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뒤죽박죽 자바섬 뒤집기 - 산소같은 섬 뜨라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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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뒤죽박죽 자바섬 뒤집기 - 산소같은 섬 뜨라왕안

해돋이 0 2768
 

12일차 - 산소같은 뜨라왕안을 떠나 발리로


아침일찍, 해가 뜨기도 전에 흰실과 검은실을 구별할 싯점이 된 모양이다. 어김없이 마이크소리에서 이슬람 경전 외우는 소리가 사방천지를 뒤흔들고, 거기에 질세라 닭들도 쉰목소리로 경쟁을 해대며 울어댄다.


이 상황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존경 받을 만 한 행위다.

나를 빼고 세분 모두 존경하고 싶어진다. 베란다에 앉아 담배한대 물고 앉아 있으니 서서히 밝은 빛이 사물의 구별을 가능케 하고, 부지런한 여행자를 앉아서 쉬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주인집 자전거를 타고 동네산책을 나가는데, 아직 이른 아침인지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염소를 끌고 풀먹이로 가는 사람도 있고, 휴지를 한손에 들고 급히 숲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들이 아침임을 알려준다.


오늘 아침은 된장국을 끓여볼까? 하고 이곳저곳을 뒤지는데, 한곳에 호박넝쿨이 우거져 있는 것이 아닌가? 살짝 호박잎을 들추니까 애기 주먹만한 호박이 날 잡아잡숴! 하고 뽀얀 속살을 디미는 것이 아닌가, 왠 떡이야 ! 얼른 하나 따고 호박잎도 따고, 마을 어귀에 와보니 두부가게가 보인다. 두부는 1개에 100루피에 사고, 인근 야체 가게에서 감자, 양파, 마늘, 을 사서 여행자거리로 한바퀴 돌아 숙소에 와보니 아직도 한밤중이다. 보슬비 내리는 여행자 거리의 아침은 어제저녁과는 사뭇 다르다. 젊은 여행자들의 광기를 그대로 받아주던 거리가 이제는 조용한 시골길의 아침의 모습이다.


아침빛을 받아 저쪽하늘에는 쌍무지게가 하늘가득 피어올라 섬의 아름다움에 날개를 달아주는 듯 누가보지 않아도 둘이서 나란히 잠시나마 부끄러운 얼굴 모습을 나타내다 이내 사라지고 만다.


닭우는소리, 냄비 딸랑거리는 소리, 찌게 끓이는 소리에 하나둘 밖으로 나오면서 구수한 된장 냄세에 이끌려 식탁옆으로 모인다. 내가 끓였지만 정말로 냄새 죽이고, 맛도 환상적이다. 펜케익과 커피로 아침을 준다는 것을 만류하고, 우린 ONLY RICE 만 줘라, 그러면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미소 수프를 만들어서 먹을테니 걱정말아라 했더니, 부엌옆에 한 바구리의 밥을 가져다 놓았다.


거창하지도 못하고, 형식도 없이 시커먼 냄비에 그냥 밥이다. 고추장약간 비빈 듯 해서 된장국에 밥 말아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다. 스테이크, 씨푸드, 나시고랭 .... 이딴 것들 댈 것이 못된다. 다들 된장국물 한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버린다.


어제 발리 우붓까지 티켓을 1인20만루피에 예약을 해 놓은 상태다. 아침 8:30까지 선착장에 가면된다. 아침도 먹고, 서서히 짐 정리를 해서 주인장하고 집 앞에서 사진한장씩 찍고, 짧지만 정이 들었는데, 아쉬운 작별을 하고 선착장에 도착 했다.


10여명의 이방인들과 한배에 타고, 방살 선착장으로 가고 있는데,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멈춰 서고 만다. 부두가 빤히 보이는 곳이다 보니 모두들 걱정도 안한다. 금방 되겠지 하면서 여유를 부리면서 기다리는데, 배 조수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스쿠류에 걸린 밧줄을 제거하고 다시 방살로 향한다.


30여분쯤 걸려서 방살 선착장에 도착하자 마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티켓을 보여달래서 보여 줫더니 엄청 멀다면서 마차를 타야 한단다. 1인 5천루피.... 어떤이는 마차타고 가고, 어떤이는 그냥 걸어간다. 보아하니 5천루피면(500원) 별로 먼거리는 아닌 듯 해서 그냥 걷자고 한다.


형님 한분이 야! 그냥 마차타자! 금방인데 뭔 마차를 타요. 하면서 살랑살랑 걸어가자 3분도 못되어서 여행사 사무실에 도착해 버린 것이다. 마차 탓으면 억울할 뻔 했다.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여행사도 있고, 다소 멀리 떨어진 여행사도 있으나, 거의가 걸어갈 만 한 거리다. 전혀 힘들지 않으니까 걱정들 마시고, 돈많으면 마차타셔도 무방할 듯 합니다.


고물 봉고차에 정원을 가득 태우고 생기기를 거쳐서 선착장까지 가는데, 오르막길에서는 정말 내려서 밀고 싶은 심정이다. 기어1단, 악셀레타 최고로 밟아도 시속이 걸어가는 것보다 늦다. 내리막길은 그걸 만회라도 해야한다는 듯이 무진장 달리고 오르막은 겔겔겔...... 한시간 가량을 달려 생기기에 와서, 일부는 내리고 빈좌석에 또 사람을 태운다. 자리 하나라도 비면 다 찰때까지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인원을 다 채우고, 드디어 발리가는 배 선착장에 도착했다.


승선수속을 하는동안 바나나 두송이를 사서 일단 요기를 하고 그늘 밑에서 잠시 쉬다가 배에 승선을 하고 보니, 올때와는 다른 그냥 플라스틱 의자만 놓여있어 앉아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는수 없이 매트리스 3개를 잡고, 누울려고 하는데, 1장에 3만루를 내란다. 영수증 달래니까 없다면서 빨리 재촉을하는데, 어딘가 찝찝한 구석이 있긴한데........, 일단 자리를 확보하고, 누워 있는데, 서양녀들은 메트리스에 앉지 않고 있다가 배가 출발하니까 메트리스에 눞는 것이 아닌가.


돈받은 녀석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아직도 확실히 모르겟다. 메트리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시는분 댓글좀 부탁합니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간단히 하고 메트리스에 자리를 잡고 긴 낮잠에 빠져든다. 난 잠도 안오고, 그래서 Q&A 란 책을 간간히 읽으면서 거의 다 읽어갈 무렵 발리 빠당바이 선착장에 도착한다. 오후5시쯤이다.


선착장에 도착해 있던 픽업버스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운전대, 엔진은 있다. 시동도 걸린다. 굴러는 간다. 창문 반만 있다. 모든계기판 하나도 없다. 12인승에 15명이 타고 우붓을 향해서 가는데, 아슬아슬 하면서도 퍼지지 않고 용케도 우붓까지 도착을 한다.


우붓은 덴빠사르에서 북쪽으로 20 Km 정도 떨어져 있는 발리 예술의 중심지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우붓에는 수 많은 성, 사원,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발리 전통 무용, 발리의 음악, 발리 회화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이며, 근처로 나가면 다양한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장들이 있고 고적지도 여기저기 있다. 이 지역은 해발 600 m 있어 날씨가 해안보다 훨씬 선선하다.


저녁7시쯤이라 거리가 어두워지고, 내가 알고 있던 숙소도 먼거리에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자가용 택시를 3만루피에 예약하고, 원숭이 숲 거리에 있는 아르가소카 호텔에 가보았는데, 방이 없다. 몇군데를 헤메이다 그 길 건너편에 허접한 호텔, 1박 10만루피에 예약을 해서 짐을 던져놓고,  서둘러 인근식당으로 갔다.


내일이면 나는 모든 일정이 끝나는 관계로, 오늘 나를 위한 송별 파티를 하기고 하고, 근사한 식당에 자릴 잡고, 그 집에서 잴 비싼 음식으로 시켰다. 메뉴판을 정확히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비싼 것 시키면 좋을줄 알고 그렇게 한 것이다. 무진장 비싸다. 1인5만루피정도(5천원)다. 맥주 몇병하고, 소주에..... 그럭저럭 만족할만하다. 거금 30만 루피로 송별쫑파티를하고나서  맛사지를 할까하고 맛사지 집을 찾아보는데, 9시가 넘은 시간이라 거의 문닫고 없다.


어디가면 맛사지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사누르, 꾸따지역으로 가야한단다. 사누르까지 택시(8만)로 가서 맛사지 집에 가보니 1인40만을 부른다. 이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같다. 일단 기사의 커미션과, 외국인에 대한 바가지, 뭐 이런 것들이 다 포함된 가격인 듯이 보인다. 지배인을 불러 협상을 해보는데, 쉽지가 않다. 갈 듯 말 듯 하면서 흥정한 것이 4인90만루피 그러니까 1인 20만이 넘는 금액이다. 자카르타보다 훨 비싸다. 천차만별인 맛사지 값에는 다 이유가 있는법...................


1시간 동안 맛사지는 뭐 그렇다. 이동네 맛사지 다 그렇지 뭐! 그냥 내일가기 서운하니까 한번 받아본다는 생각이지 특별나게 좋아서 받는 것은 아니다.


이 걸들 맛사지는 건성건성이고, 계속 덤벼들기만 한다. 아~~~~ 그래서 비싸군. 덤벼드는 걸을 방어해야 하고, 맛사지는 받아야 하고, 너 맛사지 안하고 뭐해! 1시간 맛사지 해! 안그럼 메니저 부른다! 


메니저 소리가 나오자 자세가 확 바뀌면서 무척 열심히 한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잘못한다고 메니저한테 항의들어가면 엄청 두들겨 맞는다면서 혼신을 다해서 주물딱 거린다. 알고보니 이내들은 주물떡 거리는 것이 전공이 아니라, 거시기가 전공인 듯 하다. 전공을 무시하고 계속 맛사지만 하라고 하니 열불나기도 하겠다.


결국 간지러운 손길을 뒤로하고 30여분만에 나와버리고 말았다. 나머지 일행들은 1시간 꽉 채우고 오더니만, 너털 웃음을 지으면서 뒷머리 긁적이고나오는 것이 영장류 숫컷들의 겸언쩍어 하는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어느덧 자정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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