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고집 여행 - 29일 새벽의 앙코르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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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고집 여행 - 29일 새벽의 앙코르와트

달의 레아 4 2672


글쓰는데 시간이 좀 걸리다보니 한번에 쓰고 올리면 자꾸 에러가 나서..
(지난번엔 다 써놓고 날려서 다시 썼어요..ㅠ.ㅠ)
요번엔 틈틈히 쓰면서 저장을 했습니다.. 비밀글로 잠궈놓고..ㅋ..다 완성하면 수정하려고했는데 잊어버렸어요..-_-;;
miracle님이 쪽지보내주셔서 알았네요.. 이노무 정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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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일정.


새벽에 일어나 앙코르와트 일출 감상

오전 - 반띠아이 쓰레이 및 반띠아이 쌈레

오후 - 앙코르와트 -일몰 직전에 프놈 바켕에 도착하여 일몰 감상



29일 새벽. 프론트에 모닝콜 부탁은 했지만..그래도 깨우러왔을 때 깊이
잠들면 안 된다는 압박감도 있고 밤새 옆방에서 나는 물소리 때문에
잠을 또 설쳤다. @.@(다 둔한데 유독 소리에만 민감하다)


밤새 뒤척이다 일어나 거울을 보니 친근하게 생긴 좀비가 인사한다.
소금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비척비척거리면서 세면대에 머리
박고
침대기둥에 걸려 잠시 비틀거리다 의자에 발등을 제대로 걸려 깨갱
거리며 하루를 삼류 시트콤스럽게 시작했다.


발을 주무르며 멍청하게 앉아있자니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전날 샀던 손목시계에서 시간을 보니 새벽 5시가 좀 넘었던가..


조금 있으면 프론트에서 사람이 올텐데..다시 잘 시간도 못된다.


알람 되는 걸로 살 걸 후회했다. 기왕 사는건데..좀 좋은거 살걸...
사랑이랑 가난한건 어떻게 해도 숨길수가 없다더니 이 컴컴한데서 봐도
너의 궁기를 숨길수가 없구나..줄줄 흐른다 아주
..


- 28일 오전 올드마켓 시계점 with 혼지 -


시계는 사야했지만. 예정에 없던 예산지출이라 몹시 민감해진 상태.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라고 대단히 화사하게 웃으며 교양 있게 말하는 예쁜 언니.


“싼거 주세요!”
무척이나 절박한 얼굴로 무식하게 본심부터 말하는 나.


(그 예쁜 미소가 잠깐 얼었다가 다시 웃으며) “무엇을 찾으세요?”


“아주 싼 시계요!”


(미소가 반쯤 사라지며) “어떤 종류의 시계요?”


“이 집에서 제일 싼 손목시계요!”


이젠 얼굴이 굳어진 언니가 영어를 중단하더니 옆의 혼지에게
뭐라뭐라한다.


손님은 어디가고 웬 거지를 데려왔냐고 나무라시나..-_-;


어깨를 으쓱하며 뭐라뭐라 하는 혼지..

내가 없어 보이는게 자기 탓은 아니라는 제스츄어?


언니가 잠깐 얼었던 표정을 다시 웃어가며(대단한 프로정신이다. 짝짝짝)

날 상점 끄트머리 진열대로 데려가 시계를 보여줬다.


“저쪽 갈색시계 어때?”


“제일 싼거에요?”


“어.. 그 옆에 겅정색이 조금 더 저렴하긴한데..갈색이 더 예쁘지..”


“얼마에요?”


“갈색은 6$, 옆에 검정색은 5$”


“더 싼건?”


“없는데..”


“그럼 검정색”


“갈색이 더 어울리..”


“검정주삼”


“그래 여기..”


“깎아주삼”


이때.. 할 수 있으면 난 그 언니 표정을 사진으로 꼭 찍어놓고 싶었다.


뭐랄까..황당 신기와 연민이 만났으나 프로정신이 개입하여 웃지도 못하는
기막힌 얼굴이랄까..


결국 4.5$로 낙찰된 문방구 포스의 싼티 지존 시계를 그 새벽에 만지작거리면서 고뇌를 했더란다..


내가 왜 일출을 보러가야 하는걸까? 안가면 안되나?


다른 사람들이 다 본다고 나도 보러가야하는 것인가?


인생을 이렇게 줏대없이 살아도 되는걸까?


나는 왜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것인가.


여기까지 와서 기존권력에 속박될 것인가.


그래 자유를 찾는거야. 내 인생은 내꺼. 내가 만들어가는거지.

내 정신적 지주 태지님께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보이는 길밖에도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주먹을 꼭 쥐고 스르르 누워 눈을 감았다. 행복했다.


결국 다시자고 싶어 이 질.알.을 한거다 -_-



15분쯤 지났을까. 누가 문을 두들긴다. 아차..모닝콜.

기다시피 일어나서 문을 여니 혼지가 있었다.


나 일출보러 안가. 자유를 찾을거야라고 말하려고했는데 목에서 괴물소리가 난다.
그르릉..
아.. 사람이 되고 싶다..


혼지도 졸린지 눈 비비고 있는걸 보니 조금 안쓰러웠다.


“준비됐어. 얼른 내려와 늦었다”


나는? 난 준비 안하냐? -^-



목을 부여잡고 있는 사이 지 할말만 하고 사라지는 혼지의 어깨너머로
나의 자유가
.. 안타까이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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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의 새벽. 듣던대로 신비롭고 경이스러운 일출....과는 사뭇 다름 -_- 그래도 구름을 좋아해서 나름 멋지다고 생각.)


도착하니 벌써 어느정도 밝아져있었다. 구름이 많이 껴서..제대로된
일출보긴글렀다..싶으면서도 앙코르와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의지라기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가는대로 휩쓸려 갔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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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밝아진 앙코르와트)


안쪽으론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앙코르와트는 어제 다녔던 곳보다 좀 더
신비스럽게 느껴지더라.. 기대치가 높아 그럴까?
어느 정도 밝아지자 다들 그대로 관광 시작하는 것 같던데..덥지 않고 시원해서 움직이기는 좋았지만..
난 베스트상태의 앙코르를 보기 위해 여지를 남겨두기로 했다.... 흠흠..


제대로 된 일출은 못봤지만 어쨎든 시도는 했다는 것에 자축하면서.

얼른 숙소로 돌아가 좀 누울 궁리를 하다가 어제 같이 식사했던 분들 중 한분과 만났다.
그리고 보면 여기가 참 좁은 동네다.


"일출 안보고 어디가세요?"


"에..해 다 떴는데요.."


"아니에요..이건 여명이고.. 해는 한 시간 뒤에나 떠요"


여명치곤 심하게 환했지만.. 너무나 단호하신 말씀에 뭐라 반박을 못했다...
그치만..해가.. 뜨는데 한 시간이나 걸리던가? --?? 우리나라 해는 좀
빠릿하던데..
진짜로 한 시간 뒤에 해가 떴는지는 모르겠다. 바로 숙소로 돌아가서 뻗었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니 해는 버얼써~ 중천에서 자신의 분신들을 아낌없이 땅바닥에 내려 꽂으시더군.


숙소 레스토랑 가서 버터토스트(실상은 버터랑 바게트 2쪽, 1$)를 사서 우물거리다
혼지가 나왔길래 남은 빵 하나를 건넸다.


근데 몹시 난감한 표정으로 자긴 먹었다며 괜찮다고 한다.


새벽에 바나나 줬을 땐 고맙다고 잘 먹더니..


손... 씻었는데..(시무룩..)


묵묵히 나머지 빵을 이로 쭉쭉 뜯어먹으며 반띠아이 스레이로 출발..
내 뒤론 빵가루가 바람에 날리며 흔적을 남기고있었다..

To Be Continue~



*골든템플빌라에서 모닝콜을 부탁하면 절대 벨이 울리지 않는다.
(전화기가 없으니까-_-)

다만 부탁했던 시간에서 20분쯤 지나 문을 두들길 뿐. 정말 웬만하면
알람시계 챙겨가자.


*miracle 님의 사진을 보다보니 내 사진들이 정말 후진국스럽다..
어허~ 어찌 같은걸 보고 같은 걸 찍었는데 이리 다르지..? ㅠ.ㅠ


* 질알이라는단어를 소리나는 대로 쓰다가.. 태사랑 심의에 딱걸렸다.
와..정말 올바른 사이트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고운말만 써야지..생각했다.. .. ...
갑자기..숨이 막힌다...글..쓸수 있을까?

4 Comments
miracle 2007.11.30 23:30  
  ㅎㅎㅎ 역시 대단하십니다..레아님의 글을 보고 있으면
무지 즐겁고 그때 기억이 다시 생각납니다.
사진 잘 못찍는데... 요즘 뽀샵 열심히 공부중이라서 이리저리 해본거에요. 차라리 제가 사진 제공할테니 레아님이 글을 써주세요...^^
푸부 2007.12.01 10:46  
  정말 재미있어요~ ^^
lily^^* 2007.12.03 23:03  
  덕분에 오랫만에 크게 웃었습니다.^^*
레아님 다음글 기다리다 지쳐 결국 포기하고 11월초에 다녀왔죠..
달의 레아 2007.12.07 16:35  
  miracle님, 푸부님 감사 liy님의 여행은 즐거우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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