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가 가까워지기에 공연장으로 갑니다.
가기 전에 마눌님 몰래 예쁜 사오지에 사진이나 또 한 번 보고 갑시다.
웬 사람이 이렇게도 많습니까?
바로 요런 샤오지에를 보기 위해 모였답니까?
정말 예쁘군요.
작은 꼬마가 나와 공연 전에 재롱을 부립니다.
예쁘고 앙증맞네요.
물론 저 아이 부모가 저 자리로 나가라고 내밀었겠지만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나와 재롱잔치를 벌이죠?
다 큰 새치머리 소녀들이 떼거리로 몰려나와...
중국 여인들은 이런 예쁘고 앙증맞은 짓거리를 종종 하는가요?
제일 먼저 개막을 알리는 멘트를 합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요?
남자와 여자가 제일 먼저 나와 그것 말고 무슨 말을 했겠어요.
이렇게 오셔서 감사합니다 느니 먀오족 마을인 시지앙을 마음껏 즐기고 가시라 느니 등등....
드디어 공연의 막을 알리는 북 네 개가 동시에 울리며 공연의 시작을 알립니다.
남자의 옷은 모두 배꼽을 그대로 보여주는 옷입니다.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정말 쑥스럽군요?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왜 한 여자에게 저리도 집착하시는가요?
어쩌자는 겁니까?
턱밑까지 밀고 들어와....
다른 여자에게는 카메라 렌즈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어 남자들의 대나무 악기인 루성 합주가 이어집니다.
루성은 대나무로 만든 전통악기로 무척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납니다.
산속에 사는 소수민족(먀오족만이 아니고)에게 루성이라는 악기의 소리는 자연과 무척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남자들의 루성 합주가 연주되는 동안 한 무리의 여자가 등장합니다.
나비인냥 나플거리며 살랑거리고 등장합니다.
이미 관객의 눈은 루성이라는 악기를 부는 사내가 있었는지 조차 잊어버렸습니다.
저도 잊어버렸으니까요.
흐미~ 여자는 뒤태마저 아름답습니다.
저런! 佳人이 뒤태마저 아름답다고 한 말을 들었나 봅니다.
앞의 아가씨의 배대에 붙은 자락을 바로 펴주는군요?
모두 손에 물소 뿔로 만든 잔을 들었습니다.
"받으시오~ 받으시오~ 이 술 한 잔 받으시오~ 취할 때 취할망정 이 술 한 잔 받으시오~
잡으시오 잡으시오~ 이 술 한 잔 잡으시오~ 이 술 한 잔 받으시면 천년만년 사오리다~"
그러니 우리말로 하면 루성이 연주되고 아가씨는 권주가를 부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말이냐고요? 그것 말고 뭐가 있겠어요.
중국어 몰라도 이렇게 우리 부부는 짐작으로 다 알고 다닙니다.
보세요...
한 잔씩 안기잖아요.
관객에게 다가가 물소 뿔에 담긴 술 한 잔을 줍니다.
이때 자리를 중앙에 앉아야 술이라도 한 잔 얻어 마십니다.
중앙을 꼭 기억합시다.
요렇게 아리따운 먀오족 처자가 권하는 술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자리가 중요합니다.
참 곱군요.
이 모습에 모두 뻑~ 소리 나게 사내들은 갑니다.
저요?
아~ 글씨... 佳人은 도 닦는 사람 아니라니까요.
스님이 지나가다가 갈비집 간판도 쳐다보지 못합니까? 나 원 참!!!
술에 취하고, 미인에 취하여 시지앙은 아름답습니다.
윈난은 무지개처럼 아름답다는 의미로 치짜이 윈난(칠채운남:七彩雲南)이라고 자랑합니다.
구이저우는 자랑할 게 별로 없습니다.
天無三日晴, 地無三尺平, 人無三分錢(銀)이라고 햇볕, 땅 떼기, 돈이 없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지요.
워낙 봉우리도 많고 숨어들어 지내다 보니 서로 왕래가 뜸해
"5리마다 습관이 다르고 10리마다 풍습이 다르다.(五里不同俗, 十里不同風)"라고 말할 정도로
이웃과 담을 쌓고 살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구이저우도 윈난에 뒤질 수 없다고 "너희가 치짜이(칠채:七彩)냐? 그러면 우리는 뚜어짜이(다채:多彩)다."라고 한답니다.
그래서 뚜어짜이 구이저우(다채귀주:多彩貴州)라며 보여줄 게 더 많다고 자랑합니다.
사실 돌아다녀 보면 정말 볼 게 많은 동네가 구이저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다채롭다 하더라도 세상은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나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억이 사는 지구는 무척 다채롭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람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뉩니다.
권력이든, 능력이든, 재력이든, 심지어 부모가 가진 것조차도 말입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로 나뉩니다.
만인이 모두 평등해지자고 시작한 사회주의국가에 또 다른 계급이 생기고 그곳에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생겨납니다.
오히려 신분은 예전 봉건시대처럼 더 바꾸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제 뒤에서 흥을 돋우던 남자의 루성합주가 끝을 냅니다.
이어 등장하는 한 남자의 루성 독주...
그냥 듣기만 해도 무척 연주솜씨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연 중 가장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어 집단 무용이 이어집니다.
딱 학예회 수준의 아주 순박한 춤입니다.
좌로 돌고 우로 돌고...
그리고 손을 올렸다 내렸다.
엉덩이를 살랑거리고 흔들고...
어깨도 가끔 씰룩거리고...
사실 춤이라는 동작이 이것 말고는 별로 없기는 하지요?
아니군요?
뉴질랜드 원주민 춤은 가끔 혓바닥을 내밀기도 하더군요.
세상을 살다 보니 혓바닥도 춤동작이라니, 나 원 참... 뒤질랜드..
같은 먀오족이라도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어 하얀 허벅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먀오족이 있고
발목까지 덮은 치마를 입는 먀오족도 있습니다.
골짜기마다 점점이 박혀 살아 가는 같은 뿌리의 먀오족도 풍습이나 의복에서도 가진 곳과 갖지 않은 곳에 따라
여러가지 분류를 합니다.
이 아저씨....
무척 난이도가 높은 자세로 사진을 찍으십니다.
혼자 앞에 나가 기마자세를 취하며...
만약 저 집 며느리가 저 모습을 보았더라면 남편에게 한마디 했을 겁니다.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보다 우선 먼저 카메라 망원 렌즈 하나 장만해 드려야겠어요."
네... 며느님이 옳습니다. 정말 착한 며느님이십니다.
보일러보다 카메라 렌즈부터 장만해 드려야 저 고생을 하지 않으십니다.
"말을 할 줄 알면 노래를 부르고 걸을 줄 알면 춤을 춘다."라는 말이 이들에게는 있습니다.
한 마디로 가무에는 뛰어난 재주가 있다라는 의미겠지요?
정말 우리 민족과 비슷합니다.
이들의 연애 풍습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혼기가 꽉 찬 선남선녀들은 노래로 구애합니다.
그러니 "노래를 못하면 시집, 장가를 못 가요~"라는 말이 먀오족에게는 맞는 말입니다.
정해진 노래와 가락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제멋대로 지은 곡조에 실어 상대방에게 보냅니다.
듬성듬성 떨어진 산봉우리에 사는 거주 형태가 가져온 독특한 풍습입니다.
이정도 수준이면, 먀오족 모두가 예술인이라해도 무방합니다.
이쪽 봉우리에 있는 마을에서 저쪽 봉우리의 마을로 목청껏 노래를 불러 날려 보내야 하니 비가(飛歌)라고 합니다.
슬픈 노래가 아니라 날아가는 노래 말입니다.
이러면 랩이라는 노래의 장르가 먀오족에서 생겼다고 중국외교부에서 공식 발표하는 것 아닙니까?
워낙 어거지의 본산이 그곳이니까요.
먀오족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가는 베이징 올림픽 때를 보셨으면 아실 겁니다.
폐막식 때 세계적인 테너인 플라시도 도밍고와 듀엣으로 부른 중국의 가수가 바로 먀오족 출신인 쏭주잉이라는 가수입니다.
가무에 능한 민족이 우리 한민족과 먀오족인 것을 보면 그들 오천 년 역사에 남아 있는 탁록대전 후에 남으로 내려온 무리가
지금의 먀오족이고 동으로 흘러간 무리가 동이족이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먀오족 여성들은 집안에 재물이 들어오는 족족 은(銀) 장신구를 만들어 몸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워낙 전쟁을 피해 이런 곳에 숨어들었지만, 그들에게는 값나가는 것은 모두 은에다 투자하고
유사시 옷만 입고 더 깊은 곳으로 몸을 숨기면 됩니다.
무릉도원이 어디메뇨~
바로 여기가 무릉도원이더라~~
양귀비가 살아온들...
서시가 환생한 듯 이리 예쁠 수 있겠습니까?
자고로 '영웅은 미인의 관문을 넘기 어렵다(英雄難過美人關).'라고 했습니다.
"여보! 나 오늘 미인의 난관을 넘기가 무척 어려울 것 같아~"
"헐~ 당신은 나의 영웅이었지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람이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영웅도 아닌 佳人이 잠시 미인을 보는 순간 혼미한 마음에 그만 영웅타령을 해서요.
지금 비웃고 계시죠?
점점 숨어들다 결국 이런 곳까지 오게 되고 수많은 봉우리마다 제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있어
같은 먀오족이라도 생각과 풍습이 조금씩 다르다는군요.
몸에 걸친 은 장식은 성장했을 경우 무게가 무려 9kg이 넘는다고 합니다.
먀오족은 1년에 천 번 이상의 잔치를 벌인다 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근친 간의 결혼을 막기 위해 이웃 먀오족 사람을 초대하여 결혼하기 위한 것이랍니다.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이웃마을과 교류가 없어 근친결혼으로 수명도 짧고 많은 병을 앓아온 민족입니다.
잔치 중 음주를 하게 되고, 가무를 즐기다 보면 술김에 헤롱거리고 모두가 선남선녀로 보이기 시작하지요.
이제 남녀가 서로 필이 꽃혀 뻑~ 소리 나게 가면 잔치는 막바지에 이릅니다.
산속에 살다 보니 맑은 공기 때문인지 노래를 숨넘어가게 특히 잘합니다.
다른 마을을 갈 때 산봉우리에서 노래 한가락 멋들어지게 부르며 자신의 방문 목적을 전하기도 합니다.
일부일처주의며 부모는 주로 막내아들이 부양한다고 합니다.
결혼은 대게 부모가 배우자를 선택해 주지만 젊은 남녀가 어찌 룰에만 따릅니까?
잔치 중 뻑~ 소리 나게 가면 집단으로 구애가 벌어지고 음주 가무에 밤새워 놀다 보면 서로 사랑의 증표를 교환하고
그리고 부모의 허락을 얻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살다보면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도 생기겠지요?
그때는 그놈의 술 때문에라고 하며 웬수가 되겠지만...
그렇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평생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순간의 뻑~소리가 평생을 좌우합니다.
그런데 뒤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 츠자~
위의 사진에 나오는 츠자 말입니다.
모두가 "에스"라고 할 때 둘이서만 "노"라고 하실 건가?
왜 모두 앞을 보는데 두 사람은 佳人을 바라보느냐고요~
그러면 벌써 뻑~ 소리가 난겨?
그네 타는 춘향이를 보고 "방자야! 저기 숲 속에서 나풀거리는 게 무어냐?"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사랑은 시작됩니다.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인 양산대와 축영대의 사랑이야기도,
남장한 축영대의 목욕장면을 엿보는 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사랑이란 이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루어집니다.
맑은 물이 샘 솟는 산앤징(三眼井)에서도, 초보 마방이 멘토 마방을 따라 처음 장삿길을 나서 걷던 리지앙 오화석판 위에서도,
다랑논에서 부모님 농사일 거든다고 새참 나르다가도, 어두컴컴한 동굴마을 속에서도, 앵두나무 우물가에서도...
사랑은 흐르는 우양허 물속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마링허 협곡에서도 꽃을 피웁니다.
시건방 춤에 엉거주춤까지....
춤 내용은 그냥 건들거리고 가끔 돌아주시고...
그래도 사랑이란 가끔 아픈 사랑도 있습니다.
바로 짝사랑이라고 한 쪽만 애를 태웁니다.
그래도 눈길조차 외면하는 처자를 보면 만국 공통의 결단인 보쌈이라는 행동에 들어갑니다.
세레나데라도 부르고 선물에 눈물에 별 회유책이 실패했을 때 마지막 수단입니다.
아래 처자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인가요?
보쌈을 당한 처자가 다음날 일어나 사내를 보고는 "찬찬히 뜯어보니 그대도 괜찮은 사람이네~ 아잉 몰라~"하며 승낙하면,
물론 양가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성대한 결혼식이 벌어지고 주위의 축복을 받지만,
세상살이가 어찌 그렇게 마음대로만 된답니까?
"언감생심! 가당치도 않은 나쁜 자식~ 네가 어찌 나를 넘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흥!!"하며 고개를 외면하면,
그녀는 언제라도 그곳을 떠날 수 있으며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보쌈이라는 행동은 물거품이 되며 여자는 아무런 약점이 없이 깨끗하게 원상회복이 되지요.
사실 원상회복이라고 해도 컴퓨터의 Delete 키처럼 눌렀다고 모두 삭제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사이버 수사대에 하드가 넘어가면 다 복구됩니다.
계절에 따라 공연 내용은 수시로 바뀝니다.
공연 때 입는 옷도 수시로 바뀝니다.
먀오족 여인의 옷에 붙은 은장식은 사실은 무수한 전쟁을 피하여 산자락으로 숨어든 먀오족에게는
전쟁이 일어나면 간단하게 귀중품을 챙겨 튀기 위해 저렇게 옷에다 은을 붙여 놓은 것입니다.
이렇게 아름답다라고 하는 것도 알고보면 그들의 아픈 과거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이렇게 슬픈 역사를 먹고 자라나 봅니다.
오메~ 예쁜 것들.... 정말 정들어 버리겠네~
오랜 옛날 우리와 사촌 간이었을지도 모르는 먀오족,
치우천왕을 지도자로 모시고 살아가며 전쟁을 싫어해 산속 비탈진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민족,
위급한 경우 옷만 주어 입고 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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