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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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 여행

황병수 0 2460
[여행, 풍경과 함께]고대 삼국지의 무대 중국 청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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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통째로 잘라내 새긴 마애석불 ‘신비’

중국을 여행할 때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도심 한 가운데 호텔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단잠을 깨우는 것은 호텔에 부탁한 모닝콜 소리 보다 불규칙한 높낮이로 들리는 왁자지껄한 소리들과 자동차 경적소리. 더 이상 나를 이불속에 놓아두지 않는다.

창문에 비치는 흐릿한 아침의 모습에 이중으로 된 하얀 커튼을 양쪽으로 밀어내면서, 지난 2일 호텔 12층 방에서 바라보는 청두의 도심 모습은 활기에 넘쳤다.

청두는 쓰촨성의 성도로 인구 천 만명의 대도시이며 고대 촉나라 수도였고 삼국지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인 팬더곰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온화한 날씨로 연중 기온차가 크지 않아 살기 좋은 곳이기는 하지만 흐린 날씨와 습한 기온으로 햇볕을 자주 볼 수 없는 단점이 있기도 하다.

러시아워땐 여느 도시 못지않게 자동차가 많아 교통체증이 심하지만, 한창 공사중인 지하철이 내년에 완공되면 교통체증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인 오토바이는 대부분 소형이며 전기 충전식 덕분에 소음도 적고 매연이 훨씬 덜 해 다른 대도시보다 공기가 맑은 편이다.

산같이 큰 불상 ‘낙산대불’

낙산 대불은 청두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가면 낙산시의 민강, 청의강, 대도강 등 세 개의 강이 모여 흐르는 지점에 위치한 링윈산 서쪽 암벽을 통째로 잘라내 새긴 마애석불이다.
“불상이 하나의 산이요, 산이 하나의 불상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불상의 높이 71m, 머리 너비 10m, 어깨 너비 28m로 규모가 대단하다. 당나라 때 승려 해통이 배가 안전하게 지나다니기를 기원하여 조각을 시작하였으며, 그가 세상을 떠나자 지앤난의 절도사 위고가 90년에 걸쳐 완성하였다.

원화 1만3천원 정도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강가에서 정박 중인 50여명 정도 승선 할 수 있는 관광선( 2층 구조)에 오르면 300여m 떨어진 대불로 데려다 준다.

이곳은 서양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 거의 눈에 띄지 않고, 대부분 관광객들은 중국인들이다.

세 개의 강줄기가 만나 하나의 강으로 흐르는 지점에서 제법 세게 흐르는 강 바로 옆에 깎아 놓은 듯 한 붉은 암벽에 거대한 대불의 모습이 인간이 만든 조각물이라고 상상하기 힘들다.

대불 여기저기 붙어있는 이끼가 그 세월을 말해주고 있으며, 걸어서 관람 할 수 있도록 바위를 깎아 만든 구불구불한 조그만 길들이 더욱 신비감을 자아낸다.

밑에서 바라보는 대불의 얼굴은 여느 불상 모습 보다는 느낌이 다르다. 입가엔 웃음보단 애써 편안함을 표시하려는 듯한 표정과 우수에 가득찬 시선은 당시 이 공사가 얼마나 많은 애환을 감추어 표시하려는가 하는 인상을 준다.

매운 요리 발달…싱싱한 해산물도

다음날 호텔 조식을 뒤로 하고 시내 중심가의 유명한 국수집으로 갔다. 소고기로 우려낸 육수에 국수를 넣고 향신료와 참기름 비슷한 매운맛을 내는 간장을 뿌려 먹는 맛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을 훔칠 만큼 훌륭했다. 면발이 다소 물러 쫄깃한 느낌을 가질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곳은 마늘`파`고추 등을 많이 넣은 매운 요리가 발달 했다고 하는데 여러 가지 맛이 무지개처럼 한데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점심때 찾은 제법 규모가 큰 식당에는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매운 냄새에 연방 재채기를 하면서 겨우 자리에 앉았다. 청두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인 마파두부의 맛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지만 닭고기와 야채를 넣어 볶은 요리는 매콤한 맛이 입맛에 딱 맞는다.

이곳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가 있다. 굴과 가리비에 마늘 다진 것을 올리고 즉석에서 구워먹는 맛은 일품이다.

제갈공명의 사당 ‘무후사’

성도 시내에 무후사라는 삼국시대의 촉한을 세운 유비의 무덤과 사당이 있다. 물론 형제의 연을 맺어 그를 도운 장비와 관우, 그리고 천하의 재사 제갈공명의 영정들도 함께 모셔져 있는데 사람들은 유비보다는 제갈공명을 더 기억하여 제갈의 사후 시호인 무후를 모신 사당이라고 ‘무후사’로 부르고 있었다. 서로 크기가 다른 사당 안에 모셔진 촉한의 영웅 50구의 공봉을 뒤로하고 돌아가면 조그만 뒤뜰이 나오는데 여기는 돌로 유비, 관우, 장비의 모습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도원결의를 했던 장소로, 돌에 새긴 결의 등이 인상적이었다.

사당 안에는 높이 12m, 둘레 183m의 커다란 유비의 무덤이 함께 있는데 왕의 묘와 신하의 사당이 함께 있는 특이한 경우이다. 이는 유비가 죽은 후에도 평생 군주로 모신 제갈공명의 충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볼거리`먹을거리 가득한 전통거리 ‘금리’

무후사와 바로 옆에 있는 금리 거리는, 삼국시대 거리를 재현해 놓은 거리로, 청두를 찾는 관광객이면 꼭 한 번 들러보는 곳으로 중국 고대 영화에 나오는 붐비는 골목처럼 색다른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이곳은 볼거리와 쇼핑, 먹을거리로 유명한데, 골목 양측에 쭉 늘어선 노점과 상가에서는 온갖 모양을 만들어내는 설탕공예가 일품이다. 쌀에 이름을 새겨 넣어 만든 공예품 등 신기하고 특이한 갖가지 공예품들을 직접 만들어 판다.

그리고 양쪽으로 조그만 먹을거리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한두 사람이 겨우 설 수 있는 조그만 입구에 꼬치, 튀김, 국수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드는 과정부터 직접 보면서 사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리 한쪽에는 경극을 공연 하는데 순식간에 얼굴의 가면이 바뀌는 신비로운 모습은 오래 기억 될 것이다.

매번 중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넓은 대륙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풍습, 인종, 기후 등 전혀 다른 모습들이 신기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거대한 나라이지만 그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에 적잖은 전율을 느낄 때가 많다.

비싼 입장료와 많은 여행 경비가 드는데도 불구하고 웬만한 관광지는 대부분 중국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돈도 별로 쓰지 않아 홀대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어디를 가나 도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워크레인의 모습들이 뇌리에 계속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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