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East. 11. 발리 Bali 우붓 Ubud. 발리의 종교행사는 관광객 대상의 퍼포먼스가 아니다.
여느 때 처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어슬렁 어슬렁 산책 겸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숙소가 위치한 잘란 숙마 입구를 차량통제하고 있었다.
어라 뭘까...?
컴컴한 골목 저 멀리 왠 불빛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어라라, 왠 뜬금없는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렇게 떡하니 길을 막고 말이다.
아직은 준비 중인거 같아,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의 직원에게 물어보니, 오달란 Odalan 이라는 1년에 한 번 요맘때 벌어지는 종교행사라고 한다.
오늘이 힌두교의 성스러운 날 중 하나라나.
가믈란 Gamlan (인니 전통악기 합주단) 연주와 함께 춤도 추고 만담도 하는 공연이 있다고 한다.
언제냐 물어보니 보통 9시인데 정확히 9시는 아니랜다.
(정확히 9시에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
아마도 외국인 상대를 많이 하다보니 미리 알려주나 보다.
관객들은 거의가 마을 사람들이다.
아니면 나처럼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된 외국인들이다.
굳이 여기 행사있다고 홍보하지도 않는 모양이다.
9시 20분 쯤 느긋하게 다시 가보니, 가믈란 연주가 한창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한 명의 공연자가 (무희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만담도 진행한다) 등장했다.
한바탕 춤을 보여주고, 뭐라뭐라 이야기를 시작한다.
(발리어라 거의 알아듣기 힘들었다.)
무선 마이크가 아니라, 머리 바로 위에 마이크가 매달려 있다. +_+b
아이들 더러 나와보라고 하는데 안나오자, 품에서 5만 루피짜리 지폐를 꺼내 살살 흔든다.
그러자 애들이 우다닷~ 튀어 나와 서로 잡겠다고 아우성이다.
그걸 보고 마을 사람들은 박장대소하고.
한국 같았으면 애들 정서에 안좋다 어쨌다 뒷말 나올게 뻔하겠지만, 그리 근엄하고 경건하게 보호해서 오늘날 한국의 아이들이 퍽도 돈에 담백하던가.
그냥 숨길 것도 없고, 돈이 좋은거야 애들이라고 모르겠을까.
외려 솔직하고 음습하지 않아, 더 재미있었다.
칭찬은 곰도 춤추게 하지만, 돈은 애들도 춤추게 만든다.
여기 애들이 그런 건지, 아니면 공연자가 먼저 그런 춤을 보여줘서 그런건지, 허리를 특히 열심히 흔들어 댄다.
새로운 공연자 등장.
역시나 예술의 경지에 오른 엉덩이 돌리기에 관객들의 호응이 고조된다.
요게 기본적인 위치.
저렇게 서서 만담을 주고 받는다.
마이크도 그에 맞춰 두 개가 그 위에 매달려 있다.
만담 사이 사이에 노래를 한 대목씩 부르기도 한다.
즉홍적으로 나오는 (아주 즉홍은 아니겠지만) 노래에 가믈란도 척척 반주하는 것이 신기했다.
TV에도 이와 비슷한 프로가 있는데, 인니 공연의 한 형식인 모양이다.
중간 중간 아주 조금씩 들린 내용에 의하면 (발리어도 인니어와 완전히 다르진 않다) 외설적인 내용을 은유적으로, 혹은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많은 듯 했다.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온 사당패의 만담 내용도 그랬는데, 역시 서민들의 공연에는 음담패설이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어디나 다를 바 없나 보다.
다른 게 있다면, 여기는 " 애들은 가라~" 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 쯤?
애들도 당당히 여기 저기 앉아 같이 깔깔 웃기도 한다.
공연장 뒤 편 모습.
개 한 마리가 한가롭게 뒹굴거리고 있다.
역시 한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풍경이다.
발로 차고 패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겁주듯 발을 콱 내딪어서 쫓고는 낄낄 거리는 것이 한국에서는 일상 아니던가.
손가락 만한 도마뱀 보고 돌 던지며 낄낄 거리는 것도 그렇고... 꽤 잔인한 민족이다 싶은 내가 이상한 건가?
내 눈엔 그런 모습이 정신병자 같아 보인다.
이유 없는 폭력과 희열, 인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비정상적인 행동 아닌가?
폭력에 대해 무조건 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자에 대한 폭력 만큼 저열한 짓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절대 당할리 없다고 판단되는 상대에 대한 폭력, 이를테면 아내 때리는 남자라던가...
폭력 자체의 당위성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의 문제다.
...개 한 마리 널브러져 있는 거 보고 별 생각 다한다.
뭐 이런 것도 여행의 자잘한 수확이 아닐까 싶다.
다음 날 다시 가본 공연이 있던 자리.
무슨 유아원 비슷한 곳 같았다.
또 다른 날, 다른 곳에서 있었던 행사.
이것 역시 별다른 홍보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나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일고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여자애들이 제법 진지하게 춤을 추고 있다.
장기자랑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목적이 아니라, 신께 바치는 찬미의 행동이다.
뭐, 실제로 저 꼬마들이 그리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신이나 봉사 점수, 수상 경력, 출세를 위해서 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행사 일정이 적힌 게시물.
외국인 대상으로 했다면 당연히 영어가 병기되었을 것이다.
공연장 한 켠의 큰 사원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다들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교회에서 예배보고 나오듯, 손에는 공물을 담아 왔던 바구니 등이 들려 있다.
거들먹 거리며 과장되게 인사를 나누고, 보란 듯이 비싼 자가용으로 휘적휘적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발리인들은 고상한 친교가 뭔지 잘 모르나 보다.
꼬마 남자애 하나가 발리의 대표적인 전통춤 중 하나인 레공 춤을 공연하고 있다.
그 앞의 꼬마 여자애 두 명은... 그냥 나와서 보는 거다.
그냥 빙긋 웃으며 볼 뿐, 아무도 말리거나 내쫓거나 하지 않는다.
그 바깥 공간에서 저렇게 조용히 구경할 뿐이다.
가운데 왼 쪽 부근의 아가씨는, 머리에 높다랗게 공물을 이고서도 편안하게 보고 있다.
그런 아가씨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 역시 없다.
흔하디 흔한 일상의 모습 중 하나일 뿐, 남에게 보이기 위한 묘기가 아니니까.
척 보기에도 무지무지무지 비쌀 거 같은 의상을 입고 있던 아가씨 (혹은 아줌마? 발리도 일찍 결혼하는 편이라...).
행사 자체가 마을 사람들의 종교행사라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기가 좀 그랬다.
아마도 청했으면 순순히 승낙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야심한 밤에 자기네 마을 처녀 치근거리는 외지인이라고 청년들에게 맞을까 무서워서리... ㅋㅋㅋ
건너편 공터에 들어선 야시장.
역시 축제하면 야시장이다.
대게 이런데 식구들하고 나오게 되면 지갑 후하게 털려 주는 것이 옳바른 가장의 모습이다. :)
그나저나 저 아줌마 표정을 봐도 그렇고... 저거 정말 안무거운가??
오토바이 타고 시골길을 달리던 길에 우연히 본 사원과
한국의 서낭당(성황당) 같은 나무.
관광지가 아닌, 지금도 일상적으로 공물을 바치는, 실제하는 숭배의 대상들이다.
* 발리하면 꾸따 Kuta 지역이나 유명한 사원만 가보신 분들은 발리를 반의 반도 못 보신 거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허니문 패키지로 잠깐 왔다 가신 분들도요.
발리가 왜 세계적인 발리인가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정으로 실재하는 신들의 섬이라는 것입니다.
여타의 세계적인 관광지의 유적지와 행사는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면이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인 면이 강하지만, 발리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인 상대의 퍼포먼스가 아닌, 진심을 담아 해오는 진짜 종교의식입니다.
외국인들이 보러 오지 않더라도 그저 그렇게 계속 이어나갈, 자연스러운 행사일 뿐이죠.
그래서 그런지, 제가 보기엔 너무도 편안하고 일상의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발리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이유는, 세계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화 속에서도 고유의 문화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여상스럽게 이어나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Dynamic', ' Power', ' Clean', ' Aha!'...
이딴 웃기지도 않는 표어를 걸고 삽질 열심히 하고 있는 어느 나라 지자체들이 좀 배워야 할 점이긴 한데, 요원한 일이겠죠.
뭔가 파고, 뭔가 세워야 훌륭한 치적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지라...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에서 나오는 자발적인 행동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워낙 미국적인 것이 진리요, 발전이요, 훌륭한 것이라는 의식도 문제고요.
하긴, 그 마저도 외국인 대상이라기 보다는 정부 예산과 지자체 주민들 생색내기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발리에 가신다면, 꾸따나 누사두아 등 남부만 생각하지 마시고, 꼭 중부와 북부를 가 보시길 권합니다.
** 지금은 사라진 단어인 코리안 타임처럼, 인니에는 잠 까렛 Jam Karet (Jam 은 시간, Karet 은 고무)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고무 시간, 인니 전체가 대체적으로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편이 아닙니다.
수도이자 국제도시인 자카르타 마저도 극악의 만성 교통체증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각은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아, 물론 중요한 비지니스의 경우엔 당연히 감점요인이죠. 그것까지 감안했어야 하니까요.
(실제 경험해 본 바, 심할 경우 원래 소요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어질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니를 여행하신다면, 시간 관념을 좀더 느긋하게 갖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단, 예외가 있다면, 여행사의 투어나 패키지 이동의 경우는 시간을 꼭 지켜야 합니다.
이 경우도 제시간에 출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혹여 자기들이 제시간에 준비됐다면 횅하니 출발해 버리기도 하거든요.
뭐 자기들은 아쉬울 거 없으니까요. ㅋ;
서양식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도 이제는 시간 관념이 정확하지 않은 걸 미개하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익숙해지면 의외로 느긋하고 넉넉한 맛도 있거든요.
물론, 이게 1분 1초가 아까운 사업 상의 문제라면 속이 터질만도 하겠지만, 여행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인이 주는 여유는 기한의 다른 표현일 뿐, 진정한 여유는 자신이 갖는 것이니까요. :)
숙소가 위치한 잘란 숙마 입구를 차량통제하고 있었다.
어라 뭘까...?
컴컴한 골목 저 멀리 왠 불빛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가까이 가보니 어라라, 왠 뜬금없는 행사 준비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렇게 떡하니 길을 막고 말이다.
아직은 준비 중인거 같아,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의 직원에게 물어보니, 오달란 Odalan 이라는 1년에 한 번 요맘때 벌어지는 종교행사라고 한다.
오늘이 힌두교의 성스러운 날 중 하나라나.
가믈란 Gamlan (인니 전통악기 합주단) 연주와 함께 춤도 추고 만담도 하는 공연이 있다고 한다.
언제냐 물어보니 보통 9시인데 정확히 9시는 아니랜다.
(정확히 9시에 시작하지 않는다는 뜻.)
아마도 외국인 상대를 많이 하다보니 미리 알려주나 보다.
관객들은 거의가 마을 사람들이다.
아니면 나처럼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된 외국인들이다.
굳이 여기 행사있다고 홍보하지도 않는 모양이다.
9시 20분 쯤 느긋하게 다시 가보니, 가믈란 연주가 한창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한 명의 공연자가 (무희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만담도 진행한다) 등장했다.
한바탕 춤을 보여주고, 뭐라뭐라 이야기를 시작한다.
(발리어라 거의 알아듣기 힘들었다.)
무선 마이크가 아니라, 머리 바로 위에 마이크가 매달려 있다. +_+b
아이들 더러 나와보라고 하는데 안나오자, 품에서 5만 루피짜리 지폐를 꺼내 살살 흔든다.
그러자 애들이 우다닷~ 튀어 나와 서로 잡겠다고 아우성이다.
그걸 보고 마을 사람들은 박장대소하고.
한국 같았으면 애들 정서에 안좋다 어쨌다 뒷말 나올게 뻔하겠지만, 그리 근엄하고 경건하게 보호해서 오늘날 한국의 아이들이 퍽도 돈에 담백하던가.
그냥 숨길 것도 없고, 돈이 좋은거야 애들이라고 모르겠을까.
외려 솔직하고 음습하지 않아, 더 재미있었다.
칭찬은 곰도 춤추게 하지만, 돈은 애들도 춤추게 만든다.
여기 애들이 그런 건지, 아니면 공연자가 먼저 그런 춤을 보여줘서 그런건지, 허리를 특히 열심히 흔들어 댄다.
새로운 공연자 등장.
역시나 예술의 경지에 오른 엉덩이 돌리기에 관객들의 호응이 고조된다.
요게 기본적인 위치.
저렇게 서서 만담을 주고 받는다.
마이크도 그에 맞춰 두 개가 그 위에 매달려 있다.
만담 사이 사이에 노래를 한 대목씩 부르기도 한다.
즉홍적으로 나오는 (아주 즉홍은 아니겠지만) 노래에 가믈란도 척척 반주하는 것이 신기했다.
TV에도 이와 비슷한 프로가 있는데, 인니 공연의 한 형식인 모양이다.
중간 중간 아주 조금씩 들린 내용에 의하면 (발리어도 인니어와 완전히 다르진 않다) 외설적인 내용을 은유적으로, 혹은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많은 듯 했다.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온 사당패의 만담 내용도 그랬는데, 역시 서민들의 공연에는 음담패설이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어디나 다를 바 없나 보다.
다른 게 있다면, 여기는 " 애들은 가라~" 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 쯤?
애들도 당당히 여기 저기 앉아 같이 깔깔 웃기도 한다.
공연장 뒤 편 모습.
개 한 마리가 한가롭게 뒹굴거리고 있다.
역시 한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풍경이다.
발로 차고 패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겁주듯 발을 콱 내딪어서 쫓고는 낄낄 거리는 것이 한국에서는 일상 아니던가.
손가락 만한 도마뱀 보고 돌 던지며 낄낄 거리는 것도 그렇고... 꽤 잔인한 민족이다 싶은 내가 이상한 건가?
내 눈엔 그런 모습이 정신병자 같아 보인다.
이유 없는 폭력과 희열, 인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비정상적인 행동 아닌가?
폭력에 대해 무조건 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자에 대한 폭력 만큼 저열한 짓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절대 당할리 없다고 판단되는 상대에 대한 폭력, 이를테면 아내 때리는 남자라던가...
폭력 자체의 당위성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의 문제다.
...개 한 마리 널브러져 있는 거 보고 별 생각 다한다.
뭐 이런 것도 여행의 자잘한 수확이 아닐까 싶다.
다음 날 다시 가본 공연이 있던 자리.
무슨 유아원 비슷한 곳 같았다.
또 다른 날, 다른 곳에서 있었던 행사.
이것 역시 별다른 홍보가 없어서, 그냥 지나치나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일고 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 여자애들이 제법 진지하게 춤을 추고 있다.
장기자랑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목적이 아니라, 신께 바치는 찬미의 행동이다.
뭐, 실제로 저 꼬마들이 그리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신이나 봉사 점수, 수상 경력, 출세를 위해서 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행사 일정이 적힌 게시물.
외국인 대상으로 했다면 당연히 영어가 병기되었을 것이다.
공연장 한 켠의 큰 사원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다들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교회에서 예배보고 나오듯, 손에는 공물을 담아 왔던 바구니 등이 들려 있다.
거들먹 거리며 과장되게 인사를 나누고, 보란 듯이 비싼 자가용으로 휘적휘적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발리인들은 고상한 친교가 뭔지 잘 모르나 보다.
꼬마 남자애 하나가 발리의 대표적인 전통춤 중 하나인 레공 춤을 공연하고 있다.
그 앞의 꼬마 여자애 두 명은... 그냥 나와서 보는 거다.
그냥 빙긋 웃으며 볼 뿐, 아무도 말리거나 내쫓거나 하지 않는다.
그 바깥 공간에서 저렇게 조용히 구경할 뿐이다.
가운데 왼 쪽 부근의 아가씨는, 머리에 높다랗게 공물을 이고서도 편안하게 보고 있다.
그런 아가씨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 역시 없다.
흔하디 흔한 일상의 모습 중 하나일 뿐, 남에게 보이기 위한 묘기가 아니니까.
척 보기에도 무지무지무지 비쌀 거 같은 의상을 입고 있던 아가씨 (혹은 아줌마? 발리도 일찍 결혼하는 편이라...).
행사 자체가 마을 사람들의 종교행사라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기가 좀 그랬다.
아마도 청했으면 순순히 승낙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야심한 밤에 자기네 마을 처녀 치근거리는 외지인이라고 청년들에게 맞을까 무서워서리... ㅋㅋㅋ
건너편 공터에 들어선 야시장.
역시 축제하면 야시장이다.
대게 이런데 식구들하고 나오게 되면 지갑 후하게 털려 주는 것이 옳바른 가장의 모습이다. :)
그나저나 저 아줌마 표정을 봐도 그렇고... 저거 정말 안무거운가??
오토바이 타고 시골길을 달리던 길에 우연히 본 사원과
한국의 서낭당(성황당) 같은 나무.
관광지가 아닌, 지금도 일상적으로 공물을 바치는, 실제하는 숭배의 대상들이다.
* 발리하면 꾸따 Kuta 지역이나 유명한 사원만 가보신 분들은 발리를 반의 반도 못 보신 거라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허니문 패키지로 잠깐 왔다 가신 분들도요.
발리가 왜 세계적인 발리인가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진정으로 실재하는 신들의 섬이라는 것입니다.
여타의 세계적인 관광지의 유적지와 행사는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면이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인위적인 면이 강하지만, 발리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인 상대의 퍼포먼스가 아닌, 진심을 담아 해오는 진짜 종교의식입니다.
외국인들이 보러 오지 않더라도 그저 그렇게 계속 이어나갈, 자연스러운 행사일 뿐이죠.
그래서 그런지, 제가 보기엔 너무도 편안하고 일상의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발리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이유는, 세계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화 속에서도 고유의 문화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여상스럽게 이어나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Dynamic', ' Power', ' Clean', ' Aha!'...
이딴 웃기지도 않는 표어를 걸고 삽질 열심히 하고 있는 어느 나라 지자체들이 좀 배워야 할 점이긴 한데, 요원한 일이겠죠.
뭔가 파고, 뭔가 세워야 훌륭한 치적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지라...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에서 나오는 자발적인 행동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워낙 미국적인 것이 진리요, 발전이요, 훌륭한 것이라는 의식도 문제고요.
하긴, 그 마저도 외국인 대상이라기 보다는 정부 예산과 지자체 주민들 생색내기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발리에 가신다면, 꾸따나 누사두아 등 남부만 생각하지 마시고, 꼭 중부와 북부를 가 보시길 권합니다.
** 지금은 사라진 단어인 코리안 타임처럼, 인니에는 잠 까렛 Jam Karet (Jam 은 시간, Karet 은 고무)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고무 시간, 인니 전체가 대체적으로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편이 아닙니다.
수도이자 국제도시인 자카르타 마저도 극악의 만성 교통체증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각은 서로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아, 물론 중요한 비지니스의 경우엔 당연히 감점요인이죠. 그것까지 감안했어야 하니까요.
(실제 경험해 본 바, 심할 경우 원래 소요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어질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니를 여행하신다면, 시간 관념을 좀더 느긋하게 갖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단, 예외가 있다면, 여행사의 투어나 패키지 이동의 경우는 시간을 꼭 지켜야 합니다.
이 경우도 제시간에 출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혹여 자기들이 제시간에 준비됐다면 횅하니 출발해 버리기도 하거든요.
뭐 자기들은 아쉬울 거 없으니까요. ㅋ;
서양식의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해진 한국 사람들도 이제는 시간 관념이 정확하지 않은 걸 미개하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익숙해지면 의외로 느긋하고 넉넉한 맛도 있거든요.
물론, 이게 1분 1초가 아까운 사업 상의 문제라면 속이 터질만도 하겠지만, 여행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타인이 주는 여유는 기한의 다른 표현일 뿐, 진정한 여유는 자신이 갖는 것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