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의 인도네시아 여행기 18 상이란 초기인류화석 출토지
나는 50대 중반으로 중학교 1학년인 막내와 둘이 인도네시아를 다녀왔습니다. 일정은 2005년 1월 5일 출발하여 자카르타 - 족자카르타 - 발리 - 방콕 - 인천으로 1월 25일 귀국했습니다.
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5. 01. 11(화)
족자카르타, 상이란 초기인류화석 출토지
오늘은 관광을 위해 택시를 대절한 날이다. 350,000Rp의 거금을 들여 택시를 대절한 이유는 상이란(Sangiran)을 가기 위해서다. 정보에 따른 처음 계획은
‘족자카르타 ← 기차 → 솔로(Solo), 택시타고 버스터미널로 솔로 ← 로컬 버스 → 깔리잠브 Kalijambe, 현장에서 만나는 아무 교통편이나 이용 상이란(Sangiran)으로’
이렇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아구스AGUS’가 너무 무리라고 제동을 걸었다.
‘택시를 이용해라 그러면 솔로의 크라톤(Kraton)까지 구경하고도 시간이 남는다.’
‘그래, 그러면 근처에 구경할 데가 있냐?’
‘그럼 근처에 쩨또 사원(Candi Cetho) 죽여준다. 수꾸 사원( Candi Sukuh )도 멋있다.’
‘그래 그럼 수꾸 사원을 넣어서 택시 빌리자!’
이렇게 된 것이다. 우리가 ‘수꾸 사원( Candi Sukuh )’을 선택한 것은 인터넷 정보에서 솔로(Solo)에서 숙박하면서 ‘수꾸 사원( Candi Sukuh )’을 다녀온 기행문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거기 경치가 매우 좋다고 쓰여져 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이 끌리는 대로 ‘상이란(Sangiran), - 수꾸사원(Candi Sukuh) - 솔로 크라톤(Solo Kraton)’의 순서를 정해 출발하였다.
8시 픽업차량이 왔다. 영업용 택시가 아니라 자가용으로 뛰는 ‘나라시 택시’다. 지프 형으로 생긴 일제 ‘기장’이란 차인데 4WD는 아니다. 우리는 뒤에 타고, 앞에는 운전사와 운전사 친구가 심심하다고 따라왔다. 족자에서 관광은 호화판인 것 같다. 첫날 쁘람바난 투어때 미니버스에 3명, 둘째 날 디엥고원 투어때 미니버스에 2명, 오늘 택시대절, 작년 태국에서 좁은 버스에 끼어 타던 것과는 딴판이다.
택시대절하면 얼마 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꽤 먼 거리인 것 같다. 10시경 상이란 초기인류 화석지대(Sangiran fossil fild)에 도착하였다. ‘혹시 가이드가 필요치 않냐?’는 운전사 친구의 호의를 뿌리치고 우선 나무그늘 아래서 주변 정찰을 했다. 사람이란 왜 이럴까? ‘쟈바’의 다른 곳의 경치와는 사뭇 구분되는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아주 조금 본 ‘쟈바’지만 우리가 본 곳은 거의가 화산과 관계있는 지형이었다. 산악지대건, 평야지대건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땅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상이란(Sangiran)’은 무언가 달랐다. 멀리까지 굽이치며 달려가는 능선들은 화산활동에 의한 땅이 아니라, 조산활동(造山運動 orogeny)에 의한 땅임을 알 수 있었다. 습곡과 단층작용에 의해 융기(隆起)한 노년기의 지형이었다. 역시 현재의 인류(人類)이건 원시의 인류(人類)이건 자기가 살 땅을 고르는 눈은 매 한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상이란의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낮설지 않은 상이란 지역의 풍경.
언덕위에는 상이란 화석박물관(Sangiran history the fossil museum)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는 몇 명의 제복 입은 사람들이 무료에 지친 표정을 앉아 있다가 우리를 반긴다. 방명록에 사인을 하고나니 무슬림복장을 한 키 작은 아가씨가 안내를 해 준다.
이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우리가 교과서에서 ‘쟈바원인’이라고 배운 초기인류 화석이다. 첫 번째 전시실에 이 화석을 전시해 두었는데, 이 화석이 출토된 지역 지도가 앞에 걸려있다.
상이란 지역은 우리나라의 면(面) 단위 정도의 넓이인 것 같다. 이곳에서 중요한 초기 인류의 화석 출토된 장소가 8개라고 한다. 그 외에 인류와 관계가 깊은 화석들이 출토된 장소가 10여 곳이 넘는다. 특히 1936년부터 1941년 사이에 발견된 피테칸트로푸스 Pithecanthropus Homo erectus - 원인속(猿人屬)으로 유인원(類人猿)과 사람의 중간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류 - 1과 2는 약 50만 년 전의 인류로서 우리가 흔히 ‘쟈바원인’이라고 부르고 있는 귀중한 인류화석이다. 이 외에도 시대를 달리하며 Homo sapiens의 화석까지 현재 세계에서 발견된 귀중한 인류화석의 절반가량이 이곳에서 출토되었다고 한다. - 이 부분은 안내 아가씨의 설명을 듣고 기억에 의해 복원한 것으로 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의는 아닙니다. -
‘쟈바원인’의 두개골 화석은 미국의 인류학자 S. Sartono에 의해서 추측 복원되어 ‘쟈바소년 유진 Java Man Eugene’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리고 아깝게도 이 화석의 진품은 쟈카르타 ‘반둥박물관’에 소장되어있고, 여기에 있는 것은 Copy라고 한다.
소중한 쟈바원인 1과 2의 화석, 오른쪽 1 이 '쟈바소년 유진'으로 복원되었다.
박물관에는 이것 외에도 초기 인류들과 같이 살았을 것을 생각되는 많은 동물들의 화석이 같은 지층에서 출토되어 전시보관 되고 있는데, 매머드의 어금니, 들소의 머리뼈와 뿔, 악어의 뼈, 코끼리 뼈 등과 ‘뗀석기’간석기’등도 전시되어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바다생물들의 화석이다. 고둥, 소라의 껍데기에서부터 우리나라와 똑 같은 ‘조개무덤 - 패총(貝塚)’의 모습이다.
1미터가 넘는 악어의 머리뼈 화석
박물관이 모든 전시물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작업실을 구경하였다. 이런 귀중한 박물관의 작업실 치고는 10평정도 되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 보였다. 그것도 대부분의 공간은 유물들로 채워져 있고, 가운데 책상 두개정도의 작업대에서 두 명의 학예사가 들소(버펄로)의 머리뼈 화석 복원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고, 현재 하고 있는 사암(砂巖) 덩어리 속에서 화석을 분리하는 작업을 보여 주었다.
화석 분리작업 중인 박물관 학예사옆에서 잠시 흉내를 내 본다
박물관은 명성에 맞게 리모델링 작업 중이라고 한다. 현재의 전시실에서 바로 옆에 반 지하 전시실을 만들어 일부의 유물을 옮기며, ‘쟈바 소년 유진’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을 재현해 보려고 한다며, ‘아마 내년쯤이면….’하고 희망에 차 있었다. 우리는 ‘다시 방문하여 새 박물관을 보게 되기를 바란다.’며 박물관을 나섰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려니 같이 온 사람이 찾아 올라왔다. ‘하도 내려오지 않아서, 혹시 길을 잃어버렸나 찾아 올라왔다.’고 한다. 운전사는 나무그늘에 세워놓은 차 안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다. 박물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탓에 기념품 상가는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했다.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기념품은 거의다가 ‘화석’ 또는 ‘골동품’과 관계된 것들이었다. 완벽한 사람의 두개골을 기념품으로 파는 집도 있었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찬찬히 구경을 한다면 이것도 정말 재미있을 텐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나중 생각이지만, 어차피 택시를 대절한 사람은 우리니까, 다음 일정을 취소하고 여기서 시간을 더 보낼 수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 다음은 기상천외한 수꾸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