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와트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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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앙코르 와트03.

욘욘 2 2673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일출을 보러가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것을 왜 여기까지 와서 유난을 떨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래서, 그냥 담담하게 그저 해 뜨는 걸 볼 요량이었다.

뚝뚝이를 타고 캄캄하고 쌀쌀한 대기를 가르며 달렸다. 새벽은, 생각보다 나를 괴롭히진 않았다.

앙코르와트 사원 입구에 도착. 일출을 보러 나온 부지런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저쪽 하늘은 벌써 어스름하게 동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귀를 틀어막았다. 적어도 이 아침엔 조용히 있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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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은 기대했던 것보다 멋지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숙연해졌다. 거대한 건물 뒤로 솟아나오는 태양, 그 앞의 개미떼 같은 인간들. 아주 잘 찍은 사진으로도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장대한지는 알려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몇 장을 찍고, <화양연화> 오에스티를 들으며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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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다 먹고 물마시듯, 해가 다 떴다.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아침의 앙코르와트는 조용하다. 침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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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아침 먹을거리를 샀다. 과일과 샌드위치. 이곳 과일은 사과나 배 종류를 제외하면 맛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한 자리에서 딸기 세 근을 먹던 경력을 발휘해 많이 먹었다.

샌드위치는 잘 생긴 청년이 즉석에서 만들어 주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돼지 껍데기를 넣어 한 입 먹고 못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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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먼 곳으로 다닐 것이었다. 뚝뚝이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들.

처음 간 곳은 크메르 건축 예술의 보석이라 불린다는 반띠아이 스레이. 앙드레 말로가 이곳에 반해 유적 일부를 떼어 가져가려다가 붙잡히기도 했던. 그래서인지 유독 관리인들이 많았다. 햇볕을 피해 턱에 걸터앉은 저이는, 그리고 저이의 딸은, 카메라를 들고 오고가는 우리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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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을 보고 나오는데 음악 소리가 들린다. 현 뜯는 소리, 피리 소리, 여자의 노랫소리. 자연스레 발걸음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인다. 멀찍이 앉아 그들이 연주하고 노래하는 걸 보고 들었다. 이상도 하지. 더위로 땀에 흠뻑 젖은 몸 위에 비가 내리는 기분. 꾸벅, 고맙다고 인사하고 1달러를 통 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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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뚝뚝이 기사 아저씨는 새벽부터 일을 한 탓에 지쳤는지 낮잠을 자고 있다. 깨우지 않으려고 했는데, 옆 뚝뚝이 기사 아저씨가 깨운다.

이 아저씨 이름은 살람. 35살인데 잘 생긴 아들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뚝뚝이 기사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에 비해 이 아저씨는 영어를 잘 못한다. 그래서인지 과묵하다. 흰색 반장갑을 끼고, 흰 모자를 쓰고, 눈썹도 반듯한 것이 잘 생겼다. 나로서는 최고의 기사였던 셈. 함께 밥을 먹자고 하였더니 벌써 먹었단다. 함께 밥을 먹지 않는 것이 이들의 관행인 것 같다. 배도 고프고 하여 반띠아이 스레이 근처 노점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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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국수를 먹었다. 맛은 라면에서 물기만 없앤 것 같은 맛. 사원 근처에서 밥을 먹으면 항상 아이들이 온다. 악기, 팔찌, 엽서, 가이드북, 티셔츠, 스커트, 스카프....... 종류도 다양한 물건을 들고 웃으며 온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온 아이. 웃는 게 하도 예뻐 하나 사려고 했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온다. 한 아이에게만 사기가 미안해서 결국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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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고 담배 한 대 태우고 있는데, 아이들이 ‘놀기’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놀이 ‘꼬마야 꼬마야’와 비슷한데, 줄이 고무줄 같이 탄성이 강한 것이고, 가운데에 신발을 묶었다. 두 아이가 줄을 잡고 땅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하면 한 아이가 달려 와서 줄을 뛰어 넘는 놀이. 은근히 어려워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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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띠아이 스레이를 나와서 반띠아이 쌈레, 동메논, 따쁘롬 등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어제 자전거를 탔던 후유증도 남아 있는 것 같고, 유독 더운 날씨여서 그랬는지, 돌이 정말 돌로 보이려는 조짐이 보였다. 그럴 땐 쉬어야지. 돌 대신 그 틈에 솟은 풀들을 보며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길도 잃고, 그림자도 찍고, 아이들도 만나 놀고, 할머니 뒤도 밟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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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바켕으로 일몰을 보러 가기 전, 열기구를 탔다. 그동안 사원을 돌면서 노란 열기구가 하늘에 떠 있는 것을 종종 보아왔던 터. 한 번 타는데 11달러나 되어 잠시 망설였으나, 여기서 아니면 평생 열기구 타 볼 일이 없겠다 싶어 타기로 했다. 10분 정도 하늘에 떠 있는데, 바이욘, 앙코르 와트 등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돈이 조금 아깝긴 했으나, 위에서 보는 사원들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기에 대체적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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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에서 내려 뚝뚝이 기사 아저씨에게 일몰을 보러 프놈바켕으로 가자 하니, 너무 늦었으니 여기서 보라 한다. 아저씨랑 ‘치킨’을 한국말로 무엇이라 하는지 등등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해가 진다. 어느 가이드북에서도 열기구 타는 곳이 일몰 보기 좋은 곳이라고 나와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이곳에서의 일몰은 톤레삽에서보다, 다음 날 본 프놈바켕에서보다 훨씬 감동적이었다. 아무도 없는 곳, 길게 뻗은 지평선, 그 위 드문드문한 나무들. 땅바닥에 털썩 앉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노랑과 주황색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나, 여기 오길 참 잘한 것 같다고......

2 Comments
조각달 2005.09.20 20:03  
  이벤트를 쫒는 여행,그중에 하나가 앙코르의 일출과 프놈바켄의 일몰일것이다, 동해의 일출과 서해의 일몰그리고 설악산의 일출과 지리산의 일몰을지켜본 사람들이 얼마나될까?
수많은 각국사람들을 볼수 있고 각양각색의 기다림 그리고 그들의 웅성거림이 더욱 기억나는 곳,
반슬레이 악단 음악에 맞추어 춤추던 여행자가 떠오르 는,,,
방랑벽 2005.09.25 21:02  
  사진 뿐만 아니라 글도 간결하나 흡입력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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