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헤매던 그녀, 태국에서도 역시!! 9. 집에 가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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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헤매던 그녀, 태국에서도 역시!! 9. 집에 가기 싫어!

마구술 35 5796

마지막 글 다 써놓고 올리는 과정에서 또 날렸답니다.
이런~~
오늘 하루종일 밥도 굶어가며 썼는데...

주린 배를 움켜쥐고 다시 씁니다.
오늘 안에 완성하리라...

아무튼 방콕에 도착했지요. 아침 8시..
휠람퐁역과 가까운 차이나타운 구경을 갈까 했으나 만사가 귀찮습니다.
기냥 따오로 빽하고 싶은 마음 뿐...

택시 타고 카오산으로...

짐도 놓아두고 씻기도 할 겸 홍익인간 도미토리를 잡았지요.
여성전용 120밧, 남녀공용 팬룸 90밧.
30밧도 아까워
아자씨 저 자고갈 거 아니니까 공용으루 주셈.. 했지요.

제가 받은 키는 7번 침대
올라가보니 어떤 남정네가 반라로 엎어져서 만화책을 탐독중이십니다.

"거기 제 침대거덩요."
"미안요. 근데 여기 남자방인데.."
"남녀공용이걸랑요"

아마 그 총각 저보고 무지 까칠한 뇬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맞아요. 정말 까칠한 상태였지요.

끼니를 때우려고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는데 토할 것 같습니다.
친구들 줄 선물 이것저것 사고 맛사지집에 4시간이나 죽치고 서비스를 받아도 도통 좋아지지 않는 기분..

비행기 시간은 11시 50분인데 7시에 공항버스를 탔습니다.
발권하고 면세점을 헤매다가 마지막 쑈를 했죠.

화장품을 사니 500밧짜리 쿠폰을 두장 주더군요.
옳다구나 하고 보드카랑 쪼꼬렛을 샀지요. 가격 딱 맞춰서.

그러고 가고 있는데 직원이 초고속으로 달려와 저를 붙잡습니다.
계산이 잘못됐다나 뭐라나...

짜증이 마구 밀려옵니다.
가뜩이나 집에 가기 싫어 죽겠는데 그녀석 제 성질에 불을 당긴겁니다.
지금 장난하냐.
문제가 있으면 계산할 때 말을 할 것이지 사람 놀리냐!!

알고보니 한 코너에서 500밧 이상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제가 쪼꼬렛은 350밧 짜리를 산 게 문제였던 겁니다.
아 놔~~ 쿠폰 다 쓰려고 먹지도 않는 쪼꼬렛 산건데...

물론 쿠폰 뒤에 써있긴 했지만 그 와중에 영어로 된거 읽어봤을 리가 없지요.
게다가 직원들도 잘 몰랐던거고..
성질을 마구 내니 한국 직원을 불러옵니다.
술을 더 사던지 초콜렛을 비싼걸로 바꾸던지 하라네요.
물론 술을 더 사고 싶었지만 한국 반입 1병까지 라는걸 너무나 잘 알기에...

쪼코렛 550밧 짜리로 바꾸고 일은 일단락 되었지요.
암튼 저는 태국 공항에서 예의 없게 소리소리 질러댄 어글리코리안이 되고 말았답니다.
짜식 미안하다 한마디만 했으면 됐을걸...
그런데 알고보니 원래 태국사람들은 미안하단 말을 잘 안한다는군요.

어쨌든 하루 종일 정신이 없습니다.
물도 사는 족족 다 잃어버리고 마지막 물은 수화물 검사할 때 뺏기고..
차라리 지가 먹지 그 아까운 물을 쓰레기통에 버리냐..

버거킹 가격이 한국만큼 비싼것까지 맘에 안듭니다.
덕분에 밥도 굶고 탑승시간 3시간이나 남았는데 모든 수속 마치고 들어가버렸지요.
빼도박도 못하게...

그런데 이노무 뱅기는 도대체 어디에 서 있는건지 버스에 태우더니 공항을 한바퀴 돌더군요.
공항 구경을 시켜주는건지..
암튼 마지막엔 공항에서 버스타고 한번 헤매주시고...

죽은듯이 자고 일어나니 인천공항..
가슴이 답답해져옵니다.

집에 오니 방바닥에 저벅저벅 밟히는 먼지들과 물을 달라고 절규하는 화분들...
일상으로 돌아왔네요.

며칠간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보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저를 더 먼곳으로 데려다 놓아 버렸습니다.

생각을 합니다.
스물에서 서른이 되는 동안..
나는 얼마나 나에게 휴식을 주었는가..
이번 2주도 채 안되는 여행이 가장 긴 시간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딱 연말까지만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면서...
내내 다른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그래. 몇달 일 안한다고 굶어죽지도 않고 너의 미래가 암흑에 빠지는 것도 아니야.
걱정하면 걱정하는 만큼 살고 기대하면 기대하는 만큼 사는거야.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닌 현재도 보며 살자.
지금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게 무엇인지.. 알았으면 따라가는거야.

하여..
저는 다시 떠납니다.
따오에도 다시 가고 맘 내키는 곳 어디든 갈 생각입니다.
주변에는 니가 나이 서른이나 먹고 제정신이냐 하는 사람이 널렸지만 신경쓰지 않아요.
그 사람들이 제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니까요.

고생도 참 많이 했지만
휴식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아 버린
너무나 아름다운 여행이었답니다.

이 글을 보신 여러분들도 소중한 것을 찾는 여행을 하시길 바랄게요.^^

35 Comments
연이삼 2007.07.03 23:13  
  정말공감돼는말이 읽는데 왜제가 눈물이나는지....
휴식이 자유가 얼마나아름다운지
눈물이 자꾸나네요..
앞으로더욱멋진 여행하시구 항상 좋은일만가득하길...!!
블랙뽀드 2007.07.04 00:58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나두 용기를 내서 함 도전해두 될런지...
암튼 대단하신분이시네요~
김인태 2007.07.04 01:16  
  글을 쓰고 싶을때는 글을쓰고, 노래을 하고 싶을때는 노래을하고, 술을 마시고 싶을때에는 술을 마시고, 떠나고 싶을때는 떠나라!!!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글은 깊게 공감 합니다.
님의 나이 때에 사표을 던지고 배낭을 메고 국내 산천 기행을 두달정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서른 여덟의 나이때에 또 한번 사표을 던지고 배낭을 걸머 메고 첫 해외 여행을 했습니다. 중국에서 티벳-네팔- 인도 북부-태국-캄보디아를 다니다가 갈비뼈에 금이가서 한국에 돌아 오는데 까지 약 세달간의 시간이 흘러버렸더군요.
 사십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 그 시간들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 지네요.
마음의 흐름을 거슬리지 않으며 자신을 소박하게 믿으며 떠나고 싶은 길을 따라가 보셔요^^*
mr.hwang 2007.07.04 01:33  
  재밋게잘읽었읍니다,,가고싶을땐야죠 하고싶은것맘껏해도 모자라는시간일텐데 사람에겐 다 때가있는법이더군요,,남들이뭐라든 지금 마구술님에겐 자유가필요한겁니다,,,그러다보면 다시재충전될날이올거예요,,,머지않아
서,,,그때까지 훨훨날아다니세요,,기회가되면 함께하고싶네요
바다낙타 2007.07.04 03:09  
  단숨에 읽어버렸네요. 그리운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내인생 내가 산다는 말이 많이 와닿습니다.^^
라디게 2007.07.04 05:08  
  ㅎㅎㅎ 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남은 인생 늘 행운이 함께 하기를........
이 미나 2007.07.04 09:25  
  인생관이 명품입니다...
아쉽군요..담 여행은..삼백육십오박으루 떠나 주세요^^
여행이야기..자알~읽었구요.
삼일후면..따오에 갑니다.
물속에 떠 있는 따오의 개들도 그립고..
뉴 헤븐에 앉아 마시는 씽도 그립고...
yaho 2007.07.04 09:49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흐린바다 2007.07.04 10:47  
  와우...    마치  제가  여행한  기분이군요...      마지막  글  너무 좋네요.....  지금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게 무엇인지.......  저도  곰곰히 한번 생각해 볼랍니다..~
2007.07.04 10:49  
  여행기 잘읽었습니다. 이번여행에 많은 도움이 될듯합니다.
필리핀 2007.07.04 10:52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아직 만 서른이 안 되셨다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 함 도전해보심이 어떨지...
마구술 2007.07.04 12:05  
  아직 만 서른은 아니지만 워킹 홀리데이는...WORKING을 별로 하고싶지 않아서...^^;;
암튼 저의 넋두리에 공감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기분이 좋네요..
콩다방 2007.07.04 13:31  
  저도 마구술님처럼의 용기가 있었음 좋겠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오늘도 태사랑만 들락날락 거립니다^^
여행기 잘 봤어요~ 다음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때도 재밌게 써 주실꺼죠??
다음 여행도 건강히 잘 다녀오시길~^^[[하이]]
아프로딕테! 2007.07.04 13:58  
  글 잘쓰시네요 저도 님만큼만 표현했으면 ㅎㅎ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저또한 그랬구요
LEK 2007.07.04 15:51  
  정말~ 즐감했습니다.
글 쓰시는 재주가 대단하세요~
멋지십니다~^^
저두 혼자 다녀와봤지만~~이런 용기는 없었지요~^^
대단하세요~
좋은 추억 만드셨기에~ 후회는 없으실 듯합니다.
저두 다가오는 일주일간의 태국여행이 마구마구 기대됩니당~^^
보돌이 2007.07.04 17:12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저를 더 먼곳으로 데려다 놓아 버렸습니다"
전 이 글에 공감 100%요 저도 다시 떠나야겠네요^ㅡ^
gill이오 2007.07.06 16:37  
  여행기잘 보았습니다..모든것이 때가있는것 같아요 ..안그럼 우리인생금방..너무 빨리가는것 같아서,,나중에 후회하기보다는 내힘이 있을때 다니는것이 좀 나을것같아 저두 기회만 되면 나다닐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즐거운 시간되시길 바라며,,,,
잘될꺼야 2007.07.07 17:09  
  그래. 몇달 일 안한다고 굶어죽지도 않고 너의 미래가 암흑에 빠지는 것도 아니야.

지금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게 무엇인지.. 알았으면 따라가는거야.

하여..
저는 다시 떠납니다.
따오에도 다시 가고 맘 내키는 곳 어디든 갈 생각입니다.

멋지시네요....정말 잘 읽었습니다....
솜누스 2007.07.10 00:34  
  멋진 끝마무리...여러사람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셨네요..들리시죠?...박수갈채...^^
태사랑미스타정 2007.07.10 06:56  
  마구술님의 용기에 박수 보내요.
ㅉㅉㅉㅉㅉ
대니보이 2007.07.10 22:49  
  참 재밌는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혼자 갔지만 아마도 사람들...특히 남자들에게 인기가 꽤 많았을 것 같습니다.언제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는 행운이 주어지면 좋갰습니다.^^
ckcklove 2007.07.11 16:04  
  여행기 너무 좋았습니다. 어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 원장이 이 & 박 여성한방병원에서 퇴임식하는걸 보고 찡했던 느낌이 이 글보고서도 느껴져요 ..다음 여행기또 기다려집니다. 저도 낼낼모레면 서른이 되는데 그전에 휴식이라는 선물좀 줘야겠어요 ^^
scitome 2007.07.13 12:52  
  여행기를 모두 읽었네요. 마구술님의 글에 제가 왜 눈물이 나려하는걸까요. 아마도..지친 직장생활에 마구술님처럼 휴식을 줄 용기가 안나서 일지도 모릅니다. 다시 여행을 계획하신다니..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그만큼 더 넓어진 가슴으로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다음 후기도 기다려지네요.
나마스 2007.07.15 19:00  
  사십 후반을 넘어가는 이에게도 아련한 회상을 주는 아름 다운 님의 글입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기역들 가슴에 담으시길 빌겠습니다.
발꼬락 2007.07.18 16:31  
  너무나 공감이 가는글입니다.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하셨나봐요.부럽습니다.길을 모르면 물어보면되고, 길을잃으면 헤매면 그만인..그게 여행이라고 그러더군요 그렇게 자신만의 여행을 즐기면된다고,,여행은답이 없다고..마치 인생처럼...제나이도 서른. 용기를 내서 혼자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지금이 아니면 또 기회가 없겠구나 싶어 더큰여유와 더큰자신감을 갖기위해 10월 오년넘게 다닌 회사를  관두고 한달정도 동남아4개국정도 다녀올생각입니다. 님때문에 힘이 마구마구 솟네요!! 
서울 2007.07.20 01:05  
  좋은 여행 많이하시고 건강하시길바랍니...^^
바라나시정션 2007.07.21 18:17  
  잼난 여행 하셨네요...또 다른 여행을 위해 화이팅 하세요..^^;
로이킴 2007.07.23 07:18  
  잘읽었습니다,, 담에 또 뵈요^^  홧띵 !!!
걸리버 2007.07.24 19:49  
  이 여인네 ,, 맘에 드는데 유부남일세,, 총각들 노려보시길
TaeIn 2007.07.31 19:50  
  여행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항상 제 자신을 한탄하며 대학졸업하고 바로 취직해서
이러고 살면 안되는데..안되는데...하며
어느덧 27이 되었습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마구술누님처럼 떠나고 싶네요...
즐기며 사는게 인생인데...왜 이렇게 삶에 허덕이며
사는 인생을 사는지...
멋지게 사는 마구술누님이 부럽습니다^^
털보 2007.08.09 18:35  
  잘읽어읍니다 젋어다니세요 5년전부터다녀는데 60넘으니 자꾸 전같지않아....행운을빌어요
mango 2007.08.10 17:55  
  나는 직업덕분에 젊어서부터 여행을 많이 다닌터라  집에서 고생한 울집마님 여행좀 시켜줄려 했더만, 뱡기떨어지면 죽는다고 절대 안간다고 버티던 울마님,2003년 첫달에 부부모임에서 억지로 끌려갔던 "보라카이" 한번 보더니만, 그뒤로는 틈만나면 "여행가자"그래서 그후로 10번도 더 갔다왔지만 올봄에도 3번이나 갔다왔는데 올가을에 또 가야한다네요. 나도 60 이 넘었습니다만 울마님 모시고 열심히 다닐랍니다.앞이 창창한분 부럽습니다.재밋는글 잘 읽었습니다. 계속 재밋게 사시길-----
쭌111 2007.10.01 03:55  
  님께서 올리신 글 전부 읽었습니다. ^ ^
즐겁게 사시는 분이시군요.
저도 이번 토욜날 태국을 포함하여 동남아 투어를 떠나는데 님이 올린 글보니 님보다 더 재밌게 보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 ^ ㅎㅎ
다음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당근토끼 2007.10.16 18:53  
  동감합니다*^^*
저두 이렇게 멋진 저만의 여행을 하고 싶은데 아직
용기가 없어서 가질 못하고 있네요
내년엔 꼭 떠나볼려고 계획중입니다.
나마스테지 2007.11.08 15:30  
  최영미시인-'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출간 되었을 때
저보다 5세 아래 아해들..난리더군요. 아마도 내용보다
시집제목 때문에...
"서른잔치는 끝나고 계모임이 시작됐다"나 어쨌다나?!
저는 서른을 아무 감흥없이 통과해서(제가 좋아하는 '이상'이 26년 몇개월 살다가 죽었잖아여^) 여자아해들이 호들갑떤다고 생각했는데...뭐 제가 아웃사이더인 것이니.....글을 읽으니....적당한 나이에 여행 잘하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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