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가는 길 9
소주에서 황산가는 기차표는 미리 구입을 해두었지만 황산발 상해행 기차표는 기차역에서 직접 구입했다.
여기서 또 벌어진 실수 하나... 가뜩이나 넓디 넓은 상해 기차역..
티켓판매부스에 가보니 모든 것이 전산화가 되어 벤딩머신만 줄줄이 늘어서 있다.
문제는 벤딩머신은 상해 출발표만 구입 가능하다는 점. 따라서 황산발 기차표는 유인판매소에서 사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유인판매소가 안보였다. 역장에게 물어보니 왼쪽편을 가리키며 쭉 가라는 말만 하고..
왼쪽 끝까지 가보았지만 여전히 벤딩머신들만..
다시 역장에게 가서 물어보니까 또 같은 말.. 왼쪽 끝을 가리키며 쭉 가라고....
삼복더위에.. 미친듯한 땡볕아래.. 슬슬 열받기 시작하던 와중에 발견한 매표소 건물...잭일슨.. 건물의 왼쪽 끝이
아니라 상해역 길건너편 왼쪽에 매표소 건물이 따로 있다.
지하도를 건너가며 ' 도대체 왜 건물이 따로 있다고 말해주지 않는거냐구~~!!' 하고 씩씩댔지만...
중국인의 친절함에.. 아니 상해사람들의 친절함에 이미 이골이 나있는 내가 아니었던가..
그래... 왼쪽으로 가라고 말이라도 해준게 어디냐.. 감지덕지해야지...
아직도 상해사람들의 친절함에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여튼.. 18:50에 소주를 출발하는 K8418을 타고 다음날 07:00 경 황산에 도착했다.
아... 몇개월을 별러왔던 황산이던가..
정말 지금생각해도 미스테리한것이... 대학시절 등산을 자주하긴 했었지만.. 특별히 산을 좋아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는데..왜 갑자기 황산에 꽂힌건지...
여튼 덕분에 지루한 일상의 1/4분기가 황산여행 준비로 흥미진진했다.
일년 365일 중에 300일이 비구름으로 덮혀 있다는 황산.
따라서 일출은 바라지도 않았고... 예전 경험을 떠올리며 모든 것은 운에 맡길 뿐...
( 예전 경험 : 환상의 섬 쁘렝띠안을 몇년간 벼르고 별렀다가 도착했는데.. 도착하는 날부터 계속되는 장마..
우기도 아니었는데 5일 내내 미친듯이 폭우가 내렸다... 꿈꾸던 스노클링은 커녕..
거센 빗줄기 때문에 바닷가에 서있기도 불가능했던 5일.
밥 먹고 침대에 누워 지나간 옛날 영화 보고.. 졸다가 일어나 리조트 한바퀴 돌고 또 밥먹고..
그 사건 이후.. 날씨는.. 그냥 내 복이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섬여행은 뚝
끊었다는 전설이.. ㅜ.ㅡ )
황산역에 도착해 바깥으로 나오면 황산행 버스 삐끼들이 미친듯이 달려든다.
그 삐끼들을 뿌리치고 역 광장을 지나면 이번엔 싼 숙소를 외치는 인력거 삐끼들이 몰려든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황산행 버스를 타고 곧장 황산으로 이동하지만.. 난 황산만큼이나 벼르고 별러왔던 홍춘과
묵공죽해가 있었다...
영화 '와호장룡'의 그 대나무 신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던 나..
원래도 대나무 숲 매니아였기에... 영화 '와호장룡' 관람 이후... 중국의 묵공죽해는 나만의 비밀스런 희망스폿이 되었었다.
그런 묵공죽해를 드. 디. 어.. 간다... ^,^
일단 홍춘으로 가기 위해선 이현 행 미니버스를 타야한다.
* 이현 행 미니버스 타는 법
1. 황산역을 등 뒤에 두고 역 광장의 왼쪽으로 걸어 나온다. 몇몇 호텔 및 음식점이 사람으로 북적여댄다.
2. 황산역 광장의 왼쪽모퉁이에 툰시 주변으로 가는 미니버스 출발장소가 있다.
3. 버스 차창 앞에 행선지가 적혀있으므로 구분하기 쉽다. 미니버스 운전자가 없더라도 버스 출입문앞에서
줄서서 기다려야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좋은 자리의 필요성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미니버스라지만.. 좌석 스페이스가 어찌나 좁은지.. ( 아래 사진 참조.. 참고로 내 다리는 좋게 봐야
평균이다. 저 짧은 다리가 좌석 사이에 못들어간다. 따라서 나처럼 출입구 자리에 앉아야 무릎이라도 펴고
갈 수 있다. 그나마 좌석에 앉기라도 하면 다행.
늦게 오면 입석 .. 내지는 목욕탕 의자같은 작은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이리저리 떠밀리며 버텨야 한다.
참.. 생긴건 멀쩡하게 귀엽지만... 버스 내부는 앞쪽에 달린 선풍기가 전부. 따라서 부채는 필수품. 미니버스 13원.
4. 홍춘행 버스는 8시가 첫 차이지만.. 시골 특성상 승객으로 가득 찰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도 하고 여기 저기
정류장 표시 없는 곳에서 손 흔드는 승객을 태우기도 한다.
* 참.. 충격스러웠던 중국 버스 탑승 경험... 놀랍게도 주행중인 버스안에서 사람들이 담배를 핀다.
운전수가 제일 먼저.. 제일 많이 핀다.. 그리고 아무도 이상해 하지 않는다.
나처럼 별난 사람만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고 있을 뿐.. ( 유난히 담배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
* 홍춘 가는 법
1. 황산 기차역에서 이현행 미니버스를 탄다. ( 8시부터 1시간에 1대 꼴로 있음. 마지막 버스는 17:00 출발 )
운이 좋으면 큰 버스가 운행하기도 한다. ( 서울의 장거리버스 수준으로 에어콘도 나오고 좌석도 매우 좋다. )
2. 이현 (버스터미날)에 도착하면 내린 곳의 바로 옆에 홍춘행 봉고가 있다.
홍춘행 봉고는 이현도착 미니버스 시간과 연계되어 있어 손님이 차면 그때 그때 출발한다. ( 2원 )
3. 홍춘에서 툰시로 돌아오는 경로는 위의 1,2,번 역순으로 하면 됨. 단.. 모든 버스는 17:00가 막차임.
4. 홍춘에 도착해 봉고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석조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면 노란색, 빨간색 파라솔 아래서 홍춘 주민들이 입장료를 걷는다. ( 80원 )
사실.. 론리플래닛에 thorn branch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얘기에 따르면 아침 일찍 가서 현지인처럼 입장하면
돈을 안낼 수 도 있다고 해서 일부러 첫차를 타고 - 옷도 나름 현지인필로 입고 도착했지만..
택도 없는 소리였다. 홍춘이 워낙 작은 마을이다 보니..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훤히 다 알고 있었고..
중국 미술학도들 처럼 위장하기엔.. 난 이미 늙은 걸.. ( 그림그리러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중.고생... )
입장료 80원을 내고 돌아서면 큰 나무가 보인다. 마을 입구에 심어져 있는 몇백년된 홍춘의 상징.
나무 그늘에 앉아 아침부터 수다 삼매경에 빠진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하고 홍춘 탐색을 시작했다.
9시... 단체 관광객들을 피해 서둘러 도착한 보람이 있다. 홍춘은 중국내에서도 아주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사시사철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내가 중국인 패키지 팀을 두려워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 정확히 말하면 한국인 패키지 팀도 무섭긴 마찬가지다 )
중국인 인솔자는 커다란 스피커폰을 이용해 손님들을 몰고 다니는데.. 가뜩이나 성조때문에 시끄러운 중국어가
스피커 소리와 스피커 소리를 이기는 단체팀의 소음때문에 곧바로 전쟁터로 변한다..
이현에서 11킬로미터 떨어진 황산 남서쪽 기슭에 위치한 홍춘(宏村)은 산을 등지고 물을 마주한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에 자리잡고 있다. 일종의 ‘계획마을’인 이곳은 전체적으로 소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해서 우형촌(牛形村)이라고
불린다.
인근의 언덕이 소의 머리에 해당되고, 언덕 위의 나무가 소의 뿔, 주택가가 소의 몸통, 하천 위에 네 개의 다리가
소의 다리에 해당한다. 하천에서 물을 끌어온 인공호수 난후(南湖)는 소의 위에 해당하며, 마을을 구불구불 관통하는
인공수로는 소의 장을 본 땄다고 한다.
인공수로는 마을 안의 모든 집을 거치게 설계되었는데, 이는 용수문제뿐 아니라 화재의 위험까지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 네이버 백과사전 '홍춘'
홍춘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하지만 지금도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일상 생활의 터전이다.
'수묵화'에서 빠져나온 듯한 건물들과 현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름 없는 골목 여기 저기를 둘러보면 인공적인 관광지가 아닌 진짜 사람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황산과 묵공죽해였는데 묵공죽해를 가기위해 거치게 되는 '홍춘'은
그림같은 모습으로 중국 현지인들에게도 손꼽히는 유명 관광지이다. 따라서 사시사철 언제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그나마도 고즈넉한 홍춘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일찍.. 첫차를 타고 아침 9시 이전에 도착해서 마을을 구경할것.
마을의 집 바로 옆에는 지금도 생활수로가 흐르고 있다. 예전에는 집 옆의 수로에서 물도 길어다 쓰고 설겆이도
했다고 한다. 같은 물길에서 나오는 물로 밥도 하고 빨래도 하다보니.. 사용용도에 맞는 물을 공동으로 써야하기
때문에 설겆이와 빨래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고.... 지금은 여전히 수로의 물은 맑았다.
홍춘에 대해 자료 조사를 하면서 휘주 문화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홍춘이란 휘주 출신 부유한 거상들이 전란을 피해 산속 깊이 물길을 뚫어 인공적으로 완성한 평화로운 집성촌이다.
마을의 집들은 커다란 인공 호수를 둘러싸고 풍수지리설에 의해 인공수로를 따라 배치되었다.
집 옆을 흐르는 작은 개울들은 마을을 돌고 돌아 호수에 모여지고.. 다시 천천히 마을 바깥으로 내보내진다.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는 수로의 종착점이 되는 인공 호수는 돼새김질하는 소의 위장처럼 마을에 들어온 재화가
오래 머무르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집을 공개하는 대신 집은 마치 작은 관광품 가게처럼 꾸며놓기도 한다.
단.. 팔고 있는 물건들은 기모노를 입은 마트로시카 made in China ...그야말로 지구촌 세계화의 상징이다. ^.^
전형적인 중국 가옥.. 복이 쏟아지라는 의미에서 저렇게 거꾸로 붙인다.
휘주 지방은 원래부터 모봉차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황산 모봉이라며 직접 볶아 소포장으로 팔고 있는 집이 아주 많았다
그날.. 햇살이 어찌나 따갑던지.. 정말.. 아무리 속껍질이 단단한 열매라도 서너시간이면 바싹 말라버릴것 같은
강렬한 햇볕이었다.
마당에선 이불솜을 꺼내 햇볕에 말리고 있었다...
휘주 건축문화의 독특한 요소인 아미- 출입구 대문 위에 마치 눈썹처럼 솓아있는 장식문
저 문은 일종의 신분과시용으로 과거에 합격하여 신분이 높아질 수록 크고 높게 달린다고 한다.
휘주 건축의 또다른 특징 하나는 집 내부에 뚤려있는 환기창이다. 집의 중앙은 환기와 채광을 위하여 뻥 뚫려 있는 구조이다.
홍춘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건물 승지당.
민간고궁이라고 불리운다지만.. 막상 내부는 섬세한 조각들을 제외하고는 조금 낡은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문틀과 벽에 장식된 목공예는 진짜 놀라웠다.
승지당 대들보를 장식하고 있는 저 목공예품. 한국 패키지팀을 만나 살짝 도둑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저 조각들은 실제 승지당의 모습을 표현한것으로 사람들의 모습이 각기 다르고 생생해서 매우 유명한 작품
이라고 한다. 하지만.. 줌으로 당겨야만 겨우 사람 모습 정도만 식별 가능해서.. 실제로 감탄사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들보 이외에도 벽이며 문창살 등등 모두가 하나같이 섬세하고 화려한 목공예품이어서.. 진짜 여기가
부자마을이구나 싶었다는..
휘주 건축의 가장 큰 특징. 목공예와 석공예를 이용한 장식.
특히 각종 행운을 가져다 주는 부적, 종교인물, 설화의 주인공들을 비롯, 꽃, 벌레, 물고기들을 소재로한 섬세하고
화려한 목공예는 벽과 창문들을 꾸미는데 사용이 되었으며 휘상이 득세하면서 이러한 건축 양식 또한 널리
퍼져나가 결국 남방 지방의 원림과 건축물의 전반적인 특징으로 자리잡게 된다.
승지당을 나와 마을의 골목 여기 저기를 걸어다녔다.
어쩐지 베니스가 떠올랐다. 베니스도 산마르고 광장을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가서 헤매다 보면 여기가 저기같고
저기가 거기같아서 재미있었는데...
홍춘은 베니스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어 더욱 맘 편히 골목 탐험을 했다.
기대하고 기대하던 홍춘이었지만.. 그 열망을 꺽기에 충분한 햇살이었다..
쑤저우에서의 열사병이 완전히 낫지 않아 더욱 조심스럽기도 했고...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었는데.. 과일 행상 아주머니가 배를 먹으며 지나가셨다.
다른 과일은 몰라도.. 배 만큼은 한국것이 세계최고라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미친듯한 열기속에 시원한
배즙을 뚝뚝 흘리며 걸어가는 아줌마의 유혹이라니....외국에서 절대 배는 먹지 말라는 평소 생각을 안드로메다로
버리고 잽사게 하나 사서 베어물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심봤다..
중국에서 구경했던 배는 모양이 두 종류인데.. 하나는 서양배처럼 호리병 모양이고.. 이것은 역시 맛이 없다.
무맛이다. 맛없는 맛이 있는게 아니라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서양애들은 이걸 시럽에 졸여 먹거나
초콜릿을 씌워 먹는다. 그런데 이 동그란 중국배는.. 세상에나.. 너무 맛나다.
겉 껍질이 매우 얇아서 그냥 먹어도 된다. 대부분 중국 사람들은 껍질을 깍아 속살만 먹던데.. 주머니칼이 없었던
나는 그냥 배장수 아주머니를 따라 물로 씻어내고 그냥 껍질째 씹어먹었다..
우와.. 진짜 물기가 많고 시원했다... 중국 배의 재발견.. ㅋㅋ
그래서 황산에 올라갈 때 오이를 가져가려던 계획은 급 수정.. 배를 들고갔다...
황산 올라가는 사람에게 강추... 오이보다 중국 동그란 배가 훨씬 더 맛나고 편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