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 4일 3/4, 브라스따기에서 또바호수로 이동, 빠라팟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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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마트라 4일 3/4, 2015년 2월 22일
시퉁가링(Situnggaling)에서 시안타(Siantar)로 이동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니 차가 왔다. 지나가는 미니버스에 목적지를 말하면 그곳으로 가는 차가 태워준다. 앞쪽자리가 비어있어서 앉았다. 기사님에게 빠라팟을 갈거라고 하니 알았다고 하신다. 옆 자리의 현지분이 시안타버스터미널에 내리면 된다고 알려주신다. 시원한 흙먼지 바람과 매캐하고 구수한 담배연기와 흥겨운 음악이 함께 하는 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려 시안타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종점이다. 모두 다 내린다.
시안타(Siantar)에서 빠라팟(Parapat)으로 이동
빠라팟가는 버스 어디서 타나요?
그런데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사람들을 비집고 호객꾼들이 몰려와서 어디 가냐고 묻는다. 대답하지 않고 우선 배낭을 메고 차에서 내렸다. 주~욱 눈으로 둘러보니 어디서 버스를 타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 따라오면서 어디를 가는지 묻는 호객꾼에게 빠라팟이라고 하자,
“빠라팟 택시”라고 한다.
“아니요, 버스 타고 갈거예요, 버스는 어디서 타요?”
“택시 빠라팟 택시”
그때 버스를 탈 계획이지만 택시 가격이라도 알아보자는 생각에 물어봤다.
“택시는 얼마예요?”
“빠라팟 20,000루피아 택시”
‘비싸군’, 조금 생각하는 척하고 웃으며 “네 알겠습니다. 저한테는 비싸네요, 저는 버스 탈게요”
“20,000루피아 택시”
“죄송해요 버스 탈게요”
“빠라팟 택시”
“아니요 버스 탈거예요, 빠라팟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야되요?”
“그래! 빠라팟 택시”
“아니요 버스!”
인도네시아는 “u”발음을 “우”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시 말했다. “부스! 부스”
그래도 “택시 빠라팟”이라고만 말한다.
안되겠다 싶어 조금 걸어 나왔다. 그래도 계속 따라오면서 택시를 외친다. 버스라고 아무리 말해도 택시만을 말하는 그분에게 갑자기 화가 났다. 그래서 이번 여행 처음으로 현지인에게 짜증을 내며 소리를 높였다. “버스 탄다구요! 버스! 부스!”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 호객꾼은 갔다. 그러나 몇 걸음 안 가 다른 호객꾼이 붙었다.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먹을거리 파는 아주머니도 같이. 계속 어디 가냐고 묻고, 이거 사 먹으라고 권하고. 짜증을 참으며 정중히 빠라팟을 가고, 버스를 탈거고, 그거 안 사먹는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빠라팟이라고 말하자마자 바로 다시 택시를 계속 말한다. ‘으! 짜증난다’ 하지만 나도 계속 버스를 말하자 가버린다.
‘어디서 버스를 타는 거지?’ 이곳은 넓은 광장에 여러 대의 미니버스들이 마구잡이로(물론 나름 버스마다 위치가 정해져 있고 규칙이 있겠지만 내가 그 당시에 보기엔 그랬다.) 서있다. 배낭을 메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버스기사들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역시 대답은 모두 택시! ‘이거 짜증나는구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미리 준비한 정보를 확인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후기에 의하면 이곳의 어딘가에 있는 버스사무실에서 빠라팟 가는 버스를 탔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다녀 봐도 못 찾겠다.
그러던 중 한 버스기사님이 저쪽에서 5시에 버스가 있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그곳에 가서 기다렸다.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드디어 찾았구나!’ 마침 근처에 미니버스가 있어서 기사님께 다시 물어보니 여기로 10분 정도 후에 온단다. ‘잘됐다!’ 마음을 안정시키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저 옆 가게 앞에 웃통을 벗은 한 남자가 자꾸 웃으며 나를 본다. 못 본척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뭐라고 하는 것 같다. 보니 나에게 뭐라고 하면서 음흉한 표정을 짓는다. 영어로 여자 뭐라뭐라 하면서 몸으로 이상한 흉내까지 내면서 웃는다. 못 본척 무시했다. 그리고 잠시 서 있는 그 순간에도 다시 호객꾼이 다가왔다. 계속 어디 가냐고 묻는데 내가 대답을 안 하자 다른 사람이 빠라팟 간다고 말해준다. 그러자 다시 택시를 외친다. “버스! 부스!” 라고 강하게 말해주었다. 호객꾼이 갔다.
그리고 10분이 지났다. 버스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나가던 점잖아 보이는 아저씨에게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빠라팟 가는 버스 어디서 타는지 아세요?”
“빠라팟이요?”
“네 빠라팟이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때 지나가는 역시 점잖아 보이는 다른 사람에게 그분이 물어본다. 두 번째 점잖은 분이 여기로 버스가 오긴 오는데 시간은 모르겠단다. ‘여기가 맞긴 맞나 보군’ 그래서 기다렸다. 그러면서 혹시 그 이상한 남자가 뭐하나 걱정돼서 주위를 둘러보는 척 봤는데 계속 그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 얼른 시선을 돌리다 건너편의 술집에서 나를 손짓하며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3~4명의 아저씨들이 술을 마시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한 잔 하라는 것이다. 난 배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어 배가 아파서 못 마신다고 알렸다. 그런데 괜히 대답했나? 그중에 한 아저씨가 내게로 왔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에서 왔어요(억지로 웃으며)”
“오! 한국! 쏘주!”
“네...”
“저기 가서 한 잔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배가 아파서요, 그리고 곧 버스타고 가야해요”
“한국사람 쏘주! 한 잔해요”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배가... 하하하”
그런데 그때 그 이상하게 웃는 남자가 다가왔다. 계속 뭐라고 말하면서 웃는다. ‘아 씨~ 왜 이러나!’ 저쪽으로 가라고 억지로 미소 띤 얼굴로 손짓했다. 하지만 안 간다. ‘아 이거, 다른데서 기다려야 하나?’ 하는데 그 한잔 하라고 권하던 아저씨께서 이상한 남자를 저리 가라고 쫓았다. ‘이건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한 잔 하라고 권한다. 정말로 미안하다고 안 마신다고 다시 말씀드렸다. 그 아저씨는 아쉬워하며 다시 술집으로 돌아갔고, 바로 이어 또 호객꾼이 왔다. 역시 어디 가냐고 계속 묻는데 대답을 안했다. 그래도 계속 물어본다. 계속 대답 안했다. 자꾸 물어본다. 그러다 못 참겠어서 대답해서 보낼 생각으로 빠라팟가고 버스로 갈 거라고 했다. 그러자 역시 택시로 가란다. 내가 브라스따기 게스트하우스에서 받은 지도에 적혀있는 버스가격을 보여주며, 버스는 4,000루피아인데 택시는 20,000루피아로 너무 비싸서 난 버스를 탈거라고 하자, 택시를 4,000루피아에 해주겠단다.
“뭐? 다시 말해보세요? 4,000루피아요?
“네! 4,000루피아요”
“20,000루피아가 아니라 4,000루피아 맞죠?”
“네, 자 택시 타러 가죠!”
이거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내 배낭이 무거우니 차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잠시 후 차가 왔고, 배낭을 싣고 탔다. 돈 내란다. 4,000을 줬다. 그러자 15,000이란다.
“아까 4,000루피아라고 했잖아요!”
“15,000루피아예요”
“아까 분명히 4,000루피아라고 했잖아요! 내가 몇 번이나 확인했잖아요!”
“4,000루피아는 안돼요, 15,000루피아예요”
‘아! 짜증난다!!!’ 차에서 배낭 가지고 내렸다. 간신히 화를 참으며 그냥 가라고 했다.
잠시 후 또 호객꾼이 왔다.
“버스! 부스! 탄다구요!”
이렇게 1시간이 지났다.
빠라팟가는 버스는 도대체 어디서 타나요?
‘아 이거 미치겠다!’ 짜증이 너무 났다. 날씨는 무지 덥고, 몸은 끈적이고, 땀이 흘러 눈은 따갑고, 팔은 뜨겁게 후끈거리고 쓰리고, 옆에서는 이상한 사람이 자꾸 뭐라 그러고, 건너편에서는 아저씨들이 계속 부르고, 앞에 호객꾼은 자꾸 계속 같은 말을 하게 만들고, 기다리는 버스는 안 오고, 시간은 가고, 이 와중에 배까지 고팠다. 정말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의 지금까지의 여행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뭔가 든 생각이 있어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 호객꾼들, 장사꾼들, 지나가는 사람들, 식당의 사람들, 버스 기사들, 택시 기사들...
‘외국인은 나 혼자다. 여기 이렇게 오래있는 건 안 좋겠다, 어서 여길 떠나자’
다시 기운을 내 배낭을 메고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그러나 역시 대답은 같았다.
“택시를 타라”와 “저기에 버스가 있다”
그중 저기에 버스가 있다고 알려준 한 분에게 물었다.
“어디요? 어디에 버스가 서요?
“저기요”
“저기가 어디예요?”
“저기요 저기” 손가락으로 저 멀리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저기가 어디냐구요? 어디 건물 옆이요?”
“저기!”
“저기 저 가게 앞이요? 제가 거기서 1시간을 기다렸는데 버스는 안 왔어요.”
그러다 그 버스기사님이 자기가 버스 있는 곳을 알려주겠다며 따라오란다. 그러면서 버스비가 40,000루피아란다.
“뭐라구요? 택시가 20,000루피아인데 버스가 40,000루피아라구요?! ‘이 아저씨가 지금! 장난하나!’”
다른 버스기사님에게 빠라팟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자기 버스로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버스비로 40,000루피아를 부른다.
‘이 사람들이 진짜!’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 사람들이 버스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건 뭔가 이유가 있군, 그 버스를 못타게 하려고 하거나, 정말 버스가 없거나’
터미널을 나와 큰길로 가보았다. 큰길에는 택시들이 대기중이다.
“어디가세요?”
“빠라팟이요”
“택시 타세요, 20,000루피아예요”
“버스 탈거예요 버스, 부스”
“택시 타세요 지금 출발해요”
“버스 탈거예요, 택시는 비싸요”
“깎아 줄게요”
그냥 지나가려다 솔깃했다.
“얼마로요?”
잠깐 고민하더니 “15,000루피아”
잠깐 생각했다. 그래도 비싸다.
“버스 탈게요”
“현지사람들도 모두 20,000루피아예요, 15,000루피아로 깎아 줄테니까 타요, 지금 출발할거예요”
난 고맙지만 버스 타겠다고 하고 큰길을 건넜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물어봤지만 대답은 늘 두 가지였다. “택시와 저기”. 답답했다. 이러다 “빠라팟 가는 버스 어디서 타요?”를 잠꼬대로도 하겠다.
빠라팟가는 버스는 정말 어디서 타나요? 그게 있긴 한건가요?
아무리 물어보고 찾아봐도 정확히 버스 타는 곳과 시간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 난 버스를 타려고 했다. 그건 버스를 타겠다는 자존심이었다(왜 이게 자존심인지, 왜 이런 자존심이 생긴 건지... 원...). 버스로 빠라팟까지 가고야 말겠다는 생각 외에는 없었다.
그러다 터미널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가게 됐고, 거기에 있는 빵집에 물어봤다.
“빠라팟 가는 버스 어디서 타는지 아세요?
앳된 얼굴의 직원분은 빵집 사람들에게 물어보고는 여기서 타면 된다고 한다.
“네? 여기서요?”
뜻밖의 대답에 놀랐다. 다시 확실하게 하려고 몇 번을 더 물어보고 지도도 보여주며 확인했다.
“빠라팟이요!, 빠라팟 가는 버스요”
지도를 가리키며 “여기 이곳이 지금 있는 시안타이고, 이게 빠라팟! 빠라팟 가는 버스 맞죠?”
맞다고 한다.
‘드디어 찾은 것인가? 난 드디어 빠라팟으로 가는 버스를 찾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