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가게 된 홍콩 05 - 처음 만난 홍콩사람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어쩌다 가게 된 홍콩 05 - 처음 만난 홍콩사람

Robbine 8 1734

 

3 3 좌석배열 중 창가부터 두 자리가 우리 좌석이었다.

늦게 들어갔더니 복도측 좌석 주인은 이미 앉아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꽤 덩치가 커 보이는 남자여서 그 옆에 앉게될 나는 착석도 전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무서워보이는 인상과 달리 상냥한 이 남자는

최대한 어깨를 복도쪽으로 기울이고 나에게 닿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자세를 유지했다.

지난번 방콕에서 귀국길에 만났던 옆자리 여자와는 정 반대의 경우였다.

 

밤비행기라 비행중에 자면 되는데, 잠은 왜 그리 안드는지..

짧은 비행이지만 좁은 좌석에서의 3시간이 길기만 했다.

모두들 잠을 청하는 와중에 독서등 켜고 여행책을 펼쳤다.

심드렁한 기분에 여행책도 덜 읽었는데 지겨운 이 시간을 떼우기에 적절한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행책에서 본 홍콩식 새해인사를 메모해 두었다.

음력설 연휴에 가는 여행이니 유용하게 쓰일것 같았다.

옆 자리 아저씨를 슬쩍 봤더니 아직 잠들지 않았다.

성조가 있는 중국어는 발음만 따라 한다고 되는게 아닌거 같아서

나의 성조를 좀 고쳐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대뜸 말을 걸었다.

 

"쿵 헤이팟 쵸이"

(평안과 번영이라는 의미의 홍콩식 새해인사)

 

어리둥절해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웃음띈 얼굴로 "쿵 헤이팟 쵸이" 하고 대답을 해줬다.

당황한건 나였다.

내 성조가 맞았다니-0-;

 

말이 트인 김에 설날 맞이 불꽃놀이 행사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다.

한다는건 알았지만, 어디서 언제 하는지는 여행책에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불꽃놀이가 영어로 뭐더라-_-'

 

Firework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한밤중에 비행기 안에서 외국인을 옆에 두고는 생각나지 않았다.

왜 Firefly만 생각났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Fire.. Fire.. um.. you know.. 만 버벅이다가

수첩에 불꽃놀이 폭죽 터지는걸 그림으로 그렸는데도

그 친절한 홍콩 아저씨는 이해하지를 못해서 그냥 관뒀다.

 

그렇게 말문을 튼 이후로

내가 물수건을 요구했을 때 승무원이 3개를 가져다줘서 하나 나눠주기도 하고,

나 물 마실건데 너도 마실래? 해서 물 3컵 달라고 해서 나눠마시기도 하면서

나름 괜찮은 분위기로 홍콩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일어나서 짐을 꺼내고 재빨리 나갔는데,

사람들이 대체 언제 우리 앞으로 갔는지 출입국 심사 줄이 엄청 길었다.

한 줄 뿐이었고.

줄 서라고 세워놓은 이름은 모르겠지만 여튼 그게.. 엄청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입구를 찾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게다가 덥기는 또 얼마나 더웠는지..

겉옷은 벗었지만 상하의 모두 겨울용이어서 짐 들고 땀 뻘뻘 흘리면서 40분 가량을 줄 서 있었던것 같다.

심사 과정은 까다롭지 않았지만 심사까지의 과정이 진을 다 빼놓았다.

 

수속을 마치고 트렁크를 찾고(얼리체크인을 해서 그랬는지 짐이 한참만에 나왔다) 이제 숙소로 가는 미션만 남았다.

그 때 시간이 오전 두 시 정도 됐었다.

일단 너무 지쳐있으니 편의점에서 뭐라도 좀 먹고 가기로 했다.

 

OMG!!

 

편의점에 사람이 버글버글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유심칩을 사라고 모든 후기에 적혀있던 1010은 보이지 않는다.

일단은 편의점에 들어가서 먹을만한게 뭐뭐가 있나 스캔을 했다.

과일쥬스 두 병과 샌드위치를 하나 고르고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근데 가만히 보니까 사람들이 유심칩을 산다.

아이폰 어쩌고 갤럭시 어쩌고 한다.

여기서 사도 되나보다 싶어서 내 차례에 유심칩도 산다고 했다.

핸드폰 기종과 여행일자를 말해주니 알아서 골라준다.

유심칩 사기 미션을 이렇게 끝냈다.

그런데, 유심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려해도 도통 물어볼 사람이 없다.

편의점 직원은 계산하기에 정신이 없고,

안내센터는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샌드위치를 먹을 수는 없었고, 일단 서서 쥬스를 한 병씩 마셨다.

시원한 것을 마시니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나가는 방향으로 따라 걸었다.

양쪽으로 갈라지는 곳에 한 남자가 서있었다.

공항철도는 시간이 끝나서 운행하지 않고,

지금 시간은 택시랑 버스 뿐이라고 했다.

겁도 없이 택시 탈 수 없어서 버스정류장 쪽으로 갔다.

침사추이 쪽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고 거기에 줄을 섰다.

10여분 기다리니 버스가 왔는데, 다행히도 그 버스를 탈 수는 있었지만,

짐가방을 보관해둘 곳이 없어서 조금 난처했다.

친절하게도 어떤 남자 여행객이 혼자 앉은 자리에 자기 가방을 조금 돌려주어서

내 가방을 끼워넣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미 영혼이 70% 빠져나간 상태에서 자리를 찾아 앉았다.

2층 제일 앞자리가 좋다고 하던 이야기는 생각나지도 않았고,

그저 앉을 수만 있으면 되었다.

여전히 유심은 끼우지 못한 상태였다.

 

동생은 자리에 앉자 곧 잠이 들었다.

1시간 가량을 가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잠들 수 없었다.

차가 상당히 흔들렸기 때문이다.

타국에 가면 그 나라의 도로상황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는데,

태국처럼 일방통행로가 많아보이진 않았지만 교차로가 상당히 재미있게 생겼다.

네잎 혹은 세잎 크로바처럼 생긴 교차로를 구불구불 지나가야 하는데,

이 버스가 보이는 교차로마다 전부 다 통과를 하면서 공항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덕분에 안그래도 멀미 잘 하는 촌스러운 체질인 나는

멀미하지 않으려고 엄청 애를 쓰면서 깨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앞 뒤 좌석을 마주보게 하여서 네 사람이 앉을 수 있게 만든 버스 좌석 구조상

내 앞에 앉으신 아줌마를 계속 보았는데,

팔이 아프지도 않은지 손목에 가방을 걸고 두 손을 모아 앉아계셨다.

동생과 내가 나란히 앉았고,

가방과 짐을 안고 앉았음에도 나머지 짐은 비어 있는 맞은편 의자에 두었는데

아줌마가 오셔서 가방을 치운 것이었다.

옆 자리 우리 짐이 있는 곳에 본인의 가방을 같이 얹어두어도 될텐데

닿지 않으려고 계속 의식하면서 자기 짐을 챙기고 잠을 청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공항에서 일하시는 분 같았다.

퇴근하는 길인데 내 맞은편에 앉아 가시게 된 거다.

가방 여기 올리셔도 돼요 하고 말하고 싶었는데,

중국어도 못하고 영어도 밥통이 된 데다가, 정신적으로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다.

 

빨리 내리고 싶어서 어디까지 왔는지 계속 핸드폰으로 체크를 했다.

아이폰은 3g 안되어도 gps 기반으로 지도를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 되더라.

처음 위치를 잡을 때 빨간 점만 보이고 지도는 깜깜해서 낭패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가는데라 그랬는지 한참만에 지도를 보여주긴 했다.

하긴, 전에 방콕에서도 됐었는데..

버스는 천천히 홍콩시내를 향했다.

기사님 머리 위쪽의 전광판에는 한문과 영어로 다음 정류장이 표시되었다.

정류장 한 두개 차이는 걸으면 되긴 하지만 체력이 너무 바닥인 상태여서

정확하게 내리고 싶었다.

정류장 이름이 긴가민가 했는데, 다른 한국인들이 많이 내리길래 따라 내렸다.

길가에 서서 핸드폰으로 호텔 이름을 찍어 보았다.

 

결과가 없다. -0-

 

그 옆의 쇼핑몰 이름을 넣어 보았더니 나온다.

일단 그 쪽으로 향했다.

분명히 근처로 온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가 입구인지를 모르겠다.

 

 

 

 

 

8 Comments
뮤즈 2015.05.12 21:00  
오~ 이번엔 과감하게 남정네한테 먼저 말도 거시고 용감해졌군요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작업이는게 쪼끔 아쉬움~!ㅋ
Robbine 2015.05.12 21:37  
애아빤데요;; 복도 옆 3자리에 부인이랑 애들이 앉아있었죠.
먼저 묻더라구요. 코리안이냐고..ㅋ
못생김 2015.05.12 21:45  
아직까지는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고생길 순례군요.
Robbine 2015.05.12 21:52  
사실, 인천공항 라운지에서는 씐났었어요 ㅋㅋ
바보짓하느라 못갔다가 이번에 처음 간거였거든요 ㅋ
필리핀 2015.05.13 19:04  
헐~ 새벽 2시 도착... ㅜㅜ

제가 제일 싫어하는 스케쥴이네요... 흠!
Robbine 2015.05.13 19:56  
일정 내내 피로가 가시지 않더라구요.
참새하루 2015.05.14 14:26  
스마트폰 GPS 믿고
과감하게 새벽 도착하신건가요
웬지 '고생담 시작'일것은
느낌인데요~~^^
Robbine 2015.05.14 14:57  
비행기표에 대한 선택권은 없었어요 ㅋㅋ
구정연휴 표를 구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 감사한 일이었거든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