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발리] 10.티르타강가에서 아침을~ 그리고 황당한 쁘라마 패스
꾸따에서의 한식과 요양기간?을 거쳐서 다시금 에너지가 차오른 우리는 이제 발리의 동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는 바로 아멧...
그런데 쁘라마의 선전지를 보니 예전에는 없던 트랜스포트 아이템이 보이는데, 아니 잠깐만... 이게 무슨 의미이지?
오~ 이름하야 쁘라마 패스가 생긴거였다.
그러니까 쁘라마 직원의 설명에 의하자면,
= 너가 꾸따에서 아멧까지 표를 사잖아. 그럼 그 중간에 있는 사누르-빠당바이-짠디다사-티르타강가 다 스탑오버할수있어.
- (대박...) 진짜로?
= 그럼
꾸따에서 아멧까지는 1인당 버스비가 175,000루피아인데 그것만 사면, 그 중간기점들에 들렀다가 출발하는건 만사형통이란거다.
정말 그말이 맞는지 실험해봐야지. 크크크.
그래서 아멧까지의 표를 끊으면서 우리의 일정을 직원에게 이야기했다.
- 우리 아멧까지 가는거거덩, 근데 티르타강가에서 스탑오버 할거야요. 하루 묵을거에요.
내일 꾸따 -티르타 강가 , 그리고 그 바로 담날로 티르타강가-아멧 구간도 예약 걸어주셈.
표값은 꾸따 - 아멧 구간 175,000 만 주면 되지?
= (끄적끄적 표에다가 우리 일정을 적는다) 오케이 예약 완료. 그 대신 티르타 강가에서 나올때 주의할게 있어요. 차가 좀 일찍 지나갈수도 있으니까 일찍 나와있으셈. 미리 나와 기다리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수도 있소.
으응? 그냥 지나간다고? 거기도 사무실이 있을텐데 일단은 잠깐이라도 차를 세우는게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티켓을 사서는 신나게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7시 우리는 꾸따에서 아멧으로 향하는 쁘라마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는 우리말고 2명의 여행자만 있을뿐이었고 이들은 빠당바이로 가는 서양인커플이었는데 쁘라마셔틀이 빠당바이에 거의 다 근접했을때 기사가 고개를 획 돌려 이들에게 묻는다.
= 유 투, 빠당바이 가냐 ?
- 응응
= 빠당바이에서 어디로 갈건데? (빠당바이 가는 여행자의 목적은 대부분 롬복의 길리섬이다.)
- 음... 길리로 갈건데...
= 그럼 배표는 있어?
- 아직 없어
= (갑자기 화색이 돌면서) 아하? 그래?
표가 아직 없다는 여행자의 말을 듣자마가 이 아저씨 차를 길가에 세우고는 열정적인 호객모드로 변신했다.
솰라솰라 어쩌구 저쩌구... 서양애들은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 호객을 받아들여야 할지 그냥 거절해야할지 고민고민하다가 결국엔 오케이 했고 아저씨는 기분이 좋은채로 이들을 항구 근처 배표 파는 사람들에게 인계했다. 커미션이 없고서야 이런 수고를 할리가...
아니, 자기도 쁘라마 직원이면서 이런식으로 투잡을 뛰다니...^^
이 둘을 항구에서 내려준 후 거기서 차로 1분도 채 안 걸리는 곳에 있는 쁘라마 빠당바이 지점에서 셔틀은 잠시 멈추었고, 생각치도 않게 여러명의 외국인들이 우르르 탔는데 이들의 목적지는 당연히 아멧이였겠지.
여기서 또 달리고 달려서 우리는 아멧 도착 약 15킬로전의 티르타 강가... 그러니까 ‘강가의 물(강가는 갠지스강을 말한다)이라는 뜻의 수중공원 앞 도로 길바닥에 다다르게 되었다.
= 너희 둘 여기서 내리지? 여기가 티르타 강가야
- 오오... 끄덕끄덕(근데 쁘라마 사무실이 없나?왠 길바닥에 내려주지?) 우리 내일 여기서 아멧가요.
= 오케이. 내일 이시간에 여기서 픽업
- 오케이 오케이. 빠이빠이
그리고는 아저씨는 한번 더 우리를 향해 웃어줬고, 우리는 발리 동부의 이곳... 너무 작아서 마을이랄 것도 없는 티르타강가의 그냥 한길가에 내려 숙소를 찾았다.
길가에 나와있던 ‘굿 카르마’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우리가 차에 내리자마자 우리를 낚았는데, 숙소를 보고나온 요왕말에 의하면 방이 너무 낡았단다. 에어컨도 없는데 200,000루피아나 부른다네.
그럼 어디로 가야하나... 일단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걸어봤지만 그다지 눈에 걸리는것도 없고, 약간 난감한 심정이 되어서는 다시금 우리가 내렸던 그 장소로 돌아와 배회하다보니 저기 안쪽의 숙소에서 주인아저씨가 호객을 한다.
= 너희 둘 방 찾소?
- 끄덕 끄덕
= 그럼 일단 우리 방 좀 봐요.
에라모르겠다 하며 그냥 들어가게 된곳이 ‘당인 타만 인’ 이였다. 지금 암만 생각해봐도 정확한 영어철자가 기억이 안나는데 그냥 읽혀지는대로 발음하면 저런 좀 이상한 발음의 숙소...
꾸따에선 깔끔한 에어컨 더블룸을 25만루피아 정도였고 우붓의 시크릿가든도 에어컨 더불룸에 20만이였는데 여기오니 이 후진 선풍기 방도 20만 루피아였다. 하지만 전의를 잃기도했고 단 하루만 머물다가 다음날 떠날 우리는 흥정이고 뭣이고 다 팽개치고 그냥 입실하게된다.
그래도 장점이라면 이 숙소는 티르타강가와 바로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우리 방에서도 티르타강가가 보인다는 점...^^
이 자그마한 수상공원은 아주 천천히 둘러보는데도 약 30분정도면 충분한지라, 우리는 공원을 보고난 후 뭔가 좀 얻어걸릴게 있을라나 싶어서 아스팔트 도로를 타고 이 마을 북쪽으로 걸어갔다가 걸어오고... 그러면서 땀을 바가지로 흘린 날이었다.
동남아의 대부분의 도로가 그러하듯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어서 이 경치좋은 길을 걷는내내 풍경은 좋았지만 과속을 일삼으면서 오고가는 차 때문에 어깨가 저절로 움츠려들고 약간 쫓기는듯 찌질해지는 모드로 차도 가장자리를 걸었다. 예전에 왔을때는 길에도 차가 거의 안다녔던 것 같은데, 이젠 이런 시골길에도 차고 오토바이고 끊임없이 지나간다.
당안 타만 인
어두침침한 선풍기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기분도 따라서 어두침침했지만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기위해 숙소 정원의 정자 한켠으로 올라가니
선선한 공기와 함께 바로 옆에 있는 티르타 강가의 전경이 한번에 어우러지면서 “오오~ 멋있다~” 소리가 절로 나오고, 우리 앞에 놓여진 별볼일 없는 토스트와 오믈렛이라 불리는 그냥 계란부침개도 더 훌륭해 보이고~ 역시 부동산은 뷰가 중요하구먼요...
아~ 근데 우리는 이 전경에 마음을 홀려 마냥 정자에서 노닥거리고 있을때가 아니다. 어제 우리가 이곳에 떨어진 시간이 9시 45분이었으니까 그 시간보다는 먼저 나가있어야지.
짐을 챙겨 어제 그 길바닥에 나가 땡볕을 피해 그늘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어째 버스가 올 기미가 안보이네... 그래도 오긴 오겠지. 이미 예약도 다 해놓은건데... 게다가 어제 그 기사아저씨는 우리를 보고 웃어주기까지 했잖아...
약간 조마조마한 대기모드를 타면서 시계가 10시를 향해가는 바로 그 순간...
우리 앞을 정말 쏜살같이 조금의 움찔함도 없이 획 질주하는 저 버스... 저거 쁘라마 버스 아냐?
아니... 여보슈!! 우리를 집어가야지. 왜 그렇게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가는거야요??? 분명히 이 티르타강가는 스탑오버 포인트인데...?
옆으론 단 1초의 시선도 안주고 앞만 응시하며 달려가는 버스의 뒤를 향해 손을 흔들다 민망해진 나는, 지금 저 버스는 빈차로 어딘가 회차하는거고 진짜 우리를 태울 버스는 곧이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늘 나쁜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건 아멧행 버스가 맞았고 우릴 까맣게 잊고는 그냥 팽게치고 달려나간거다.
아아~~ 여기서 우리는 어쩌라고...
예약티켓을 꺼내서 티르타강가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안된다.
쁘라마 티르타강가 지점은 유령사무실인가? 흑흑...
그래서 꾸따 본점으로 걸었다. 역시 안받는다. 다시 걸었다. 연결이 되긴되는데 이 상황을 설명하려니 열도 받고 전화를 받은 직원 역시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핸들링해야할지 몰라서 허둥대는거 같다. 일단 기다려 보라는데... 아우 뭐야~
그렇게 얼굴에 황당한 기운을 가득 안은채로 서성이고 있으니, 오늘 아침 우리에게 아침식사를 만들어준 당인 타만 인의 직원 ‘와얀’이 서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 쁘라마 버스 지나갔는데 왜 아직 여기 있어요?
- 그냥 지나갔어요. 우릴 보지도 않고...
= 어... 큰일이네. 돈은 이미 다 지불한거고요?
- 그럼그럼. 여기 이 영수증 보셈. 여기 돈 있고. 페이드 라고 써있고 여기 티르타 강가에서 아멧간다고 다 예약도 걸려있는데... 아오!!!
물에 빠진 사람이 찌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와얀을 잡고 이 상황을 늘어놨다.
결국 이 와얀이 우리 전화로 쁘라마 사무실에 연락해서 이 황당한 상황을 설명을 풀어서 설명을 했다.
다시금 기다려보라는 그쪽의 연락... 그리고 연이은 계속된 몇번의 통화... 그리고 와얀의 설명은...
= 아...이미 쁘라마 버스는 아멧에 도착해서 사람들 태워서, 여기 와서 픽업은 못한데요. 쁘라마에서 말하길 일단 두사람을 베모(미니버스)에다가 태워서라도 아멧으로 보내라는군요. 물론 베모 비용은 안내도 되요. 일단은 내가 내고요. 그리고 쁘라마가 내게 돈을 줄거에요. 걱정안해도 되요.
베모가 아니라 리어카라도 타고 갈 심정이다. 하여튼 뭐가 됐든 일단 가게해준다는데 상황에서 뭐가 문제겠는가.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서 아멧까지 가는게 중요하지.
- 오케이 오케이 아아~ 고마워요. ㅠㅠ
우리는 와얀의 친구인 베모기사가 올때까지 길바닥에 앉아서는, 쁘라마 기사를 향해 내적목소리로 욕을 바가지로 하며 열을 식히며 기다려야했고, 적잖은 시간이 지나서 와얀의 친구 베모가 우리앞에 섰다.
= 아... 그리고 그 예약표 나한테 줘요. 쁘라마에 가서 돈 받을려면 그 표가 필요할거 같아요.
- 그럼그럼. 일단 우리도 이 망할티켓 사진 한장 찍고... 그리고 아까 전화 걸어줘서 고마워요. 와얀 전화기도 썼는데 이걸로 핸드폰 충전이라도 좀....
그러면서 우리는 수줍게 2만루피아를 건넸다. 그는 왜 이돈을 주지? 하면서 한번 사양하다가 재차 권하니 받는다. 좋은 청년이었어... 우리한테 밥도 만들어주고 다소 귀찮을텐데 그래도 자기집에 묵었던 손님이라고 그냥 외면하지않고 도와주기도 하고 말야...
‘매정하게 우리를 내다버린 쁘라마’라면서 투덜거렸지만, 아멧으로 오는 동안 펼쳐지는 계단식 논의 전경에 반하기도 했고, 또 15킬로 정도 달려서 아멧으로 오는 동안 이렇게라도 와얀이 도움을 줘서 정말 다행이라며 마음이 노골노골 풀리면서 또 에헤헤~ 웃게되었다.
티르타강가-아멧 구간에는 정말 큰 규모의 계단식 논이 펼쳐져있는데, 왠지 이 구역은 우붓에 비해서 좀 건조하고 척박한 느낌이 들긴했다. 하지만 전경 자체는 와~ 소리가 나올정도로 멋들어졌다.
그리고 미리 알아봐둔 쯔메룩 해변의 숙소앞에다가 베모는 우리를 떨궈줬고 우리는 그곳에 여장을 풀었는데, 11월이 전형적인 비수기인데다가 얼마전에 일어난 화산폭발때문에 여행자가 더 사라졌는지 숙소사정은 한가했다. 나중에 보니 이 숙소뿐만 아니라 아멧 전체가 다 한가한 느낌...
우리의 숙소는 Bila 방갈로 앤 레스토랑인데 No fear 다이빙샵도 같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프랑스인인 외국인이 오너인 곳인데, 예전 우리에게 아멧을 파라다이스라고 한 아줌마도 프랑스 사람이었고... 뭔가 이 동네랑 프랑스랑 연이 좀 닿는구먼.
에어컨 더블룸에 25만루피아, 쯔메룩 해변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숙소... 아멧체류의 시작이다.
뒤에 보이는 정자가 아침 식사하는 곳
아래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
아멧의 숙소 비라 방갈로
욕실이 몸 풀편한 노약자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아멧 쯔메룩 해변. 뒤쪽으로 보이는 산자락은 발리에서 제일 높은 아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