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팅의 대드 따라잡기] 3-1. 행복소관
아침에 일어났더니, 훼이치가 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자오안(good morning)~”
뭐라뭐라 했는데, 이 말 외엔 암 것도 못 알아들음.ㅡㅡ;;;
어리버리하게 쳐다봤더니 밖에 나가서 뭔가를 가져다 준다.
"이게 뭐야?"
"누가 복도문에 메모 붙여놨던데? 니 이름이 써있길래~"
"그래? 암튼 땡큐~"
읽어보니 아펑이 써놓고 간 것-
좋은 하루 보내라면서 꼭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자기 폰번호를 다시 적어놓고 갔다.
대체 언제 왔던 거지...?
복도에 있는 공중전화로 아펑에게 전화를 걸었다.
"웨이~ (여보세요)"
"나야. 메모 보고 연락한 거야. 오늘 여기 왔었어? 언제?"
"응. 아침에 잠깐! 근데, 친구는 만났어?"
"아직. 좀전에 일어나서 이제 마중갈 준비 하려구~ 어젠 잘 들어갔어?"
"응. 친구 오면 어디 갈꺼야? 나 주말까지 휴가니까 아무때나 연락해~"
사실 혼자만의 여행을 만끽하고 싶었기에
한국 친구가 오기로 해서 다음날부턴 같이 다녀야 한다고 거짓말을 살짝 해뒀다.
(뭐...오늘은 아니지만 내일 친구가 진짜 오기는 했다...^^;)
어제 아펑에게 많은 도움을 받긴 했지만,
찰영지 순례(?)를 지겨워하는 아펑에게 미안한 맘이 들어 패키지 관광마냥 급하게 사진만 겨우 찍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다른 대만인들과 얘기하고 있으면, 삐지거나 빨리 가자고 보채기 일쑤...
그래서 아펑이 오늘도 같이 보냈음 싶은 뉘앙스를 팍팍 풍기는데도 애써 모른 척 하며
한국 돌아가기 전에 또 연락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통화를 마무리 했다.
다시 방으로 돌아오니 지에루와 훼이치가 짐을 싸고 있었다.
“오늘 까오슝으로 돌아가는 거야?”
“응.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게.ㅠㅠ”
“나중에 우리가 한국 가게 되면 가이드 해줄거지?”
“당근이지~”
“나도 기회 되면 까오슝에 놀러갈게”
“응. 오면 꼭 연락해.”
"빠이빠이~ㅠㅠ”
어제 알게 된 아이들인데도 헤어지려니 아쉽고 서운하다.
문 앞까지 따라나가 배웅한 후 나도 나갈 준비를 했다.
K-mall 바로 앞 정류장에서 262번 버스를 타고 행복소관으로 무브무브~
약도를 펼치고 본격적으로 길을 찾기 시작했는데....
자타공인 길치인 내가 알 턱이 있나~
주특기 발휘, 지나가던 아저씨를 붙잡고 길을 물었다.
이름: 미스터 팡
나이: 아주 많음 (할아버지)
국적: 대만
처음에 말로만 알려주더니, 암래도 내가 불안해보였는지 직접 데려다주겠단다.
염치 불구하고 쫄랑쫄랑 따라갔는데, 생각보다 길이 복잡하다.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이제 제가 혼자 찾아가볼께요”
“어차피 산책 중이었는걸. 신경쓰지 말아요.”
"대만 사람들은 다 친절한 것 같아요. (아부 중~ㅋㅋ)”
“근데 여긴 왜 찾는 거지? 누굴 만나기로 했나?”
“한국에서 대만 드라마를 봤는데, 이 식당에서 촬영했다고 해서요.ㅋㅋㅋ”
“약도만 보곤 잘 모르겠네. 전화번호는 없어?”
프린트를 보여줬더니 핸드폰으로 식당에 전화를 해본다.
“아직 문 안 열었다는데, 그래도 가볼래?”
“네~ 그냥 가서 기다릴래요^-^”
우여곡절 끝에 행복소관에 도착.
“이따 돌아가는 길 모르거나 여행 중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이 번호로 전화해요.”
“정말정말 감사해요~ 근데 성함이?”
“어쩌구어쩌구~”
“^^;; 한국 휴대폰이 한자는 저장이 안 되요”
“그럼 미스터 팡이라고 써놔요”
"미스터 팡~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당신을 만나게 되서 정말 기뻐요“
식당은 11시부터 영업 시작이랜다.
현재시각은 10시반.
가게 앞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사장님이 나오신다.
“아직 문 안 열었는데.....”
“괜찮아요. 밖에서 기다릴께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대륙(중국)에서 왔어요? 아님 일본인?”
“아뇨~ 한국인이요!”
“아~ 아직 식사는 안 되고, 들어와서 기다려요”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들은 테이블 세팅하고 쯔주찬 메뉴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사진 한장 찍어도 될까요?" 물었더니
음식을 담다 말고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어주신 아이(이모님)~
잘 나왔는지 궁금해 하시길래 뷰파인더를 보여드렸더니, 화장을 안 했다며 부끄러워 하신다.
"아니에요. 제가 지금껏 만난 대만 여자들 중 미소가 제일 예쁘신 걸요!"
라고 말했더니 수줍은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벽에 걸린 사진들도 구경했다.
와~ 즈슈랑 샹친, 아동, 줄리아까지!!!!!!
“혼자 왔어요?”
“네~ 악작극지문 보고 여기 찾아온 거예요”
“누구 좋아해요?”
“(정원창 사진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요!”
“하하하~ 잠깐 기다려봐요”
그러더시 사장님 사진 몇 장을 들고 오신다.
“기념으로 가져가요”
아까 벽에 걸려있던 정원창 사진!
히히~ 땡 잡았다~^^*
나도 가방에 있던 한국 기념엽서를 드렸다.
이로써 물물교환(?) 성립~
다른 사진들도 탐났지만 이걸로 만족해야지.ㅋㅋ
드디어 11시가 되고 음식 준비가 끝났다.
몇 가지 메뉴를 알아갔는데 주문 받는 아주머니께 보여드렸더니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댄다.
차라리 쯔주찬에서 골라먹으라며 메뉴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어떤 맛인지 몰라 고민하니까 주방장 할아버지께서 이쑤시개 갖다주며 시삭을 권함.
결국 차이판과 쯔주찬 요리 2개만 시켜서 먹었다.
내가 잘 먹는지 계속 지켜보는 직원들.
다행히 맛있는 척 할 필요도 없이, 진짜 맛있었다.
다만 차이판(야채밥)은.... 야채는 손도 안 대고 흰 밥알만 골라먹었더니 (윗줄 첫번째 사진참조ㅋㅋ)
할아버지가 미판(쌀밥)을 갖다 주시겠단다.
극구 사양하고 그냥 계속 골라먹음.ㅋㅋㅋ
식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다시 타이베이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