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의 인도네시아 여행기 11 디엥고원 와르나 호수
나는 50대 중반으로 중학교 1학년인 막내와 둘이 인도네시아를 다녀왔습니다. 일정은 2005년 1월 5일 출발하여 자카르타 - 족자카르타 - 발리 - 방콕 - 인천으로 1월 25일 귀국했습니다.
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디엥고원의 와르나 호수
사끼당 지열지대를 떠나 다음 도착한 곳은 '와르나 호수Telaga Warna' 여기에서 다시 입장료 6,000Rp를 받는다.
한적하고 조용한 와르나호수, 잔잔한 수면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준다. 옛날부터 수행처로 많이 찾았다고한다
시멘트로 포장된 오솔길을 걸어가면 녹음으로 인해 한결 더위를 잊는다.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호수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한 개의 호수인지 두개의 호수인지 알 수 없으나, - 너무 지쳐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 호수의 물색이 무척 아름답다. 짙은 녹색이 마치 에메랄드빛이라고 할까. 바람 한 점 없는 수면에는 조그만 파문(波紋)도 일지 않는다. 뒤쪽에 있는 호수는 빛의 장난인지 붉은색이 은은하게 비쳐 보인다.
사실 이 호수에는 물고기가 없다고 한다. 유황이 녹아 나와서 물고기가 살 수 없으며, 호수의 색이 이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호숫가에서 찐빵을 파는 청년을 만났다. 한 개에 단돈 1,000Rp 그런데도 상인(商人)으로서 서비스 정신은 투철하다. 파인애플 초콜릿 또 하나는 뭐든가 하여튼 세 가지 메뉴를 대며 고르라고 한다. 찐빵 한 개로 휙휙 돌아가는 허기를 참았다.
호숫가에는 세 개의 동굴이 있다. 동굴이라고 ‘고수동굴’과 같은 굴이 아니라 비바람 피할 정도의 바위암굴이다. 그 앞에는 철문을 해 달아놓고 들어갈 수 없게 해 놓았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가? 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 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철장 속을 기웃거리는가 알 수 없었다. 이런 것을 ‘개 머루 먹듯’이라고 하는가, 사람들을 따라 대강 둘러보고 주차장에 오니 일행들도(운전사 가족) 나와 앉아있다. 운전수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자리에 없다. 노점에서 간식을 하며 기다리니 잠시 뒤 온다.
‘배고프지 우리도 무척 배고프다.’ ‘여기는 먹을 만한 식당이 없다. 조금 가서 좋은 식당에서 먹자 우리 식구도 배고프다고 한다.’
미니버스를 타고 디엥고원을 하직하고 힘겹게 올라온 고갯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약 1시간 30분을 달린 끝에 이름을 모르는 한 도시에 도착하여 제법 큰 식당 앞에 미니버스를 세웠다. 관광객이 없어서 그런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서 그런지, 넓은 식당에 손님이라고는 우리 일행 밖에 없었다. 어떻게 식사를 하는지 몰라서 눈치를 보니 운전사 가족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요령은 간단했다. 소위 ‘빠당 요리’라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카페테리아 식당’하고 똑 같았다. 자기가 먹을 요리를 주문하면 조금씩 퍼 준다. 그리고 나중에 그 가짓수에 맞춰 식대를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단지 어려운 것이 있다면, 이 반찬이 무엇으로 만들은 어떤 맛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가장 보편적인 것 ‘갈비탕 국’ ‘야채 무침’ ‘미고랭-볶음국수’ ‘사떼-꼬치구이’ 같은 것들을 주문해서 먹었다. 또 다시 이용하게 된다면 더 잘 할 수 있겠는데, 아쉽게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 단 한번밖에 이용해 보지 못했다.
식사를 하며 운전사에게 ‘아까 호숫가에 있는 동굴이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짐작하기로는 ‘인도네시아의 신화(神話)’와 관련이 된 것이 아닌 가 했는데, ‘옛날부터 이름 있는 힌두승려들이 수행을 하던 장소’라고 한다.
또 수하르토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 이곳에서 명상을 하며 수행을 했다고 한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수행한 동굴은 ‘고아 세마르 Gua Semar’라고 하는 곳이라고 한다. 어쩐지 세 개의 동굴 중에 가장 좋은 위치였던 것 같고, 그 앞에는 조그만 바람막이 간이 건물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를 휘어잡던 수하르토 대통령의 흔적 치고는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사실은 자연스럽지 않은가) 너무 법석을 떨지 않고 조용히 참배하는 모습이 더 아름다운것 같다.
디엥고원 가는 길의 계단식 밭. 넓이와 상관이 없이 만들 수 있으면 어디든지 만드는 듯, 상상도 못할 높은 산까지 모두 밭으로 개간하였다. 인니인의 생존력이 놀랍기도 하고, 왜 나무를 심지 않는지 궁금도 하다.
-- 다음은 보로부두르의 믄듯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