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아무도 없는 길을 걸어 칠성반월에서 구룡오호로 이어진 멋진 산책길을 걸어갑니다.
이곳을 가시는 분은 꼭 이길을 걸어보세요.
아주 멋진 산책길입니다.
그게 어디 Walking on air만은 아닙니다.
핑안춴에는 산 위에는 쫭족이 살고 산 아래는 야오족이 산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던 제일 높은 쉼터인 구룡오호 관경대에 야오족 여인 몇 명이 있었고
그 관경대로 올라온 사람에게 헤어 쇼를 해주겠답니다.
국군의 날 에어 쇼는 보아서 알지만, 헤어 쇼는 금시초문입니다.
그곳에는 야오족 아주머니가 진을 치고 자리잡고 '헤어 쇼를 하겠다.' 합니다.
그러니 쉬운 말로 귀신 놀이하겠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사례를 해야 하는 일이겠지요.
네... 바로 그런 일이었습니다.
야오족의 긴 머리를 풀어 빗질하고 다시 감아올리는 모습을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귀신 놀이도 아니고...
야오족은 산 아래 산다고 하지만, 쫭족이 올라오지 않는 꼭대기에 몰래 진을 치고 영업 중이었습니다.
아까 이리로 오는 숲길에서 만난 야요족이 우리 부부에게 같은 쇼를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머리 산발하고 다시 빗어 올리겠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런 게 관광상품입니까?
서양인에게는 낯선 장면이겠지만. 우리 어린 시절 할머니가 정갈하게 머리 빗는 모습을 늘 보며 자랐기에 그저 그런 모습입니다.
뷰 포인트라는 곳에 만든 정자를 오르기 전에 뒤로는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로 다짜이 마을에서 걸어오면 中六村을 지나 핑안으로 연결되는 길입니다.
그 길을 걷고 싶었지만, 무거운 배낭 때문에 과감히 포기해 버렸지요.
이제 1호 뷰 포인트에 올라왔습니다.
이곳을 구룡오호(九龍五虎)라고 한다는군요.
이제는 한두 마리도 아니고 용 아홉 마리에다 호랑이 다섯 마리를 동원했습니다.
단체로 동원하면 할인이라도 받습니까?
중국에서 中國産 龍으로 살아간다는 일을 무척 힘이 듭니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동원 소집이라도 나오면 아홉마리가 함께 산골짜기로 나와야 합니다.
차라리 검둥이처럼 마음대로 다랑논을 돌아다니며 자빠져 노는 개가 더 좋습니다.
핑안춴에는 두 개의 뷰 포인트가 있습니다.
아까 본 곳이 2호 관경점인 칠성반월이고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1호 관경점인 구룡오호(九龍五虎)입니다.
1호 뷰 포인트는 하늘의 달과 별을 다랑논에다가 심어 놓더니만,
이번에는 땅에서 좋다고 소문난 용과 호랑이를 한꺼번에 데리고 나타납니다.
그것도 합이 14마리나... 환장하겠습니다.
모두 홀수로 통일했습니다.
어때요?
웅크린 호랑이에 허물 벗은 용처럼 보이십니까?
다랑논이 용의 비늘이라잖아요.
구룡이란 용처럼 생긴 9개의 산허리가 산꼭대기로부터 까마득히 아래에 보이는 계곡을 흐르는 진지앙(금강:金江)에
머리를 처박고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며 반대편에 있는 다섯 개의 언덕은 마치 다섯 마리의 호랑이처럼 생겨 다랑논을 지키는
웅크린 모습처럼 보이기에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정말 미치겠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잘도 둘러댑니까?
어디에 용이 있고 호랑이가 있다는 말입니까?
세상에 흔하디흔한 능선을 보고 너는 용이고 너는 호랑이다라고 하면 전설이 되는 겁니까?
"그냥 경치 좋은 곳, 전망 좋은 곳, 사진 빨 끝내주는 곳." 하며 이름 붙이면 멋이 없기는 하군요?
역시 이름이 중요한가 봅니다.
그럼 이건 어떻겠습니까?
"울퉁불퉁 못 생겨도 보기 좋은 곳.".... 역시 九龍五虎가 더 폼나는군요.
아까 보았던 칠성반월의 모습을 당겨보겠습니다.
이곳에서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칠성반월을 지나 멀리 쫭족의 마을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지금 바라보는 모습은 만약, 몇 해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면 아마도 금방 잡초만 무성한 민둥산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스스로 돌보지 않는다면,
마음의 잡초가 금방 무성하게 자라 우리 마음을 금방 황폐화하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나이 든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무서울 정도로 돌봐야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佳人에는 그나마 컴퓨터를 자식놈에게 구박받아가며, 또 여직원에게 눈치를 보며 물어보며 배웠기에
얕은 재주로 이렇게 글도 쓰고 사진이라도 블로그에 올리며 세상과 교통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침저녁으로 우리의 삶을 무섭도록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그래야 마음의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 부부...
이제 잠시 더 머물다 용의 허리에서 하산해야 합니다.
다랑논 길을 따라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이미 도를 득하였기에 더 배울 게 없어 하산하렵니다.
지금 이미 중국은 이런 농사짓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진출한 젊은 농민공이 2억 명이 넘고
떠날 준비 중인 예비 농민공이 1억 5천 명이라고 했습니까?
이제 이들이 중국이 고민해야 할 첫 번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점차 중국도 산업화로 접어들어 이런 힘든 곳을 오르내리며 농사를 짓는 일보다 도시로 나가 돈을 버는 일이
젊은이들의 꿈이 되어 가나 봅니다.
하늘길...
지금 하늘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들 조상이 수백 년간 오르내렸던 하늘길을 걷고 있습니다.
느껴보세요. 이런 기분을...
들이 마셔보세요, 싱그러운 하늘 냄새를..
바라 보세요,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가...
과연 이곳에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는 젊은이가 있을까요?
마을을 돌아보면 이곳도 나이 든 사람만 보이고 젊은이는 눈에 별로 뜨이지 않습니다.
이제 이곳에서 삶을 끝내는 사람에게는 얼마 후에는....
상여마저 짊어지고 매일 다녔던 하늘길을 마지막 함께 걸어줄 사람마저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젊은이는 도회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휴가를 얻어 이곳에 관광 온 사람뿐입니다.
거주이전의 자유마저 없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지금 다랑논을 지키는 세대가 사라지면,
누가 이 다랑논을 지키겠습니까?
독수리 오 형제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농사지을 시간도 없는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농기구 챙겨 떠오르는 아름다운 태양을 바라보며 산을 오르고
저녁이 되면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산에서 내려오는 일이 인간의 본분이라 생각하며 살았을 겁니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시간인 가족끼리 모여 호롱불 아래 모여 저녁식사를 하며 하하호호 웃으면 세상의 근심걱정은 사라지고..
그 일은 태어나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셨고 아버지가 그런 생활을 하셨기에
젊은이에게는 아무런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며 자식이 태어나며 또 그 모습을 보며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수 백년간 걸쳐 만든 논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산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우리 부부도 오늘 하늘길을 걸었습니다.
구름을 뚫고 하늘로 치솟은 산 위로 만든 해발고도 1000m 높이의 논두렁을 걸었습니다.
이게 바로 삶인가 봅니다.
흘린 땀이 아름답다고 많은 사람이 몰려옵니다.
땀이 만든 다랑논이 이제는 관광자원이 되었습니다.
힘들게 만든 이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삶 속에 끈적임이 베여있기 때문입니다.
땀과 눈물과 한숨만이 아니고 어깨춤과 웃음과 행복한 미소가 함께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은근과 끈기로 만든 예술작품입니다.
이제 더는 힘들지 않습니다.
외롭지도 않습니다.
삶...
정말 그랬습니다.
오늘 우리 부부는 하늘길을 걸었습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이들의 거친 숨소리를 느꼈습니다.
佳人이 내쉬는 숨소리는 바로 이들의 숨소리였습니다.
세상을 살며 다른 사람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말이며
함께 공유하는 삶은 행복한 일입니다.
아~ 佳人은 어디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갑니까?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길입니까?
이제 남은 시간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그냥 아랫마을에서 올라와 여기를 지나 저리로 갑니까?
남은 시간 다시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내려가야 합니까?
칠성반월이라는 곳의 논은 높아서 물이 흘러 들어갈 수 없기에 이렇게 높은 곳에서 대나무로 물길을 만들었습니다.
다랑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게 살아가야 할 필수조건인가요?
그냥 먹고사는 문제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늘길에서 한숨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일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잠시 그들의 삶을 살짝 들여다본 것 같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삶이 말입니다.
그냥 아침에 눈을 뜨면 산을 올라 논을 보살폈고
저녁이면 새소리, 물소리를 들을며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이 년의 세월에만 그리 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게 살아가는 일이라 생각하고 할아버지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걸음마를 배우며 그렇게 살아가는 게 우리 자신이라 터득했기에 물어 볼 필요도 없었고 대답할 필요도 없습니다.
칠성반월이라는 곳에 올라 반대로 관경대를 올려다봅니다.
저기서 여기를 바라볼 때는 아름다웠지만, 이곳은 역시 한 포기라도 더 심기 위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지만, 이곳은 소수민족이 살아오며 흘린 땀이 이곳 골짜기에
한 방울씩 떨어져 만들어진 이랑입니다.
삶의 절규입니다.
세상을 향한 외침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이들의 삶의 메아리였고
흘린 눈물이 보석이 되어 골짜기마다 박혀서 만들어진 곳입니다.
캄캄한 하늘이 아름다운 이유는 밤을 함께 보내는 별이 있기 때문이고,
사막이 그나마 견딜만한 이유는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황량한 들판이 아름다운 이유는 지천으로 피어 있는 들꽃 때문이고,
이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랜 세월 논밭을 일구며 살아온 사람과 그들이 노래한 다랑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이 노래한 다랑논은 바로 가족의 웃음과 행복이었기에 더 아름답습니다.
산비탈을 따라 가지런하게 만들어진 삶의 원천인 다랑논...
그 모습이 아무렇게나 만든듯하나 절제된 아름다움입니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이유는 골짜기마다 땀 흘리며 어깨춤을 추어가며
농사짓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함입니다.
골짜기마다 울려 퍼지는 흥겨운 노랫소리를 듣기 위함입니다.
눈물과 한숨 소리가 들렸던 곳입니다.
산은 골짜기를 품고 골짜기는 다랑논을 보듬어 안고 있습니다.
그 다랑논은 넉넉한 품으로 마을을 안아버렸습니다.
그 마을은 또 마을 사람을 어머니의 품처럼 안아주었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나 산을 오르내리며 살아온 핑안춴 사람들...
이렇게 용의 허리에 솟아난 칠성반월이라는 곳의 한 귀퉁이에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용의 비늘 사이에 영원의 안식처를 만들고 고단한 육신을 눞였습니다.
평생 이곳을 돌보며 살다 바로 그 자리에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제는 더는 힘들게 산을 오르내리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요?
결국,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가 봅니다.
자기가 사랑했던 곳에 육신을 눞이는 일이야 말로 최고로 행복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삶...
정말 징그럽습니다.
그러나 그 징그러운 삶속에도 노랫가락이 흘렀고 춤사위가 흥겨웠습니다.
무엇 때문에...
왜 사느냐고 묻지 마세요.
그 답은 바로 여기 다랑논에 있습니다.
살다 보니...
그냥 살았습니다.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으면, 마을 이름을 핑안(평안:平安)이라고 지었을까요.
비록, 육신은 고됐을지라도 마음만이라도 편안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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