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팅의 대드 따라잡기] 2-4. 타인에게 말걸기
“이제 그만 돌아갈까? 아펑, 오늘 너무너무 고마웠어.”
“숙소가 어디야?”
“타이베이역 근처. 여기서 지하철 타고 가면 돼”
“데려다줄게”
결국 딴수이에서 타이베이역까지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왔다.
MRT로 오는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지만,
매연 다 들이마시느라 목이 따꼼따꼼하긴 했지만,
옆으로 비스듬히 앉아 왔더니 허리가 꺾여 디스크 오기 직전이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친절을 받는다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게 숙소 도착.
엘리베이터 앞에서 아펑과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마지막일지도 모를 인사를 나눴다.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로비 옆 쇼파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아는 체 한다.
“니 하오~"
엇? 어제 욕실 앞에서 말 걸었던 외국인이닷!!!
“니 하오~”
"혹시나 했는데, 중국어는 하네요?ㅋ"
(민낯이라 모자이크처리^^;)
이름: Swee koon
직업: CFA
나이: 30대 중반? 후반? (절대 안 알려줌;;)
국적: 싱가포르
영국이랑 미국에서 각각 학사/석사를 받았고, 현재 대만에서 취직하려고 면접 준비중이란다.
중국어든 영어든 내가 알아듣기 쉬운 말만 골라서 천천히 말해주는 센스를 발휘~
깔끔쟁이에, 과일 먹을 때도 돌아서서 먹는 왕 매너남이다.
영국에서 대학 다닐 때 사귄 한국 친구가 있어서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꽤 잘 알고 있었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 안 가본 곳이 없더라.)
어찌하다보니 스위쿤과 2시간 넘게 얘기했다.
눈은 자꾸 감기고 몽롱한 상태라 말은 점점 더 안 들리고~ㅋㅋㅋ
소심한 성격에 그만 자야겠다는 말도 못 한 채 앉아있었더니,
"졸려? 피곤해 보여~"
라고 묻는다.
그래서 냉큼 자야겠다고 말해버렸당^^;;
방에 들어갔더니 한 명은 퇴실하고, 새벽에 입실했던 여자애 2명이 침대에 걸터 앉아 있다.
“하이~”
용기 내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설마 또 무시당하는 건 아니겠지...ㅠㅠ)
“하이~~^0^”
“Where are you from?”
“우린 까오슝(대만 남부) 사는데 방학이라 타이베이에 놀러왔어. 넌?”
“난 코리안~”
이제 스무살이 된 侯惠琪(허우훼이치) 와 王婕如(왕지에루)
둘다 실물이 훨씬 귀엽고 예뻤는데~ 사진이 잘 안 나왔다.
훼이치(왼쪽)는 딱 성실한 범생 스타일이다.
말 잘 듣고 착한 막내 여동생 같은 느낌.
낯도 많이 가리고 부끄럼 타는 성격이지만, 그러면서도 은근히 잘 챙겨줬다.
아담한 체구에 조막만한 얼굴까지~ 완전 귀여워 >_</
지에루(오른쪽)는 정말 명랑 발랄 그 자체- 왕수다쟁이!
이름하고 메일 주소 알려달랬더니
Yolanda 라는 영어 이름을 적곤 그 옆에 멋드러지게 싸인까지~
그거 보고 훼이치랑 나랑 계속 놀려댔다.
예명에 싸인까지 있고, 완전 연예인 납시었다구~ㅋㅋ
어제 이후로 사라진 냉혈녀(?)의 빈 침대에 모여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분명 방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엄청 졸렸는데, 간만에 여자애들과 수다 떨다보니 잠이 확 깬다.
“근데, 혼자 온 거야?”
“응~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알아? 그거 보고 왔어. 대만 드라마도 완전 좋아해! ”
“나도 한국 드라마 좋아하는데. XXX."
"어??? 잘 모르겠어ㅠㅠ” (고유명사라 연예인 이름은 들어도 모르겠다;;;;)
“마이걸 몰라? 거기 나온 사람인데~ 리쭌지”
“아, 이준기!”
“응응~ 맞아맞아! 이준기 너무 귀여워~”
“한국에 돌아가면 이준기 사진 보내줄까?ㅎㅎㅎ”
“정말? 와~ 謝謝 가 한국어로 뭐야?”
“고.마.워”
“거마와”
“얼~ 발음 좋은데?ㅋㅋㅋ”
“거.마.와”
내 일정표를 보고 이것저것 체크해준 후 관광지 가는 길도 다 알려주고
자기들이 아는 맛집이랑 유명한 온천 약도까지 일일히 적어준 친철한 그녀들-
고마운 마음에 한국에서 사온 기념엽서랑 인삼차 티백 등을 나눠줬다.
“이건 기념품이야~”
“거.마.와”
둘이 합창하듯 한국어로 말한다.
정말 학습능력이 뛰어남.ㅋㅋㅋ
둘도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거려 꺼내주는데 일본어로 써있어서 용도는 당췌 알 수 없다.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아시는 분?^^)
“너두 대만 연예인 중에 좋아하는 사람 있어?”
“주걸륜이랑 하군상~ 아, 정원창이랑 나지상도 좋아!ㅋㅋ”
"주걸륜 앨범 있어? 없으면 나중에 내가 보내줄께~”
셋이서 계속 수다떨다보니 벌써 새벽 2시가 다 되어간다.
“아직 못 씻었지? 우리도~ 먼저 씻을래 아님 같이 씻을까?ㅋㅋ”
“어멋~ 부끄러워~ >_<”
“ㅋㅋㅋ. 우린 아직 안 피곤하니까 너 먼저 씻고 와~”
내가 씻고 돌아오니까 편하게 자라고 불까지 다 끄고 나간다.
둘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깨어있었는데
불 꺼놓고도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스스륵 잠이 들었다.
우리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