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저헤이는 물과 산과 연꽃과 논밭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어울려 있는 곳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건너편에서 이곳에 내려 산을 올라 마을과 호수를 내려다보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무조건 천천히 생활하는 곳으로 느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동은 물론 생각도 천천히 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우리의 삶도 천천히 진행되고 신선의 삶처럼 더 오래 살 것 같습니다.
산의 모습은 가까이 있는 산은 짙은 색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은 흐릿하게 색칠을 했습니다.
가까이 있는 집은 장난감 집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대부분 집이 황토로 빚어 벽을 쌓아올린 그런 집입니다.
오히려 황토로 만든 집이라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러면 황토로 만든 집 사이로 마구마구 헤집고 돌아다녀야 하지 않겠어요?
여기서 즐기는 방법은 배를 타고(180원이나 합니다. 환장하겠습니다.) 연꽃이 활짝 핀 호수를 둘러보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처럼 연꽃이 지고 난 계절에 오면 개털입니다.
봄에는 유채꽃도 아름답다고 하는 데 지금은 10월입니다. 그래서 또 개털입니다.
비루먹은 망아지처럼 말라빠진 연잎은 비가 와도 물 방을 하나 입에 머금지 못하는 천하의 멍청이입니다.
세상에는 어느 생명이나 다 때가 있나 봅니다.
좋은 시절 지나고 나면 말라빠진 연잎처럼 호수만 더럽히는 쓰레기로 변하나 봅니다.
그래서 배 안 탑니다.
왜 탑니까? 바보 멍청이 연잎인데요.
그러나 아무리 좋다고 소문난 곳일지라도 계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이 또한 허당입니다.
"어쩌지요? 마눌님~"
"이럴 때는 비록 연꽃이 피지 않았지만, 당신 마음에 연꽃을 활짝 피워 연꽃의 마음으로 호수를 바라보세요.
유채꽃이 피지 않았다고 슬퍼 마세요. 이런 계절에는 노란색 마음의 안경을 쓰고 바라보세요.
세상만사 모두 일이 당신이 마음먹으면 그렇게 됩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 내 인생의 주인공이며 감독이며 작가가 아니겠어요?"
"헐!!! 울 마눌님이 주유천하 하시더니 이제 관조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십니다."
그래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은 껍데기뿐입니다.
세상에 껍데기를 보고 좋다 나쁘다를 판명하는 것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알맹이를 보호하는 역활을 하는 게 껍데기입니다.
잠시 풍광에 넋을 잃고 바라봅니다.
뒤편을 조망할 수 있는 2차 전망대로 옮깁니다.
그렇군요...
마음에 연꽃 한 송이 피워 바라본다면 우리 자신이 연꽃이 되고 노란 유채꽃이 되는 게 아닐까요?
그리하면 연꽃처럼 자비롭고 우아하게 그리고 유채꽃처럼 격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화미심(觀花美心).... 바로 이게 아닐까요?
비싼 뱃삯을 내고 배를 타기 싫으시면 마차를 타고 다니는 방법도 있다고 하네요.
또 전기 카트처럼 생긴 차를 타고 움직이면 됩니다.
그러나 좀 더 여유롭게 걸어 다니며 기웃거리는 것도 좋습니다.
주변 경관이 모두 15km 정도 안에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아~ 이곳은 또 다른 모습입니다.
조금 전의 푸저에이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였습니다.
여기 뒤에는 산과 호수와 들판과의 조화입니다.
저 아래 난 예쁜 길이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그런 상상에 우리 부부는 결국, 또 사고를 치고 맙니다.
오후에 우리 부부는 저 아래 난 길을 따라 또 데이트를 즐기게 됩니다.
예쁜 길을 바라보면 걷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연인과 함께 걸어도 좋습니다.
우리처럼 연식이 많이 지나 폐차 시기가 가까이 온 부부라도 좋습니다.
이곳을 다녀가면 보링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숫가에서 빨래하는 샤오지에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이런 곳을 연인과 함께 걷는다면 한 편의 영화 장면처럼 아름답게 보일 겁니다.
당신을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곳입니다.
칭롱산에라도 올라 발아래 펼쳐진 풍광이라도 보면 마치 신선이나 된 것처럼 당신을 만들어 드릴 곳입니다.
다시 마지막 전망대인 3차 전망대에 오릅니다.
푸저헤이는 엽서의 사진처럼 아름다운 곳입니다.
뭐 엽서 사진이 별거겠어요? 여기 사진 찍어 인쇄하면 엽서가 되는 걸...
호수 물빛조차 아름답고 호수 안에 물길 따라 일렁이는 마치 처녀의 머리결 같은 수초마저 아름답습니다.
호수가 산을 품고 있는지 산이 호수를 품고 있는지 아니면 서로가 품고 있는지, 산 사이로 물길이 생겨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산과 물이 무척 잘 어울린 모습입니다.
이래서 동양에서는 山水畵가 대세였던 모양입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얼굴은 넉넉하고(?) 6개 부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마을입니다.
워낙 많은 봉우리를 볼 수 있기에 여기를 다녀가면 만 개의 봉우리가 있다는 완펑린은 중복인가요?
그래서 완펑린에 가서는 우리 부부, 봉우리는 보지 않고 그들이 사는 마을만 돌아다녔습니다.
하얀 도화지 위에 만개의 봉우리를 그렸습니다.
그 봉우리 아래는 노란 유채꽃으로 색칠했습니다.
그다음에 호수를 그려 넣었습니다.
그리고 호수 위에 연꽃을 그렸습니다.
호수 위를 건너는 다리도 그렸습니다.
산과 호수 사이에 마을을 그려 넣었고 그 마을 안에는 사람으로 채웠습니다.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을 그려 넣었고 바람을 채웠습니다.
그런 다음 佳人이 생명의 입김을 훅~하고 불어넣었습니다.
푸저헤이가 생명력을 얻어 이 세상에 나타났습니다.
이게 바로 佳人이 그린 푸저헤이의 그림입니다.
비록 시즌이 아니지만,
이런 모습을 상상하며 내려다보면 그게 원래 이곳의 모습일 겁니다.
뭐... 지금의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화려한 원색의 젊음도 좋지만 호롱불 같은 은은한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이곳도 윈난의 작은 꾸이린(桂林)이라 한답니다.
환장하겠습니다.
계림이라기보다 푸저헤이라고 하지 못하고 계림 좋다는 말은 어디서 듣고...
그러나 시기적으로 잘못 오면 그냥 그런 곳입니다.
아름다운 모습은 다른 사람의 여행사진으로 보면 되기에 우리 부부는 그래도 이곳에 서 있어 행복합니다.
살아온 세월 돌아보니 한바탕 꿈이로다.
살아갈 길 바라보니 이 또한 꿈이런가?
좋은 일도 궂은 일도 모두가 꿈이로다.
꿈속에서 꿈을 꾸니 이 또한 꿈이로다.
이렇듯 일장춘몽 언제 깨려 하느뇨.
그래도 꿈을 꾸는 시간은 살아 있는 시간일세.
죽고 나면 꿈조차도 꾸지 못한다네.
일장춘몽이 바로 우리 삶이 아니런가?
오늘 꾼 佳人의 꿈은 살아 있는 꿈이로다.
꿈속에서 꿈을 꾸니 이 또한 꿈과 같은 세상일세.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마치 미니어처로 만든 장난감 마을처럼 정겹게 보입니다.
그 안에 장난감 같은 사람이 오손도손 살아갈 겁니다.
佳人이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면 마을 사람은 열심히 살아갈 겁니다.
다툼도 없고 사랑만 가득한 마을이라면 좋겠습니다.
발아래 펼쳐진 모습은 신선의 세상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이렇게 생겼을 겁니다.
이제 우리 부부도 하산해야 합니다.
더 오래 머문다면, 신선이 되어 영원히 인간세계와는 작별할 것 같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3차 전망대 밑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오면 10분 만에 아래로 내려옵니다.
그 아래는 또 호수가 있고 오리 배가 동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火把洞이라는 동굴 입구가 있고 지금 막 출근해 청소하는 샤오지에가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한국인임을 알고 무척 반가워하며 몇 마디 한국어를 합니다.
TV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았답니다.
왼편으로 가면 다리가 있고 그 다리까지 갔다 오면 좋다고 합니다.
도로가 산을 따라 한 바퀴 돈다고 쓰여있는 데 끊어져 못 간다 합니다.
산 밑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책로를 둘이서 걷습니다.
우리 함께 걸으시면 어떨까요?
드디어 다리가 보입니다.
다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흉물스럽습니다.
저것은 멋진 다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다리보다는 그 주변의 풍경이 더 훌륭합니다.
다리 위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경치가 더 좋습니다.
다리를 건너가보니 별로 볼만한 곳이 없어 돌아갑니다.
푸저헤이란 이족 언어로 물고기와 새우가 많은 호수라는 말이라 합니다.
이 새우가 뭐 먹을 게 있나 생각됩니다.
이곳 주위에는 물고기 새우만 아니라 가재도 많이 잡히는 모양입니다.
새우보다는 가재가 더 많이 잡히는 모양입니다.
살아 있습니다.
돌아서는 우리 부부에게 가재가 한마디 합니다.
"니들이 가재 맛을 알아! 게 맛도 모르면서..."
우리 부부는 우리가 생명을 불어넣은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또 길을 나서야 합니다.
그 이야기는 내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