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ized 2022 - 12. 너와 함께 1000km from 다낭,베트남 to 폰사완, 라오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Coronaized 2022 - 12. 너와 함께 1000km from 다낭,베트남 to 폰사완, 라오스

역류 4 827
img.jpg

긴 시간 동안 오랜 길 위에서



img.jpg

한 번도 너를 위해 달린 적이 없다.



img.jpg

그래서 다낭에서 폰사완까지의 1000km의 시공간을 온전히 너를 위해 가로지른다.



img.jpg

해가 갈수록 거칠어지는 너의 숨 쉼을 염려하며 하이반 고개를 넘는다.



img.jpg

너의 강인했던 과거를 기억하는 것조차 서글픈 일이 되었다.



img.jpg

네가 좋아했던 랑코호는 여전히 단아하고 선명하다.



img.jpg

다시 볼 것이라고 위로는 하지만 나도, 너도 이미 알고 있다.



img.jpg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것을.



img.jpg

매번 우리에겐 무미건조했던 동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img.jpg

내가 좋아했던 동호이를 이번만큼은 우회해서 네가 편히 쉴 수 있는 퐁냐로 간다.



img.jpg

언젠가 너는 퐁냐에서 심하게 앓은 적이 있었다.



img.jpg

그때에 투박한 사내의 손길로 너는 완벽하게 치유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img.jpg

너를 위해 그를 다시 찾아보지만 그의 가게는 굳게 닫혀있다.



img.jpg

다행스럽게 만난 또 다른 솜씨 좋은 사내의 손길에 너의 아픔을 맡긴다.



img.jpg

너에게 퐁냐는 재생의 장소임에, 나에게 퐁냐는 재활의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img.jpg

다시 먼길을 달려야 하니 이쯤에서 퐁냐와의 작별인사를 해두자.



img.jpg

호치민 도로를 따라 차로ChaLo 국경으로 가는 길은 다른 국경으로 가는 길보다 흥이 난다.



img.jpg

너에게 길은 매끄러운 활강을, 나에게 길은 청량한 대기를 준다.



img.jpg

너의 콧노래를 따라 부른다.



img.jpg

우리를 위협하는 대형 트럭마저에도 관대히 손을 흔든다.



img.jpg

지금까지 잘 온 것처럼 이번에도 안남산맥의 위용에 기죽지 말자.



img.jpg

지금까지 처럼 나의 용감함과 너의 강인함으로 



img.jpg

자연이 만든 안남산맥의 벽을, 인간이 만든 국경의 선을 무사히 넘을 것이다.



img.jpg

행여나 국경 시사관의 매서운 눈빛에 내가 주눅 들더라도 너는 불안해하지 마라.



img.jpg

이번이 두 번째이니 만큼 나의 경험과 지혜를 믿으면 된다.



img.jpg

라오스 국경 사무소에서 안남의 내리막길 30여 km 길은 예전처럼 우리에게 흙먼지의 고통을 준다.



img.jpg

이곳만 벗어나면 흙먼지를 날릴 청량한 바람이 올망졸망한 석회 산봉우리를 타고 부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안다.



img.jpg

순박한 미소를 감춘 라오스 사람들이 우리를 은근하게 맞이할 것을 우리는 이미 안다.



img.jpg

 마침내 나까이Nakai고원에 오르면 남튼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더욱 우리를 씻겨줄 것이다.



img.jpg

타랑ThaLang, 우리의 오랜 음울한 안식처였던...



img.jpg

우기의 6월임에도 남튼은 말라있다.



img.jpg

빽빽하던 고사목 숲은 해가 갈수록 사라진다.



img.jpg

음울함을 배가시켜주던 석양마저 오늘은 없다.



img.jpg

요란한 객들의 밤이 조용해진지도 몇 해째다. 그래도 타랑인 이유만으로 우리는 우리를 위로할 수 있다. 



img.jpg

몽족의 땅, 락사오LakSao를 지나서



img.jpg

오랜만에 Natural Cold Pond에 들러 더위를 식히자.



img.jpg

네가 옥색의 물빛을 즐기는 동안



img.jpg

옥색에 물들지어도 나는 데워진 몸을 식혀야겠다.



img.jpg

이번 우리 여정의 떠났던 자리이자 돌아가야 할 자리인 폰사완Phonsavanh으로 가기 위해서



img.jpg

네가 질주하기를 즐겼던 1번 도로를 따라



img.jpg

삭막한 위엥통ViengThong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img.jpg

다시 긴 길을 달려 씨엥쿠앙XiengKhouang의 너른 땅에 무사히 이른다.



img.jpg

흔들려야 넘어지지 않는다.



img.jpg

흔들려서 모든 것이 틀어지고 부서지고 망가져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나도, 너도 흔들려야 한다.



img.jpg

그 많은 시간 동안, 그 긴 길 위에서 그렇게나 흔들리면서도 나를 단단히 메어준 



img.jpg

너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과 경의를 보내며 너와의 마지막은 없음을 깊게 새긴다.

4 Comments
Vagabond 2022.06.24 20:00  
오랜 시간, 많은 경험을 함께 겪어온...
수많은 전장을 함께 했던 한필의 말 같은 느낌이겠네요
늙고지쳐 이별이 가까와지는걸 서로가 알고있는
그 쓸쓸한 존경심
역류 2022.07.17 15:32  
[@Vagabond] 깊고 적절한 해석!
탑스파이 2022.06.27 10:03  
(_ _)
조아남 2022.11.24 18:41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