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의 인도네시아 여행기 30 방콕 로하쁘라삿과 푸카오텅
나는 50대 중반으로 중학교 1학년인 막내와 둘이 인도네시아를 다녀왔습니다. 일정은 2005년 1월 5일 출발하여 자카르타 - 족자카르타 - 발리 - 방콕 - 인천으로 1월 25일 귀국했습니다.
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2005. 01. 21(금)
방콕 시내구경 - 민주기념탑, 철의 사원, 황금의 산,
새벽에 잠이 깨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인도네시아에 있다가. 방콕에 오니 꼭 ‘문명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지 못하고 6시 15분 카오산 거리로 나갔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거리에 사람들이 분주히 일을 하기 시작한다. 현지인들이 모이는 거리 카오산 아래 골목에는 벌써 시장이 섰다. 과일, 음식재료, 음식을 파는 사람들 사는 사람들 거리가 꽉 차 있다. 그릇에 비닐봉지에 담은 밥과 반찬을 담아서 파는 사람들도 있다. 식성에 맞춰 반찬봉투를 고를 수 있다. 그래봐야 30B 정도다. 여기서 아침을 먹고 각자의 일터로 헤어지는 듯 한 가족도 있다. 한 떼의 스님이 탁발을 간다. 상인들이 각자의 물건을 가지고 나와 보시를 하고, 어떤 한 가족은 과일봉투를 몇 개 가지고 나와 서 있다가 스님이 지나가니 과일 뿐 아니라 얼마 정도의 돈도 보시를 한다. 불교가 생활의 하나인 태국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카오산의 럭키 맨션은 아침을 주지 않는다. 아침 간식으로 태국 도나츠와 바나나, 망고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홍익여행사에 가서 내일 ‘아유타야 1일 투어’를 예약했다. 작년에 없던 여사무원이 있고, ‘써니’님은 보이지 않았다. 밝게 웃어주던 ‘써니’님이 보이지 않아 섭섭했다.
오늘은 천천히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먼저 민주기념탑(아눗싸와리 쁘라차티빠 타이 Democracy Monument)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복권청 앞에 가니 ‘까이양 - 꼬치구이’ 굽는 냄새가 발길을 잡는다. ‘까이양’과 ‘까우쑤워이 - 흰밥, 찹쌀밥이다.’를 사서 먹으니 아침이 든든하다. 빤히 보이는 민주기념탑으로 걸어갔다. 네 개의 커다란 날개로 둘러싸인 종같이 생긴 작은 건물이 도로의 중앙 광장에 서 있다. 탑까지 가도 되는지를 몰라 조금 망설이다가 가지 않았다. 이 종같이 생긴 건물은 민주화를 요구하다 숨진 학생 등 시위대의 납골당이라고 한다.
네개의 날개에 둘러쌓인 납골당으로 되어있는 민주기념탑. 카오산으로 가는 길잡이가 된다.
알다시피 방콕은 길을 건너기가 무척 힘들다. 보행자 신호등은 물론이고 횡단보도도 구경하기 힘들다. 단지 이 민주기념탑 앞에는 횡단보도와 보행자 신호등이 있다. 길을 반쯤 건넌 중앙 화단에서 사진을 찍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들어 올 때 창밖으로 이 탑이 보이면 내릴 준비를 하고, 탑을 지나서 버스가 서면 내린다.
카오산에서 나와 민주기념탑 앞에서 길을 건너 계속 가면 작고 아담한 공원이 나온다. 공원의 끝 쪽에는 무언지 모를 한얀 담장을 두른 하얀 건물이 보인다. 이 공원의 안쪽으로 사원이 있다. 공원을 통해서 가면 사원의 작은 옆문이 나타난다. 이 문으로 들어가면 앞에 사원 건물과 검은색의 뾰족한 탑이 있는 건물이 있다.
카오산 가까이 있어도 잘 찾지 않는 '왓 로하쁘라삿' 사원 뒤쪽으로 탑건물이 있다.
이 탑이 있는 건물이 ‘로하쁘라삿’이다. 번역하면 ‘철의 사원’이라고 한다. 이 사원은 구경하는 사람도 거의 없이 한적하고 조용하다. 여기저기 그늘진 곳에 무수히 많은 고양이들이 진을 치고 있다. 탑 건물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신발을 벗으니 한발 내 딛기가 조금 껄끄럽다. 청소를 하지 않아서인지 바닥에는 먼지가 수북하다. 목조 부처님입상이 호화롭게 치장된 유리 상자 속에 모셔져 있다. 얼굴의 여성적인 모습과, 오른 손으로 왼쪽 팔목을 잡고 있는 자세는 ‘보살상(菩薩像)’ 같은데, 관(冠)을 쓰지 않은 것은 부처님 상 같다. 옆에는 검붉은 색의 대리석으로 만든 것 같은 ‘부도’가 있는데, 마치 옷을 입듯 아랫부분을 황금색의 천으로 가렸다. 둘 다 위치나 꾸밈으로 보아 심상치 않은 물건인 것 같다.
발바닥이 새까매지는 것을 감수하며 건물의 중앙 쪽으로 가면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3층에서 부터는 사방에 부처님이 모셔져있는 것이 계단에서 보인다. 네 분의 부처님뿐만 아니라, 탑을 돌아가는 회랑(回廊)에 부처님이 쭉 모셔져 있다. 여기저기 기도의 흔적이 보인다. 계속 올라가면 테라스가 있어 사방을 돌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한두 층 더 올라가면 탑의 꼭대기다. 여기에 올라서면 방콕은 평야지대라서 멀리까지 잘 보인다. 여기서 다음에 갈 장소인 ‘푸카오텅’을 눈짐작으로 찍어둔다.
민주기념탑에서 계속가면 나오는 작은 공원, 로하쁘라삿에서 내려다보이는 모습.
로하브라삿 탑의 꼭대기에서
‘푸카오텅 Golden Mount'은 ’황금의 산‘이란 뜻으로 방콕에서 거의 유일한 산에 지어진 사원이다. 산 이라고 해서 ’남산‘을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뒷동산도 안 된다. 해발 20-30m 정도, 둘레는 한 200m 조금 넘을까 하는 정도의 언덕이다. 이 산위에 사원이 있는데, 이 사원의 꼭대기 중앙에는 금빛이 찬란한 ’쩨디‘가 있다. 그래서 ‘로하쁘라삿’에서 보면 푸카오텅의 황금 쩨디가 빤히 보인다.
‘로하쁘라삿’을 나와 아까 보았던 흰색 건물을 향해 길을 건너간다. 그것은 건물이 아니라 성벽이다. 성에는 낡은 건물들이 있고, 길은 성벽을 따라 밖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성벽을 지나면 운하(運河)가 나온다. 위로 나 있는 다리를 건너면 ‘푸카오텅 Golden Mount'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의외로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 나무가 우거진 ‘푸카오텅 Golden Mount'의 입구에는 음료수 파는 장사가 한가롭게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불경 읽는 소리가 경내에 꽤 크게 울려 퍼진다. 나무그늘아래 쉬고 있던 ‘뚝뚝’이 타라고 부른다. 지금 막 도착한 사람보고 어디를 가자고 하는 건지. 나무 그늘 아래 있는 벤치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계단을 올라간다. 아래서 볼 땐 많은 계단이 있는 것 같으나 막상 올라가기 시작하니 그렇게 많지도 않다. 또 계단을 오르다 보면 낮선 것이 눈에 띈다. ‘납골묘(納骨墓)’다. 죽은 사람을 화장(火葬)하여 그 뼈를 여기에 안치한 것이다. 어떤 것은 아주 간단하게, 어떤 것은 아담하게, 이름만 쓴 것, 사진까지 넣은 것, 각자의 지위나 빈부(貧富)에 따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납골(納骨)되어 있다. 어떤 것은 납골(納骨)을 다시 빼어갔는지 빈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다. ‘푸카오텅 Golden Mount'은 도심(都心)에 있는 납골당(納骨堂)위의 사원인 것이다. 하기야 사원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이 납골묘(納骨墓)는 얼마나 축복받은 장소인가?
푸카오텅 언덕에 있는 납골묘 어떤것은 흉물스런 입구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있다.
꼭대기에는 흰색의 커다란 건물이 있다. 입구에는 자율적으로 20B의 입장료를 넣도록 통이 마련되어 있다. ‘푸카오텅’ 역시 높은 위치라서 보이는 전망이 아주 훌륭하다. 바람도 선선히 불어 시원하기 까지 하다. ‘푸카오텅’의 중심에는 황금 부처님이 앉아 계시고 많은 사람들이 각자 각자의 간절한 소원을 빌고 있다. 그런데 소원을 빌 수 있는 장소는 부처님을 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나있는 문(門) 밖에 없다. 따라서 동시에 네 명밖에는 부처님을 ‘알현(謁見)’할 수가 없다. 끈기 있게 기다릴 수 있는 간절한 소원이 있는 사람만이 ‘푸카오텅’의 부처님 앞까지 갈 수 있다.
머리를 조심하며 위층으로 올라가면 멀리서 보이던 황금빛의 ’쩨디‘가 눈앞에 서 있다. 한낮의 햇빛을 받아 눈부시다. 역시 이 쩨디도 아랫부분을 금색 천으로 둘러놓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종의 ’옷 입히기‘같은 의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외 중요하지 않은 한 가지. 기도하는 곳에 ’기도초‘를 두는 커다란 ’향로(香爐)‘ 같은 것이 있는데, 8면으로 나누어진 각각에는 도교(道敎)의 신선 같은 인물들이 한껏 포즈를 잡고 서 있다. 그것도 매우 중국(中國)적인 모습으로.
푸카오텅 올라가는 길에 매달린 종의 행렬
--- 다음은 '왓 벤차마보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