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의 인도네시아 기행 7 디앵고원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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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의 인도네시아 기행 7 디앵고원 가는길

Ducky 1 2626

2005. 01. 09(일)
족자카르타 - 디엥고원의 힌두사원들


족자의 두 번째 날이다. 아침 5시 40분에 알람을 맞추어 두고 신경써서 일어났다. 창밖은 벌써 환해졌다. 족자의 아침은 새소리로 시작이 된다. 집집마다 문 앞에 조롱(鳥籠)을 걸어 놓고 새를 키운다. 얼마나 정성으로 기르는지 아침마다 새소리가 숲속과 같이 들린다. ‘새는 가정에 복을 가져다준다’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믿음에, 각 가정마다 몇 마리의 새를 기르고 있고, 그래서 족자의 구경거리로 ‘새시장’이 있다.


오늘 일정은 ‘디엥고원Dieng Plateay’을 다녀오면서 ‘보로부두르’에서 1박 하는 것이다. 모든 짐을 챙겨서 로비로 내려갔다. 아침은 7시 부터이지만 오늘 픽업시간이 7시라서 특별히 ‘미스터 트리’가 6시 30분에 아침을 주었다. 큰 짐은 보관하고 꼭 필요한 물건만 작은 배낭에 넣어 픽업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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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엥고원 가는길 - 커다란 산을 몇개 넘는데 하나같이 계단식 밭으로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주로 감자 땅콩 양배추 옥수수 등. 인니인들의 놀라운 생존력을 볼 수있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은 말 그대로 ‘브랙퍼스트(breakfast)’ 첫 번째로 무엇인가 입에 넣어보는 의미만 있는 정도다. 마치 우리가 점심(點心-일하기에 바쁘니까 그냥 마음에 점만 찍어두자)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토스트와 삶은 계란 그리고 커피 또는 홍차가 나온다. 홍차는 인도네시아특제(?) 굵은 설탕을 듬북 넣어 마시면 되는데, 커피는 조금 심상치 않다. 우선 커피 잔 가장자리에 무언가 시커먼 것이 조금 붙어있다. 설탕을 넣어서 저으면 이것들은 어디론가 실종이 되서 커피를 마시는데는 방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다 보면 커피 잔 바닥에 무언지 시커먼 것이 가라앉아 있다. 이것이 무엇일까? 스푼으로 휘휘 저어서 같이 마셔야 하나, 아니면 가라앉은 그대로 두어야 하나, 심히 고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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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엥고원 판다와 사원군 - 인니 힌두사원 중 최고(最古)의 사원이라한다.



호텔에서 차(茶)에 대한 인심을 무척 후했다. 언제고 차 한 잔 마시자 하면 거절하지 않고 잘 준다. 커피에 값을 받는 고급 레스토랑은 우리의 커피와 다른 것이 없는데, 서민들의 커피는 예의의 검은 찌꺼기가 남는다. 이것은 이들 인도네시아인이 마시는 쟈바 커피의 특징인 것 같다. 이들의 쟈바커피는 원두커피를 분쇄한 것인데 매우 고운 가루로 되어있다. 또한 스푼으로 떠 올리면 마치 밀가루와 같이 착 붙는다. 이것을 한 스푼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고 휘휘 젓는다. 그러면 끝이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설탕을 타면 된다. 물론 ‘프림’은 없다. 서울에서 끓여 마시던 원두커피는 이렇게 하면 커피가루가 물과 같이 섞여있어 도저히 마실 수가 없는데, 쟈바커피는 조금만 있으면 조용히 바닥에 가라앉는다. 가라앉은 찌꺼기는 그대로 두고 윗물만 홀짝 홀짝 마시면 되는 것이다. ‘커피 한잔 마시자.’하면, 물만 끓이면 되는 것이다.



7시에 픽업을 하러 왔다. 작삭거리로 나가니 미니버스가 서 있는데 타는 사람은 달랑 우리 두 명, 간식이라고 작은 상자와 물을 한 병씩 주는데, 빵이 두개 들어있다. 일단 출발을 하여 다른 사람을 픽업하러 가는 가 했더니 운전수 말이 ‘오늘 디엥고원 투어는 우리 둘 뿐’이라고 한다. 여행사에 쓰여 있는 ‘디엥고원 투어의 최소인원은 4명’ 문구를 보았는데 정말 사람이 없으면 두 명을 가지고도 움직일 수밖에 없나보다. 이른 시간이라 교통정체 없이 빠른 속도로 족자 시내를 빠져 나가는데 인도네시아 특유의 일방통행은 아무리 정신을 차려도 방향감각을 잃게 만든다.



인도네시아의 교통정책은 우리와 사뭇 다른 것 같았다. 이들의 교통법규를 알 수 없으니 무어라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정보에 보면 ‘운전하기가 무척 어려운 나라’라고 되어있다. 얼핏 보면 자동차에 정원이란 말은 없다. 탈 수 있을 만큼 타면 되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그 행위를 한 본인에게 있는 것 같았다. 엊그제 감빌역에서 족자행 기차를 기다리며 놀랄만한 상황을 구경하였다. 이미 어두워진 플랫홈 저편에서 기차의 불빛이 다가오더니 감빌역에 정차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통과하였다. 이때 기차 지붕위에, 5-6명의 아이들인지 어른인지 너무 순간적이라 구별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것이었다. 종민이와 나는 입을 딱 벌리고 서로 쳐다만 볼 뿐 무어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지금 통과한 열차가 기차였는지 전철이었는지 확인하지도 못했다. 이런 기가막힌 상황을 볼 수 있는 나라가 인도네시아인 것이다. 그래서 요리조리 달리는 버스에 매달려 가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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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엥고원 빤다와 사원군중 알주나사원



인도네시아에는 몇몇 도로를 제외하고 중앙선이 없다. 아마 중앙선이 꼭 필요하면 안전지대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어느 곳에서고 우회전(인도네시아는 우리와 운전석이 반대)과 U턴을 한다. 또한 맞은편 차선으로 맘대로 넘나들어 앞차를 앞지를 수 있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도로 위에는 최신형의 승용차에서, 낡은 트럭, 버스, 삼륜차인 바자이, 인력거인 뻬짝, 족자에는 마차(馬車)까지 한꺼번에 몰려다니는데 가장 많고 위험한 것이 오토바이다. 이런 속에서 중앙선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교통사고가 날 것은 틀림없는 일이고, 또한 교통사고가 났다 하면 인사사고(人死事故)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 오토바이 타는 사람의 반 수 이상은 헬멧이 우리나라 작업장의 안전모 같다. - 그러나 오히려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 큰 교통사고의 현장을 목격한 적은 없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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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주나사원의 신상



인도네시아의 교통은 아마도 능력별인 것 같았다.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차량은 빨리 가고, 빨리 갈 수 없는 차량은 길을 막지 않는다. 한발? 한 바퀴라도 먼저 진입한 차량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먼저 갈 수 있는 우선권이 있고, 나중에 진입한 차량은 그 뒤를 쫓아가야 한다. 이런 것이 내가 인도네시아에 있으면서 추리해 낸 교통법규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다. 가령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비싼 ‘에쿠우스나’, 가장 싼 ‘티☆(이 차(車)를 가지고 계신 분 미안합니다. 그냥 단순한 비교니까 오해하지 마십시오.)나 도로를 주행하는 속도는 모두 같다. 비싼 차를 가졌다고 해도 ’제한속도‘라는 교통법규가 있으므로 빨리 갈 수 없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에쿠우스‘를 가질 만하다. 제한 속도도 없다. 능력껏 빨리 가면 되는 것이다. 느린 차는 빠른 자동차의 진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 당연히 에쿠우스가 빨리 갈 수 있다.


---- 디엥고원 계속됨
1 Comments
글쎄요 2006.01.12 10:43  
  인도네시아는 네델란드 식민지를 오래 경험하여서 모든 법의 근간은 네델란드나 유럽과 아주유사하다 단지 자국민에 대한 조항이 조금더 들어있다 어쩌면 법 자체로만 비교하면 우리나라보다 훨씬더 선진국 처럼보일수도 있다 허지만 운영상의 문제는 별개다(돈이면 모든지 할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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