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굴 속에 시신을 안치하는 풍습이 있는 곳을 찾아왔습니다.
佳人도 참 이상한 성격입니다.
왜 죽은 사람을 찾아갑니까?
많은 분이 이렇게 질문하실겁니다.
세상은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죽은 모습도 또 다른 문화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장묘문화라니까 찾아 나섭니다.
사람이 죽으면 민족마다 모두 다른 방법으로 죽은 사람을 모십니다.
독수리에게 시신을 주는 천장(天葬)에서부터 풍장, 초장, 수장, 화장....
우리민족은 주로 매장을 했지만, 화장도 했더랍니다.
오늘은 동장(洞葬)이라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을 왔습니다.
표지석이 있는 길을 따라 약간 언덕을 올라가면 앞에는 이런 동굴이 나타납니다.
이 동굴이 바로 시신은 모신 동장의 현장입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입구에 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제 길을 막고 있는 꽃은 손으로 열며 동굴 안으로 들어갑니다.
동굴 입구는 넓지 않습니다.
서늘한 느낌이 입구로부터 나오는군요.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동굴 끝에 무엇이 보입니다.
너무 어두워 카메라의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시신을 모신 관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또 다른 빛이 흘러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동굴은 막힌 동굴이 아니라 바나나 모양으로 휘어진 열린 동굴입니다.
우리가 서 있던 곳은 정문이 아니고 후문인 셈입니다.
그러면 돌아 나와 정문으로 찾아가야지요.
올라오던 길에 왼편으로 포장된 길이 있어 그리로 올라갑니다.
한 때는 아름다움도 자랑했습니다.
18세 곱디 고운 얼굴에 뽀얀 피부도 자랑했습니다.
한 때는 건장한 힘도 자랑했습니다.
20대 근육질의 근력도 자랑했습니다.
허나 지금은 모두 부질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세월은 아름다운 얼굴도 강인한 몸매도 모두 앗아가버렸습니다.
이곳에 사는 가오포 먀오족은 먀오족 중의 화묘(花苗)라고 한다는군요.
구이저우 성 중심인 구이양시 부근에서 생활하며 복장이 꽃처럼 예쁘다 하여 구분하는 이름입니다.
먀오족은 무척 많은 이름으로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구이양시에서 70여km 떨어진 고가오포시앙에 생활하므로 가오포 먀오라고 하며
어린이를 업는 띠 같은 패를 등에 입기 때문에 배패(背牌) 먀오라고도 한다 합니다.
이제 정문에 도착했습니다.
정문에는 동굴 입구부터 많은 관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곳도 만원이군요.
자연히 정문과 후문이 열려 있어 완벽한 환기시설을 갖춘 묘지입니다.
이곳을 둘러보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혹시 장례문화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계신 분이시라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자신이 영적인 우월성이 있고 영과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모두 깨워 한 사람씩 "줄을 서시오~"한 후 모든 영혼과 교감을 하며 교통하시려면 석 달 열흘은 머무셔야 하지 않을까요?
장례를 치른 관입니다.
관의 모양이 나무를 자연 그대로 살린 모습입니다.
아래만 평평하게 나무를 다듬어 사용했고 좌우와 윗 덮개는 둥근 형태의 나무를 약갼만 다듬어 사용했습니다.
보통으로는 장례를 치른 관이나 시신은 땅에 묻거나(埋葬, 土葬),
물에 잠기게 하거나(水葬), 제단 위에 올려놓아 새의 먹이가 되게 하거나(鳥葬),
어떤 정해진 곳에 노출된 채로 두거나(天葬),
아예 불에 태우거나(火葬) 합니다.
이곳은 그와는 좀 다른 방법으로, 즉 동굴에 관을 차곡차곡 쌓아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 관은 한둘씩 썩어갑니다.
자연에서 와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세상에는 살아가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죽은 후 장례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이런 다양함이 민족을 구분하고 고유한 풍습을 만들어가나 봅니다.
땅바닥의 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우물 井 자 모양의 나무받침을 만들고 관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후손이 또 쌓을 수 있게 미리 위의 기둥을 만들어 놓았군요.
그러니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이 있습니다. 아! 사람이 아니고 시신이군요?
2006年 4月 6日 淸明 祖母라고 쓰인 관이 보입니다.
지금은 동장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몇 년 전까지 했다는 말이 아닙니까?
여기에만 100여 구 이상의 시신이 잠들어 있습니다.
관에 사용한 목재가 워낙 좋아 훔쳐가는 일도 있답니다. 물론 개 같은 경우에 해당되겠지만...
지금은 더는 동장을 하지 않는다 합니다.
중국은 민족이 많기에 동장도 있고 동장에도 이런 방식이 있는가 하면 동굴 위에다가 매다는 일도 있습니다.
또 동굴 안에다 구멍을 파고 집어 넣어두는 일도 있답니다.
당신에게 묻습니다.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은 어떻게 다릅니까?"
무덤이 대답합니다.
"살아있는 것은 무엇이고 죽은 것은 무엇이뇨. 산 자도 시간이 지나면 죽은 자가 되어 잊히지만.
죽은 자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은 죽은 자는 영원히 산 자가 되느니...
죽은 자에게는 이렇게 산자와 대화할 수 있어 죽어 있어도 행복하니라."
"살아생전 삶은 어떠하였습니까? 행복하셨습니까?"
"행복은 또 무엇이느뇨? 깊은 잠에 빠져들면 모두가 같아지는 걸.... 세상을 떵떵거리고 살아온 자나 유유자적 조용하게
생을 즐긴 자나 모두 같아지느니.... 마지막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도 달려있지 않았던데..."
"여기 죽은 시신 중에 억울하지 않은 사람 손들고 일어나세요."
모두 억울하답니다. 모두 손을 듭니다.
저요? 이렇게 죽은 자와도 이야기도 하며 다닙니다. 정말 웃기는 사람입니다.
죽은 후에 죽은 자는 무엇을 알까요?
무척 소박한 모습입니다.
일부 사람의 장례 중 호화 분묘와 비교해 봅니다.
호화 분묘는 죽은 자를 위한 효도심의 발로인가요? 아니면 산자를 위한 과시 때문인가요.
조상이 유산을 많이 물려주어 껌 값 정도는 돌려주어야 하기 때문인가요?
이런 동장을 하게 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볼까요?
이 마을로 시집오기 싫은 먀오족 처녀가 자기가 죽으면 땅에 묻지 말고 동굴에다 묻어달라고 했답니다.
사실은 시집오기 싫어 한 말이지만 신랑집에서는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죽은 후 동굴에다가 묻은 후
이 마을에만 있는 동장이라는 문화가 생겼답니다.
엄마 청개구리가 반대로만 하는 아들 개구리에게 개울 옆에 묻어달라고 했다고 효심이 어느 날 갑자기 들어 엄마의 유언대로
아들 청개구리가 개울가에 묻어놓고 비만 오면 운다는 청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어 보셨습니까?
지금 중국 청개구리 이야기입니까?
그러나 佳人이 둘러보니 이 지방에는 펑펑한 밭도 별로 없습니다.
원래 이 동네는 중국 정부에서 공인하는 "평평한 땅 세평도 없다고..." 하는 구이저우가 아닙니까? 사실은 이 지방에는 많은 돌 때문에 밭도 별로 없는 데 조금 있는 땅에 무덤을 쓰면 후손은 굶어 죽으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동굴이 많은 곳이라 동굴을 이용한 동장이 생겨나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후손들에게 죽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하기에...
공연히 죽은 여자에게 모두 뒤집어 씌우는 것은 아닙니까?
시집가는 여자가 왜 죽는 것을 걱정합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죽어 있다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바로 이웃하고 있는데...
결국, 산자도 죽은 자가 되며 잘난 놈이나 못난 佳人이나 시간이 지나면 모두 같아집니다.
살아생전 하시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
그 일이 아마도 평생을 살며 하지 못해 후회로 남는 일이 될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살아계신 동안 죽도록 사랑하시며 사세요.
그게 가족이 되었든 조국이 되었든 원도 한도 없이 사랑하시며 사세요.
어디서 서늘한 기운이 감돕니다.
아마도 억울한 원혼이 아직 이곳에 머물고 있는 듯합니다.
佳人에 왜 이곳까지 왔느냐고 묻는 듯합니다.
그냥 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佳人은 한국인이기에 공연히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으로 따라 올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인은 한국으로 올 때 영혼 비자 받기가 하늘에 별따기라고도 했습니다.
저요? 이렇게 죽은 영혼과도 대화하며 여행합니다.
중국어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화하느냐고요?
영혼과의 대화는 말로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서로 영혼의 대화를 하지요.
서늘한 느낌은 별것 아니고 동굴 때문입니다.
혹시 냄새가 나지 않겠느냐고 걱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동굴이 앞뒤로 열려있어 환기자체가 완벽하게 이루어졌나 봅니다.
사실 버스를 내려 이곳까지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한 3-40분 정도 걸어가면 동장 현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동장을 했던 동굴로 가는 길은 죽은 자에게는 이승과 하직하는 마지막 길이지만 佳人에는 살아서 돌아오는 왕복의 길입니다.
죽은 자는 한 번 가면 올 수 없는 길을 제가 왕복하자고 하고 길을 나서니 참 행복한 길입니다.
바람을 느끼고 초원의 향기를 맡으며 산책하듯 걸어갔습니다.
봄철에는 노란 유채꽃이 아름답게 필 것입니다.
봄철에 죽은 자는 유채꽃의 전송을 받으며 마지막 발걸음을 떼었을 겁니다.
아~ 죄송합니다.
죽은 자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비가 오는지 유채꽃이 피었는지...
사실 돈이 많은 사람은 죽고 나면 후손이 묘를 거창하게 씁니다.
죽은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산 후손이 자기 과시하는 것이고 효심이 강한 듯 보이기 위한 위장입니다.
사실 그렇게 거창하게 무덤을 조성해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중 아주 일부분만 돌려주는 일이지요.
유산이 없었다면, 자손이 과연 부모의 묘를 그렇게 크게 쓸까요?
2시 45분경에 동장을 출발합니다.
3시 15분 버스 정류장 도착했고요.
3시 30분 칭옌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돌아옵니다.
자딩에서 칭옌으로 가는 막차가 오후 5시라고 버스 기사에게 확인했으나 계절에 따른 변수를 예상하여 방문계획하여야
낭패를 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아~ 삶... 그 허무함이여~
아... 이곳에서는 살아 있는 자의 눈물조차도 사치입니다.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기침이 심한 佳人의 기침소리마저 이곳에서는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돌아다니며 보고 생각하는 일이 이렇게 행복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행복은 상대적인가 봅니다.
죽은 시신을 모신 동장을 보며 살아있는 佳人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佳人은 정말 나쁜사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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