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랑, 그 찬란한 죽음의 바다 ㅡ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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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랑, 그 찬란한 죽음의 바다 ㅡ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꽃몽 5 1492

 동굴탐사를 마치고 호젓한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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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은 푸르고 호수는 고요하고 나는 일엽편주에 몸을 맡기고 한없이 시간을 거슬러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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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블루라군 독식

체질적으로 시끄럽고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이 숨겨진 블루라군이 딱이다.

배영으로 둥실 떠서 고요의 시간을 헤엄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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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바위에서는 백인들이 수영과 다이빙을 즐기고

나는 일부러 건너편에 와서 수영과 고요를 즐겼다.

아이들이 백인들과 신나게 놀더니 혼자 고요 속에 빠진 나를 건져주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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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군에 있는 나무 다이빙대가 여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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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로 돌아와 약을 바르고 눈물 젖은 토스트 한 조각을 씹었다.

근데 뭔 토스트가 가격은 똑같으면서 4분의1 크기다.

장난해?

내가 병아리야?

그럼 이거 쪼으면서 삐약삐약거려야 되는 거야?

지구로 추방당한 이후로 식사하고 더 배고파지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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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먹고 있는데 같이 배를 탔던 프랑스 연인이 내가 있는 걸 보고 들어온다.

빵이 맛있냐고 물어 너무 작아서 허기지니 다른 메뉴를 시키라고 추천해주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여행 야그를 잼나게 하는데 프랑스인 친구가 자신들이 여행했던 지도를 보여준다.

나는 대형 인도차이나 지도를 갖고다니니 이렇게 섹터별로 핵심만 요약한 지도가 필요할 것 같아

지도 사진을 찍어뒀다.

역시 합리적인 서양인들 답게 곳곳에 병원 표시가 되어 있다.

한국지도 같으면 주로 맛집, 이쁜 곳을 체크포인트 했을 텐데

부부냐고 물었더니 연인사이란다. 결혼 할거냐고 물었더니

결혼은 서로에게 구속만 될 뿐이라고 이게 편하단다.

나보고 왜 혼자 다니냐고 물어본다. 서로에게 구속만 될 뿐이라고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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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꽁로를 지나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 락싸오로 달렸다.

아름다운 운남산맥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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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싸오로 가는 길이 딱 내 스탈이다.

아름다운 산맥 사이로 달리는데 가도가도 차 한 대 안 보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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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오리지널 원주민 가옥인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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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반을 접었는데도 손바닥 만하다.

펴서 우산으로 쓸가 하다가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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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김에 베트남을 넘어갔다오고 싶은데 오토바이 패스포트가 없어서 포기했다.

예전에 차를 몰고 사바나켓에서 운남산맥을 넘어 베트남 다낭을 갔다왔는데

운남산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방비엥은 새발의 무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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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비포장길이 수십키로 나온다

다시 고난의 행군이다.

철없는 김정은한테 오토바이 몰고 이 길을 갔다 와보라고 하고 싶다.

그럼 인민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지 않을까

 

빨간 개가 나를 보고

앗! 뭔가 틀리게 생긴 인간사람이닷 하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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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이들이 마을 공동목욕탕에서 목욕을 한다.

지금이야 안 그렇지만 10년 전 외국인이 뜸할 때

한국 관광객이 동네를 지나가다가 목욕하고 있는 아낙을 보고 깜짝 놀라고

아낙은 처음 보는 외국한테 놀라 깜짝 놀라서 순간적으로 가리고 있던 수건을

탁 놓아버렸다고 하는 전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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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시 건강해질 것이다.

라오스에 와서 몸에 좋은 황토를 엄청 마시고 범벅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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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흑돼지 새끼들이 사이좋게 누워있다.

크기가 얼마나 작던지 손바닥 만하다.

사진을 찍으며 손가락을 대보니 크기가 더 실감이 난다.

나는 돼지 바베큐를 좋아하는데

요 이쁜 돼지들을 보니 앞으로 돼지고기를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먹고 싶을 때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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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정말 아름다운 고사목 지대가 끝없이 펼쳐진다.

수십킬로를 달려도 끝없이 폎쳐지는 이 장관은 짧은 내 필설로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

실로 지상의 어느 한 순간 정점을 마주한다고나 할까...

가도가도 인간사람 한명 차 한 대가 안 보이고

노을빛에 물든 고사목의 실루엣은 장엄하고도 처연하기까지 하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했다.

방비엥에 가서 엑티비티만 하지 말고 정말 여행이 무엇인지 여기 와서 제대로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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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쥬라시시대 혜성과 충돌한 지구 멸망의 순간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혹은 아마겟돈, 카오스

뭐... 아님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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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몽상과 환상 사이를 헤매며 달리다보니 타랑 호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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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에 때마침 다리 끝에 소박한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키가 자그만한 현지인 주인이 맞아준다.

영어도 잘하고 아주 친절한 친구다.

식당도 딸려있어서 비어라오를 마시면서 허기를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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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여행객들이 하나 둘 캠프화이어 주변에 비어라오를 하신다.

독일인, 프랑스인, 영국인, 호주인, 뉴질랜드인, 이스라엘인 인종도 다양하다.

그 중에 한 친구는 자전거로 6개월째 전세계 여행을 다닌다.

인도-미얀마-태국을 거쳐 캄보디아-베트남 호치민에서 하노이를 거쳐 중국 운남성으로 넘어갈거란다.

깨갱! 오토바이로 겨우 몇천키로 여행하는 나는 완전 꼬리를 내린다.

 

여행의 또한가지 묘미는 평소에 대화 나누기 어렵던 외국인들과 스스럼 없이 친구가 된다는 데 있다.

여행하면서 느끼는 게 서양인들은 정말 여행을 즐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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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정글에서 무디어진 저마다의 일상에 있어

살면서 강렬한 인상을 받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그런데 여기 타랑은 그 몇 안 되는 기회를 나에게 부여했다.

 

평소 절대고독을 즐겨 섭취하는 내 식성에

사람 한 명 만나기 어려운 수십키로의 고사목지대는 데칼코마니처럼 그 끝이 닿아 있다.

사랑, 평화, 이타심이란 단어들이 사장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인간의 시간으로부터 얼마나 멀어져왔는가.

 

이 순간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글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새들이 때가 되면 페루의 어느 해변에 와서 카미카제처럼 떼로 자살하는 것을 보고

그 곳에서 새들과 함께 자살하고 싶어하는 한 여인처럼...

 

누군가 나에게 와서 인간사람 중에는 아직 생 앞에 겸손하게 별빛을 모을 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현신하기 전에는

나는 그 여인처럼 혹은 이카루스처럼 험난한 여정길에 계속 천착하게 될 것 같다.

 

[ Written from dream over flow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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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몽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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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몽네 여행자휴게실이란? ->한국 출국 시 여행자들에게

  샌딩비(2.5불) 외에 대부분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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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 가실 때까지 내집처럼 편안하게 쉬는 곳입니다.

 

* 위치->대부분의 명소를 걸어서 가능한 여행자거리 중심지입니다

  왓짠, 왓옹뜨, 아마존카페(발음은 아마손 까페이), 야시장(딸랏믓)

  ANSALA호텔, SALANA호텔 근처입니다.

  책자에 보면 옛 막펫 레스토랑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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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역류 2015.12.15 00:07  
종점이자 시점같았던 우기의 타랑과 남튼!!!
죽을 자리로 딱 좋겠다고 느꼈을때 다시 태어난 느낌이 확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묻힐 장지로, 태어난 요람으로 타랑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꽃몽 2015.12.16 02:58  
난 지구별을 다 돌기 전에는 절대 몬죽어욧!
워매 그렇구말구
안 그런교?
맞제라?
하머하머
샤이닝55 2015.12.16 06:14  
소싯적, 태종대를 걷다 시퍼렇고 쨍하는 강한 느낌을 받은 지점에 다달았을 때,
나도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던 그 느낌,
아름다운 정경앞에서 죽음이 떠올랐던 그 곳, 사람의 마음은 비슷했던지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던 곳이라더군요.
대극의 합일, 거창하게 표현된 듯하지만, 삶과 죽음이 여일하다 생각합니다. 나이탓인가봐요.
꽃몽 2015.12.16 11:22  
아니 왜들 남의 잼나는 여행기를 {레퀴엠}으로 만들고 그랴... 헐...
인도에요 2017.12.18 19:39  
좋은 사진들 너무 감사합니다. 예쁜 하늘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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