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가 오시는 날에는 첼로의 선율이 그립습니다.
마치 하늘에 낮게 드리운 구름처럼 묵직하게 마음을 누르는 그런 소리 말입니다.
오늘같이 비 오시는 날에는 그냥 하루 게으름이라도 피고 싶습니다.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고 유리창 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을 그냥 가만히 누워서 바라만 보고 싶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시는 날에는 첼로 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경쾌하지 못하지만, 현란한 기술을 부리지 않는 그런 투박한 소리 말입니다.
오늘 같은 비 오시는 날에는 그들 삶의 모습도 다른 모습입니다.
그들도 첼로 선율처럼 묵직하게 기교도 부리지 않고 투박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佳人은 여행 중입니다.
비록 비가 오시는 날일지라도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여행자의 덕목이 아닙니다.
다시 짐을 주섬주섬 챙겨 길을 나섭니다.
묵직하게 바닥으로 깔리는 듯한 첼로 소리를 뒤로하고 길을 나섭니다.
이곳에도 무덤이 있군요.
佳人은 이곳이 仙界로 이곳 사람들은 죽지 않고 수천 년을 영원히 사는지 알았는데
백골이 되어 누워있는 모습이 우리 삶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이곳이나 우리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래... 자는 듯 누워있는 백골에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이곳 무릉도원에 사셔서 행복하셨습니까?"
"佳人은 내가 행복해 보입니까? 난 세상이 여기뿐인 줄 알고 살았습니다. 하늘의 크기가 여기서 보는 작은 하늘이었고
세상 땅의 넓이는 바로 저기까지였으니 무척 좁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복했느냐고 묻습니까?
행복이라... 글세요, 사람이 말하는 행복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삶은 곤궁했습니다만, 가족을 위해 평생 열심히 살았기에 불만은 없습니다."
"그리고 사는 도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미워하기도 하며 살았습니다.
이웃집보다 더 많은 재물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기도 했고요.
내가 살아온 세월이 무척 긴 세월이라 생각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이곳에 누워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정말 어리석은 삶이었고 무척 짧은 세월이었습니다."
"행복이라...
사실 죽마고우 친구와 함께 평생을 이웃하며 살아왔고 그 친구가 예쁜 색시 얻어 장가갈 때 나는 불행하다 생각했고
울 마누라가 그 색시보다 음식솜씨가 좋아 평생 맛난 반찬 먹을 때 행복하다 생각했소.
세상은 아무것도 변한 것 없어도 같은 처지의 친구가 불행하다고 생각될 때 내가 상대적으로 행복했고
그 친구가 나보다 더 좋아 보일 때 나는 불행하다 생각했소"
"그렇지요. 행복과 불행은 상대적이라 남이 불행할 때 변함없는 내가 행복을 느끼고... 진솔한 대답입니다."
"그런 세상을 살며 왜 미워하며 슬퍼하고 시기하고 욕심을 내며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삶은 정말 바보 같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삶이었다 생각됩니다.
좀 더 사랑하고 희생하고 도우며 살았다면..... 하는 생각뿐입니다.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요, 행복을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행복이 이것이라고 한마디로 단정하기는 어렵지요.
태어날 때 나만 울고 모두가 웃었고 그들과 함께 즐겁게 사시다가 죽을 때 모두가 울고 나만 웃으며 마지막 들이마신 숨을
힘차게 내뱉고 가셨으면 그게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사람은 물음표로 태어나 마침표로 생을 마쳐야 합니다.
그러나 물음표로 태어나 평생 물음표로 살다가 물음표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참행복이 무언지 아세요?
바로 살아 숨 쉬며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 자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습니다."
어멈? 여행을 다니다 보면 죽은 자도 깨워서 물어보고 다녀야 합니다.
아래 사진은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베틀로 보입니다.
외부와 교류를 하지 않아 이렇게 직접 옷감을 짜 옷을 만들어 입은 시절이 바로 최근까지였답니다.
이제 사용하지 않기에 마을 창고에 보관해 두었습니다.
살짝 열린 창고 문을 열고 그냥 카메라를 들이밀고 찍었습니다.
빠메이 마을 여자들은 옷 모습에서 수를 놓아 멋을 냈고 신발에도 꽃 모양의 수를 놓아 신고 다녔다 합니다.
지금은 수를 놓는 사람은 할 일 없는 사람이라 꽃 수건으로 대신하고 신발은 편한 신발을 신는 답니다.
연대감이 강해 마을의 누가 집을 지으면 이렇게 공동으로 나와 일을 돕기도 한답니다.
특히 모든 여자는 머리에 꽃무늬 수를 놓아 썼다는군요.
지금은 직접 수를 놓지 않고 아래 사진처럼 프린팅된 수건을 사서 쓴답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습은 이런 곳에 산다고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 별로 없고 보여줄 사람조차 없는 외딴곳에 살아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자의 마음은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도 여자 자신도 그런 사실을 모를 겁니다.
함께 평생을 산 마눌님도 어떤 때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무인도에 혼자 있어도 여자는 예쁜 것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선탠도 하고 머드팩도 하면서 말입니다.
물고기도 미용에 좋은 물고기만 먹을 겁니다.
돼지껍질에 콜라겐이 많다고 거들떠 보지도 않던 돼지껍질이 품귀현상을 보입니다.
桃源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복숭아 밭이 많습니다.
옛날부터 아름다운 여성의 피부나 색깔을 복숭아에 비교했잖아요.
이 마을에는 재미있고 고유한 배우자 선택방법이 있답니다. 속세로부터 흘러온 강물이 마을을 지나며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다시 합치지요.
그러면 한가운데서 자그마한 섬이 자연히 만들어집니다.
밤이 되면 그 섬을 경계로 아래로 흐르는 남쪽 개울에서는 남자들이
자연히 다른 곳인 북쪽 위편에서는 여자들이 목욕하게 되겠지요.
물론 남녀가 함께 목욕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모든 남성의 꿈이지요.
그랬다면 저도 그곳에서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목욕했을 겁니다.
감기 걸린 게 무슨 대수입니까?
아래 사진에서 보면 마을 쪽에 있는 왼쪽으로 흐르는 강이 남자들이 목욕하는 男河입니다.
오른쪽은 당연히 女河이겠지요.
빠메이에서는 남녀의 목욕장소가 조상 때부터 정해져 있었습니다.
남쪽으로 흐르는 개천을 男河라 하고,
북쪽으로 흐르는 개천을 女河라고 하여 섞이지 않게 하였습니다.
아주 간단하며 편한 이름입니다.
목욕 도중,
평소에 마음에 간직했던 상대가 목욕하러 나오면 멋들어진 소야곡으로 유혹하고 이에 상대가 화답하면
서로의 속내를 알아내고 "오메~ 좋은 것~ 사랑 사랑 내 사랑 어화 둥둥~ 내 사랑~"하며
사랑의 첫 발자국을 떼게 됩니다.
아니? 그럼 목욕하러 나온 상대를 안다면 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이 아닙니까? 요런 앙큼한 것!!!
그래서 두 사람이 사귀면 아래 사진처럼 동네방네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낙서를 하지요. 얼레리 꼴레리~
아래 낙서가 그런 뜻인가요?
그럼 노래 잘 부르지 못하는 佳人 같은 음치는 평생 장가 못 가는겨? 나 원 참!!! 아니지요? 이때는 여자가 佳人을 유혹하는 노래를 부르면 어떠하니까...
세레나데면 어떻고 뽕짝이면 또 어떻습니까?
아무나 먼저 한 곡 땡기고 유혹하면 되지요.
그러니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신도 예측하기 어렵고 어쩌지 못합니다.
언제 돌발적인 사건,사고가 생기는지 신도 예측불가라 합니다.
그런데 아래 사진은 여자들이 목욕한다는 女河입니다.
아침부터 아무도 없는 곳을 왜 찍었지? 정말 佳人은 변태일까요?
그런데
무릉도원이든 빠메이든 오늘 이야기 좀 해야겠습니다.
처음 이곳에 흘러들어온 사람은 댓 가구 정도였다고 합니다.
외부와 담쌓고 산 사람 말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결혼은 외부 조달 없이 위의 이야기처럼 자가발전했다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러면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이 남매간에 결혼했습니까?
이곳은 닭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
그리고
여기에는 사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아래 사진은 이 마을 유일한 슈퍼마켓입니다.
"칫~ 위성안테나도 있습니다."
왜 똑똑하다는 도연명이 남녀상열지사를 간과했다는 말입니까?
왜 도연명의 귀에는 "친척은 싫어요~ 근친결혼이 웬 말이냐!"라는 울부짖는 무릉도원 주민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무릉도원이라고 하는 곳이 원래 8촌 이내에서도 결혼할 수 있는 곳입니까?
일부 먀오(苗)족도 자기들끼리만 결혼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찍 죽거나 많은 질병으로 수명이 짧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근친결혼을 하고 살아서 인간의 파멸을 가져와
무릉도원이 세상에서 사라져 찾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헐~~
어제 말씀드린 이상한 물체입니다.
우리 숙소 주인을 데리고 집에서 제일 가까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현장을 보여주면 다 압니다.
궁금하면 끌고라도 가서 물어봐야 합니다.
웃어야지요?
쓰레기통이랍니다.
佳人은 엄청 고민했습니다.
무슨 주술적인 의미라고 했고, 제주도처럼 막대를 끼워 마을 주민이 외출함을 표시한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은 참 다양한 모습을 지녔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동굴에 난 수로를 따라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제일 처음 어두컴컴한 그곳 동굴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그 안에 너른 들이 있고 몇백 명이 먹고 살 수 있는 땅이 있습니다.
큰 사진으로 보시려면 http://blog.daum.net/nhk2375/716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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