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여행 6일째
佳人은 요즈음 신선처럼 삽니다.
가는 곳마다 서로 도화원이고 무릉도원이라고 하니 그런 곳을 찾아가는 佳人이 바로 신선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신선도 감기로 고생하는지 아시는 신선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다른 증상이야 미리 준비해온 약으로 다스렸으나 기침약은 준비하지 못해 밤에는 특히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합니다.
그런데 중국을 다니며 이해하기 어려운 점 하나가 또 있습니다.
모든 터미널에 화물 검색대가 있습니다.
징시에는 두 대나 있는데 근무자가 잠을 자니 누구 하나 짐을 검색대에 올려놓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계설치 비용, 근무자 봉급, 유지비 등등.... 왜 하는 거죠?
정부에서 인민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거죠? 맞죠? 아침부터 잠도 자게 하며 말입니다.
왜 청소하는 분도 무척 많잖아요.
그러나 사람 대부분이 모든 쓰레기를 아무 곳이나 막 버리더라고요.
막 버리는 이유가 바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많은 청소원을 고용하기 위한 배려 아닙니까?
징시 터미널에서 아주 멋쟁이 아가씨 두 사람을 보았는데 이 좋고 잘 지은 터미널 대리석 바닥에 귤 껍질을 마구 버리더라고요.
이웃의 일자리 마련을 위하여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마음이 갸륵합니다.
쓰레기 통이 바로 몇 걸음만 걸으면 있는데도 그냥 버리더라구요~
이번 여행 중 가장 방문하고 싶었던 빠메이춴(패미촌:坝美村)
사실 여행 계획을 하고 떠났지만, 그 중 우선 순위가 있지요.
꼭 가야 할 곳 중 한 곳이 바로 빠메이 입니다.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찾아가야 할 곳이 광난(广南)이라는군요.
푸닝(부녕:富宁)에 가면 광난(광남:广南)으로 바로 들어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출발을 기다리는데 푸닝으로 우리를 태우고 떠날 버스기사가 佳人에 뭐라고 합니다.
佳人은 중국말을 전혀 못하기에 "팅부동~ 워셔 한궈런"만 말하면 대부분 더는 말을 걸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타고 갈 버스 기사는 주변에 있는 기사에게 佳人이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졸지에 중국인 기사들이 모여듭니다.
아마도 이만큼 외국인의 발걸음이 흔치 않은 모양입니다.
징시에서 우선 푸닝으로 갑니다.
작은 중형버스는 佳人 생각에 폐차시기가 넘었습니다.
아침 8시 차로 움직입니다.
비가 솔솔 내려 앞 유리창이 지저분해지자 기사는 운전하며 마시는 물병을 들어 창문을 열고 냅다 뿌립니다.
그리고 재빨리 와이퍼를 작동하니 말끔히 닦입니다.
신기에 가까운 묘기입니다.
도대체 몇 시간이나 걸릴지 알 수 없기에 가능하면 일찍 움직이고 목적지에 가장 가까이 도착해 숙박하기 위함입니다.
징시에서 푸닝사이에는 나포라는 제법 큰 도시가 있습니다.
이 도시를 지나면 바로 꽝시와 윈난의 경계를 지나게 됩니다.
버스가 징시를 출발하자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기사는 우리 배낭을 운전석 옆에다 놓아줍니다.
중간에 나포라는 도시를 지납니다.
여기부터 푸닝까지 44km입니다.
나포를 지나자 버스는 산길을 올라갑니다.
산을 넘자 꽝시와 윈난 경계가 나타납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산길을 힘겹게 헐떡거리며 올라갑니다.
이제 푸닝이 가까워졌습니다.
드디어 푸닝이라는 도시에 입성했습니다.
도시 규모가 제법 큽니다.
8시에 징시를 출발하여 11시 40분에 도착했으니 3시간 40분이 걸렸습니다.
비는 우리가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만 내렸고 광난에서 숙소를 찾을 때는 비가 그쳤습니다.
나중에 버스가 푸닝에 도착하자 기사는 광난 가는 버스표 파는 곳을 알려주고 잠시 후 버스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대합실로 들어와
제대로 버스표를 샀는지 확인까지 하고 잘 가라는 인사도 합니다.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이번 우리 여행은 이런 고마운 사람을 가는 곳마다 만났습니다.
풍경만 아름답습니까?
이런 사람을 만나면 사람이 더 아름답습니다.
중국은 일반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이지만,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제 중국 외교부에서 서해 상에서 중국어선이 우리 해경 배를 들이받았다는데 우리 정부의 배상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더군요.
무슨 자해공갈단도 아니고....
우리 선조가 중국에 이런 말도 되지 않은 요구를 수천 년 동안 받아오며 나라를 지켰을 것 아닙니까?
비록 비가 새서 버스 지붕에서 물이 떨어져 비닐로 무릎을 가리고, 앞 유리창 워셔액 펌프가 고장 나 페트병 물로 뿌리며
닦으며 왔지만, 마음이 따뜻한 기사와 함께 한 시간은 무척 행복했습니다.
그 기사는 佳人의 입에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외국 여행 중에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꽝시에는 버스표를 살 때 보험료가 붙지 않습니다.
윈난 성인 푸닝에서는 보험료가 붙어 취소하려 했으나 마이동풍....
이처럼 나쁜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우리 같은 어수룩한 여행자나 시골 노인을 속이는 나쁜 일이 아닙니까?
윈난에서 두 번이나 당했습니다.
윈난이 미워요.
세상은 늘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일어나고 나쁜일은 좋은 일을 당했을 때 더 감사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치우베이에서 싱이로 갈 때 유채꽃으로 유명한 도시인 뤄핑이라는 곳에서는 영수증조차 주지 않아 보험료를 냈는지
처음에는 알 수도 없었지만, 금액을 보니 보험료를 받았더군요.
따졌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아 한국말로 따졌습니다.
처음 푸닝에서는 웃으며 말았지만, 두 번째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더라고요.
저요? 비밀인데요. 웃으며 우리말로 '그렇게 사셔서 행복하십니까? 살림이 많이 나아지셨습니까? "하며 욕도 했습니다.
佳人은 참 나쁜 사람입니다.
1원의 보험료 때문에 100원어치 욕을 했습니다.
푸닝 터미널은 화장실 요금도 받습니다.
그래도 밖은 1원인데 안에 있는 화장실은 5마오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좋은 사람도 만나고 나쁜 사람도 만나게 되더군요.
푸닝에서 광난까지 29원/1인에 보험료 1원으로 30원/1인을 냈습니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서 5개 성을 돌았지만, 윈난 성을 제외하고는 이미 이 제도를 모두 없앤 듯합니다.
중국에 가면 시골 노인들이 왜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버스가 터미널에서 빠져나오면 입구에서 타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밖에서 타면 더 저렴하고 짐 검사를 받지 않기에 그러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시외버스 대부부분이 아무 곳이나 승객을 내리고 태우기를 합니다.
버스에 타고 요금을 깎기도 하더군요.
어떤 경우는 4와 10의 발음 차이로 스콰이를 시콰이로 알아듣고 내리겠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목격했습니다.
꽝시 버스 안내양과 윈난 할아버지 사이에 지역에 따른 발음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8시에 징시를 출발한 버스는 137km 떨어진 푸닝에 3시간 40분이 지난 11시 40분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버스가 달릴 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반대편 길에 서서 운전기사에게 어디 가느냐고 묻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글을 읽지 못하기에 건너편에 서서 운전기사와 말로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한 시간 터미널에서 대기하다가 12시 30분 푸닝을 출발합니다.
광난까지는 60km 정도로 멀지 않으나 시간이 3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환장하겠습니다. 시속 20km라면 佳人이 자전거타고 가는 속도보다 더 못하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러나 그 길이 무척 험한 산길을 넘어가야 했고 워낙 좁은 길이라 추월도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이번 여행 중 험한 길 중의 한 곳으로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어느 시골 마을을 지납니다.
버스는 바바오(八寶)라는 마을을 지나자 산길로 접어듭니다.
산골마을인 이곳은 오늘이 장날인 모양입니다.
원색의 전통 복장을 한 여인들이 많이 보입니다.
예전 도로에 남아 있던 다리도 보입니다.
이곳도 가을인가 봅니다.
그러나 가을색은 보이지 않고 가을이 벌써 저만치 지나가 버렸습니다.
버스는 계속 고도를 높입니다.
아주 높이 올라왔습니다.
산 위에는 안개마저 자욱해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에 넘었던 나포에서 푸닝으로 넘어오는 산길은 여기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입니다.
앞에 화물트럭이라도 가면 속 터져 죽습니다.
시속 10km도 되지 않는 속도로 가면 뒤를 따라가며 아무리 빵빵거려도 트럭기사는 귀마개를 하고 운전하나 봅니다.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외치며 갑니다.
佳人 옆자리에 앉아가는 아줌마...
심심하던차에 스틱 사탕 하나씩 佳人과 같이 나누어 빨고 갑니다.
그런데 佳人도 눈이 어두워 거의 하지 않는 휴대전화 문자를 합니다.
아마도 세상의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사셔서 아직 시력이 좋은 가 봅니다.
이제 드디어 빠메이의 관문인 광난에 4시에 도착했습니다.
푸닝에서 60km의 거리를 3시간 30분 걸렸습니다.
시속 20km도 못 달렸습니다.
우리 부부는 같은 버스를 타고 온 40살의 남자와 영어를 섞은 대화를 했습니다.
이 남자는 우리 부부가 빠메이를 간다고 하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래 사진에 보이는 터미널 앞에 서 있는 빠오처로 가
빠메이까지 얼마냐고 물어봅니다.
100원이라고 하니 비싸다고 우리에게 어떻게 하겠느냐고 합니다.
이미 4시가 넘어 차라리 빠메이의 숙소사항이 어떨지 모르니 이곳에서 자고 내일 일찍 들어가는 게 어떠냐고 합니다.
결국, 그 남자와 같이 근처의 삔관에 숙소를 정합니다.
그 남자는 이곳에 출장을 왔다 합니다.
방 두 개를 각각 30원씩에 하기로 합니다.(방을 잡을 때 그 남자 나이가 40살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방 번호를 알려주며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라 합니다.
그리고 푸저헤이를 꼭 가보라고 합니다.
우리 계획은 이곳 빠메이를 보고 뤄핑을 거쳐 바로 싱이로 넘어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친절한 사내가 추천하는 곳이라면 한 번쯤 들려볼 만하다는 생각에 다음 목적지는
푸저헤이로 들어가는 길목인 치우베이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푸닝 터미널에서 웃으며 욕한 것 취소하렵니다.
그래도 공자님이 보살펴서 오는 내내 비가 왔지만 광난에 도착하니 신통방통하게 비는 오지 않습니다.
아래 보이는 사진을 잘 보시면 왼편에 둥그런 아치형 건물이 버스 터미널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KTV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건물이 찌아오통삔관(交通賓館)입니다.
빠메이로 가는 교통편은 터미널에서 탕상행 버스를 타고 가던지 교통삔관 안에 있는 주차장에서 빠오쳐를 타면 됩니다.
아래 사진이 교통삔관 안으로 들어와 찍은 사진입니다.
작은 버스들이 보이시죠?
바로 광난 인근 마을로 가는 농촌 빠오처입니다.
빠메이는 15원이고 터미널에서 탕상행 일반 버스를 타고 가다가 빠메이 입구인 파리춴에서 내리면 10원입니다.
그러나 빠오처는 승객이 차면 수시로 다니고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출발합니다.
죄송합니다. 방금 정해진 시간에 출발한다는 말 취소합니다.
다음 날 아침 첫차는 우리 부부 둘밖에 없다고 다른 차로 가라고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광난은 날씨가 춥습니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의 옷차림이 벌써 겨울풍입니다.
감기도 심한데 추운 곳으로 와 걱정입니다.
터미널에 있는 시간표입니다.
왼쪽에 보시면 탕상(堂上)은 7시 20분부터 6번 출발합니다.
그러나 빠메이로 가는 버스는 탕상행만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는 버스도 거쳐 가기에 매표소에서 물어보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우리를 곤혹하게 하였던 시내버스 정류장에 있는 노선표입니다.
3번 버스가 분명히 이곳에서 빠메이를 간다고 되어 있습니다.
확인하기 위해 시내버스가 서기에 운전기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안 간답니다. 따졌습니다. 佳人이 와이궈런이라 놀리느냐고요. 한문도 읽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느냐고요.
그랬더니 여기서 말하는 빠메이는 아커시앙(阿科鄕)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빠메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마을 이름이 아니고 그 지역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아커시앙(阿科鄕)이 가장 큰 마을이라...
그럼 빠메이는 원래 이름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도화동이랍니다.
복숭아 꽃이 피는 마을이랍니다.
빠메이현 도화동이랍니다.
교통삔관 안에 있는 주차장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반찬 요리 하나와 밥이 7원입니다.
울 마눌님은 아예 조리하는 곳에 지켜서서 조미료를 넣지 못하게 감시합니다.
식사 후 이곳 터미널에서 내일 갈 빠메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매표원 아가씨에게 물었습니다.
대뜸 어디에다 휴대전화를 걸더니만 바꿔줍니다.
한국말로 웬 남자 목소리가 들립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매표원 남자친구로 매표원은 우리 부부가 어찌 한국인임을 알았을까요?
신통방통하지 않습니까?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우리 부부의 옷차림과 빠메이(坝美)라는 글을 들이밀어서 감을 잡았답니다.
구글 지도에서 우선 위치부터 찾아봅니다.
광난(广南)에서 북쪽으로 보면 아커시앙(阿科鄕)이라는 곳이 보입니다.
아커시앙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파리춴이고 그곳에서 버스를 내려 들어간답니다.
이제 겨울 날씨인 광난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감기가 낫기는 커녕 추운 날씨로 점점 더 심해집니다.
이곳의 밤을 뭐라고 할까요?
광난이니까 광란의 밤이 됩니까?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군요?
비록 우리 아이들도 산타가 없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지 오래전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의 산타를 기다려 봅니다.
여러분의 가정에도 마음의 산타가 찾아가도록 기원하겠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꿈이 남아 있기에 살아가는 일이 퍽퍽하지만 않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세상은 말이 통하지 않지만, 서로의 눈만 보고도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풍습이나 말은 달라도 살아가는 근본은 같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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