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정글, 그 곳이 수마트라...1 (스압주의)
언제나 그렇듯 이번 여행도 아무 기획의도 없이 부지불식간에 결정되었다.
영: "서방, 오랑우탄 보러 갈까?"
나: "......"(뜬금없이 뭔 소리야)
영: "수마트라 섬인데, 다른 사람들 별로 안가는 곳이잖아. 이번에는 이런 여행 함 하자"
나: "......."(귀찮을지도 모르는데)
영: "정글에서 야생 오랑우탄보고 계곡 튜빙하고 내려온데..."
나: (오호 액티비티! 당연히) "콜!!!"
이렇게 되었다. 지난 여행들이 정적인 쉼만 강조된 측면이 없지 않기에, 정글을 헤만다는 이번 컨셉이 확 들어왔더랬다.
이렇게 순식간에 아무 생각없이, 아니 아무 준비없이 여행지가 결정되었다.
그러니까 이번 여행은 미세스 영의 어쩌면 첫번째 기획작인 셈이다.
우리 수마트라 여정은 말레이시아 KL - 수마트라 메단 - 또바호수 - 부킷라왕 이다.
KL은 에어아시아 엑스의 기항지라 뱅기 갈아타는 곳이고,(KL은 지난 여행에서 잘 다녔기에 딱히...)
수마트라의 중심도시 메단을 기점으로 오랑우탄을 보는 정글트레킹과
수평선이 보이는 또바호수의 쉼이 적절히 배치된 훌륭한 기획여행이다.
에어 아시아 엑스. 에어 아시아 자회사 중 하나로 말레이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들을 주로 다닌다.
일본은 에어아시아 재팬이 있지만 인천은 엑스가 들어온다.
기종은 에어버스 330-300으로 3-3-3 배열의 중대형 기종이다.
역시나 댄공같은 서비스와 정시출도착과는 거리가 있다. 이날도 정시에서 1시간여 지연출발하였고, 이로인해 KL에서 1시간 30여분이던 연결시간이 촉박해 PP라운지 이용도 힘들 정도 였다.
여기서 우리 부부의 여행 운의 첫번째.
1시간 30여분 연착되어 9시 가까이 떨어진 메단 공항. 어느 도시에서나 늦은 저녁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막막하고 긴장하는 것은 여행 초보나 고수나 똑같을 것이다.
또, 메단 공항이 시내에서 쿠알라나무로 이전한 지 한달도 안된 시점이라 정보다운 것도 없는 상태.
어쩌지...
부부: "혹시 한국분이세요?"
나: (혹시나 싶어서)"...예"
부부: "맞네요. 아까 KL에서 봤는데 인도네시아 말을 쓰시는 것 같아 혹시나 했어요"
나: (뭐. 외모로 보면 태국까지는 현지인으로 보니까...아니 이게 아니지. 이분들 뭐지?) "그러세요..."
부부: "메단에 첨 오시는 것 같은데 저희가 안내해 드릴까 싶어서요."
나: (오예~ 진작에 그리 말씀하시지...) "앗 정말요? 안그래도 여기 늦게 와서 어쩌나 싶었는데...주저리주저리....."
고맙게도 그들이 타고 가실 밴의 한 쪽 귀퉁이 자리 두개를 우리에게 양보하시고(이 자리를 빌어 뒷 자리에 끼어 앉게 된 이쁜 처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바이다) 메단 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한 시간 넘는 거리를 기꺼이 에스코트 해 주셨다. 이분들에게 따로 해 드릴 것은 없어서 나중에 자그마한 선물만 드려야 했다.(3편 참조)
여행의 기본은 뭐? 삽질!!!
그렇다 여행의 기본은 삽질아닐까? 여기 저기서 진행되는 삽질로 인해 여행은 더욱 풍성해 지는 것이다.
"단언컨데 삽질은 여행을 더 풍부하게 하는 여행최고의 잔기술입니다."
그렇다. 이리 길게 삽질 얘기를 꺼낸 것은 우리 부부 삽질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원체 나의 영어가 동남아에서 먹히는 영어이기에 자신감있게 내일 아침 또바호수로 가는 택시를 예약하려는데...(참 메단에서는 교통수단이 버스와 기차 외에 필핀 트라이시클 같은 베짝, 택시라 불리는 자가용, 미니버스로 불리는 버스 혹은 베모, 그리고 여행자 버스로 나뉜다. 또바까지는 대부분의 여행자가 택시를 이용한다기에 우리도 이 택시를 요구한 것)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가격과 직원의 소개 가격이 다르다. 1인에 8만 루피아라던데, 이 직원 10만을 요구한다.
"어이. 내가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 알고보면 태국 왕자라고..."
"니가 멀 알고 있능지 모르지망, 토바까지능 1인 10만루피아 맞다공"
"잘 알아보고 다시 연락 줘. 갠히 등쳐먹을 생각말고..."
그렇게 룸에서 기다리다 결국 아무 결론도 못내고 다음날 아침.
느지막히 조식먹고 카운터에 물어보니 아무런 예약이 안되었단다. 이룬....ㅜ.ㅜ
어쩌나.. 시간은 촉박하고 1인 10만에 또바까지 택시를 요청하였지 뭐...
(그런데 알고보니 이 가격이 맞는 가격이었던 것이다...요따우 당혹스런 상황은 여행 막바지까지 계속 되었다. 쭈욱~~~)
택시는 6인승 일본 차량. 우리의 카렌스라고 보면 될 듯. 그 속에 앉아있는 우리는 인도네시아 험악한 아저씨 1인, 말레 커플 2인, 글구 우리 부부.
9시30분에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8시 40분 조금 넘어 룸으로 전화가 오더니
"택시 어쩌구... 지금 어쩌구... 블라블라..." 이런 전화가 왔다.
참고로 인도네시아 영어가 상당히 알아듣기 어렵더라... 자칭 동남아 영어의 1인자로 자부했던 나였는데 말이다.
어쨋든 위의 전화를 받고서도 천천히 짐을 싸서 9시 넘어 로비에 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가 오길 기다리며 잠시 앉아 있을라 했더니...
"너희 택시 저기 왔어" 란다. 입구를 보니 정말 차 한대가 기다리고 있는데...
알고보니 아까 룸으로 전화 할때가 택시가 온 시간이었던 것. 택시 왔으니 내려오라는 말을 못 알아듣고 뭉기적대다가 내려왔으니 미안스럽기도 하다...하지만... 너희가 발음이 안좋은 거야...
어쨋든 택시를 타고 바로 파라팟(또바호수 뚝뚝 마을로 들어가는 선착장)으로 가는 우리. 5시간 가량 타고 가는데 명불허전 터프한 운전이 장난이 아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전체 운전습관이기도 한데, 여기 사람들은 깜박이를 끄지 않는다. 절대로...
일본과 마찬가지로 좌측통행인 이들은 언제나 우측 깜박이를 켜고 달린다. 언제든지 추월을 하겠다는 의미인 듯 한데... 문제는 도로 대부분이 1차선이라 중앙선 침범이 아무 거리낄 것 없다는 것.
심지어 2차선 도로에서 추월하며 오면 이쪽에서 가던 차가 갓길(사실상 없지만은)로 나가준다.
중국이나 인도의 교통지옥과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 인도네시아 메단의 운전자들이다.
어쨋든 그런 운전을 하며, 마지막 1시간여동안은 산길의 우악스런 코너링과 가속, 급정거를 통해 운전실력을 자랑하며 도착한 곳. 바로 이곳 파라팟이다.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이 곳은 상인들과 보트관계자들,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전부이다.
타일이 깔려있는 대합실 아닌 대합실이 놀이터인 이 곳에서 덤블링도 하고 술래잡기도 한다. 그리고 사진 속의 저 우쿨렐레도 치며 노래도 부른다. 잘 하더라...
사실상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의 모습과 삶, 먹거리를 처음 본 파라팟. 섬에 간다는 이유로 생수를 두 병이나 새들고 바나나튀김(피상고렝) 등으로 요기를 하고 호수를 바라본다.
세계에서 6번째인가 큰 호수라는데, 앞에 있는 사모시르 섬 때문인지 캄보디아 똔레삽 호수보다 적은 듯한 기분이다. 근데 이 사모시르 섬이 싱가폴과 비슷한 면적이란다.
천지와 같은 칼데라호임에도 엄청 큰 또바호수. 그 안에도 사람들의 삶은 진행되고 있었다.
파라핏에서 사모시르 뚝뚝 마을까지는 호숫가에 있는 각 리조트, 호텔마다 내려주는데 알고 있는 가격은 1인 7천루피아, 그런데 이제는 1만 루피아달라고 한다. 사전 정보때문에 뭔지 모르게 크게 속은 듯한 기분이 들지만 그나마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는 돈이겠거니 생각한다(하지만 이것도 맞는 가격이었다).
참, 지난 홍콩 여행 이후에 맛 들이게 된 카메라를 들고 갔다. 전에 쓰던 캐논 650D는 어마어마한 망원까지 가져가야 해 너무 힘들었지만 이 카메라는 초소형 경량이다. 바로 국내에서 쓰던 핸폰. 스카이 s5. 그립감도 좋고 핸디하고 요거저거 잘만 찍힌다.
요기가 우리가 묵기로 한 까롤리나 코티지. 자연과 하나되는 컨셉으로 잘 정리된 정원과 넓은 호수조경을 갖고 있다. 디럭스 룸 하루 21만 루피아. 한화 2만 천원이다. (참. 환율이 많이 좋아져서 1만 루피아를 1천원으로 계산하면 된다)
사모시르 섬 자체가 20여년 전 유럽친구들의 휴양지로 유명해 진 곳이라 지금은 많은 시설들이 노후된 느낌이다. 까롤리나 역시 10여년이 넘은 숙소라 깔끔한 숙소를 원하는 이들은 실망스럽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연과 호수와 여유로움을 느끼기에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는 가장 우수한 숙소이다.
도착하자 마자 짐 풀고 건너뛴 점심을 대신해 나시고렝, 사태와 감자 등을 시켜 인도네시아 맥주 빈땅(빛나는 별)을 즐기는 우리.
나: "이제 시작해야지?"
영: "그치? 비싸도 괜찮겟어?"
나: "풋~ 언제 우리가 그런거 따졌나? 5시간 고생했으니 이제 음주를 즐겨 보자고~~"
어느 곳에 가던 우리의 음주는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음주는 상당한 지출을 요구했다. 어쩌면 싱가폴과 비슷한 부담을 안겨주었는데, 현지인 한 끼 식사가 1만루피아 이하인데, 맥주 큰 병이 3만루피아이다. 이 가격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다. 결국 맥주 3병을 먹으면 9인분의 식사값이 날아가는 것이다. 이러니 우리 여행비용이 급증할 수 밖에...
보이시는가...핸폰으로도 요따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잘 찍는 사진은 기종이 상관없다는 것.
아마추어 출사를 가며 대포들고 다니는 분들. 개인적으로 등산인들의 거품과 카메라 거품을 이끄는 짓들은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여기서 퀴즈... 이 사진은 일출일까 일몰일까?
사모시르 섬에서의 우리의 하루는 다른 여행지와 대동소이하다.
아침 느지막히, 아니 눈 떠지는대로(영은 여행가서는 시차적응이라는 것을 안한다.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한국서 일어나던 7시즈음 일어나 뒤척인다. 가끔은 산책도 하고, 글도 읽지만 이번에는 아침마다 미드 보곤 했다) 일어나 조식 처묵처묵하고...
2시간 가까이 조식 즐기고 숙소 앞 호수를 즐기다 맘 내키면 동네 산보 나간다. 위 사진이 사모시르의 풍경 중 하나로 걍 시골길이다. 이 길로 오토바이가 다니고 현지인들이 인사를 하고, 학교 끝난 아이들이 시끄럽게 돌아가고는 한다.
특히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문화인 바탁문화를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위 사진과 같은 문양을 바탁문양으로 부르고 기념품들을 제작하고는 한다.
이래 보니 한편의 영화 아닌가? 사모시르의 한 숙소 <토다 호텔>.
인도네시아 역시 기상이변의 중심에 서 있다. 원래는 건기이지만 수마트라 여행 내내 맑은 하늘을 하루종일 본 기억이 없다. 사모시르에서는 아침나절 쨍 하고 맑은 하늘이었다가 오후부터는...ㅡ.ㅡ
요렇게 보트를 타면 각 숙소마다 들리고는 한다.
내릴 때는 보트 직원에게 숙소이름을 말하면 되고, 탈 때는 지나가는 배에 손을 흔들면 된다. 특히 파라팟으로 나가는 배인지 뚝뚝으로 들어오는 배인지 모르기 쉬운데, 이를 위해 나가는 배라는 신호로 사이렌을 울린다.
그러면 각 숙소 피어에 있던 여행자들이 손을 들고 접안하면 끝...
참. 까롤리나에 3박을 하려던 우리. 생각보다 어두운 숙소와 눅눅한 침대 등으로 하루만 묵고 그 옆의 사모시르 빌라로 이전했다. 까롤리나는 21만인데, 사모시르빌라는 40만. 두 배의 가격이지만 깨끗하고 뽀송한 침구와 전망으로 영의 큰 만족을 자아내게 했다.
나: "뭐하는데?"
영: "매번 하는거. 지출내용도 정리하고, 기록도 하고..."
나: "아닌데, 또 메뉴 공부하는거지? 그지?"
영은 어디가나 현지 음식 이름은 가장 먼저 외우고 다닌다. 태국, 필핀, 베트남 등 동남아는 물론 호주, 프랑스 하루 정찬(나는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독일 소세지 종류 등... 그러다 보니 식당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메뉴 공부. 현지음식 이름을 기억하고 어떠한 종류의 음식인지 설명해 주기도 한다.
내 생각인데 아마도 중국 여행할 때 어두운 기억(그 때는 한자로 되어 있는 메뉴를 보고 닭고기, 돼지고기, 나물인지 등 대략적인 상상만 하고 주문을 했더랬다. 그러다 보니 생각과 다른 음식으로 난감해 하던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때문인 듯...
운이 좋게도 사모시르 빌라에서 일주일 두번하는 바탁 전통 댄스가 펼쳐진다.
아마도 현지 학생들인듯한 여자들이 춤을 추고 숙소 직원인 듯한 남자들이 연주를 한다. 인도네시아의 특징인 담배를 물고, 막걸리(이름 까먹음) 마시며 연주를 하면 여자들이 말그대로 손과 발을 '까딱'이며 춤을 춘다.
3-4개의 춤을 선보인 후 마지막에는 관광객들을 불러 함께 댄스파티를 하는데...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에서 이미 실력을 보인 영도 자리를 잡아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동영상 참조)
유일 무이하게 수마트라 여행 중 만난 한국인 여행객과 이런저런 얘기 후 기념사진도 찍어보고...
사모시르 빌라 직원 무르니와 함께. 귀여운 이미지에 약간 짧은 영어로 인사를 하며 웃는 얼굴만 보여주었다.
사모시르 빌라의 장점 중 하나인 수영장. 메인 수영장과 함께 호수 바로 앞 또 하나의 수영장이 있다.
글구 보트 피어 앞에 위치한 방갈로. 2층에 자리잡고 빈땅 하나 마시며 호숫가도 보고 책도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사실 수마트라 여행 내내 날씨가 안좋았으므로 적도 아래 하늘을 즐길 겨를이 없었다. 사모시르 섬 자체도 오후만 되면 비바람이 불어 덥기보다는 써늘한 기운이었고, 가끔 저렇게 쥐라기공원에 나오는 섬과 같은 으시시한 모습도 연출하고는 한다.(물론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어렵네...)
사모시르 빌라에서 영이 가장 좋아하던 장소. 바다 아니 호수와 하늘과 이국적인 풍경이 잘 어우러진 테라스.
사모시르 섬의 스쿨버스. 지붕위까지 타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어디가나 볼 수 잇는 풍경인 듯.
사모시르에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까지 있다고 한다.
동네에서 발견한 투데이스 카페. 인터넷에서 검색 결과 가성비 훌륭한 현지음식 식당이라 하여 자리를 잡았다. 바딱문양과 거리를 내다보며 즐거운 식사를 하려는데...
역시나 비가 퍼붓는다. 평소보다 더 퍼붓는다. 1시간 가까이 내리던 폭우로 인해 식당안까지 물이 들어오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를 맞으며 걸어다닌다. 그게 수마트라이다.
당연하게도 수영장에서 망중한을 즐기시는 영.
그렇게 또바호수의 3박4일이 흘러갔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의무로부터의 자유. 여행의 기본을 충실히 만끽한 또바호수의 나날이었다.
이제 다시 메단으로 간다. 이번 수마트라 여행의 백미 야생 오랑우탄을 보러...(사실 이때만 해도 우리 앞에 어떤 난관이 있을지 전혀 몰랐다...)
파라팟에서 30여분을 기다려 다시 택시를 타고 메단으로 가는 길. 오던 때와 마찬가지로 깜박이는 항시 켜고 중앙선은 수시로 넘나들며 운전을 하다 중간 휴게소 아닌 식당에 멈췄다. 노점에서 파는 각종 꼬치와 튀김도 먹어주며 현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영이 당황스러워 한다.
영: 화장실이 달랑 수채구멍 하나야...;
나: 그럼 큰거는 어떡하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아놔~ 운전기사가 우리 호텔을 헤맨다. 참고로 메단에는 스위스 그랜드 호텔과 스위스 벨린호텔이 있다. 그랜드가 큰 호텔이고 벨린은 작은 호텔인데, 기사가 작은 호텔을 모른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기사는 길을 헤메고... 그 때 같이 타고 가던 현지 할머니 두분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신다... 감사합니다!!!
현지할머니: (영어로)"어느 호텔이라고?"
나: (마찬가지 영어로) "스위스 벨린호텔이요"
현지할머니: (인도네시아어로) "sdgerrfgsdfggrlkaud sdkjfsdkjfh "
나: "........."
현지할머니: (다시 영어로) "호텔 주소나 전화번호 있어?"
나: (아주 잽싸게) "예. 여기 주소요..."
현지할머니: (기사에게 인도네시아어로) "weuihdsmkn sdjhkd s sdf" (영어로)"말했으니까 걱정하지마^^"
나: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국인 2명과 인도네시아 할머니 2명, 기사가 머리를 맞대며 길거리 주소를 보며 헤낸 끝에 우리의 호텔을 찾게 되었다.
다시한번 그 두 할머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나니 어느덧 어둑어둑해졌다.
벌써 해가 졌나 싶었는데 비가 온다. 또다시...
"아니 우리는 비구름을 몰고 다니는 거야? 용 꼬리 밟은 거야?"를 외치며 로비에서 서성인다.
여기서 딴 소리 하나.
인도네시아에 갈 떄 환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어느 곳에 가더라도 꺼림직한 부분이다.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보려는 여행자들에게는 달러환전, 국내서 현지통화 환전, 현지 ATM인출 등 다양한 논리와 주장이 난무한다. 우리는 이렇게 했다. 600불은 미화로 바꾸고, 모자라는 것은 카드로 쓰기로 했었더랬다.
그런데 사모시르에서 카드 사용이 안되는 관계로(아, 아멕스 카드여~) 현찰 사용이 많아져 부득이하게 메단에서 현금을 인출해야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현금 인출 환율이 가장 좋았다. 호텔 로비에 있던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는데 100만루피아(10만원)씩 3번을 인출했다. 그런데 한번 인출 금액이 150만 이라는 설도 있다. 환율은 공항 입국장이 100불에 1만루피아, 사모시르 섬에서는 100불에 9천루피아(도둑놈들 아닌가...) 정도...시내 환전은 안해 봤지만 아무래도 인출이 가장 좋지 않을까....
비가 잠깐 그친 후 지나가는 베짝을 타고 메르데카 워크로 가달라고 하고 1.5만루피아에 흥정했으나 2만루피아를 주었다.
그런데....
우리의 메르데카 예상 - 몰이 많이 있고, 볼 것도 많으며, 많은 음식 중에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현실의 메르데카 - 비가 오고 있어 야외 테이블에 못 앉고, 몰은 없으며 음식점 몇개가 길을 따라 영업한다.
나: "어쩌지? 맥도널드라도 가?"
영: "맥도널드에 잠깐 앉아서 (내가 공부한 수마트라 음식 좀 보고) 생각해 보자"
나: "......"(배고픈데...)
우글우글 몰리는 종업원들. 그것도 배우 뺨치게 잘 생긴 애들이 너나 없이 손에 손마다 뭔가를 들고 온다.
그 사이에 자리 앉은 우리는 우왕좌왕 이 총각, 저 총각 쳐다보기만 한다.
나: "어... 이거 뭐야. 뭐야 이거... 혹시 바가지 씌우려는 거 아냐?"
영: "모르겠네. 어떻게 시켜야 하지? 난 딤섬 먹고 싶은데... 그나저나 애들 잘 생겼다. ^^"
나: "어이 마눌, 지금 그게 눈에 들어오냐? 어떻게 해봐...!!!"
영: "여기 음식 잘못하면 안 먹은 음식도 다 내야 한다던데..조심하고 한번 보자..."
그렇게 우리의 또 다른 삽질은 시작되었다.
어찌어찌 먹고 싶은 딤섬은 2개씩 집어서(아까 말한대로 딤섬을 따로 들고 다니며 고르게 한다) 내려놓고, 나머지는 메뉴보고(아니 다른 사람들 먹는 거 보고) 결정하려는데...
도저히 모르겠다. 앉자마자 준 냅킨 같은거는 냅킨이 아니라 닭고기 싼거라고 하고(그냥 내려놓았으면 돈 낼 뻔 했다)... 알고보니 각 음식을 맡은 총각들이 따로 있어서 손님이 앉으면 자기 음식 먼저 가져와 선택하게 하는 것. 물론 메뉴보고 시켜도 된다. 우리가 그랬으니까...하긴 뭔지도 모르는 데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조기 빨간 옷 입은 사람들이 다 직원들이다. 서빙도 하고 청소도 하고 다한다...
우리의 고민의 흔적들. 난 소고기 볶음면, 영은 BBQ 치킨(아얌 바까르)이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뭐?
그렇지..바로 빈땅....
그런데 비싸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빈땅은 큰병에 4만루피아, 음식들은 적어도 2만루피아, 딤섬 역시 기본 2만루피아...
그냥 입가심만 했을 뿐인데 아침 점심 식대가 지출되었다.
무섭다...메르데카 거리 음식점들은...
약 10여미터의 거리를 쭉 늘어선 식당가. 가지가지 음식들을 다 판다.
비가 안오고 날 좋으면 사람 구경하기 좋은 곳 같다.
거기서 메르데카 공원 잠시 보고 다시 돌아다니다 보니 메단 중앙역이다.
마지막날 여기서 공항까지 기차타고 갈 예정이라 잠시 둘러봤는데...
이때는 몰랐다. 우리가 이 곳에서 어떤 짓거리를 할 줄은....
우리 도착하기 며칠전 개관했다는 롯데마트 메단점. 그냥 구경도 하고 생필품 몇개 사러 갔는데, 또 하나의 삽질을 하고 말았다.
술이라면 혹하는 나에 더해 영마저 캔 빈땅에 혹해서 식스캔 2개, 총 12캔을 사고야 만 것이다.
물론 마트다 보니 싸기는 했지만 우리 돈으로 따지면 한 캔당 1백원 정도의 가격 이득 뿐.
살 때는 이런 생각 못했다. 다만 부낏라왕 가면 맥주가 비싸겠다는 생각에,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짐이 무거워진다는 생각은 못하고 사 버렸다. 그리고 부낏라왕까지 꾸역 꾸역 메고 갔다. 또, 숙소에서 매일 방을 옮기며 꾸역꾸역 배낭에 챙겨야 했다...
그리고 부낏라왕으로 가야 하는 날.
우리 모범 여행자 영의 코치하에 호텔에서 놀림을 받아가며(그 먼데를 둘이 어떻게 베짝타고 가냐며 택시타고 가라는 택시기사의 호객을 애써 외면한 채) 베짝을 불러 세워 피낭바리스까지 흥정을 하는데...
나: (다 알고 왔다는 듯이) "피낭바리스까지 얼마?"
기사: (생각하는 척하고 선심쓴다는 듯이)"5만루피아"
나: (흐흐흐, 다 알아. 내가 길에서 잔뼈가 굵은 여행자야)"에이, 4만루피아. 아니면 안가...!!!"
기사: "그래 가자"
이렇게 페낭까지 베짝을 타고 가는데 멀긴 멀더라...한 40여분 타고 갔나? 그리고 다 왔다고 내려주는 곳이 그냥 길거리.
이 역시 정보를 통해 알고 있었으므로 암시렁도 않은 듯이 미니버스를 찾는데 역시나 삐끼들이 몰린다. 한 여름 상한 생선에 파리 꼬이듯...
삐끼: 부낏라왕 가지? 내가 싸게 해줄께 이리와!!!
나: (잔말말고) 얼마?
삐끼: 싸게 해준다니까.. 이리 와!!!
나: 그러니까 얼마...?
삐끼: 1인당 8만!
나: (장난하나!) ...
사실 이 때 인도이후 처음으로 삐끼들의 호객에 정신이 빠졌었다. 원래 가격은 1인에 2만5천정도가 정가.
빅버스도 아니고 미니버스는 우리의 승합차 같은 차에 빼곡이 승객을 태우고 길거리 어디서나 서는 완행버스. 그런데 이 때 나의 머리에는 미니버스&빅버스&여행자버스&택시의 가격이 서로 뒤죽박죽 되었더랬다.
정리하면 부낏라왕까지 1인에 얼마였더라 하는 수준에서 헤메던 거였다. 그러니 1인당 7만에 가자는 것을 덥썩 물었지...
그때 이 삐끼가 카운터를 날린다.
"지금 바로 출발해, 기다릴 필요없어"
"지금 바로 출발해, 기다릴 필요없어"
"지금 바로 출발해, 기다릴 필요없어"
뭔가에 홀린듯이 그 삐끼를 따라간 우리. 비로소 위의 차량 상태를 보고 정신이 돌아온다.
나: (맞다. 우리는 지금 미니버스를 타야 하는 거야. 택시가 아니라고) 안 탈래. 이거 너무 비싸. 나 알아.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마누라 가자!
이렇게 나오자 거짓말같이 가격이 깎인다. 1인 8만에서 7만, 6만, 5만으로...
마지막까지 우리가 안타고 뒤돌아 나오자 그 삐끼가 2명이 7만에 해줄테니 타라고 한다.
많이 깎은 줄 알았다. 우리는....
하지만 이 가격은 1인당 만루피아 바가지 쓴 가격이다.(이 사실은 부낏라왕에서 현지인에게 들은 가격이기에 맞는 가격일 것이다)
피낭 거리 안쪽에 이런 버스 차고지가 있고, 각 버스들은 미니버스다.
어디서나 길거리에서 서고 내리며, 차 지붕까지 올라가 타고 가는 완행.
더구나 우리가 탄 부낏라왕 미니버스는 말대로 우리만 싣고 출발하더니 20여분 후 어느 곳에서 차를 세워 손님 다 탈때까지 40여분 기다리는 여유를 부리셨다. 그렇다. 피낭은 출발점일 뿐 언제나 이 버스는 부낏라왕까지 사람을 가득 채워야 출발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 3좌석에 4명이 앉고 가는 기쁨을 얻어 기념사진도 찍고. 내 옆의 여인네가 고딩으로 보이는 친구. 현지인과의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영과 자그마한, 진짜 자그마한 다툼이 있던 터라 좋은 기회를 날렸다. (하긴 한마디 건넸는데 영어 못한다고 하더라만...)
이렇게 메단에서 부낏라왕까지 또 다시 5시간 가까운 이동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