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9일간의 씨엠립 자유 여행기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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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간의 씨엠립 자유 여행기 - 4

숙훌드 12 4305
 오늘은 4일차 여행기입니다~
 갔다 온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여행기를 쓰다보니 자꾸 또 가고 싶네요..
 중독성 강한 캄보디아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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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산방님께서 궁금해 하시던 휴대용 포토 프린터 입니다.ㅎㅎ 오른쪽 하얀 종이가 전용 인화용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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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의 여파로 인해 눈을 떠보니 벌써 10시가 넘었습니다.
 전날 잠도 많이 못 잤는데 10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으니..
 간만에 느껴보는 전신근육통(?) 입니다.
 
 어제 무리를 해서 오늘은 좀 쉬어야 겠다고 결정합니다.
 오늘도 무리를 하면 어느정도 구경을 하고 다닐수는 있을꺼 같았으나 고행을 하러 온게 아니므로 좀 여유를 가져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어제 절 스타마트까지 데려다 준 언니들이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호의를 베풀었는데 계속 의심만 하다 고맙단 얘기도 제대로 못하고 사진만 찍고 보낸게 내내 맘에 걸립니다.
 그리하야!!
 오늘은 그 언니들이 일한다는 Countryside Children Organization 에 방문하기로 합니다.
 (Countryside Children Organization(시골 아이들 협회?). 통칭 C.C.O.)
 
 어제 불꽃(?)같은 비포장 라이딩시에 건내준 정체불명의 프린트물을 읽어보니 C.C.O의 홍보 프린물이었습니다.
 마침 그 프린트물에 약도가 있길래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6번도로 서쪽으로 가다가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도로'를 타고 쭈~욱 올라가다보면 도로변에 있네요.
 '한-캄 우정의 도로'만 찾는다면 수월하게 찾을 수 있을듯 합니다.
 
 어제 빌렸던 점포에서 자전거를 빌린 뒤에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올드마켓으로 향합니다.
 태사랑에서 읽었던 여행기 중에 올드마켓의 문구점에서 공책과 연필을 구매했다는 글이 기억이 납니다.
 여기저기 헤메다가 겨우 공책파는데를 발견합니다.
 공책 50권과 연필 50자루를 달라고 하니 재고가 부족해서 집에 다녀온다 하네요..;;
 10분정도 기다렸다가 큰 검은 봉지와 비닐 끈을 얻어서 문구점을 나옵니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서 올드 마켓에 온 김에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오늘의 메뉴는 '아목'.
 밥과 함께 나오는 이 요리는 코코넛 밀크 맛이 나는 커리 비슷한 요리 였습니다.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일품이더군요.
 하지만..
 엊그제부터 계속 되는 소식 현상이 계속 되어 다 먹지는 못했네요.
 어쨌든 배도 채웠겠다 공책과 연필 보따리를 자전거 뒷 안장에 잘 조여매고 C.C.O로 향합니다.
 
 6번 도로 서쪽 포이펫 방향(공항 방향)으로 달렸는데 '한-캄 우정의 도로'가 보이질 않네요.
 어제의 길을 잃은 전례도 있고 하니 길가에 과일을 파는 상인한테 물어봅니다.
 모른다네요..-_-;;
 혹시나 해서 약국에 가서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니..조금 불안해 집니다..
 그래도 기왕 가기로 마음 먹은거 조금만 더 가봅니다.
 조금 더 가다보니 초등학교같은게 보이고 커다란 돌덩이가 하나 보입니다.
 약도에 보면 훈센 어쩌꾸 세컨더리 스쿨 옆 도로가 '한-캄 우정의 도로'라고 되어 있었는데..
 돌덩이 앞에 보니 한글로 '한국-캄보디아 우정의 도로' 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아..제대로 찾았네요..
 
 우정의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니 어제 제가 6번 도로로 착각해서 잘못 갔던 삼거리가 나옵니다.
 아..여기서 좌회전만 안했어도..;;
 계속해서 북쪽으로 쭈욱 올라갑니다.
 
 간간히 뚝뚝이들이 지나다니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이쪽 길은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길이 아닌듯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탄 이방인이 보이니까 신기한듯 쳐다 봅니다.
 어디 배달 가는 사람 마냥 뒷좌석에 짐을 싣고 있는 외국인이지요..-_-;
 
 그렇게 한 10여분을 더 갔을까요?
 길 맞은편에 작은 간판이 하나 보입니다.
 깨알같은 글씨로 Countryside Children Organization 이라고 써 있습니다.
 오. 드디어 찾았네요.
 생각해보니 어제 그 언니들이 나오던 그 건물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캄보디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된 민가처럼 보이는데..
 자전거를 대문앞에 세우니 마당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놀란 눈초리로 쳐다봅니다.
 아..이거 쑥스럽네..*-_-*
 송아지(?)만한 개가 마구 반겨줍니다.
 이..이러지마...-_-;;
 우렁차게 짖어 대는 개를 무시하고 마당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다가갑니다.
 아이들 얼굴에 물음표가 하나씩 떠 있는듯 하네요.
 디카를 꺼내 어제찍은 언니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얘길 합니다.
 
 "여기. 이 여자들 있어?"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이구동성으로 뭐라고 말을 합니다.
 
 "지금. 여기 있어? 이 여자들?"
 
 또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아무래도 영어는 아닌듯 합니다.
 난감해하는 찰라에 똘똘한 한 아이가 젊은 한 청년을 데리고 나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 청년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말합니다.
 
 "이 여자를 찾습니다.-_-;;"
 
 다짜고짜 외국인이 현지인 여자를 찾으니 이걸 말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어제 길을 잃어서 이 여자들이 도와줬다고 얘기는 했는데..아무래도 제대로 전달이 안된듯 했습니다.
 그때 그 청년이 제 손에 들려있던 프린트 물을 보더니 한 마디 합니다.
 
 "이 사람이 이걸 줬어요?"
 "아. 예!! 맞아요!! 그녀가 날 도와줬어요!"
 
 그제서야 말이 통하는 눈치입니다.
 
 "그녀가 지금 여기 있나요?"
 "오..지금은 쉬는 시간이라 그녀는 집에 갔어요. 2시쯤에 올꺼에요."
 
 아. 아쉽게도 시간이 맞질 않았네요.
 
 "아. 선물이 있어요."
 
 준비해간 공책과 연필을 갔다주니 안으로 안내하더니 뭔가를 적게 하더군요.
 어떤 도움을 얼마동안 줬는지 기입을 하니 어떤 종이를 한 장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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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하고 받은 바우쳐(?). 확인증 같은거..)
 
 바우쳐를 주더니 조금 더 연세가 있어보이는 아저씨(총 책임자인듯)와 아주머니를 인사시켜 주고는 C.C.O에 대해서 안내를 해줍니다.
 안내라고 하기엔 장소가 협소하여...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강의실...은 개방형 구조였고..
 직사각형 모양으로 땅을 파놓은 곳은 어항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낚시를 가르칠 예정지라고 합니다.
 돈이 없어서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하네요.
 뒤편에 원통형 콘크리트가 땅에 두어개 박혀 있는데 화장실 예정지라고 합니다.
 역시나 돈이 없어서 조금씩 모으면 조금씩 공사를 진행한다고 하네요.
 화장실이 하나인지라 아이들이 많이 불편하다고 하네요.
  기본적으론 교육 혜택을 받기 힘든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하는 곳이지만 바쁜 부모님들을 대신하여 저녁까지 보호하는 서비스도 같이 진행하고 있고 37명의 고아들이 이곳에서 생활을 한다고 하네요.
 
 그렇게 안내를 마치면서 자기들은 어떤 도움이든 필요로 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여행자 신분으로 이곳에 오기는 했지만 왠지 죄짓는 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라 잘 만난 탓에. 부모 잘 만난 탓에.
 아이들 보기 왠지 민망하고 부끄럽고 했는데..
 한가지 위안이 되는건 아이들이 한 점 그늘 없이 해맑았다는 점입니다.
 뭔가 도움이 될만한게 없을까 했지만 왠지 금전적인 도움이 가장 절실해 보여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절 도와줬던 선생님을 만나고 갈까 하다가 시간도 아직 남았고 거기 앉아서 기다리기도 뻘쭘해서 바로 숙소로 돌아옵니다.
 3~4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왠지 마음이 개운치가 않습니다.
 난 가난한 여행자라고 애써 위안을 삼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잠깐 휴식을 취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3시정도 되었습니다.
 이대로 하루를 마감하긴 아쉬워서 지도를 보다보니 앙코르 왓 가는 길에 왓트마이 사원이 있네요.
 거리도 가깝고하니 설렁설렁 갔다올만 할 듯 해서 출발~!
 
 어제 오전에는 매표소 가는 길. 오후에는 앙코르왓 서쪽 길로 돌아오다보니 왓트마이 길이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길임에도 이제야 처음 가봅니다.
 천천히 길거리 구경을 하며 가다보니 왓트마이 나옵니다.
 정말 가깝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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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메르 루즈에 의해 희생된 희생자들의 유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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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내에 있던 충격적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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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 여행자들과 같이 온 영어 가이드가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폴 포트라고 하는데..맞나요?)
 
 예전에 패키지 여행때도 들른 곳이였지만 볼때마다 참 씁쓸한 곳입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역사와도 비슷한 구석이 많은 캄보디아라서 그런지 왠지 더 정이 가기도 하구요.
 그러면에서 캄보디아 사람들도 아마 잘 될꺼 같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 하듯이요.ㅎㅎ
 정치는 닮으면 안될텐데 말이죠..;;
 
 그렇게 왓트마이를 구경했는데도 시간이 좀 남아 길도 익힐 겸 앙코르 왓까지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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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앙코르 왓의 진입로)
 
 앙코르 왓 앞의 표 검사 하는 검사원이 자전거 바구니에 꼬깃꼬깃하게 쳐박혀 있던 내 가방을 보더니 가방어깨끈을 양쪽 핸들 사이로 쑉쑉 통과시키더니 이렇게 해야 안전하다고 알려줍니다.
 친철하기도 하지..ㅎㅎ
 
 앙코르 왓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인파가 앙코르 왓에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어차피 오래 구경을 할 건 아니라서 설렁설렁 자전거를 주차하니 여지없이 음료수를 파는 언니들이 "콜드 드링크 써~"라고 외칩니다.
 웃으면서 거절을 합니다.
 언니들. 심심했는지 한국 사람이냐고 묻습니다.
 맞다고 하니 사랑한다고 하네요..*-_-*
 
 '언니, 나두 사랑해. 하지만 우린 안될꺼야..아마..'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려 앙코르 왓으로 향합니다.
 어차피 시간도 늦고 하니 성소가 10개가 보이는 물웅덩이에서 사진이나 찍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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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서 실패..)
 
 앉아서 잠깐 물도 마시고 온김에 일몰을 볼까 하다가 J양이 걱정되어 금방 일어납니다.
 자전거를 세워둔 곳에 오니 아까 그 언니 또 장난을 칩니다.
 
 "오빠~싸랑해요~"
 
 왜 사랑한다고 해 놓고 자기들끼리 웃냐고!!
 나도 부끄럽다고!!
 
 같은 여자에게 하루에 두번씩이나 고백(?)을 받은.
 제 인생의 커리어 하이를 찍은 뒤에 다시 숙소로 발길을 옮김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줄 알았는데 숙소 도착해도 6시밖에 안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하루정도는 뒹굴뒹굴 잘 지내시던데..-_-;;
 
 J양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가이드북을 보다보니 된장찌개 사진에 꼿히고 맙니다.
 J양 오면 한국식당에 가자고 해야지 다짐을 했는데..
 오질 않네요...ㅠㅠ
 그렇게 7시 30분까지 기다리다가 안오시길래 혼자 나옵니다.
 배가 등가죽에 붙을꺼 같은데 J양도 한식을 먹고 싶어 할까봐 차마 한식당엔 가질 못하겠고..
 아쉬운데로 익숙한 햄버거로 저녁을 때웁니다.
 음..우리나라 햄버거랑은 약간 고기가 틀리네요..;;
 
 간단히 배를 채운뒤엔 나이트 마켓으로 가서 어제 불꽃(?)같은 라이딩 중 버려진 부채를 대신 할 새로운 부채를 하나 삽니다.
 다른 상점들도 구경하다가 부모님 선물로 드릴 모시 옷같이 생긴것도 하나 삽니다.
 그렇게 나이트 마켓을 한바퀴 돌고 숙소에 돌아오니 9시쯤 되었습니다.
 숙소에 들어오니 와이파이가 잡혀 J양이 보낸 카톡이 옵니다.
 기다리다가 제가 없어서 먼저 나갔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엇갈린 모양입니다.
 
 한시간쯤 뒤에 J양이 들어와선 작별인사를 합니다.
 응?
 제가 날짜를 착각하여 모레 떠나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내일 아침입니다..ㅠㅠ
 아..하필 마지막 날 엇갈려서 저녁도 같이 못 먹으니 무지 아쉬웠네요.
 J양도 태국에서의 여행 일정이 남아 있어서 서로의 무운을 빌어주며 인사를 나눕니다.
 그렇게 4일째의 밤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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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째는 별로 돌아다닌데가 없어서 글이 짧을 줄 알았는데..
 제가 길게 쓰는 재주가 있나봅니다..ㅠㅠ
 
 긴글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감사합니다..
 특히 죽림산방님..댓글 달아주셔서 감개무량..ㅠㅠ
12 Comments
선웃음 2012.07.03 01:15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는 1人
숙훌드 2012.07.03 21:06  
이런 댓글을 원한 1人
ㅎㅎ기대해주셔 감사합니다~
코코치코 2012.07.03 12:32  
이렇게 여유있는 여행이 부럽네요.
여유있는 여행이 아니라
원래 여유있는 분이겠지요.
숙훌드 2012.07.03 21:08  
글로 쓰다보니 여유로워 보일뿐 그닥 여유로운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여유로운 사람도 아니고요..ㅎㅎ
코코치코님께선 부디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시길 바랄께요~
마시마로2 2012.07.03 14:16  
너무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빨리 다음편 올려주세요~ ^^
숙훌드 2012.07.03 21:09  
아아..이 비루한 글을 재미있다 하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쓸께요~
상운 2012.07.03 21:57  
혹시 아목 이라는 음식말이에요.. 약간 노란빛나는 오랜지 색인가요? 제가 처음 캄보디아 갔을때 처음먹은 음식이 아목인거같은데... 닭고기도 들어있었던거같고... 그날 먹은 음식 생각할수록 정말 캄보디아 또가고싶네요.. 동남아 통틀어서 가장 좋고 인상좋은 나라가 캄보디아라고 자부합니다 ㅎㅎ
숙훌드 2012.07.04 00:48  
아~맞습니다.
코코넛 잎으로 만든 그릇(?)같은거에 담아져 나왔고요..닭고기도 들어있었어요.ㅎㅎ
캄보디아 사람들. 인상이 너무 좋죠~
wanderlust 2012.07.06 16:50  
아... 이제 한편밖에 안남았어요ㅠ
삐아치 2012.07.13 01:08  
님 글 참 재미있네요 ㅎㅎ 마음씨도 따뜻한 분인듯,,, 저도 며칠후면 그쪽으로 떠나는데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짓게 되는 여행기네요^^
위치알리시아 2012.12.16 18:20  
넘 잼있네요 ~~ 곧 아기랑 가는데 지금 거기있는듯 ㅎㅎ
오엑스 2013.01.19 02:13  
정말 ,,,gamdong입니다,,,,새벽 2시가 넘었는데 끝까지 읽고 자야할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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