우는데
애기엄마가 들었는지 억지로 인사를 시킨다.ㅋㅋㅋ
“언니한테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해봐”
"...... (도리도리) "
“애기가 절 싫어하나봐요.^^;”
“원래 수줍음이 많아서 그래요. 근데 어디 사람이에요?”
갑자기 끼어든 아펑-
“한국사람이에요.”
“정말? 근데 중국어는 어떻게 할 줄 알고?”
“히히~ 한국에서 배웠어요!”
그 때부터 주변이 웅성웅성.
동네 아줌마들의 관심을 온몸에 받았다.ㅋㅋㅋ
애기엄마는 예전에 남편 출장 때문에 서울에 와본 적 있다며 몹시 반가워했다.
“옆에는 남자친구?”
“아뇨!!!"
“그럼 이 사람은?”
“여행하다 우연히 만나서 오늘 친구가 됐어요~ (작은 목소리로) 글구 내 타입 아니에요ㅋㅋ”
심술난 아펑.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그맣게) 저도 못 생겨서 싫어요. 타 팅부똥”
“뭐야~ 방금 뭐랬어~ 나 다 들었어. 워 팅더동.”
“꼬마야~ 이 언니 못 생겼지? 그치?”
이렇게 티격태격 하고 있는 사이 옆에 계시던 다른 아줌마가 뭐라뭐라 말씀하신다.
내가 못 알아듣자, 애기엄마가 다시 전해줬다.
“저 분이 샤오지에는 이쁘고 나이도 찼는데 왜 결혼 안 했냐고
결혼할 사람 없으면 자기 아들 소개시켜준다네? 호호호~”
겸손이 미덕인 대한민국 대표처자인 꼼팅 왈,
“대만 사람들은 시력이 나쁜가봐요~”
나중에 시집 못 가면 대만 와야겠다.ㅋㅋ
꼬맹이 말고 초등학생인 언니랑 오빠도 있었는데 둘 다 수줍음이 많다.
계속 내 주위를 맴맴~돌긴 하는데, 막상 말을 걸면 도망가버린다.
초등학교 다니는 첫째를 옆에 앉히고 아이팟으로 한국노래 들려줬더니 무척 신기해했다.
그 큰눈을 지긋이 감고 한 곡이 얌전히 끝날 때까지 듣고난 후 한다는 말이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당연하지~ 한국말인데^^;;)
어느덧 해질 시간이 다가오고, 아펑이 그만 일어나자고 보챈다.
“석양 보러면 지금 일어서야 돼. 어인마두 가기 전에 저녁도 먹어야지!”
좋은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다들 만나서 정말정말 반가웠어요. 꼬맹아~ 언니 진짜 간다. 빠빠이~”
그 때까지 내 말에 대꾸도 안 해주던 꼬맹이가 바싹 옆으로 다가와 속삭인다.
“이따 우리집에 같이 가면 안 돼?”
“정말? 넌 언니 안 좋아했잖아~^^”
옆에 있던 아펑-
"언니랑 난 밥 먹어야 되는데, 그럼 같이 갈래?"
그러자 꼬맹이인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우리집에서 자고 가도 좋아. 엄마가 밥도 줄거야.”
“나중에 시간이 되면 꼭 놀러 갈께. 여기 오면 널 볼 수 있는 거야?”
“응.”
단쉐이의 아름다운 석양보다도, 지금 이 시간 이 사람들과의 만남이 훨씬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았다.
우린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
“니우러우파이(=스테이크) 어때?”
식당으로 들어갔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소스는 딱 미트볼 스파게티 소스이고, 함박스테끼처럼 계란 후라이가 함께 나온다.
스테이크 밑에 우동면이 깔려 있어, 소스에 버무려 먹으면 꽤 맛있다.
가격은 대략 250~350元선?
빕스처럼, 메인메뉴를 시키면 샐러드바를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한 요리, 샐러드, 빵 외에 초콜릿 퐁듀, 아이스크림, 빙수, 푸딩 등의 디저트까지!)
아펑이 내가 먹을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담아와줬다.
그 중엔 악명높은 취두부도 끼어 있었는데, 의외로 냄새도 안 나고 맛있었다.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챙겨먹고 계산서를 찾는데, 벌써 아펑이 계산해버렸다;;;
하루종일 얻어먹고 다니는구나.
(미안하면서도 좋은 건 어쩔 수 없다.ㅋㅋㅋ)
저녁을 먹은 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위런마터우(漁人碼頭)로 이동했다.
영어명은 Fisherman's wharf.
어부들의 선착장을 일컫는 말이다.
주차장을 벗어나자 대만의 금문교라 불리는 ‘정인교’가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다리를 함께 건너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던데
그래서인지 여기도 커플들이 드글드글하다. (커플천국, 솔로지옥;;;;)
선착장 부근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흥얼흥얼 따라부르며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
딴쉐이의 첫인상은 딱 인천 '월미도'였다.
허나 알고 가면 더 재밌는 곳.
보게 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사랑하게 된다~♡
만쉐이 만쉐이 만만쉐이~
딴쉐이 딴쉐이 만만쉐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