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온 소녀~
서울서온 소녀!
60년대 후반 부터 70년대 초반 까지 내가 어린 시절 살던 고향 마을에는
군에 입대를 한후 월남에간 아저씨가 몇명 되는데 그중 간간히 고향으로
미군에서 보급되는 통조림 깐스메 하며 초코렛,과자,커피,껌등 다양한
시골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물건등을 잔뜩 챙겨 가지고 월남에서 휴가를
나오는 월남 아저씨가 있었다.
휴가를 나온 아저씨 고향 집에선 귀한 아들 살아서 돌아왔다고 온집안이
울음 바다가 되었고 월남 아저씨는 늠름한 검게 그을린 모습으로
걸을 때마다 링소리가 철컹거리는 삐까번쩍 군화를 신고 온동네를
주름 잡고 다녔다.
월남 아저씨가 가는곳은 항상 동네 친구들이 월남 아저씨를 따라 다니며
월남 전쟁 이야기에 대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듣고 싶어 했다.
그러면 월남 아저씨 한껏 어깨에 힘좀 주고 화랑 담배 궐련 한개피 입에 물고
담배 연기 하늘로 멋지게 뿜어 올리며 잔뜩 뜸좀 들이다가 월남 전쟁 이야기를
하는데 좀과장 되게 말을 하는듯 말을 하지만 동네 친구들은 월남 아저씨가
하는 말을 하나라도 허투로 들을새라 귀를 쫑긋 열고 경청을 하였다.
어느해 인가는 우리 동네 앞을 흘러가는 앞바위에서 월남 아저씨는
월남 전쟁터에서 수류탄을 던져봤나 의심 스럽지만 뭘그리 자신만만 했던지
월남에서 휴가나와 동네 친구들과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철렵을 하려고
했던지는 모르지만 그위험한 폭팔물을 물고기를 잡으려고 물속에 던지다가
뭐가잘못되고 무슨 실수를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월남 아저씨는 그자리에서
몇번 버둥거리다가 죽고 말았는데 월남 아저씨 가족들이 달려와 대성통곡을
하는데 눈뜨고는 못볼 가슴 쓰라린 광경이었다.
월남 아저씨가 죽고 한동안 앞바위 냇가에는 사람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
얼마후 앞바위에서는 성대한 굿판이 떠들썩하게 앞바위 너른 들판을 흔들었다.
우리 동네 윗말 날망집에는 내가 어린 시절 보던 머리가 하얗고
얼굴에서 풍겨지는 온화한 인상이 좋은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손자들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그이유는 할머니 아들이
6,25때 공군 조종사로 전투에 참가 했다가 전쟁중 전사를 했다고 한다.
어쩐일인지는 모르지만 며느리는 보이지 않는걸로 봐서 아마 재가 한듯 보였다.
그런데 할머니 손자 두명중 한명이 결혼을 하고 월남을 갔다가 제대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 왔었는데 어느 여름 방학때 보니 못보던 소녀 하나와 소년이
날망집을 오고 가고 들랑달랑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소녀와 소년의 모습은 우리 시골 아이들 하고는 뭐가 달라도
한참 달라 보였는데 옷을 입고 있는 옷때깔 하며 우리들이 신고 있는
꺼먹 고무신 하고 다른 앙증 맞은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얼굴 피부도
어쩜 그렇게 희고 뽀얀한지 우리 시골 아이들 하고는 뭔가 차원이 달라도
한참 달라 보였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서울서온 소녀는 내가 늘봐오던 우리 동네 제일 이쁘다는
미자 보다 백배는더 예쁘게 보였다.
그리고 어느날 보니 우리가 평소 볼수 없는 뭐 이상하게 생긴
가루를 물에 타서 마시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소녀가 물에 타서 마시던것은
커피가 확실한듯 보이는데 아무튼 뭔가 이상한 가루를 물에 타서 맛있게 마시던
소녀를 바라보는 심정은 내마음속 어느 아름다운 별나라에서 내려온 천사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