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의 중국여행]#15 중국/사천성/성도成都(청두) - 두보초당杜甫草堂 & 나무로만든버스
중국 사천, 섬서, 하남 여행 2007년 2월 3일 ~ 18일
2월 11일
여행 9일째 되는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아.... 고민고민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비오는 날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한참을 고민했더니 점심 때가 되었습니다.
비가 잦아들었습니다.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숙소를 나왔습니다.
오늘 갈 곳은 두보초당.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습니다.
망설임 없이 301번 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얼마후, 버스가 도착한 곳은......
종점입니다. ㅡㅡ;;
버스를 반대로 탄 것입니다.
어이없지만....
저는 여행지에서 많이 하는 실수라서....ㅎㅎ
다시 나가는 차를 타고 두보초당으로 갔습니다.
대신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지요.
시간도 점심을 훌~~~~쩍 넘긴 데다가 날도 흐려서 어둑어둑 저녁 느낌이 나는 오후.
눅눅한 공기를 헤치고 도보초당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온 후라 나무와 풀들이 물기를 머금어
더욱 숲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신선한 공기를 뿜어주는 듯도 합니다.
원래 두보가 실제로 살 당시에는 작은 초가집 한 채뿐이었지만,
지금은 20만 제곱미터나 되는 넓은 부지의 공원이 되었습니다.
두보를 기리기 위한 기념관이나 전시관 등 여러 시설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소릉초당' 비석정인데요.
'소릉'은 두보의 또다른 이름이라고 하네요.
시원하게 뻗은 대나무 아래 시비와 함께 울퉁불퉁한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는 두보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곳이 두보가 지냈던 작은 초당이에요.
그 안에는 두보의 침대, 책상 등이 있습니다.
당시에 실제로 사용했던 물건이 남아있는 것인지 복원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주변에는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예쁘게 심어져 있어서
작은 식물원을 떠올리게 해요.
잘 가꾸어진 정원을 보는 재미도 있고요.
두보의 문학관이니
두보의 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 좋겠지만
딱히 그렇지 않더라도 천천히 산책하기에 참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어요.
주변 도로의 보도블럭도 넘 예쁜 거 있죠.
두보의 시가 새겨진 것도 있고요.
매, 난, 국, 죽... 사군자가 새겨진 것들도 있어요.
교통도 편리하고, 근처에 유명한 용초수도 있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어요.
아침 일찍 나왔다면,
다른 곳에도 더 갈 수 있었겠지만.
포스팅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숙소에서 늦게 나오고 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두보초당 한 곳을 둘러보니 저녁이 되어서 바로 숙소로 돌아갔어요..
숙소 앞에서 기다린 것은 302번 버스.
사천성 성도 시내의 302번 버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무슨... 뮤직비디오에 세트로나 등장할 것 같은 멋진 모습이죠?
게다가 외장과 내부 의자가 나무로 만들어져 있답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셔야 보일 거예요.
버스 안의 의자가 공원의 나무벤치처럼 생겼어요.
처음에 다른 버스를 기다리다가 이 302번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사진을 찍고 싶어서 시간도 남은 김에 맘먹고 한자리에서 오래도록 기다린 거예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 버스가 오지 않았어요. ㅠㅜ
포기하고나서 마음을 비우고 나니.....
며칠 후에 이렇게 가까이서 찍을 기회도 생기고,
건너편으로도 많이 지나가고....^^;;
위의 사진은 모두.. 우연히 찍은 거예요.
기다릴 땐 오지 않더니.
그래서 기회란...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는 건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