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발리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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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발리의 공기

고구마 4 4831

가격 면에서 몇 만원 더 저렴한 다른 항공사를 외면하고 싱가폴 항공을 선택한건, 항공기 수준도 수준거니와, 싱가폴 항공이 아시아나 항공과 같은 스타 얼라이언스라서 거의 6,000마일이나 되는 마일리지를 아시아나카드에 쌓을 수 있다는 잇점을 기대했던 터였다.
하지만... 공항 데스크에 물어보니 우리 항공권은 항공 마일리지가 쌓이지 않는 Q클래스란다. 췟~ 실망인걸...
6시간 즈음의 비행이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던 건, 모든 클래스 모든 좌석에 개인 모니터가 달려있는 이 훌륭한 항공기 덕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싱가폴 항공의 기내식(서울->싱가폴)>
4eb40556b7a6992e053e44f5eda4a3f0403b9ca9.jpg자정쯤에 도착한 싱가폴 창이 국제 공항... 역시 돈 많은 나라라서 그런지 공항도 제법 쓸 만하고 무엇보다 무료 인터넷이란 게 맘에 든다. 뭐든지 프리는 좋은 법~
우리는 여기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오전 비행기로 드디어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발리로 날아가게 된다. 몇몇 여행자들은 공항내의 트랜짓 호텔로 향하고... 우리랑 비슷한 수준의 다른 여행자들은 곳곳에 잘만한 곳을 찾아 새우잠을 자고 있다. 어서 빨리 날이 밝았으면 좋으련만...그나마 빠른 인터넷 서비스가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고 있다.

<싱가폴 공항 환승 대기 구역의 무료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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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응우라이 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입국비자를 받아야 한다길래 약간 조마조마 했는데, 입국 비자 받는 건 근심 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간단한 과정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와 맞이한 발리의 첫 인상...
다행스럽고도 이상하게도... 발리는 그다지 무덥지 않았다.
태국과 캄보디아 라오스의 더위에 기진맥진해 있던 우리는, 적도에서 고작 8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이곳의 더위를 얼마나 두려워했던가... 아마 태국보다도 훨씬 더 무더울 거라고 생각하며 바짝 긴장하며 공항을 빠져나왔는데, 예상과 달리 그냥 따뜻한 정도의 기온일 뿐이다. 하긴 지금이 건기인데다가 일년 중 그나마 낮은 기온을 유지하는 7월이라 그럴지도 모르지...
이쪽은 지구 남반구, 7월은 이곳에서 겨울(?) 대접을 받는단다. 게다가 공기에 습기가 없으니 훨씬 덜 덥게 느껴지나 보다...

<발리 응우라이 공항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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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따로 가는 베모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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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구역 밖에서 잡아탄 베모는 15분 남짓 달린 후 우리를 꾸따 근처에 떨궈 주고 제 갈 길로 간다. 오호~ 여기가 발리의 배낭여행자들이 모여든다는 꾸따 라는 곳이구먼...
지도를 보고 싼 숙소가 몰려 있다는 강(골목...?)뽀삐스 1로 갔더니만, 휴우~ 놀랍게도 그 골목의 입구는 내가 양팔을 한껏 벌린 길이보다도 폭이 짧았다.

<뽀삐스1 골목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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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따 뽀삐스1 골목의 코말라 인다. 60,000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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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끌러놓고 나가본 꾸따 비치는... 그야말로 내가 여태껏 보아왔던 비치(여태껏 본 거라곤 그나마 태국과 말레이시아 가 전부지만...) 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지금까지 봐온 해변은...
일단은 하얀 백사장과 잔잔한 파도 그리고 야자수가 기본으로 깔린 후...
거기에 ‘과연 이곳이 아시아가 맞긴 맞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해변은 백인 웨스턴들의 홈 플레이 그라운드처럼 변해있고...
그 중 몇몇 여성은 토플리스 차림으로 벌렁 누워 있으며...
그리고 그런 백인여성들 사이로, 꽁꽁 둘러싼 옷차림에 대나무 삿갓을 쓴 채 사롱을 팔고 맛사지를 하는 아시안 여성들의 대조적인 모습들...이 주된 이미지였다.
아... 그러고 보니 토플리스로 활보하는 백인여성들을 보는 게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진짜 외국에 나왔긴 나왔다 부다..이런걸 보다니..’ 하는 생각에 좀 흥분되기도(음... 내가 변태였던가...) 했는데 요즘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좀 괘씸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케케묵은 말을 구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들이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는 있어야 하지 않나...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물에 들어갈 때 조차도 거의 대부분이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다.(그러한 차림새가 옳고 그른가 하는 것은 일단 차치하고라고...) 놀랍게도 무슬림 국가에선 두건까지 쓴 완벽한 차림새로 들어가기까지 하는데... 그런 걸 감안한다면... 적어도 지들이 저렇게까지 훌렁 벗고 토플리스로 돌아 다니는 건 아시아 사람들과 그 문화권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우리 시선과 생각 따위는 아무런 고려 사항이 아니야...?
물론 동남아시안 처럼 반팔 티에 반바지를 입으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비키니는 제대로 입어줘야지... 오히려 이 땅의 주인인 아시아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눈 둘 곳을 못 찾아 민망해 하거나... 아니면 괜히 멀쩡한 사람을 관음증 환자로 돌변하게끔 만든다.
괜시리 도촬을 시도하고 가자미 눈이 돼서 흘끔되고, 그러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아주 싸늘한 눈초리로 우리를 대한다지...
망할 것들... 구경거리가 되길 자초했으면 반갑지 않은 흘낏거림과 줌인으로 최대한 땡겨 대는 도촬도 감수하라구...

어쨌든 이야기가 딴 길로 샜는데, 그러했던 기존의 해변 모습과 달리 이곳 꾸따 해변은 현지인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해변은 마치 동네 축구장처럼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해변은 검고 파도는 거칠고 높다. 멋진 모래와 맑은 물 대신, 서퍼들의 액티비티한 모습이 그나마 이곳의 그림을 멋있게 만들어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백인여행자들은 비교적 바른 자세의 착한 모습으로 각 잡고 의자에 얌전하게 앉아 있거나, 맛사지를 받을 때도 최소한 비키니는 입어주는 사람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지인들로 넘처나는 꾸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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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웨스턴들 왠지 현지인들 기세에 좀 기죽어 있는 거 같지 않냐...?”
“좀 그래 보이기도 하는데... 모르지... 평소에는 어떨지...”
아아~ 혼잡하고 소란스러운 데다가 호객꾼들로 넘쳐나는 꾸따가... 쉽사리 좋아질 것 같지 않다... 휴우~

4 Comments
권민경 2004.07.19 23:44  
  ㅋㅋ 엄청나게 혼잡하죠.꾸따는.머리땋아라 헤나해라 마사지 받아라~등등 종류도 많아요.ㅎ ㅏㅎ ㅏ 그래도 그렇기때문에 사람냄새나고 재미있는 곳이에요^^
아부지 2004.07.21 03:04  
  에에엑?????? 저렇게 변했어여? 으아..엄청나네..7년사이에 어떻게 저렇게 됐나..-_-;;;;;;;;; 저기..해운대 아니에여? [[고양땀]]
아로미 2004.08.03 00:13  
  잔짜 넘쳐나네여...
코코리 2004.10.18 17:58  
  ARMA뮤지엄에 갔을땐데요. 거기 사진들을 보니 발리 여인네들은 윗옷을 벗고 다니데요. 그러고 나서 좀 외진 동네 갔다가 윗 속옷만 입고 머리에 짐을 이고 다니는 아낙네를 봤슴다. 어쩜 외국인들이 발리법을 따르는 걸지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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