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의 중국여행]#10 중국/사천성/성도成都(청두) - 도강언都江堰(두장옌)
중국 사천, 섬서, 하남 여행 2007년 2월 3일 ~ 18일
2월 9일
청두로 돌아오는 길에 도강언에 들렀다.
도강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 시설이다.
가이드북의 말을 잠시 빌리자면,
'단지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던 당시의 소극적인 물 관리에서 한걸음 나아가,
강의 흐름을 바꿔 물길을 댄 인류 최초의 사례로서
특히 2,250년 전의 지식과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도강언의 특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여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도 지정되었는데.....
그게...
사실 일반 관광객이 보기만 하여서는 그 위대함을 알기란 어렵다.
(나의 느낌은 그렇다.)
도강언 입구.
매표소나 안내판에는 모두 한글이 병기되어 있어서
한국인이 개별 여행하기에도 좋다.
도강언은 '수리시설'이라는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둘러보기 참 좋은 곳인데.
그 안이 마치 거대한 공원과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호수도 있고 예쁘게 꾸며진 정원도 있고....
곳곳에 볼거리가 많다.
이곳은 보병구.
도강언의 주요 시설인데....
홍수의 위험이 없는 시기에는 내강의 물이 바로 여기 보병구로 이어진다.
보병구는 내강과 연결되는 주요 수로 중 하나로 강폭을 더 좁게 만들어
의도적으로 물살을 빨라지게 하는 장치라고 한다.
이곳을 통과하면서 빨라진 물살은 보병구 하단에 설치된 수십 개의 작을 수로를 타고
평야 구석구석을 흐르게 된단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도강언의 수리시설이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라는데.
우리 조상이건 남의 조상이건
인류의 조상은 참으로 현명하고 위대했던 것 같은데......
그럼 인류는 점점 퇴보하고 있는 것일까.
(이 물결이 출렁이며 사천성 일대에 물을 공급해준다는 것이다.)
물길을 따라 잔도가 나있다.
아기자기 산책하는 기분이 좋다.
이곳은 비사언.
역시 한글 안내판이 있다.
너무 넓어서 곳곳에 셔틀 버스... 같은 그런 것도 있지만
난 튼튼한 두 다리로 열심히 걸었다.
비사언은 홍수 조절 댐이다.
강의 수량이 많아 내강 하류의 인공 수로에 홍수의 위험이 있으면 이곳 문을 연다.
비사언은 인공섬 하단의 둑으로 내강과 원래의 물줄기인 외강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즉, 내강의 물이 넘치면 외강으로 물을 흘려 버리는 것.
도강언의 가장 끝지점인 어취.
내 관광 경로로는 가장 끝이지만 수리시설의 가장 처음 부분이다.
'어취'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물고기 입부분 모양이다.
어취는 인공 섬의 북쪽 끝으로 강의 물길이 처음 나뉘는 상류다.
약간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물길을 인공 수로인 내강으로 보다 많이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자,
지금까지 똑똑해 보이는 이야기들은 모두 가이드북에서 발췌했음을 밝힌다.
수리시설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이렇게 전망대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경치는 속을 확 뚫어준다.
여러 사당도 있어서 산책하고 구경하고 사진 찍을 게 많다.
문제는....
너무 많이 찍어서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
내 사진에 계속해서 찍히는 이 세 모녀.
고향이... 어디랬더라..... 중국 북쪽이었는데.
엄마의 교육열이 대단한지,
방학 동안 두 아이들을 데리고 중국 여행을 하는 중이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엄마와 아이들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ㅋㅋㅋ
애들이 전부 아빠만 닮았나보다.
우연히 같이 다니게 되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내가 탔던 이 관광차는 다시 청두 시내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고 했다.
도강언을 보고 나와서.
청두로 돌아갈 사람은 내려서 따로 차를 타고 가라고 했는데.....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앗! 여기가 어딘데?????
그때 이 모녀도 청두로 돌아간다고 내려서,
우왕좌왕하는 나를 구해주었다.
게다가....
이 모녀가 묵고 있는 숙소도 내가 묵고 있는 숙소 바로 옆이어서.
늦은 밤 청두로 돌아와서 청두 외진 터미널에서 숙소까지도 안전하게 올 수 있었던 것.
애들이 나를 '아줌마'라고 불러서.... 좀 충격이었지만...ㅠㅜ
(당시엔 아직 20대였으며 결혼도 안 했단 말이지...)
그래도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