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land Bali 03 - Saranam Eco Resort
이번 여행에서 지나가는 길에 들린 격으로 예약해서 묵었지만 묵고 보니 참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에 2-3일은 여유를 가지고 뭉겠어도 좋았겠다는 곳, Saranam Eco Resort.
원래 브두굴을 돌아다니다가 숙소로는 Munduk으로 건너 가서 Puri Lumbung Cottage를 삼고 싶었습니다.
(http://www.purilumbung.com/)
물론 코코는 브두굴 서울가든에서 밥먹고 움직이기엔 너무 멀다고 손사래를 (이메일을 통해... ^^;;) 쳤던 곳이 문둑의 뿌리룸붕이긴 했지만 론리플래닛 "OUR PICK!" 으로 꼽힌 최고의 뷰와 서비스를 가진 곳이라는 말에 꼭 묵어보고 싶었지요.
하지만 예정일 두달 전에 예약을 시도했음에도 asiarooms는 풀부킹 상태. 뿌리룸붕에 직접 메일을 넣자 Andi라는 매니져, 자기네 숙소 자랑을 실컷 늘어 놓더니 결론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날짜 앞뒤로 한달간 예약이 꽉 찼다나...?
(lumbung@dps.centrin.net.id)
다음에 다시 한번 발리에 오게 되면 반년 전에 예약을 걸어서 꼭 묵고 말리라, Puri Lumbung!! 그리고 부랴부랴 브두굴 지역의 숙소를 섭외해서 고른 곳이 Saranam Eco Resort 입니다.
론리플래닛에선 사라남에코와 Pacung Indah Hotel, 두 개 호텔이 브두굴 지역에선 괜찮은 곳인 것으로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두 숙소는 이렇게 길을 사이에 두고 바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규모는 사라남에코가 훨씬 크지만 간판은 파충인다가 한 댓배는 더 크네염.
빠충인다(http://www.pacungbali.com) 쪽에서 보이는 계단식논. 빠충인다 가격이 사라남에코보다 좀 쌉니다. 약간의 가격 차이에 비해 숙소의 질은 (침실 안까진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사라남에코가 훨 나은 듯.
빠충인다는 규모도 작지만 숙소 배열이 좀 갑갑해 보입니다. 퀄러티도 좀 떨어지는 듯. 쥔장이 직접 그린 듯한 그림들이 곳곳에 놓여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운데 아래 그림은 아궁산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알록달록한 산 아래 호수는 Batur호수이겠지요.
빠충인다의 좋은 점은 사라남에코보다 더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숙소에서 이렇게 바로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점이겠습니다. 일기가 좋지 않아 안타깝기도 했지만 사진의 한계와는 달리 바투르산 뒤쪽으로 서서히 밝아 오는 여명이 충분히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짙은 구름 속에서 희미하게 거대한 아궁산의 실루엣도 보입니다. 이 멋진 뷰를 사라남에코에 묵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2차선 도로를 건너는 수고만 감수한다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요.
묵지도 않는 남의 숙소로 건너가 정신없이 바투르산과 아궁산을 배경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일출을 구경하다가 다시 길을 건너 우리 숙소로 건너오고 보니 중고등학생들 여럿이 무슨 준비물인지 하나같이 긴 장대를 들고 즐거운 표정으로 등교를 하고 있더군요.
다시 우리 숙소, 사라남에코로 돌아갑니다. 발리의 계단식 논처럼, 이 리조트도 산비탈에 숙소를 하나씩 지어놓아서 비탈을 따라 층층히 배열되어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그 깊이(높이가 아니라 깊이? ... 프론트데스크가 꼭대기 부분이다 보니 "리조트가 산을 따라 높이 올라간다"는 표현보다는 "산을 따라 깊이 내려간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가 꽤 되다 보니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 이거 운동입니다. 그래서 저렇게 식민지 시절부터 애용되어 왔다는 산비탈을 따라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산 아래쪽 승강장.
어제 저녁 이곳에 도착했을 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약간 으스스한 날씨. 체크인을 하는 동안 따끈하고 끝맛은 달짝지근한 맛난 차를 웰컴드링크로 내어 옵니다.
우리 방은 얼라도 있고 해서 불쌍해서인지 그리 아래로 많이 안내려가도 되는 곳으로, 바로 앞에 수영장이 보이는 곳.
침대라든가 TV 등등 다른 호텔에 있는 수준만큼 다 갖춰져 있는 곳이었고, 다만 에어컨은 없었습니다. 필요없으니까 없겠지요. 밤엔 좀 추울 정도니까.
욕실도 깨끗하고 무난했지만, 처음 갔을 땐 온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지 공손한 태도로 미안해 하는 직원들. 서울가든 다녀올 동안 고쳐 놓아 주세요- 하고 갔더니 예상대로 말끔하게 고쳐놓아서 기분 좋은, 비오는 으슬으슬한 날씨에 딱 좋은 온수욕을 온 가족이 즐겁게 (아빠는 예의 빈땅을 시원하게 들이키며) 가졌습니다.
각 방마다 있는 테라스. 아침식사 전 리조트를 한바퀴 쫙 돌아보고 빠충인다 쪽에서 일출도 보려고 나왔을 때 몇몇 투숙객들도 이 아침의 서늘함과 차분함을 만끽하려는 듯 이 방 앞쪽의 테라스로 나와서 멍하니 경치를 즐기거나 독서를 하고 있거나 하고 있었습니다.
방 뒤 쪽으로도 (사진이 잘 안나와 올리진 못하지만) 일종의 테라스가 있습니다. 우리가 묵은 방의 뒷쪽 테라스는 확 트인 발리계단식 논의 경치가 눈이 시리도록 푸르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새벽 미명에 기상하여 우리 방 앞쪽으로 바로 이어지는 수영장을 지나 혹 일출을 놓칠 세라 얼른얼른 대강의 리조트 구경을 마치고 빠충인다 쪽으로 건너가려고 나옵니다.
수영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크진 않지만 깨끗하게 수질 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었고 약간 위험하게나마 여튼 키즈풀이라고 얕게 구획도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선베드, 풀사이드바, 샤워시설 등 산비탈 한쪽 좁은 공간에 요밀조밀 있을 것 다 있었습니다.
물 좋아하는 우리 가족, 이런 데 보면 수영 한판 뛰고 싶을 법한데... 하지만 수영하기엔 과히 "춥다" 할 만한 이 브두굴에서 언제 수영을 혀?
그런데, 한낮이 되자 이 곳도 기온이 꽤 올라가더군요. 움직이면 살짝 등짝에 땀이 벨 정도이었으니 충분히 수영도 할 수 있었을텐데 싶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올라 옵니다. 사방이 전면 유리로 되어서 파노라믹한 뷰를 만끽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깔끔한 차림새와 공손한 자세로 주문을 받는 웨이터 분의 모습도 기분 좋게 합니다.
바로 짜 낸 신선한 과일 쥬스와 꼬삐발리, 발리티로 덜 깬 잠에서 Refresh!
아침식사 메뉴는 간단한 아메리칸 스타일입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새벽에 혼자 돌아다녔던 리조트를 아내와 큰 아이에게도 보여주려고 방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새벽에는 운행시간이 되지 않아 움직이지 않던 엘리베이터였습니다. 직원분의 친절한 설명과 서빙을 따라 윗쪽에서 타고 아랫쪽으로 내려갑니다. 참 고색창연하면서도 약간의 스릴도 느껴집니다. 옥외 엘리베이터이다 보니 고도에 따라 다르게 보여지는 경치도 훌륭하구요.
약간 더 비싼 카티지들로 구성된 사라남에코의 아랫쪽이었습니다.
곳곳에서는 이렇게 초록색 유니폼을 입으신 직원들이 리조트를 깨끗하게 유지보수 중이셨습니다. 젊은 넘들이 어슬렁어슬렁 하릴없이 걸어 다니고 있자니 더운 날씨 속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께 죄송할 법도 한데, 이 분들은 하나같이 공손하게 우리 가족에게 길을 비켜주시거나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 주십니다.
참 기분 좋은 산책입니다.
서양인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는 Pacung Indah처럼 사라남에코도 이전에는 Pacung Mountain Resort라는 이름으로 외국인이 운영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사람이 사들여서 이름을 Saranam Eco Resort라고 바꾸었다는 코코의 설명.
다음에 다시 한번 발리 내륙을 지나갈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묵고 푹 쉬었다 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