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뒤죽박죽 자바섬 뒤집기 - 롬복에서의 하루
10일째 - 롬복이곳저곳
아침 식사로 펜케익과 커피가 제공되는데, 펜케익 맛이 영 아니지만 그런 것 따질 형편이 안된다. 배낭여행이란게 언제 굶을지, 언제 포식할지 모르는 관계로 맛, 영양 등은 따지지 말고 기회 있으면 양껏 먹어두는게 효과적인 신체 관리법이다.
어렵싸리 아침을 먹고 9시에 출발하는데, 앞에 타신 K1형님께서 야! 차 돌려! 영문을 모르고 왜요? 야 야 ! 에어컨 안되! 에어컨에 민감하신 분이라 금방 알아차린다. 손바닥을 대보니 나오긴 나오는데, 영 시원찮다. 냉기가 없다. 차를 되돌리고 여행사에 가서, 사정이야기를 하니 다른 차로 바꿔준다. 의자에 비닐껍데기도 안뗀 새차다. 에어컨 빵빵하고, 향긋한 고무냄새까지 모두들 만족해 한다.
여행사 주인은 떵씹은 표정이다. 후진차로 해서 남겨먹을려고 했는데, 새차로 하다보니 남는 것도 없다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암튼 새차로 처음 도착한곳이 무슨 기념품 파는 가게다. 목공예품이나 도자기류 등을 전시해서 팔기도하고, 한켠에서는 손님들이 직접 체험을 하면서 만들어 보기도 한다.
그 옆에 더 신기한 것이 있다. 기웃거리면서 다가가자 조그만한 쟁반에 은이 담겨져 있다. 광석을 가져다가 은을 체취하는 것이다. 소형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원심분리기에서 분리해낸 은을 수은과 결합시켜 따로 순수 은 만 따로 걸러내고 있는 광경이다. 처음보는 모습에 신기해 할 수 밖에 없다.
이곳일 나와 다음 들리는 곳은 옷감 짜는데, 바구니 만드는 곳.. 모두 페스........그리고 간곳이 어느 민속마을같은 곳이다. 인도네시아 전통주택이 지어져 있고, 일부 사람들이 살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아님 관광객들을 위해서 잠시 엑스트라 역할을 해주기 위해서 머물고 있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암튼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해 준다는데 의의가 있다.
입구에 동네 청년 몇 명이서 교대로 안내를 해주고 기념품도 팔고, 약간의 기부금을 받아서 운영되는 듯이 보인다.
우리의 안내를 맏은 가이드 청년 ! 나이 20대후반, 덩치큼, 영어 초보벗어남, 훤칠한 인물은 아니지만 성의껏 안내를 해준다.
우리가 제주도 모처에 가면 항상 들을 수 있는 말로 인용을 하다보면 다음과 같다.
“이곳은 정부에서 지정해준 면세구역입니다.(바가지 구역입니다) 아이들 학교도 다 무료로 보내주고요(대한민국 다 무료랍니다). 저희들도 시내에 살고 있지만 교대로 이곳에 와서 가이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답니다.(이곳의 죽죽이랍니다) 어렸을때 정부로부터 무상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다 무상교육입니다) 전 시내에서 유치원 선생님이랍니다(시내에서 한번도 못봤음). 이곳의 물건들은 다른 곳에서 팔 수 도 없고 무단 반출도 안됩니다.(시내에 엄청많고 1/3가격이면 살수 있음) 특별히 도의 허가를 얻어서 이곳에서만 파는 물건입니다(아무나 팔 수 있음). 오미자차, 말뼈다구 가루, 상황버섯가루 등은 만병통치약입니다.(잘 먹어야 본전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은다른 생계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특산품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약간 불쌍한 표정)
뭐 이런 멘트를 날리면서 선량한 여행객들 주머니를 털어 먹는거지요. 뭐라 할 수 없죠. 먹고사는 방법이야 가지가지 이니까요. 알고 보면 순 뻥인데..........처음 가는사람들은 그대로 믿을 수 밖에요. 그렇지만 신비한 풍습을 봣다고 치면 그리 억울하다는 생각은 안들겁니다.
가이드 녀석 안내가 다 끝나고, 날 뒷마당으로 부르더니, 저기 노인이 자기엄마인데, 엄마한테 돈을좀 주게 자기를 주면 어떻게냐? 하는 제안을 한다. 그리안해도 얼마정도의 팁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빈정이 팍 상한다. 네가 니네 엄마한테 직접주겠다. 어느분이냐? 하자 사람들이 있으니까 자기를 주면 다음에 슬쩍 주겠단다. 사기꾼의 전형적인 수법이 눈에 뻔하다.
불쌍하기도 하고, 1시간동안 수고한 것도 있고 해서 3만루피를 주고, 2만루피는 기부함에 넣어주었다. 먹고사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제주도하고는 다르다. 제주도는 기를 쓰고 물건을 팔아서 승부를 보는데....
이곳을 나와 어느 시골 시장을 들러 본다. 이곳에서 풀빵하고 토마토를 사서 나눠먹으면서 가다보니 도로가에서 모를 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차를 세우고, 모심는 곳 에 가서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모심는데 동참을 했다. 우리 K형님 발벗고 들어가시더니 순식간에 논 두어마지기를 심어버린다. 현지인들보다 더 빨리 심는 모습에 현지인들 기겁을 해 버린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할테니 며칠만 일해주고 가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장가도 보내준다는데, 영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모를 한참심고 나서 논두렁에 앉아서 먹는 점심, 그야말로 끝내준다. 불면 날아갈 듯한 밥에 버섯을넣고 들깨 갈아 넣어서 만든 국에, 열무김치 비슷한 것에 밥 한숫가락 떠 먹어보니 고향생각이 절로 난다.
아쉽지만 이들과 헤어지고 나서 어느 바닷가(롬복꾸따로 추정)에서 밥을 먹으로 들어갔는데, 밥값 장난이 아니다. 다른 곳으로 옮겨서 저렴한 현지식으로 주문해놓고 바닷가를 보니 정말로 환상적이다. 사람이 아무도 없고, 물 깨끗하고, 홀딱벗고 있어도 누구 건드리는 사람이 없다. 이곳주인장 우리한테 일본말로 사시미 있음 이라고 써달라고 한다. 기억을 되살려 대충써주긴 했지만 이곳 사시미가 맛이 있을나나 모르겠어. P형님은 대들보 중간에 분필로 한국인의 흔적을 남겨야 된다면서 우리 일행의 이름과 날짜를 적는다. 돌에다 안파니라고 다행이다.
또다시 달려 롬복로보텔 옆 해변에 도착했다. 롬복 로보텔은 경비가 삼엄해서 현지인들은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 듯 했다. 그 옆에서 코코넛 열매를 파는 아줌마한테 코코넛을 사서 한통씩 빨고, 로보텔 내에 있는 해변을 가보는데, 정말로 끝내주는 해변이다. 주로 서양의 부자노인네들이 며칠씩 쉬어가고, 한가로이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는 전형적인 휴양해변이다. 이곳을 경비하는 경비들만 24명이라고 하니 알만하지 않는가.
기사에게 오늘 너희집에서 저녁을 얻어먹을 수 있냐? 너희집을 방문하고 싶다. 하니 시큰둥 하더니만 마지못해 가자고 한다. 두어시간을 달려 기사네집에 도착했다. 바로 생기기시내에서 5분거리에 있다. 차를 타고 산속마을어귀까지 가다가 내려서 5분여를 걸어가다 보니 조그만한 벽돌집이 나온다. 이곳은 월세로 사는데, 1달에50만루피(5만원)고, 아들은 중학교에 다니느라 시내에 나가서 자취를 하고 둘째(3살)만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고 한다. 외국손님 온다고, 생선에 두부, 수박까지 사와서 대접을 하는 것을 보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손님대접은 융숭하게 하는 것이 기본인가 보다. 우리도 속이 있는 영장류들 아닌가? 성의가 있고, 차린음식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 갈 때 기부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상식이 아니던가? 우리가 볼때는 형편없는 상차림인데, 이곳의 사정을 미루어 볼때 극진히 차린 저녁상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웃집에 사는 동생이 키타를 메고 나타난다. 언더그라운드 가수다. 밤무대만 전문으로 뛰지만 그것도 일이 많지가 않아서 안가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낮에 우리가 갔던 로보텔에서 하루 두시간씩 노래를 불러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한국노래중에서 “사랑해 당신을” 열창한다. 다른 것은 모르고 이곡 하나밖에 모른다고 한다. 각나라별로 한곡씩은 다 알고 있다고 한다. 주로 일본, 미국, 한국, 등... 자기호텔에 많이 오는 손님순서대로,
근사한 저녁을 먹고 두어시간 노래부르면서 놀다가 안주인에게 약간의 성의표시(20만루피)를 하고 어둑 어둑한 길을 걸어 나오면서 밤하늘에 별을 보니,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다. 똑같은 별이건만 이곳의 별이 유난히 밝은 이유는 뭘까? 티벳의 별이 더 맑고 밝다고 우기는 사람이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