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015년 9월의 타랑, Tha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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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015년 9월의 타랑, Tha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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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건강하게 살아있다.

락사오에서 나까이가는 2시간 반동안의 길위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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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착한 나까이에서도 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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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까이에서 타랑까지 락사오방향으로 20여km를 살아서 되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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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교통 수단이 드무니 걸어서라도 되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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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직 해는 길게 남아있고 길도 좋으며 바람은 선선하고 짐이라고 해봐야 겨우 10kg 될까 말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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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니 혼자 작심하면 되고 혼자 이행해버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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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살아있는 두명의 그들과 엔진이 살아있는 그들의 오토바이를 만나서 반 정도를 편하게 되올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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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반 정도는 두 발로 천천히 걸어오며 빠르면 놓쳐버릴 비경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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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두워질려면 한 시간이나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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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타랑 대교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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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난 음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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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된 수많은 나무들의 거대한 공동묘지 같은 남튼에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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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젖은 공기까지 그 음습함을 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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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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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습함은 흑백으로 더욱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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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침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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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정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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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공간에 묶이려는 찰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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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습함은 황적색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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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고통의 비명이 남튼을 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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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삶의 몸짓이 타랑을 점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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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은 아무일 없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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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여명에 해체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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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은 물살에 용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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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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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침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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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정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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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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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것은 죽은 것으로 보고 나서야만 산 것을 산 것으로 온전히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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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노점의 2천킵 짜리 국수에는 만족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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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게 데워진 대지위에는 믿음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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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와 용기가 살아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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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과 애정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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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진지함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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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에 나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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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를 짓누르는 음습함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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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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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습함이 더욱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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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길 것 같아 떠날 채비를 한다. 


 

15 Comments
향고을 2015.10.09 14:38  
역류님이 제일 기억이 남는곳이라고 해서
유심히 잘보았습니다.
호수가 굉장히 넓은듯 보이고, 나무 웃등걸이가 보이는걸로 봐서
그렇게 깊지는 않은듯 보이고, 저녁 노을 풍경이 정말 아름답네요.
호숫가 옆에 억새지붕 구멍가게라도 있고 점빵 보는 사람이
예쁜 처녀라면 노을진 호수를 바라보며 밤새도록 라오비어 한잔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드네요.저녁노을속 쪽배 어부도 보이네요.ㅎ
역류 2015.10.09 15:09  
오우~  예리하시군요!!!
조그마한 아이들이 다리위에서 뛰어내려 수영할 정도이니 깊어보이진 않았습니다.
호변에 구멍가게도 식당도 있는데 비어라오 한 잔 할 처녀가 없는것 같더군요.  대신 근처를 서성이면 구운물고기와 찹쌀밥을 선뜻 건네주는 젊은 아낙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스크린이나 티브이 영상에서 본 것 같은  북위도의 버려져가는 어촌마을 같았습니다.  그 음습함,  쓸쓸함이 오랫도록 절 지배하는군요.^^
향고을 2015.10.09 17:54  
노을진 저녁노을 호숫가 젊은 아낙도 황송하죠.
구멍가게도 있고 식당도 있고 젊은 아낙도 있고
아주 라오 비어 한잔 하기에 아주 좋을듯 보입니다.
아,이것도 이와에상 따라다니며 어깨너머로배워서
요긴하게 써먹고 있지요.ㅎㅎ
언젠간 시간은 많으니까 한번가서 진짜루 한잔할날도 오긴오겠죠.ㅎ
만개떡 2015.10.09 16:28  
역시 느낌은 같습니다.
저 저녁 노을 보면서 맥주잔 기울이면 참 환상적일것 같습니다.
그런데 점빵은 아는 사람만이 아는 말인데.. ㅋㅋㅋ
요즘 사람들이 알랑가 ? 모르겠습니다.
예전 부엌을 정지 라고 했듯이.
역류님. 잘 봤습니다.
역류 2015.10.10 16:12  
제 고향에선 아직도 점빵,  정지는 살아있는 언어입니다^^
샤이닝55 2015.10.10 10:15  
구름 그림이 좋습니다.
부르댕의 구름이 생각나네요.  잘 보고 갑니다.
역류 2015.10.10 16:10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리휴먼 2015.10.10 21:43  
전빵, 정지... 지금도 외할머니가 쓰시는 정겨운 단어들.
역류님... 경상도 분이시군요^^

시간나시면,
인류애를 발휘하시어...

저곳에...
 
...좀 데려가주심 안되나요?
(남자고, 걸리적 되겠지만 좀 참아주세요ㅋㅋ^^;)
만개떡 2015.10.11 21:54  
언제 우리 향고을 님과 같이 동행 한번 하시지요.
이번 겨울을 예정 하고 있습니다.
리휴먼 2015.10.13 19:08  
감사합니다.어떻게든 일정 맞춰볼께요^^
역류 2015.10.13 10:33  
옙, 경상도 의성이 고향입니다. ^^

하하하
자기애를 발휘하시어...충분히 혼자서 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 생각에 타랑같은 곳은 혼자 가야 제 맛이 날것 같아서요. ^^


가신다면 비엔티엔-(콩로)-락사오-타랑 혹은 타켁 모닝마켓에서 성태우 타고 타랑으로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탄허 2015.10.12 13:27  
아름다워서, 그리고 수장된 산과 들과 나무들을 보면 또 안타까워서 이중적인 감정이 드는 곳을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삶이라는 것이 그럴 수도 있고. 댓가가 없는 성취도 없는 법일 수도 있으니까.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이지요. 잘 보았습니다. 루어 낚시를 하면 낚시도 하고 풍경도 제대로 볼 수가 있는데 나가기만 여러번 나가고 낚시대를 아직 한번도 던져보진 못했네요. 어느 날엔가 라오스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 남턴 호수에 나가 고기를 낚거나, 추억을 낚거나, 풍경을 낚거나...뭐건 낚아보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싸바이디 게스트하우스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맛난 꼬치구이를 먹고 못하는 술이지만, 세상 여러 곳에서 온 여행자들과 우애로 취해보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늘 멋진 여행기, 여러번 보게 하는 사진, 세심한 지도와 정보...늘 감사를 드립니다. 행복하시길.
역류 2015.10.13 10:49  
아름다워서, 안타까워서, ...그리고 따스해서. (동네 어슬렁 거리다가 3끼나 공짜밥을 얻어먹었고 오토바이도 공짜로 얻어타고^^)
초어린이 2015.11.29 00:45  
정말 아름답다...  나와 같은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가 싶다..  좋은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인도에요 2017.12.18 19:41  
좋은 사진들 감사합니다. 우리도 예전에 그랬겠지만 정말 후진국인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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