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벙이 배낭여행기 "따쥐 나루터와 옥룡설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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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 배낭여행기 "따쥐 나루터와 옥룡설산 "(6)

꺼벙이 1 2165
파란 보리밭 길

■ 06-03-30 06:00시 새벽미명이 허름한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 온다. 창문을 여니 꽉 들어찬 옥룡설산이 뿌연 미명을 눌러쓴 채 밤새 안녕을 묻는다. 앞 방 청년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가상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던 지난 밤이 어찌 평안 했을까. 숨긴다고 영험한 설산이 내 까맣게 탄 속을 모를까 만은, 절대 안녕치 못했던 속내를 감춘 채 문안인사를 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마당으로 내려와 크게 심호흡을 들이킨다.
[image]omy-5-1호도마을.JPG[/image]

비누도 치약도 준비하지 못한 내 준비성을 탓하면 무엇 하랴.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물에 조악한 세수를 한다. 짐을 꾸리고 방을 나선다. 어젯밤 창문을 뜯었던‘우디게스트하우스’주인‘마-(엄마)’는 아직 취침 중인모양이다. 창문에 대고 큰소리를 외친다.
“마-”, “마-“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온 그녀는 와중에도 굿모닝을 묻는다.

주인 마~(엄마)의 말에 의하면 오전 9시에 트래킹 출발지‘챠오터우’로 되돌아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밤새 고심 끝에 호도협(虎跳峽)입구‘챠오터우’로 되돌아가려던 계획을 변경해 따쥐(大具)를 거쳐 옥룡설산을 가기로 했다. 따쥐(大具)로 가는 선착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물으니 3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그녀는 은근히 장사속 속내를 비치는 것 같다. 물론 자신이 소유한 빵차(包車)대절하는 비용은 40위안을 요구했다.

그녀의 과장을 감안하면 약 2시간 남짓하면 선착장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문제는 길을 잘 모르는데다 그나마 인적마저도 없으면 낭패를 볼 수 있어 걱정이 된다. 할 수 없이 빵차(包車)를 대절해 선착장까지 가기로 한다. 오늘도 아침식사를 할 시간도, 장소도 없다. 차는 주인‘마~’의 남편인 듯한 남자가 운전을 한다.

지도상으로는 하바마을 설산 쪽으로 표시 되어있다. 길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새로 포장한 구간은 깨끗하지만 아래쪽 계곡을 보니 오금이 저려온다. 군데군데 끊긴 곳이 있고 날카로운 바위가 허공에 매달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 같다. 때로는 토사로 무너진 길이 아슬아슬하게 이어진다. 우기에는 쉽게 지나칠 길이 아닌것 같다.

차는 포장도로를 벗어나 10여 가구모여 있는 마을 뒤로 돌아 들어간다. 야트막한 언덕을 내려가니 일시에 푸른 보리밭 초원이 나타난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보리밭 초입에 정차하고 기사는 내려서 걸어가란다. 보리밭 사이로 굽이져 보이는 길을 가리키며 5분만 걸어가면 선착장이 나온다고 했다. 정확한 해석은 모르겠지만‘빨리 식사를 하러 오라고 전화가 왔기 때문이라니’

운행시간은 겨우 십분도 지나지 않았다. 걸어서 3시간 30분 소요되는 거리라고 하더니 차는 겨우 십 분거리다. 아무리 거리감각의 오차가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심했다. 이들이 작심하고 애를 먹이는 것 같다. 하지만 어쩌라. 그놈의 입이 안 떨어지는데. 그나마 푸른 보리밭 초원의 걸어가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삭이 피기전의 여린 보리는 시리도록 푸른빛이다. 아침 해를 받은 푸른 보리색은 더욱 청결하다.

마을 뒤편으로는 낮은 구릉에 겨울을 이겨낸 마른 풀들이 평온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에서 카메라의 배터리는 수명을 다해 오직 눈에만 담는다. 보리밭 초원길을 벗어나 계곡을 내려오는데도 인적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다. 5분길 이라던 기사의 변명과는 달리 30분이 넘게 걸린다. 돌에 표시된 희미한 화살표가 유일한 안내자요 이정표다.

따쥐(大具) 나루터 마부의 오두막에서 아침 밥보시
[image]omy-5-2오두막.JPG[/image]

나루터롤 내려가는 진사장(金沙江) 계곡은 경사가 심하다. 검붉은 황톳물에 물은 깊고 흐름이 격렬하다. 강 건너 어디에도 마을이나 길, 인적은 보이지 않고 황량한 산뿐이다. 적잖은 지역을 거쳐 왔지만 이곳역시 계절의 구분이 모호하다. 벌판에는 보리이삭이 피기전의 기온이면서 산에는 아직도 겨울의 기운을 벗지 못하고 신음하는 모습이 그렇다.

굽이진 길을 따라 계곡을 거반 다 내려가서야 오두막 한 채가 보인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오두막에서 사람이 나온다. 그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한다. 마부 겸 뱃사공인 그의 이름은‘챙’(钱治忠 51세). ‘챙’은 식사 중이었다. 비좁은 오두막 한가운데 모닥불이 피워져있다. 수없이 불 맛을 봐왔음직한 돌 위에는 손잡이 달린 솥뚜껑이 놓여있고 그 위에는 기름기 있는 돼지껍질 볶음밥이 지글거리고 있다.

눈짓으로 동의를 구하고 손가락으로 집어 맛을 본다.‘챙(钱)’은 금방눈치 채고 덥석 밥을 담아 준다. 그는 땅바닥에 ‘玉米(옥미)’라고 써 보인다. 적당한 기름기에 짭짤한 볶음밥, 차 잎 띄운 말간국물 뿐이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분위기만은 어느 호사스런 식단 못지않다. 맛은 논할 가치도 없다. 오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지화’의 실전 체험이다.
[image]omy-5-3오두막모닥.JPG[/image]

낮은 판자위에는 낡은 매트리스와 가지런히 이불이 접혀있다. 막 아침을 돋우는 여덟시 햇살은 옷가지가 걸려있는 엉성한 송판 벽 틈으로 강하게 파고 들어온다. 오래된 보온병, 그을음이 덕지덕지 붙은 찻주전자, 허름한 선반위의 세간이 전부다. 나와 동년배인 ‘챙(钱)’은 나보고 젊어 보인다고 했지만 '챙'이야말로 마음이 하얀 청년이었다.

강 건너 나루위에서 따쥐(大具)로 가는 차는 오후 2시에 있다고 했다. 우리는 강바람 살랑살랑 부는 오두막 담에 기대어 앉아 더듬더듬 필담을 나눈다. 그는 나루터의 손님을 건네주기도 하고, 강을 건넌 사람들을 급경사인 계곡위로 태워다 주는 마부의 역할도 한다. 가족은 부인(50)과 아들(32), 딸 둘(26,20)이 종덴(中甸)에 살고 있다고 한다. 스물두 살 딸이 먼저 결혼을 했는데 나이 많은 아들과, 딸이 결혼을 못해 걱정스러워했다.
[image]omy-5-4마부.JPG[/image]

‘챙(钱)’은 강에서 사용할 낚시 줄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는 물끄러미 강물을 보다가 그것도 무료하면 메모도 한다. 그렇게 두 시간이 넘게 필담을 나누었다. 그리고도 얼마 후에야 나루를 건너고자 하는 따쥐(大具) 마을 아주머니가 온후 대화가 끊겼다.‘챙(钱)’은 버스가 오는 오후 2시까지 시간이 있으니 따쥐(大具)까지 아주머니를 따라 가라고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모래와 흙뿐인 강기슭 오두막에서 외롭게 사는‘챙(钱治忠)’과의 인연을 오래 기억하지 싶다. 그의 배는 낮은 저음의 엔진소리를 내며 멀어져간다. 높고 급한 경사 길을 아주머니는 잘도 올라간다. 힐긋 뒤를 돌아보고는 멋쩍게 웃는다.

무뚝뚝한 따쥐(大具) 아줌마는 바구니를 지고 잰걸음으로 잘도 걷는다. 인적 없는 들판, 넓은 길에 걸음을 맞춰 옆에서 걸을라치면 다시 보폭이 빨라진다. 이방인을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이내 뒤를 따라가며 휘바람도 불고 구성진 우리민요와 가요를 흥얼거렸다. 따쥐(大具) 마을까지 한 시간이 넘게 같이 걸었지만 아줌마는 묵묵히 걷기만 했다.
[image]omy-5-5따쥐에서하바설산.JPG[/image]

따쥐 마을은 한 장 도로정비 공사 중이다. 간판만 호텔인 '호도협 호텔(Tiger leaping hotel)'에서 닭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또 시간을 보낸다. 2시에 출발한다던 버스기사는 포커에 심취해있다. 몇 번이고 “레츠 고”를 주문했지만 그때마다 손가락 하나(한 번)만 들어 보인다.

기사는 30분이나 지연 출발에 동네마다 들려 전화로 승객을 불러 태워간다. 대단한 고객위주의 풍경이다.차는 낮은 분지에 위치한 따쥐(大具)에서 굽이굽이 길을 비틀고 돌아서 설산쪽으로 돌아 올라간다.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로 그림 좋은‘윈산핑(云山平)’을 지나쳐 ‘위롱쉐산(玉龍雪山)’으로 향한다. 거금 160위엔 이라는 케이블카 요금이 조금 서운하지만 꼭 올라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오후 4시, 늦은 시간이지만 탑승구에는 줄이 길게 서있다.

겨울 잠바를 빌려 입는 사람들, 작은 휴대용 부탄가스 통처럼 생긴 산소 캔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입구는 분주하다. ‘무식한 것이 용감하다’고 나는 얇은 방풍의를 한 겹 입었을 뿐이다. 케이블카는 높은 산을 쉽게 올라간다. 짧은 시간에 고도 4,546m를 오른 기분이 조금 개운치는 않지만 저 산 밑에서 동경하던 고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한참 동안이나 귀가 멍하고 걸음이 자유롭지 못하다.
[image]omy-5-6설산에서.JPG[/image]

지정된 탐방로를 따라 정상을 관찰하고 설경을 감상하지만 마음은 길을 벗어나 더 올라가고 싶은 심정이다. 입술이 파래지고 몸이 떨려도 몇 바퀴를 더 돌아본다. 무엇이 가슴을 물컹하게 만드는지. 하나 둘 사람들이 줄어들 때까지 마냥 위를 본다.

가야할 때다.리장(麗江)으로 돌아가는 버스(包車)버스에서 바라보는 설산은 구름과 저녁 빛을 머금은채 야릇한 색의 조화로 멀어져간다.

어둠은 다시 내려온다. 한 낮의 건조하고 뜨겁던 기온도 밤이면 바람을 동반하여 매섭게 돌변하는 리장(麗江)의 마지막 밤.‘꾸청(古城)’전망대(万古樓)로 향한다. '만고루' 울창한 나무숲을 빠져나가는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고성의 불빛은 여전히 휘황찬란하지만 지나온‘진사장(金沙江)’오두막, 설산의 우직한 힘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밤바람은 기를 모아 '꾸청(古城)'지붕 위를 자유롭게 지나간다.

 여/행/경/비
버스 차비( 우디-선착장 빵차 대절) 40元 , 아침 (마부 오두막 에서 얻어 먹음)
배삯(따쥐 선착장) 10元 ,  점심 (닭국수 따쥐 호도협호텔) 9元
차비(따쥐-설산20, 설산-리장10) 30元 ,  입장료 (설산케이블카) 165元
기타 (건전지6, 음료수) 25元 ,  석식 (사꾸라, 된장15+커피7) 22元
일계 : 301元(39,130원)


1 Comments
신스 2006.04.28 17:32  
  항상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다음편은 언제 올리시나요?
부탁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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