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 판츠화(攀枝花)에서 리장(麗江) 꾸청(古城)으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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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성 판츠화(攀枝花)에서 리장(麗江) 꾸청(古城)으로(4)

꺼벙이 1 2177
꺼벙이의 중국 운남성-사천성 배낭여행기(4)

■ 06-03-28. 잠을 설쳤다. 6시:30분 첫차를 타야한다는 자의식 때문이었다. 숙소를 나오자 기다리던 택시기사(삐끼)들이 호객을 한다. 판츠화(攀枝花)에서 리장(麗江)까지 택시로 100위엔, 어제 저녁 역전에서의 600위엔에 비하면 거저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민들이 이용하는 허술한 미니버스에서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 버스는 7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차는 여기저기 들려 지체하는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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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언어를 달리하는 이방인은 혼자뿐이다. 리장(麗江)까지 계속 이어지는 진사장(金沙江) 줄기를 따라 간다. 산도, 계곡도 높거니와 똬리를 틀 듯 빙빙 감아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은 아찔 하기만하다. 잠을 잘 수가 없다. 내가 앉은 통로 쪽 좌석의 팔 받침대는 제멋대로 움직인다. 잠시라도 몸의 중심을 잃으면 곧바로 곤두박질 태세다. 졸지 말고 주변경관을 잘 살피라는 그대들의 심오한 배려에 감사를 드려야 할지.

옆자리에 앉은 바이족 처자(處子)‘양(暘)’, 젊은 한(漢)족 ‘장(張)’커플들과 드문드문 필담을 나누지만 할 말이 많은 듯한 그들은 오히려 나보다 더 답답해한다. 나의 신상은 물론 시안(西安), 진시황, 만리장성,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말하는 분위기다. 그들은 역사에 대한 자부가 대단한 모양이다. 버스는 수첩메모 조차 할 수 없는 대단한 고갯길을 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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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위해 정차한 시간은 12시 넘었다. 한족 커플‘장(張)’은 이름자 성에 걸맞게 내게 먹을 것을 잘 챙겨준다. 골라 먹는 식단에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가져다주는데 제법 입에도 잘 맞는다.‘장(張)’커플들은 내가 밥값을 지불한 틈도 안주고 선뜻 식비까지 지불한다.

그는 후식으로 씹어 먹는 사탕수수나무 대궁까지 사준다. 달콤한 물이 흘러나오지만 날카롭고 딱딱한 섬유질이 나의 치아로는 감당하기가 어렵다. 간신히 몇 번 물을 빨아먹고는 아픈 표정을 지으며 버렸다. 그러보니 나는 주머니 약한 젊은이들로부터 중국 역사 강의에 푸짐한 점심까지 얻어먹는 행운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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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에서-기와지붕만 보이는 고성안의 사람들은 무얼먹고살까.)

버스는 다시 출발하여 낮은 분지의 기와집, 토담마을과 산간 고갯길을 넘나들며 새로운 곳으로 나아간다. 잠도 지치고 필담도 힘겨운 바이족 처자‘양(暘)’은 버스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구성진 소수민족 노래를 잘 따라 부른다. 8시간을 달린 버스는 오후 3시가 되어서 리장(麗江)에 도착했다.‘양(暘)’과 한족‘장(張)’커플들에게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제안했지만 극구 사양한다. 그들은 내가 숙소까지 가는 길을 자세하게 안내해주고는 멀어져 갔다.
리장(麗江) 꾸청(古城) - 붉은 깃발에 노란명찰을 달고 이어지는 인파의 행렬

리장(麗江)은 호도협(虎跳峽) 트래킹과 옥룡설산 관광을 위한 선택이었다. 며칠동안의 의사소통의 어려움 보상받고자 한국분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林林)로 숙소를 정했다. 중년의 자상하신 부분이 얼마나 다정해 보이는지 마치 잠시 소풍 나온 분위기다. 짐을 놓기가 무섭게 꾸청(古城)으로 향한다. 사장님은 같이 동행하며 자세한 안내와 사진도 찍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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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관망하는 기와지붕의 정취는 이미 알려진 대로 일품이었다. 목재만을 사용해 못이 없이 꿰어 맞춘 높은 층고의 생태건축물, 모난 돌이지만 발밑에서 느끼는 정갈함, 옥룡설산으로부터 발원하여 수로로 흘러들어 오는 물은 아주 인상적이다. 수로를 건너는 다리들의 모양도 제각각 모양이 다르다. 

그러나 자연을 모토로 하는 건축물과 환경이 소수민족 전통 문화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그 속에 유동하는 사람과 사물은 왠지 그것이 전부 다는 아닌 듯 하다. 골목에는 상술과 상품뿐이다. 나시족 문화와 정서, 숨소리는 작고 골목마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그들 특유의 자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의 발로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모두가 내국인들이다. 밤이나 낮이나 매 일반이다. 어쩌면 지붕에 올려진 기왓장 수효 보다 많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형화된 규격, 반듯하게 진열된 공간에는 옛것의 정취보다 현대의 상술이 오롯이 버티고 있다. 처자들의 몸에 걸친 것은 나시족 의상일지 몰라도 미모만큼은 현대판 배우일 뿐이다. 

개화된 머리로 역어낸 획일주의에 정서는 퇴화되고 집단의 이기만을 보는 듯 개운치 않다. 하긴, 내 무슨 자격으로 보이는 것을 탓하랴. 일탈의 모습을 벗으며 내 일상도 어김없이 안주와 실리를 위해 정신없이 뛸 속물이 아니던가. 문화를 체험한다는 탈을 쓰고 훌쩍 내친걸음은 결국 현실로의 도피가 아니던가. 편협한 문화의 우월감으로 돈 냄새나 풍기며 이국의 상념에 젖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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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많은 골목에 앉아 풍경을 담는 광객객인듯한 화가) 

아서라, 어쩌면 이들은 이것 자체가 생존 아니던가. 적어도 웬모(元謀), 판츠화(攀枝花)의 노정에서 보고 느낀 것은 그런 것 이었다. 저녁을 먹고 다시 고성의 밤에 젖어본다. 수로를 끼고 늘어선 카페와 광장에서는 모닥불을 피우고 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은 모두 함께 춤과 음악에 섞여 깊이 취해간다.

어둠을 모든 것을 덮고, 덮어진 것 들은 타오르는 불속에 집어 던진다. 상념도 미련 없이 날려 버린다. 내일은 산을 걸어야겠다. 밤은 새침하게 바람기를 날린다. 차가운 숙소의 침대 맡에서 외로움의 쓴 잔을 마신다.
 
계/산/서
버스(판츠화-리장)(07:00- 03:00) 62元, 조식대용(빵+물, 기회가 없어서 못 먹음) 4元,
점심(한족 커플에게 얻어먹음) 0元, 택시(리장 터미널-숙소) 15元
기타(고성지도 외) 10元, 음료수(사쿠라 카페) 15元,
숙박(저녁 포함) 35元
 일계 141元(18,330원)
1 Comments
신스 2006.04.20 11:35  
  다음편을 빨리 올려주세요
 근데 왜 사진이 안보이죠? 나만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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