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견문록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북경견문록

네버스탑맘 11 942


두 번째 목적지는 쇼핑장소다. 북경오리, 과자, , 옥도장 등등 토산품을 파는 곳이다. 재미삼아 시식도 해보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다시 버스에 올라 점심으로 싸 온 컵라면을 어떻게 먹나 걱정을 하는데 기사 아저씨는 검지와 장지를 붙여 입에다 갖다 대면서 점심을 먹으라고 한다.

못이기는 척 아저씨를 따라 갔다. 식당에는 사람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을 먹는 중이다. 원형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먹을 만큼 접시에 떠 담는다. 가이드북에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을 막상 찾아가도 음식이 너무 기름져서 현지식에 아직 적응이 안 된 상태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곳의 음식은 맛이 순했다. 청경채 무침도, 생선찜 요리도 입에 잘 맞았고 스팀 라이스라며 커다란 그릇에 담긴 쌀밥도 맛있다. 반가운 마음에 밥을 떠서 상비용으로 갖고 다니는 김과 고추장을 꺼내 함께 먹으니 더 든든했다.

 

중국인들은 친절했다. 혹시나 손이 닿지 않을까봐 먼 곳에 있는 접시를 우리 앞으로 가져다 주며 눈짓으로 이것도 먹으라고 한다. 다 같은 투어객이지만 이 시간만은 남의 나라에 와서 손님대접을 받는 것처럼 황감하다.

 

코를 흘리던 아이 목에는 도금한 메달이 걸려 있다. 기념품인가보다. 이런 조잡한 기념품들은 집에 돌아가면 처치 곤란이라 어디서건 잘 사지 않는데, 왠지 그런 강퍅한 마음을 지닌 엄마를 따라다니며 동심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아이가 측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베이징 밤거리에 하늘을 향해 쏘던 레이저와 아이 눈을 홀리기 위해 날리던 플라스틱 새, 자동인형들..하나도 사주지 않고 넘어간 것도 마음에 걸린다.

돌아가면 아이보고 장난감 하나 사라고 말해줘야겠다.

 

세 번째 장소는 명 13릉이다. 유적지를 밟으며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가이드는 사파리를 떠난 사람처럼 왕릉 수렵을 한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이곳은 어디고 이곳은 무어라고 설명만 한다. 내용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그러다가 박물관에 내려준다. 온갖 화려한 유물이 가득하다. 한편으론 밀랍인형으로 만든 서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탈민녀설화가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닌가보다. 민가의 여인을 탐내자 남편이 관리를 죽이려는 이야기다. 심지어 가마솥에 왕자를 넣고 죽이는 장면까지 사실적이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은 역사를 찬양일색으로 만드는데 힘을 쓴다면 이곳은 좀 남다르다. 명나라, 청나라 왕조의 부패를 신랄하게 그려놓는다. 충격이었다.

 친일파는 그대로 두고 조선총독부 건물만 폭파한다고 역사가 바로서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한국의 위정자들이 이곳에 와 배워야겠단 생각까지 든다. 어쩌면 구한말 세도정치와 고종의 무능, 더 거슬러 올라가 선조와 인조의 정치를 통렬히 비판하는 박물관이 있어야 다시는 백성을 함부로 대하는 지배자는 나타나지 않으리라...주섬주섬 드는 생각으로 버스에 올랐다.

 

베이징에 돌아오니 6시가 넘었다. 벌써 어둑어둑하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내린다. 코흘리개 가족도 내린다. 버스에 우리만 남자 기사는 천안문 쪽으로 가는 버스 노선을 알려준다. 캄캄해지는 도시외곽에서 길을 묻자니 걱정스럽다.

영어를 쓰는 젊은 여인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물으니 그녀는 자신을 따라 내리라고 한다. 갈아 탈 버스가 오자, 우리가 타는 것까지 보고 자신의 길을 간다. 베풀어 준 깊은 호의와는 달리 요란하게 인사도 하지 않고 선선히 자신의 길을 간다.

중국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인배의 풍모가 있다. 용기를 내서 중국인을 따라 다녀 오길 잘했다. 설명도 놓치고, 편안한 자가용도 아니지만 그들을 가까이서 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연암 박지원이 거리에 굴러다니는 개똥마저도 자세히 관찰하여 중국을 알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흉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삼일간의 북경견문록...모쪼록 아이에게 대륙의 기상이 깃들길 바라며 북경에서의 마지막 잠을 청한다.

 

11 Comments
향고을 2017.01.31 23:03  
중국인들 대개 한국여행자에게 친절해요.
대륙 기질에 호탕하구 명예심도 강하구요.
중국 음식이 기름져 처음엔 거부감도 들지만 적응되면 오히려 기름진 음식이
여행하는데 도움이되더군요.
중국은 선입견만버리면 오히려 편한 여행이되지않을까 개인적 생각을해봅니다.
네버스탑맘 2017.01.31 23:11  
향고을님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어보고 권하는 사람처럼,
제가 중국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즐거워해주셔서..감사해요.
실은 이번에 자비출판을 계획하고 있어요. 터키여행기와 더불어 태국, 중국기행기를
합하니 약 400매의 원고가 나오더라구요. 더욱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이킬수없어요 2017.02.01 09:43  
생각해보면 여행을 하는동안 조카가 가지고 싶은것? 먹고 싶은것?
저에게 요구 하는것이 거의 없엇네요 ㅎㅎ
딱 하나 있엇다면.. 수영장 있는 숙소에 한번쯤 머물고 싶다고 햇는대...
가성비가 그닥이라서 가볍게 무시햇어요^^;;
자비 출판이라... 기념이신건가요?
네버스탑맘 2017.02.03 07:17  
네. . 구체적인 작업을 들어가고 있는데, 이것도 일이라고 입술에 물집이.ㅠ
돌이킬수없어요 2017.02.03 09:32  
ㅎㅎ 만드시는동안  즐거우시면.. 물집 정도는...
전 얼마전에 아무것도 안햇는대.... 물집이.. 쿨럭..
네버스탑맘 2017.02.05 21:24  
방금 탈고하고 맺음말 썼어요
 
 작업하는 내내 내 마음은 그네를 뛰었다. 모든 건 문장이었다. 아무리 근사한 풍광, 기가 막힌 서사도 문장으로 풀어내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문장을 만들어 변죽을 울리다 정곡을 찔러 몸 안의 액체가 흘러나올 때는 창공을 날았다.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건너뛰는 비약을 보이거나, 세세하게 말하려는 욕심이 지나쳐 변설조로 흐를 때는 아득하게 지상으로 떨어졌다.
 경계는 묘하게 아슬아슬했다. 비약과 변설 사이를 위태하게 걷는 외줄타기를 눈 밝은 독자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했던 마음도 고백한다.
 여러 번 수정 끝에 내 몸을 통과해 나간 문장을 바라본다. 삶의 성취는 학교에서 매기는 점수순과도 다르고, 직장에서 주는 연봉순서와도 멀다. 다수에게 감동을 주는 글이 아니라면 종이만 낭비하는 글이란 마음으로 그동안 책을 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움직였다면 상관없다는 배짱을 갖게 된 것은 나이가 준 변화다. ‘그 단 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글은 다른 사람에게 아무런 전언을 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글을 맺었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내게 해준 한 줄 평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인간적인 사람’이란 말이다.
 나의 문장엔 허세, 쫀쫀함, 비겁, 오만과 질투가 스며있다. 더불어 용기, 측은지심, 성찰도 배어있다. 있는 그대로 보이고, 다음 행보를 고심해본다. 오로지 남은 건 문장뿐이란 진리를 깨달으며....
  .
타이거지 2017.02.02 09:16  
탑맘..탑맘!...탑맘!!!!
아이의 행복을 찾아서...
북경견문록..대륙의 기상이 깃들길 바라며..피곤한 몸을 눕혔을..탑맘..
맹모 버금화음?? 위대한 유산상속..지덕체를 겸비한 물건되리니...
네버스탑맘 2017.02.03 07:18  
타이거지님.ㅎㅎ남자분인 줄 알았어요. 근데 유쾌하고 귀여우신 여자분이라, 더 친근해요♥
별보는밤 2017.07.04 21:30  
저도 북경에 가본지 7년이나 지났지만, 생각보다 친절하고 한국인에게 호의적이었던 현지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최근에는 사드보복때문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하니 안타깝기도 하고요..ㅠ
TSK1 2017.07.18 08:23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을 움직였다면 상관없다는 배짱을 갖게 된 것은 나이가 준 변화다.
DKLAO 2017.08.12 00:40  
중국에 좋은기억 남기고 가시는거 같아 기쁘네요 중국하면 더럽고 미개하다란 인식이 많아서 아쉽습니다 제가 느낀중국은 글쓴이 님과 비슷했는데 말이죠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