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거위 샘으로 걸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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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거위 샘으로 걸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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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어취엔에 있는 거위 아(鵝)라는 글자를 변형하여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我와 鳥의 합성어로 보입니다.

그러나 글자를 새 鳥 위에 나 我를 올려버렸습니다.

글 쓴 사람이 오리 위에 올라앉아 세상을 날아다니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허걱~ 그러면 아바타에 나왔던 멋진 새를 타고 다녔던 그 사내가 쓴 글입니까?

힌두교에서 시바, 비슈누 그리고 브라흐만의 3신에 의해 세상이 혼탁해지면 파괴하고 창조되고 그리고 유지됩니다. 

그중에 브라흐만이 타고 다니는 자가용이 거위입니다.

그러면 이 글은 브리흐만이 썼다는 말이 아닙니까? 허 참!!!

요걸 잡아다 **마트에 가져가면 통큰 거위구이가 될텐데...

글자가 요즘 말로 통큰 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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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닭은 통큰 닭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거위는 통큰 거위보다 간큰 거위가 좋습니다.

프랑스 요리 중 '살찐 간'이라는 의미의 푸아그라가 있잖아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실수없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신의 영역입니다.

사랑하며 후회하고 후회하며 사랑하는 일이 인간의 영역입니다.

 

신이라고 어디 완벽하겠습니까?

서로 투기하고 미워하고 싸움도 가끔 하잖아요.

신화를 들여다보면 모두 한 성질 하더군요.

 

사랑한다고 모두 행복하지 않고

헤어진다고 모두 불행한 일만은 아닙니다.

여행지가 유명하다고 내 마음에 들고 모르는 곳이라고 시시하지만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거위 샘이라는 어취엔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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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만큼 가슴 시릴 정도로 슬픈 것일 수도 있습니다.

헤어지는 아픔이 사랑으로 승화하여 더 찬란할 수도 있습니다.

늘상 후회하며 살아가는 일이 바로 우리 삶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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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되풀이됩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삶입니다.

행여 남의 실수가 있더라도 적당히 모른 척 넘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맺은 인연은 무척 소중한 인연이니까요.

佳人이 잘못 알고 쓴 내용도 그냥 슬쩍 넘어가 주세요.

 

아래 사진이 찌우저우 마을에서 어취엔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앞에 보이는 포장도로가 징시에서 오는 길이고 오른쪽에 주차한 트럭 뒤로 보이는 길이 찌우저우 꾸전을 들어가는 길입니다.

서서 사진 찍는 위치에 자동차가 드나든 흔적이 보이시죠? 바로 거위 샘으로 가는 길입니다.

입구에서 거위 샘으로 출발한 시간이 아침 10시 30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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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합니다. 처음에는 룰루랄라 걸어갑니다.

자동차도 거의 다니지 않고 인적마저 뜸한 중국의 시골 길을 우리 부부는 넉넉한 마음으로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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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끔 물도 마셔 가면서 걸어갑니다.

다행히 잔뜩 찌푸린 하늘이 비가 내리지 않았고 오히려 뜨거운 햇볕은 막아주기에 트레킹에는 좋은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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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도로 거리 표지판은 한참 걷다가 찍었습니다.

아마도 旧州에서 鵝泉까지 거리를 표시하기 위해 旧鵝線을 표시한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아주 제대로 가고 있습니다.

처음 14km 지점을 통과하여 이곳까지 1km 이상을 걸어오니 10시 50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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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다 보니 벌판에 유아원이 있어 들어가 봅니다.

그런데 아이들 표정이 마치 수용소에 감금당한 표정입니다.

우리나라 아이들 같으면 재잘거리고 웃고 손을 흔들고 야단법석을 부릴텐데....

너희들 화났니? 선생님이 떠들고 말 안 듣는다고 혼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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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우리 부부에게 손을 흔들라고 합니다.

그래도 아이들 표정이 무표정합니다.

이 지역은 정말 외부인에게 배타적입니까?

아이들까지 우리 부부를 경계합니까?

어제 자려다가 쫓겨난 외국인을 알아버린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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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이곳도 카르스트 지형이라 예쁩니다.

그 산봉우리 사이로 논이 있고 냇물이 흘러 풍요한 삶을 살게 합니다.

12km 거리 표지석을 통과합니다. 시간이 11시 14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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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한 논에 버려진 포장지.

韓國米线이라고 쓴 듯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없는 쌀국수가 중국에서 팔리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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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치기는 했어도 경치를 즐기며 걷습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추수가 막 끝난 논이 조금은 황량하게 보여도 아직은 걸을 만합니다.

바쁘게 세상을 살다 이런 너른 들판을 걷는다는 일이 우리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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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만 지나면 거위 샘이 나오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걷습니다.

가끔 논에서 추수 후 정리하는 농부 외에는 다니는 사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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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물어봅니다.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맞냐?"

 

산이 답을 합니다.

"어따 대고 반말이냐!"

"중국 산인데 반말하면 어떠냐! 중국에 존대말이 있냐?"

"그래 맞는말이다. 지금 걸어온 만큼 더 가야 거위 샘이다."

엄지손가락을 펴 제대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대인은 한가한 시간에 "다른 사람을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까?"를 고민하지만, 佳人 같은 소인은 산하고 장난하며 걷습니다.

그러나 저 산도 잘못이 있지요. 왜 저렇게 생겨서 이상한 생각이나 하게 만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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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을 만납니다. 

개구장이는 세상 어디나 같은 모양입니다.

집에 가지 않고 볏단 사이에서 친구와 장난을 합니다.

"일용이 이눔아~ 빨랑 집에가~ 니 엄니가 지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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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면 안 되죠?

모두 집합시킵니다.

사탕 하나씩 물리고 사진 한 장 찍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응원 박수 훈련합니다.

이게 소인이 심심한 길을 걷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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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발해서 한 참 걸어온 후에 찍은 거리 표시가 13km였습니다.

지금 이곳이 9km입니다.

뭐가 3km이고 5km입니까?

이미 5km가 지났는데 거위 샘은 고사하고 병아리 샘도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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쫭족은 죽으면 무덤을 집 근처나 밭 가장자리에 쓰는 모양입니다.

이곳 산은 죄다 돌산이라 산에 묻으려고 해도 돌산이니 어쩔 수 없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모양밖에는 쓸모없는 산입니다.

유실수를 심을 수 있습니까? 죽은 사람을 보듬어 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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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을 더 걸었습니다.

4 Comments
곰돌이 2010.12.20 19:29  
읽다가..

산 모양을 보고는,

" 어 멧돼지 산이네..."  하고 생각했는데...

가인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손가락 모양으로 보입니다 ^^*


그런데....  저 표지석이 맞다면....  15킬로메타 정도를 걸으셨다는 말씀이신데...

아이고... 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은...ㅜㅜ
plantubig 2010.12.20 22:55  
걸어서 여행하는 것 만큼  뿌듯한 여행이 없을거예요.

제가 워낙 걷는걸 좋아해서 등산 가면 하루 7,8시간 정도는 훨훨 날라 다니듯이 걷는데,

우리집 영감님이  근육이 좋질 않아  걷지 못한게 벌써 30여년 다 되어갑니다.

집가까운 시장에 장 보러 가면 단 5분도 못 걷고 쭈그려 앉습니다.

좋다는 명약에다가  현대의학,,,,아직도 치료 중입니다.

그래서 산에 가거나  외국여행 다닐때 부부가 같이  다정하게 손 잡고 걷는걸 보면 제일 부럽습니다.

강건하신 두분의 모습 ,,,,부럽고도 부럽습니다.

특히  모진 병마와 싸우시고 건강을 되찾으신 사모님,,,,,화이팅입니다.
佳人1 2010.12.21 09:16  
곰돌이님..
제가 보지못한 멧돼지를 발견하셨습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아도 이렇게 느낌이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곳을 다녀와도 사람마다 느낌은 모두 다른가 봅니다.
佳人1 2010.12.21 09:18  
plantubig님...
답글이 달리지 않아 아래에다가 씁니다.
빨리 쾌차하셔서 두 분이 함께 다니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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