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나와 상하이와 꿔바로우 : 준비편
태국이 베프와 같다면, 상하이, 아니 상해는 대학 때 친했던 동기와 같다.
우연히 알게 됐지만 죽이 잘 맞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같은 태국,
대학 때는 무리지어 몰려다녔던 사이지만 졸업 후에는 띄엄띄엄한 동기같은 상해.
또 생각만 있다면 비행기표만 사서 훌쩍 떠나도 아무렇지 않은 태국,
반면 가기 위해서는 일단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하고 비자도 신청해야 하는 상해.
상해라는 이름의 동기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5년 전 공연 때문에 갔을 때였는데, 그 때는 이렇게 오랜 동안 만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이후 몇 년 간은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도 어쩌다보니 여행을 끊게 된 데다 3년 전 태국이라는 남사친 같은 존재를 만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해를 오랜만에 찾게 된 것은 우리가족의 첫 해외여행을 위해서였다.
나와 동생, 그리고 나와 부모님은 (여행기에도 있지만) 각각 팀을 이뤄 태국을 방문한 이후에 넷이서 다같이 어디를 갔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게 태국이면 참 좋겠지만 일정 상 현충일 전의 주말을 포함한 때라 3박5일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어 가까운 곳을 물색하다 걸린 것이 마침 상해였다.
비행시간이 짧고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부모님에게 중요한 포인트) 곳이며 한 때 내가 자주 드나들었던... 이력이 있었기에 ㅋㅋㅋ
서론이 길었다.
그리하여 준비하게 된 '4박5일 상해 가족여행'을 정리해보았다.
1. 항공권
'원래는' 1월에 태국을 갔다와서 티켓팅 예정이라 오즈 드림페어로 살 계획이었으나,
다들 갈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다 5월 말에서야 구입.
하나투어에서 동방항공 1인당 246,700원.
김포 > 홍차오 / 푸동 > 인천 구간으로 예약을 했다.
보통 인천 <> 푸동으로 하게 되는데, 5년 전 공연 갈 때를 되새겨 보며 여러가지로 가격 조합!
김포까지 네 명이서 택시를 타면 시내버스보단 비싸지만 공항버스와는 가격이 비슷해지므로, 결국 위와 같이 결정을 했다.
하지만 정작 첫 날에는 세 명이서 김포를 가게 되었으니...
분명 다들 일정 확인 잘 하라고 했는데 동생이 출발일에 회사 행사가 있었던 걸 깜빡했다며...(부들부들)
하필 토요일 오전에 얘기를 하는 바람에 월요일까지 기다렸다.
하나투어 도우미여행사에 전화해서 여행사 수수료 만원, 취소 수수료 2만원을 내고 카드 일부 금액 취소됐다.
다행인 건 취소 수수료가 비싸지 않았다는 점 ㅠㅠ
그리고 다시 같은 구간을 다음 날로 옮겨 예약하려고 보니 우리는 여행박람회 특가로 산 거라 이제는 안 된단다 ㅠㅠ
눈물을 (여러번) 머금고 다시 검색을 해보는데 이미 6만원이나 더 비싸서 난감.
혹시나 해서 지마켓을 봤더니 일단 만원짜리 항공 할인권을 주는데다 오는 날 시간이 다르지만 가격이 괜찮아 남방항공 인천 <> 푸동 254,800원으로 재예약.
여기가 끝이면 좋겠지만 비자 재발급이 남았으므로 아래에서 서술한다. (부들부들)
새로 알게 된 사실은 김포공항은 국제선 터미널이 굉장히 작다는 점이다. 협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인천공항을 생각하고 웹체크인에다 2시간반 전에 도착했는데 30분 만에 모든 과정이 끝나서 좀 허무하기도 했고 면세점도 롯데만 들어와 있어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대신에 시간이 빠듯한데 중국, 일본, 대만으로 가야하는 사람들은 김포공항을 이용하면 여러가지로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방항공 기내식. 짧은 구간이라 그런지 커피 등의 음료는 제공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어딜 가든 아시아나 비빔밥이 최고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
2. 호텔
항공권 예약을 마치고 알아본 것은 숙소.
이번 여행은 2년 전 부모님의 태국여행을 엄마가 쏜 전적이 있는 관계로 아빠가 쏘기로 했다.
대신 각자 항공료는 내는 걸로. (애매하게 쏘네)
하지만 항공료는 이미 엄마 카드로 (쏘는거 맞냐는..? - 계좌로 보내기로 하였다 함) 결제한 이후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찰나 나와 동생이 25만원 어치의 숙소로 각자 방을 결제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또다시 호텔스닷컴 탐방을 시작하는데...
상해 4인 별지 비자를 받으려면 3성급 이상의 호텔을 예약해야 한다고 해서 숙소 설명을 잘 살폈다.
위치도 나쁘지 않아야 하고, 룸컨디션도 괜찮아야 하고, 조식도 괜찮아야 하지만 가격은 7만원 안으로...
태국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번 여행지는 한국과 물가가 비슷한 상해.
그러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때는 2007년으로 무려 11년 전, 나는 과에서 도매급으로 보내버리는 하얼빈사범대학으로 한 학기 연수를 갔었다.
당시 물가가 130위안, 엄마한테 한 달에 35만원씩 받아서 8만원을 학원비로 내도 충분히 먹고 살던 시절이었는데...
동기들 대상으로 환치기도 많이 했었는데... (심지어 하루 출금 한도가 모자라서 우리은행에 최대로 올려달라고 부탁까지 함)
그 다음 해에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고 난 직후 물가가 240위안까지 오른 상태에서 떠난 08학번들은 집에서 50만원씩 받아도 생활비만 겨우 되는 정도였다며 한국에 돌아와서 하소연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나름 안정권으로 접어든 것이 현재의 170위안 정도이니 옛날 생각은 이쯤에서 마무리.
날짜를 입력하고 여러가지의 검색 결과 내 조건을 변경해가며 정한 숙소는 하오두 호텔(豪都大酒店)이었다.
한국인들이 작성한 후기를 보니 다 좋은데 조식이 별로라고 했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지하철 하늘색 8호선 따스지에(大世界) 역에서 걸어서 3분 정도, 연보라색 10호선 예원(豫园)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홍차오 공항에 숙소까지 들어갈 때는 10호선을 이용하고, 이후에는 8호선을 이용했다.
부모님 방은 더블베드룸, 나와 동생의 방은 트윈베드룸으로 예약했는데, 트윈베드룸이 더 넓고 좋았다.
결국 나중에는 아빠-동생 / 엄마-나 이렇게 짝꿍을 다시 정해서 두 가지 룸타입을 다 이용해보게 되었다.
건물 자체가 오래 돼서인지, 아니면 금연임에도 누군가가 담배를 피웠는지 약간은 호텔도 아닌 것이 모텔도 아닌 것 같은? 냄새가 조금은 났다.
하지만 굉장히 만족했던 부분은 청소를 깨끗하게 해준다는 점과 드라이어가 엄청 세다는 것이었다!
나는 머리숱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 평소에도 머리 말리는 데만 15분 정도가 걸린다.
보통 숙소에 있는 드라이어들은 머리를 말리라는 건지 싶은 정도로 바람이 약하고 온도는 너무 높아 불편함을 겪었기에 다른 건 안 챙겨도 드라이어는 챙겨 다니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내껀 캐리어에 넣어놓고 숙소에 있는 것만 사용했다.
나중에 보니까 2600와트짜리였다... (내 드라이어는 1600와트...쭈굴...)
청소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직원들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거나 (가끔 무지막지한 사람들이 있기에) 하지 않고 청소해도 되겠냐고 꼭 물어봐주었다.
그리고 아빠가 유리로 된 양치컵을 사용하려다 미끄러져 깨트려서 청소 직원에게 미안하다 하며 금액을 지불해야 되나 물었는데 괜찮다고 하기까지...
대신 단점으로는 프론트 데스크의 직원들이 영어를 거의 못 하는 수준이라는 것.
머리 노란 아저씨에게 지하철 타러 가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을 보긴 했는데 딱 그 정도인듯 했다.
한국으로 오는 날 동생은 아침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해서 새벽 5시 정도에 택시를 불러 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영어를 못 해서 이해를 못 하겠다 했단다.
나에게 대신 내려와 얘기를 해달라고 했는데 귀찮기도 했고 그래서 그냥 디디다처를 이용해 택시를 예약했다.
조식은... 우리가족 전부 태국에서 먹었던 그런 것을 생각했는지 ㅋㅋㅋㅋㅋㅋ
그에 비하면 정말 그냥 필요한 것만 있는 정도였다.
열대과일과 에그 스테이션 따위는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이 금액에 그런 게 나오려면 태국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도 숙소 주변에 작은 식당들과 과일 가게, 全家(패밀리마트)가 있어서 위안이 되었다.
항공권, 숙소가 결정되고 나면 다음 단계인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트윈룸. 쓸데없는 인테리어는 하지 않아 정말 깔끔하다. 해도 잘 들어와서 만족!!!
조...식. 미각을 포기한다!!!
나는 아침에는 많이 못 먹고 특히 퍽퍽한 빵 종류는 잘 안 먹어서 적게 가져왔지만 여기에 토스트와 국물 있는 국수 정도가 전부이다.
그래도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부모님은 간단하게 잘 드셨다고 한다.
3. 비자
중국 여행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마 이것.
비자 때문에 동생이랑 거의 의절 직전...까지 갔기 때문에 할많하않...
'처음에는' 1인 4만에 상해 4인 별지 비자를 받았었다.
별지 비자는 같은 일정으로 여행하는 2명 이상의 여행자가 항공권 발권 완료, 3성급 이상 숙소 예약 완료된 상황에서 신청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조건을 충족했고 신청 날짜도 딱 좋았다.
신청서를 작성해 여권 사본, 항공권 사본, 숙소 예약 내역과 함께 첨부해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항공권 항목에서 설명했던 이유 때문에 별지 비자를 받은 후 한 명이 못 가면 어떻게 되나?
30일 짜리 L비자를 최대한 싸게=발급 날짜를 길게 받으려면 언제까지 신청해야 하나?
이 두 질문으로 비자 대행사를 귀찮게 했다.
첫 번째 질문에는 '상관없다', 두 번째 질문에는 '오늘 5시 이전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참고로 홍차오 공항에 도착해서 별지비자를 내밀었더니 '네 명이라고 돼있는데 왜 세 명이냐?' 물어서 '아파서 못 왔다(셩삥러)'고 했더니 펜을 주고는 그 칸에 줄을 치라고 했다.
맨날 놀던 나는 하필 일을 나와있고, 맨날 일하는 동생은 마침 쉬는 날이었다.
그리하여 얘를 깨워서... (중략) ...어쨌든 동생이 직접 여권을 가지고 광화문에 있는 비자 대행사를 찾아가게 되었다.
갔는데 사진이 없어서... (중략) ...어쨌든 사진을 찍어보내서 개별비자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다 보냈다.
비용은 6만5천원. (+사진 만원)
별지 비자와 다르게 개별 비자는 항공권과 숙소가 예약되지 않은 상태여도 발급이 가능하다.
단지 신청할 때 여권 원본과 비자용 사진이 한 장을 대행사로 보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동생이 하루 늦게 출발하는 것에 15만원 정도의 손해가 났다. (부들부들)
가기 전부터 엄청 힘빼고 가게 되었다.
'상해 4인 별지 비자' 앞장, 뒷장.
뒷장 4번은 동생인데 나중에 줄 찍 긋고 없는 걸로 처리, 1번인 내가 비자를 내고 2번인 아빠는 그냥 통과, 3번인 엄마가 마지막 순번으로 비자 원본을 받아서 중국 입국 완료.
4. 여행자보험
다른 글을 쓸 때 항상 빼먹었던 것이 바로 여행자보험 부분이었다.
오늘의 만원이 나중에는 천만원도 커버해주는, 사실은 나도 2년 전까지는 간과했었다.
별 일 없이 여행을 끝내고 왔을 때는 생각이 안 나다 1월에 방콕에서 엄마가 마사지 받고 병원을 갔을 때, 그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외국인 신분이라 병원비도 걱정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의료보험 체계가 굉장히 잘 되어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특정 보험사를 지정해놓고 쓰지는 않지만 트래블로버라는 사이트에서 항상 계약하는 편이다.
여러번 해본 결과 남자가 여자보다, 나이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비쌌다. (당연한 건가...)
우리 가족 만 나이 기준
아빠(60대 남자) 14,950원
엄마(50대 여자) 10,940원
나(20대 여자) 4,700원
동생(20대 남자) 4,900원
합계 35,490원 되겠다.
다행히 이번에는 병원 갈 일이 없었다.
5. 날씨 / 옷 / 짐싸기
만약 상해를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여행지로 기억하고 싶다면 7-8월을 추천한다.
땀이 나는데도 마르지 않고 몸에 달라붙어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제주도 보다 아래에 위치한 지역인데다 바다와 강을 끼고 있어 대부분의 날들이 습하다.
심지어 겨울에도 놘치(暖气/라디에이터)가 없는데다 습해서 한기가 몸 안으로 파고든다.
우리는 일주일 전인 6월 초에 갔기 때문에 많이 덥거나 습하지 않아 다니기 딱 좋았던 날씨였다. '선선했다'
대신 미세먼지인지 뭐시긴지 하여튼 공기는 별로...
고로 옷은 딱 한국에서 입는 만큼만 챙겨가시면 되겠다.
긴팔 상의나 반팔+얇은 가디건 정도, 혹 나처럼 추위를 많이 탄다면 후드 하나 정도면 딱이다.
여행 기간이 짧기도 하고 두꺼운 옷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다, 대부분의 숙소에는 220V와 110V를 같이 꽂을 수 있는 콘센트를 설치해놨기에 멀티플러그도 필요없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점점 짐이 줄어드는 것은 맞는데다, 딱 봐도 짐 쌀 것이 별로 없었다.
부모님은 24인치 캐리어에 한쪽씩 넣어서 가셨고, 난 20인치를 혼자 썼는데도 남았고, 동생은 평소에 메는 백팩만 가져갔다.
가져가서 안 쓴 물건으로는 우산, 모자, 썬크림 정도?
비는 조금 온다고 해서 혹시 몰라 우산을 가져갔는데, 비가 오긴했으나 우산은 숙소에 있어 결론적으로는 짐이 되었음 ㅋㅋㅋㅋ
대신 북반구의 여름=장마철에는 우산 필수!
도움이 되었던 물건은 태국에서 파는 모기스프레이였다.
그리고 어딜 가나 가장 중요한 물건은 보조밧데리이다...
6. 환전
태국갈 때는 환전 없이 우리은행 exk카드로 출금하는데 중국에서도 된다는 글을 보고 시도하려 했으나 혹시나 해서...
그냥 가기 하루 전 날에 아빠한테 100만원을 입금 받아 우리은행 사이버 환전을 신청했다.
수령 장소는 김포공항으로 하고 구천원 정도를 우대 받아 994,365원을 5700위안으로 받았다.
내가 깜빡했던 것은 우리보다 하루 뒤에 출발하는 동생한테는 위안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마침 내 방 책상 서랍에 40위안 정도가 있었지만 이걸로 마글레브(공항자기부상열차)를 타기에는 부족했다.
다행히 인천공항에서 2만원을 환전했다고 하는데, 초록색 두 장을 건네고 분홍색 한 장 밖에 못 받아서 기분이 묘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7. 유심
옛날 기억으로는 그냥 동네 길 지나가다 가판대 아줌마한테 샀었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은지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 한국에서 사갔다고 한다. (시내 통신사 대리점에서 구입하는 것은 유효하다고 함)
그래서 또 열심히 검색, 가격은 만원 정도 한다는데 분명히 공항에 내리면 거기도 팔 것이고...
결론적으로는 한국에서 미리 신청, 수령하는 것이 쌌다는 것!
홍차오 공항에 도착해서 바로 앞에 보이는 유심과 포켓 와이파이 취급점에 갔는데 1기가 짜리가 150위안... 삼만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
동생에게는 미리 사오라고 얘기를 해놓아서 그나마 조금 아꼈지만, 잠깐의 귀차니즘이 만원을 버리는 상황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옛날에 쓰던 샤오링통이나 가져올 걸 그랬나... ㅋㅋㅋㅋㅋ
이미 심을 끼운 상태라 한국 심이 트레이 안에 들어가 있는데, 어쨌든 이 조그만에 이만오천원이나 하다니...
8. 교통
이번 여행을 위해 오랜만에 중국여행 까페를 들락거리며 알게 된 것은, VPN을 깔지 않고 지도를 보려면 고덕지도(高德地图)를 깔고, 택시를 잡으려면 디디다처(滴滴打车)를 필히 깔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옛날 사람이기도 하며 급변하는 중국 사정에 통하지 못한 사람인 나는 '지도야 깐다 치고, 택시 뭐 길에서 잡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 중국어 못 하는 사람이나 앱 깔고 가는거지 뭐'라는 생각을 하고 상하이에 도착했으나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쳐...
실제로 도착한 날 저녁 와이탄에서 숙소까지의 2키로 정도 되는 거리를 가기 위해 길에서 여러번 택시를 잡아봤으나 돈도 안 되는 정도인데다 콜을 한 것도 아니어서 '합리적' 탑승거부를 당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보다 전자결제 시장이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발전한, 거지도 알리페이(=즈푸바오)로 구걸한다는 중국에서 나 홀로 2013년에 머물러 있었으니...
결국 2키로를 걸어간 후에 씩씩대며 다시 검색을 통해 디디다처를 깔게 되었다.
여러 블로그에 디디다처 사용법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나 지도에 찍힌 위치가 정확한지 등을 확인하려 기사님에게 전화가 오기 때문에 실사용은 중국어를 할 줄 알아야 편할 것 같았다. (그랩택시와 비교된다 정말)
하지만 또다시 2차 난관에 부딪친 것은... 택시에서도 대부분 '즈푸바오(支付宝)'를 사용한다는 것...
내릴 때가 되면 기사님들이 '핸드폰으로 낼거냐?'고 물어보길래 '현금으로 내요'라고 대답했는데 한 번은 '왜 현금이냐! 즈푸바오로 해야지!' 하면서 엄청 설교를 들었음... 이유는 아저씨가 잔돈이 없어서...
다른 차를 탔을 때도 잔돈이 없어서 슈퍼를 갔다 온 적이 있는 걸 생각해보면 현금을 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즈푸바오를 눌러보긴 했으나 그 다음 과정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몰라 기사님에게 직접 좀 눌러달라 했으나 자기도 모른다며 '아 그냥 현금 내!'라고 해서 괜히 미안한 마음에 5위안 더 줘버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가족들과 내린 잠정 결론은 :
전자결제의 과격한 성장은 현금을 못 믿고 카드는 귀찮은 사람들을 구제함과 동시에 당 차원에서의 경제 통제의 용이함에 기인함
또 여행 내내 나를 도와준 일등공신인 고덕지도!
'중국 구글지도'라는 말 그대로 정확한 위치를 찍어주고 가는 길도 잘 알려주어 특히 주가각으로 가는 법을 고민할 때 12위안짜리 시외버스라는 아주 좋은 루트를 추천해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홍차오기차역까지 가서 다시 17호선으로 갈아타고 싶지 않았던 것은 서서 가는 게 싫어서... ㅋㅋㅋㅋㅋㅋ
이유인 즉슨 도착한 날과 둘째날 오전에는 지하철로 이동했었는데, 많이 걸어서 피곤한데다 비좁은 지하철에 갇히니 뭔가 압박도 느껴지고 동생이 합류한 이후에는 택시를 타는 것이 금액적인 메리트도 있어서였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경로는 가까운 거리 이동이라 평균 20위안 정도가 나왔고, 홍췐루에 있는 종로상회에 갈 때는 조금 먼 거리라 50위안 정도, 푸동공항까지는 170위안 정도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공유 자전거인 '오포(ofo)'를 못 타고 온 것이다.
지정된 스테이션에만 가져다 놔야 하는 한국의 공유 자전거 시스템(일산의 피프틴 등)과는 달리 정말 아무데나 둬도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주변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내가 가고싶은 곳까지 가면 되는, 넘나 좋은 것...
소문에는 부산에 오포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가서 타보고 싶다 ㅋㅋㅋ
3일 짜리 교통카드를 살까 고민했었는데 택시를 많이 탔기에 결국은 그냥 편도로 끊어 다니는 게 좋았다는 것.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있는 중산공원(현 루쉰공원)에서 점심 식사 장소인 딘타이펑으로 디디다처로 택시를 불러서 이동 중에 캡쳐.
우리의 이동경로 리스트 공개 ㅋㅋㅋㅋㅋ
이것은 거의 마지막 쯤인데 6월 4일에만 하루 3번 이상을 사용했다.
위에서 두번째의 6월 6일 오전 5시에 푸동공항으로 가는 차는 전날 미리 예약하고 탄 것이다.
기사님과 통화한 후 시간에 맞춰서 숙소 1층에서 만나 잘 타고 갔다.
기사님이 어땠는지 평가하는 항목들인데 귀찮아서 자세히 읽지는 않고 그냥 다 만족으로 해버렸다.
고덕지도로 공항에서 막 내린 동생에게 현재 위치를 알려줌.
류쟈주이 역에서 만날까 했으나 혹시 길을 잃을까봐, 그리고 뭐 좀 먹고 있으라고 시간 벌어줄 김에 우리가 마글레브와의 환승역인 롱양루(龙阳路) 역으로 갔다.
주가각에 갈 때 이용한 상해-주가각 고속버스(沪朱高速快线). 우리 숙소 근처가 기점이라 왔다갔다 정말 편했다.
1인당 12원으로 저렴하고 40분 정도 걸려서 빠르다! 종점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어가면 주가각 입구에 도착한다.
주가각 발 막차는 오후 9시에 있다고 적혀있다.
9. 음식
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글 제목에 꿔바로우가 있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것.
꿔바로우는 11년 전(...) 하얼빈의 혹독한 추위에서 나를 버티게 해 준 좋은 친구이다. (+하얼빈맥주)
동북음식인 꿔바로우는 강남 지역인 상하이와는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지만 '동베이(东北)'라는 글씨가 간판에 있는 집이라면 무조건 있는 메뉴이다.
이번 여행에서 최소 두 번은 꿔바로우를 먹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 꿈☆은 이루어진다!
예전에 찾아갔던 동베이런(东北人)는 우리의 동선과는 맞지 않아 제외, 다른 식당을 찾아봤더니 난징동루에 동베이런지아(东北人家)가 있어 이쪽으로 결정.
음, 정확히 왔군.
대신 하얼빈맥주가 없는 것이 함정이었다.
그리웠던 그 때 그 시절 메뉴들을 시켜놓고 보니 아주...흡족했다...♥
첫날 함께하지 못한 동생을 위해 마지막 날 저녁 한 번 더 먹었다는 것은 비밀이다.
그래서 이 날 저녁 두 끼 먹음... 샤오롱바오 먹고 숙소 근처로 가서 동북음식 또 먹기... ㅋㅋㅋㅋㅋ
보통 상해에 오면 마라롱샤(麻辣龙虾)와 샤오롱바오(小笼包)를 많이 먹는다.
하지만 마라롱샤는 먹는 과정이 너무 귀찮고 혹시나 부모님 입맛에 안 맞을지도 몰라 패스,만두를 많이 좋아하는 동생이 있는 관계로 샤오롱바오를 많이 먹었다.
샤오롱바오 먹은 곳 :
연두색 지하철 2호선 류쟈주이(陆家嘴)역에 있는 백화점 쩡따꽝창(正大广场) 3층의 창가 뷰가 좋은 딘타이펑(鼎泰丰)
주가각(朱家角) 앞에 있는 쇼핑몰의 따냥쉐이지아오(大娘水饺)
인민광장 역 8번 출구 국제호텔 뒷편의 지아지아탕바오(佳家汤包)
...4박 5일의 짧은 일정에도 만두가 뭐라고 세 번이나...
또 양고기 훠궈로 유명하다는 위에위엔훠궈(月圆火锅)에도 갔었는데 보통 훠궈집에 홍탕과 백탕으로 나눠져있는 반면 이곳은 양고기 육수 한 종류만 있는 듯했다.
그리고는 삼겹살로 유명한 종로상회... ㅋㅋㅋㅋㅋ
다들 중국음식이 썩 좋지는 않는 느낌이었고 내가 갑자기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져서 김에 찾아간 곳.
역시 한국인은 한국음식이라며...
사실상 우리가 제일 많이 먹은 것은 과일이었다 ㅋㅋㅋㅋㅋ
이쪽 동네의 여름 제철과일인 양메이(杨梅)와 수박, 파인애플 등을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별로 먹은 건 없는 것 같지만 배곯지 않고 잘 먹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
이 포장을 참 사랑한다. 그릇 가운데 빈 곳에 젓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뻥 소리를 내면...(진상 겸 관종)
하얼빈맥주가 없어서 찾은 대안. 부모님은 밍밍하다고 하심 ㅋㅋㅋㅋ (실제 밍밍함)
저 영롱하고 기름진 자태...
양이 은근히 많이 나와서 마지막에는 조금씩 남기게 되었는데, 아빠한테 먹지도 못 할거 왜 시켜서 남기냐고 혼났당...
또 다시 찾은 집 근처 동북식당.
이 집은 하얼빈맥주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집이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꼭 추천하고 싶었던 메뉴들.
역시나 예상대로 눈 돌아감.
꿔바로우도 신맛이 제대로 났다. 역시 이 집이 제대로야!!! (흥분)
딘타이펑의 흔한 뷰. 밤이었으면 더 볼만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동 지역과 다르게 푸시 지역의 야경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기 때문에.
딘타이펑 주요 메뉴 중 하나인 돼지구이(이름 까먹음)인데 아주... 정말... 맛있다. 진짜... 육즙 제대로 ㅜㅜ
조금만 시켜서 먹고 이따 동생을 만나면 또 먹자는 의지...
새우완탕면은 간이 좀 슴슴했고 샤오롱바오는 역시 맛있었다.
가격은 한국보다 조금 저렴한 수준으로 여기서는 비싼 편이지만 맛을 생각하면 싼거임!!!
주가각 앞 쇼핑몰에서의 샤오롱바오
는 이미 다 먹어 치우고 없다... ㅋㅋㅋㅋㅋㅋ
계란 노른자가 들어있어 맛있다는 지아지아탕바오의 샤오롱바오.
국물 없으면 식사불가능한 아빠 앞의 그릇은 김계란국 같은 메뉴였다.
사실 정확히 읽지도 않고 탕(汤)이라는 글씨만 보고 시켜버림.. ㅋㅋㅋㅋ
양고기 훠궈집의 양 한 판!
이걸 한국에서 먹을라 치면... 돈이...
육수 딱 한 종류에다 소스를 땅콩소스랑 매운소스로 시켜서 반반 섞어 먹으면 꿀맛!
종로상회... 맛있더라...
역시 한국 식당은 물부터 공짜로 준다며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셨던 장소 ㅋㅋㅋㅋㅋ
나의 사랑 너의 사랑 망고스틴(a.k.a 山竹)
생물이 한국보다는 저렴하다. 태국까지 가서 먹지 못 한 것이 아쉽지만...
양메이는 베리류의 과일인데 잘 익은 것은 검붉은 색으로 새콤함보다는 달콤함이 많다.
주가각 골목 안의 과일까페. 과일 종류 상관없이 250그람에 8원이다.
흔한 야식... ㅋㅋㅋㅋㅋ
한 때 내 사랑 삥홍챠도 함께...
여기까지 준비편이었다. (혀가 왜이렇게 긴지...)
다음 편은 10.일정편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