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두(三都)에서 해가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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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두(三都)에서 해가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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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샤오치콩의 구경을 얼렁뚱땅 끝내고 다시 먼길을 떠나야 합니다.

우리를 옆에서 도와준 쓰촨에서 온 가족과 헤어져 우리만의 길을 갑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승용차로 왔기에 입구 주차장에서 헤어지며 다음 행선지를 물어보니 우리와 같은 길을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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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리보를 출발해 시지앙 치엔후먀오짜이(서강 천호묘채:西江千戶苗寨)를 보고 아름다운 고성인 쩐위엔으로 간답니다.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여정과 같습니다.

승합차라면 틀림없이 우리 부부를 태워갔겠지만, 승용차라 아쉽게 인사하며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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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9시 20분이었는데 지금이 12시 50분이니 3시간 30분간 둘러보았습니다.

주차장에는 리보로 가는 미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8원/1인에 1시 20분 버스를 타고 리보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따치콩(대칠공:大七孔)이라는 경구 입구를 지나지만,

우리 부부는 이미 7개의 구멍 뚫린 다리를 보았기에 그냥 통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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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길옆을 자세히 보면 크지는 않지만, 옛길이 남아 있고 작은 다리가 무척 많습니다.

차를 몰고 왔더라면 눈에 보이는 다리 사진만 찍어도 옛날 다리 모습을 많이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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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다음 갈 곳의 정보를 얻습니다.

우리 목적지인 시지앙으로 직접 가는 차는 당연히 없습니다.

일단 북쪽으로 올라가 산두(삼도:三都)라는 마을을 가야 합니다.

리보에서 산두(삼도:三都) 가는 버스 요금은 21원/1인입니다.

터미널 건물에 붙어 있는 콰이찬 식당에서 밥은 1인분에 요리만 두 가지를 시켜 10원에 먹습니다.

그래도 밥이 많아 남기게 됩니다.

오후 2시 30분 우리 목적지는 시지앙 치엔후먀오짜이라는 먀오족의 본거지를 가기 위해 리보를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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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리보에서는 롱지앙이나 레이산, 또 시지앙 바로가는 교통편이 없습니다.

그래서 산두(삼도:三都)라는 곳에 가면 롱지앙이나 레이산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우선 산두라는 곳으로 일단 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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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마을마다 여인네들의 옷차림이 달라집니다.

아마도 다른 민족인 모양입니다.

리보지역만 해도 먀오족, 야오족,부이족 등 여러 민족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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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지간 버스는 승객이 손을 들면 세워서 태우고 내려달라면 아무 곳이나 세워서 내리게 합니다.

중국의 시골을 달리는 시외버스는 택시보다 더 친절하게 세워줍니다.

우리 같으면 몇 미터 전후에서 누가 내리면 그냥 같이 내릴 텐데 중국사람은 정확히 몇 미터라도 더 가서

자기 내릴 곳에 세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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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미리 내릴 준비를 하지 않고 소리 질러 버스를 세우고 난 후에 짐을 주섬주섬 챙겨 일어나 내립니다.

다른 승객이나 기사는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그냥 기다립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짜증 내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모두 그렇게 내리고 탄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내가 아니지만, 나도 늘 그렇게 했으니 짜증 낼 이유가 없겠지요.

속 끓이는 사람은 우리같은 뜨네기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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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차에서 바라보니 천하 수서제일비(天下 水書第一碑)라는 표지석이 보이기에 얼른 한 장 찍었습니다.

무슨 의미인지요?

물로 글을 쓴다는 말입니까?

중국 공원에 가면 큰 붓으로 물을 묻혀 글을 쓰는 사람을 가끔 보고는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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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근촌(水根村)?

물의 뿌리가 있는 마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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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마치 시내버스처럼 승객을 태우고 내립니다.

시내버스는 정류장이라도 있지만, 중국 시골 길을 달리는 버스는 정류장도 없이 아무 곳이나 태우고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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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서버립니다.

사고라도 터졌습니까?

앞에는 차량이 엉켜 뒤범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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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는 많은 사람이 걸어옵니다.

자는 아이에게 풍선을 매달아 놓았군요?

업은 아이가 조금은 가벼워졌을 것 같습니다.

저러다가 아이가 하늘로 날아가면 어쩌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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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곳에서 한 시간 정도 버스가 꼼짝 못하고 서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시지앙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오늘 롱지앙까지는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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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급한 미니 버스 운전자는 좁은 곳에서 차를 돌려 오던 길로 다시 갑니다.

답답하군요?

쟤가 저렇게 조바심하며 핸들을 돌려 꺾어 돌아가는데, 먼 길을 가는 우리 부부는 차를 번쩍 들어 옮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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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서히 혼잡이 풀어지기 시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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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차가 움직이지 않았지요?

도로는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도로 옆으로 장이 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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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흔적도 없습니다.

아마도 이 마을 장날이었던 모양이고 장이 선 곳은 차가 다니는 길이었던 모양입니다.

중국의 장날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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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우리를 리보에서 태우고 온 버스는 산두라는 동네 입구에 있는 다리를 건너자 모두 내리라고 합니다.

예정 시간보다 한 시간도 더 늦게 도착한 것도 화가 나는데 그냥 길가에 버스를 세우고 모두 내리라고요?

버스 터미널에 내려주어야 다음 장소로 이동할 텐데 말입니다.

도착시각이 6시로 리보에서 3시간 30분 걸려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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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우리 모두를 내리게 하고는 그냥 떠나버립니다. 난감한 일이군요.

우리가 우선 가야 할 도시가 위의 이정표에 보이는 110km 떨어졌다는 롱지앙(용강:榕江)이라는 곳입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치처잔을 물어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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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한 사람이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여 따라갔더니 직접 터미널 앞에까지 데려다 주고는 자기 길을 갑니다.

정말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터미널 출입문을 잠그고 있습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오늘 출발하는 버스는 모두 떠났답니다.

 

아~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환장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부부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동네에서 미아가 된 것입니까?

내일 아침의 출발 계획을 위해 버스 시간표만 확인하자고 하니 고맙게도 퇴근하려다 다시 문을 열어주며 들어가 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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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내 쪽으로 걸어오는데 이미 저녁을 알리는 불이 켜져 있습니다.

오늘 가려고 했던 롱지앙은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이곳 산두(三都)라는 이상한 동네에서 하루를 묵어야겠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예정도 계획도 없이 하루 머물고 가야 할 경우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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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저물고 낯선 도시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았더라도 울지말고 가야합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았잖아요.

이럴수록 마눌님 손을 꼭 잡고 가렵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바로 사랑의 힘입니다.

사랑의 힘은 아무리 험하고 힘든 길을 걷더라도 모두 이겨낼 수 있습니다.

어무리 캄캄한 밤길을 걷더라도 환하게 비추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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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크리스마스나 된 것처럼 전구를 밝혀놓았습니다.

그런데 건물에 이상한 기호가 보입니다.

중국어는 아닌 듯합니다.

그래서 사진 몇 장을 찍어 증거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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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는 무척 깨끗한 인상을 줍니다.

물론 중심통만 그렇습니다.

뒷골목은 무척 지저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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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작은 동네라 큰 도로 따라 걸어가면 이게 시내 모두입니다.

일단 숙소를 찾아 들어가 하룻밤에 50원이라는 곳을 30원에 하기로 하고 배낭을 내립니다.

저렴한 가격이나 무척 깨끗한 곳입니다.

여관 여주인에게 아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게 무슨 표시냐고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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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웨이슈(수서:水書)라는 수웨이족 글자랍니다.

산두는 수웨이족 자치지역이랍니다.

그리고 시간이 있으면 박물관이 있으니 그곳에 가면 수웨이족 문화에 대하여 알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고 글로 적어주며 무척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1년 전 윈난 성 여행에서 리지앙의 나시족의 동바문자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게 중국 내의 유일한 상형문자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는 도중 차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해가 저물어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머문 마을에 이곳에도 상형문자가 있답니다.

세상은 알면 알수록 더 의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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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지만, 대강 위치를 물어보고 저녁도 먹을 겸 박물관 위치를 파악하기 위하여 숙소를 나옵니다.

아까 버스 내린 곳에서 뒤편 리보 방향으로 200m 지점에 수웨이족 박물관이 있다고 적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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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로 조형물과 고루의 모습이 보입니다.

고루는 원래 동족의 전통 건축물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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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보이는 저 건물이 바로 박물관입니다.

그 강에 산두 따치아오라는 다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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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우교 형태의 주랑도 보입니다.

그 뒤편 건물이 박물관입니다.

야심한 시각이라 박물관은 이미 문을 닫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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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를 확인했으니 내일 아침에 와서 보면 되겠습니다.

리보에서 오던 버스가 많이 지체하는 바람에 오늘은 알지도 못하는 동네에서 하루를 자고 가게 생겼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고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시간 배정을 하며 움직여야겠습니다.

어디 여행만 그런 일이 생긴답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도중에 모두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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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연히 하루를 묵고 가야 할 산두의 시내 지도입니다.

무척 간단한 도시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을 하다 보면 황당한 경험을 가끔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은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황당한 것이지 그들의 상식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일도 여행의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움직인다면 그 또한 즐길 수 있는 일입니다.

 


2 Comments
곰돌이 2011.04.02 13:49  
길이 막히는 바람에  산두에서 주무시게 되셨고..

수웨이족의 상형문자도 알게 되셨네요 ^^*

불행중 다행인 듯 합니다 ^^


리보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돌아가신,  세째 고모께서  웃고 계시는군요 ^^
佳人1 2011.04.04 09:47  
세상 일이 그런가 봅니다.
해가 저물어 쉬어가는 곳에서 몰랐던 새로운 것을 보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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