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 인니 2. 메당 그리고
살다 보면 마가 끼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 날이다. 메단 공항에서 수화물을 찾으려 하니 내 짐옆에 누군가 있다. 제법 유니폼도 갖춰 입었다. 무턱대고 짐을 들더니 내 손에서 세관신고서를 잡아채서 세관원에게 건네준다. 지금 생각해 보니 세관원의 눈빛이 흔들렸었다. '음~ 한 놈 당하는구나'
이 녀석의 목적은 자가용택시에게 인계하는 것이다. 시골버스터미널 같은 공항을 나오자 마자 호객꾼들에게 둘러 싸인다. 결국 저 멀리 버스를 앞에다 두고 터미널까지 8만루피아에 타기로 했다. 부낏라왕까지 가야하는 나는 조급해져서 자가용영업택시를 탄 것이었다.
터미널이라고 도착한 곳 뒷편에 택시기사는 나를 내려주고 누군가를 부른다. 소년 하나가 나와 내 배낭을 들고 도저히 움직일 것 같지 않은 미니버스에 싣는다. 그러곤 재차 확인하는 내 물음에 오케이만을 반복하고 가버린다.
그 때 비는 거세지고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버스에 불안한 마음으로 소년에게 물어보지만 그는 영어를 모른다는 말만 하면서 묘하게 웃어댄다. 잠시 후 비가 잦아들자 겁이난 나는 배낭을 메고 터미널 건물 쪽으로 간다. 그러자 이곳 저곳에서 호객이 붙는다. 부킷라왕 버스는 오후 늦게 오는 막차만 있단다.(당연히 거짓말)
조급해진 나는 일단 마음을 진정하고 교섭에 들어갔다. 그는 베모를 타면 빨리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자기가 동행 해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베모를 탔는데 우리네 봉고차보다 비좁고 낡은 차였다. 베모기사와 그가 교섭을 하고 그 와중에 사람이 타고 내리고 소나기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얼마가 지났을까 호객이 갑자기 볼 일이 있어 내린단다. 기사에게 말 해 놓았으니 걱정 말란다. 뭐라 말 할 시간도 없이 메모는 출발한다. 그 와중에도 사람이 타고 내리고...근데 이 베모 기사는 영어를 못한다. 혹시 해서 물건을 확인한다. 지갑, 카메라, GPS 모두 이상 없다.근데 주머니 속 핸드폰이 만져지질 않는다. 쟈크도 열려 있었다. 바닥을 보아도 없다. 헉~ 한 달도 못된 아이폰4가 그것도 32기가가~~
패닉상태에 빠진 나는 차를 세우고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그는 우물쭈물대다가 내 언성이 높아지자 빈자이 경찰서 앞에 나를 내려 주었다. 갑자기 배낭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왔다.ㅎㅎㅎ
이곳 경찰은 관할권이 없으니 다시 메당 시내로 돌아가란 말만 했다. 다시금 메당으로 돌아가 터미널 근처 경찰서로 찾아갔다. 여기도 영어가 통하질 않는다. 그나마 말귀를 알아 듣는 경찰은 많은 외국인이 물건을 도난 당한다는 말만 한다. 포기하고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를 구하기로 한다.
바짜이를 타고 가다 인터넷이 된다는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호텔이라지만 우리네 허름한 모텔 수준이다. 샤워를 하고 노트북으로 통신사에 분실신고를 하고 답답한 마음에 태사랑에 글을 올리고 나니 밤 9시가 다 되었다.
잠도 안오고 오기가 발동한 나는 프런트에서 주소를 얻어 경찰서에 다시 갔다. 깜깜한 밤 인적이 드문 곳을 지나갈 때는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경찰서에 다시 가니 사람이 바뀌었다. 영어가 되는 경찰도 온다고 한다. 지루한 대화가 오고 가고, 경찰리포트 받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어딘가로 계속 전화해서 물어보고 거기에 있는 경찰 모두가 합의(?)를 본 끝에서야 조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마침 호텔 급사인 라크마드까지 와 주워서 결국 3시간이 지난 뒤에야 경찰리포트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가장 기대했던 부낏라왕은 물 건너 가고 다음 날 또바호수로 출발한다.
#이왕 맞을 매라면 첫 날 맞는게 좋겠지만 손실이 너무 커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더군요. 하지만 한 번 겪고나니 호객꾼 처리하는 것도 매끄러워지고 이후에 만나는 사람들도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핸드폰은 쇼폰케어에서 70만원 여행자보험에서 20만원 보상 받아서 10만원 정도 자기부담금이 들어 갔습니다. 처리기간 3주 정도 걸렸고 그 간에는 무상임대폰 썼습니다.
호텔 지배인이 반둥(자바섬) 출신인데 수마트라는 자바나 발리에 비하면 위험하니 주의하라고 신경 써 주더군요. 그리고 혼자 다니지 말라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