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부부는 칭롱산 위에서 생명을 불어넣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또 길을 나서야 합니다.
함께 그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보는 게 어떻습니까?
아침에 온 길을 피하여 바로 마을 가운데로 들어갑니다.
시멘트 풍우교를 지어 놓았습니다.
중국은 어디에 무엇이 좋다고 하면 삐메이도 그랬고 여기도 시멘트로 풍우교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동족 사람이 보았더라면 뭐라고 했을까요?
"따라 하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라고 하지 않을까요?
풍우교 아래에서는 빨래를 전투적으로 합니다.
마치 빨래가 취미생활의 한 부분처럼 적극적으로 발로 밟기도 하고 두드리기도 하고...
그러나 세제로 말미암아 생기는 오염문제는 어찌할까요?
집 대부분은 황토로 만든 벽돌을 쌓아 지은 집입니다.
그 담장 겸 벽에는 대부분 집이 고추를 말립니다.
황토 벽돌로 쌓을 때 미리 나무 막대를 벽돌 사이에 넣어 놓아 그냥 고추를 걸기만 하면 됩니다.
우리와는 다르게 고추를 뿌리만 남기고 잘라다가 말립니다.
이 마을 대부분 집이 황토로 만든 집이라 산 위에서 내려다볼 때 더 색이 아름다웠고 예뻤습니다.
그야말로 자연의 색입니다.
황토로 만든 집이라 건강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워낙 넓어 가는 곳마다 집 형태가 모두 다릅니다.
아마도 그 지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짓기 때문이겠지요.
길을 가다 남자 여럿이 화롯불을 쬐고 있기에 인사를 합니다.
물론 한중 언어로 하지요.
그랬더니 아이를 안고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佳人에 손짓으로 의자에 앉아 불을 쬐라고 합니다.
아침에 상당히 쌀쌀한 날씨였거든요.
우리 부부는 어디 마다합니까?
앉아서 되지도 않는 말로 주고받습니다.
인사로 시작해 불도 쬐고 수다도 떨고...
머나먼 나라에서 온 손님이라 밥갑게 대해줍니다.
화로를 뭐라고 하느냐고 물어보니 답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 있어야죠.
그래서 수첩에 쓰라고 했습니다.
후아펀(화분:火盆)이라고 한답니다. 우리나라는 화로(火爐)라고 한다고 하자 즐거워합니다.
모르면 배우고 다니고 이렇게 그들의 언어를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친근한 한국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 한국인 부부를 펑여우(붕우:朋友)라고 합니다.
이곳 푸저헤이춴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한족이랍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글로 쓰면 이해하는 한국인이 그들 눈에는 무척 신기한가 봅니다.
늦은 아침을 준비하나요?
굴뚝에서 연기가 납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런 모습조차 정겹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우리 어린시절 보았던 그런 모습이기 때문일 겁니다.
담장 위에 핀 꽃이 정겹습니다.
마을을 다니다 보면 이런 모습이 피곤한 佳人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담장 아래 꽃을 심고 가꾼 주인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겠지요..
비록 흙벽돌로 쌓아올린 허술한 담장이지만, 얼마나 멋진 담장입니까?
높은 성벽 같은 담장에 쇠창살로 마무리한 담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슈퍼마켓....
그래도 문은 열려 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지나갈 때 틀림없이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알록달록한 저 사탕이 틀림없이 걸음을 멈추게 할 것입니다.
비록 허술하여 금세 다 허물어져 버릴 것 같은 담장에....
열쇠로 잠가놓았습니다.
아마도 주인께서 어디 멀리 외출 중인 모양입니다.
나무 기둥이 휘어진 모습대로 황토벽돌도 함께 휘어져 갑니다.
남편의 모습대로 아내의 모습이 세월이 많이 지날수록 같아지는 이치입니다.
이런 모습 때문에 마을 안을 살피며 다닙니다.
앗!
어디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더니 구부러진 골목길에 많은 사람이 나타납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사람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나 봅니다.
그렇지요.
마을에 매일 초상 치를 일이 있겠습니까?
장례행렬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아니지요...
사람 사는 모습을 살펴보러 왔다가 장사 치르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쓸 내용이 없었는데 끝까지 장례 예기만 하겠으니 관심 없으신 분은 더는 보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이 사진은 그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찍은 사진으로 망자께서는 이 마을 교장 선생님이시었다고 합니다.
佳人이 아직 망자와 영혼의 교감을 하지는 못하기에 산사람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간단합니다.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키며 사진 찍는 흉내를 내며 "커이마?"하며 물어보았고 승낙을 얻었지요.
그런데 우리의 모습과 다른 마치 잔치를 치르는 모습입니다.
망자의 가는 길에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흥겹게 춤을 추며 가기도 하고 밴드까지 풍악을 울리며 행진합니다.
아마도 망자께서는 며칠 전까지 내년에 푸저헤이를 아름답게 수놓을 연꽃을 한 번만 더 보게 해달라고 빌었을 겁니다.
그러니 북망산은 멀리 있는지 알았는데 바로 대문 밖에 있었습니다.
저 이불 보따리는 왜 들고 갈까요?
디앤(전:奠)이라고 쓴 이불 보따리로 보입니다.
문상 온 사람에게 인사표시일까요? 아니면 망자에게 추운 땅 속에서 편히 지내라는 의미일까요?
뾰족구두 신은 부채를 든 화려한 옷차림의 치어리더들입니다.
무척 화려한 옷차림으로 행진합니다.
아래는 공포의 빨간 구두를 신고 손에는 붉은 천을 휘날리며 행진하는 치어리더로 앞에 가는 팀과는 서로 다른 팀으로 보입니다.
두 팀은 서로 경쟁이나 하듯 번갈아 격렬한 춤으로 대결합니다.
붉은색과 노란색의 혼합뾰족구두 부채팀
아주 흥겹게 춤을 추며 행진합니다.
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장례식이 마치 잔치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한때 젊었을 때는 저 백바지를 입고 골목길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동네 청년들 대부분 뻑~ 소리 나게 보내버렸겠지만,
아.... 인생의 무상함이여~
세월의 허무함이여~
살아~ 살아~ 어디에 숨었다가 나이가 드니 옛날 옷 입고 행진하는데 이렇게 삐져 나오려고 하니...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한 판 걸 지게 놉니다.
누가 뒤에서 소리 지르면 율동이 더욱 격해지며 흔드는 손이 더욱 빨라집니다.
이어서 등장하는 남자의 자격에 출연 예정인 보컬그룹...
할배의 귀환입니다.
그래요...
옛날에 이 악기 손에 들고 느티나무 아래에서 연주라도 하면 빨래터에서 빨래하던 순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았지요.
지금도 귀에 들리는 "오빠~"를 부르는 소리가 환청만은 아니겠지요?
이어서 등장하는 KKK 단을 방불케 하는 하얀 두건을 쓴 남자들...
무척 많은 인원이 동원되었습니다.
그럼 혹시 오늘 망자께서 이 단체의 巨頭?
줄을 맞추어 등장하더니 돌아앉으며 모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그들 손에는 나무 막대를 하나씩 들었습니다.
우리의 관습과는 너무나 다르지만, 그들의 장례풍습을 잠시나마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무릎 꿇은 사내들 옆으로 하얀 광목 천이 둘립니다.
무척 긴 줄이 생겼습니다.
이어 등장하는 망자의 상여
그 줄은 끝없이 이어지고...
무릎 꿇은 사내들 머리 위로 상여가 지나갑니다.
이승에서 가는 마지막 길...
이렇게 예를 다하여 보내드립니다.
상여의 모습은 오히려 우리나라 상여보다 크기도 작고 품질도 떨어져 보입니다.
그래도 꽃으로 장식한 꽃상여임에는 분명합니다.
우리와는 다른 모습의 장례행렬이지만, 그 기본적인 마음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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