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랑 싱가폴 여행기 2
<2편.10개월 윤수와 싱가폴-빈탄, 싱가폴항공팩이 너무해.>
여행 떠나는 날 아침이 밝았다.
정신없이 서둘러 준비해 떠나느라 퍼그에게 미역국도 못끓여주었당. 미안혀~
집에서 노는 처지라 시간이 많아(...)
일찌감치 공항으로 향했다.
버스를 당근 타고 가야지, 했다가 비가 무척 내려서... 아기랑 짐보따리랑 심난하고...결국 차를 가지고 갔다.
만원이라는 헤픈 돈을 주고 장기주차 대행까지 맡겼다.
저녁에 떠나고 새벽에 도착이라 행여 기온차에 아기 감기라도 걸릴까...^_^;
공항에 들어서서 사이버 환전한 싱달러를 찾자 기분이 업된다. 여행이고 나부랭이고 돈이 역시 최고다. 특히 싱달러도 달러라고 달러를 손에 쥐자 흐미....(애낳고 나서 내가 좀 돈돈 하게 되었당.)
그러나 기쁨도 잠시 퍼그가 봉투째 돈을 가로채간다. 맞어, 이번 여행에서 돈관리며 주도적인 역할을 퍼그가 하기로 했었지....쩝.
암튼 돈은 퍼그 주머니에 있어도 쓰는 건 결국 나다..호호. 윤수 포도와 요플레를 농협에서 산다.
한사람이 공항이용료 사고(값 언제 내려갔나...1만원만 받네. 아기는 면제라고 뭔 종이쪽지 하나 적어오라대..) 출국신고서(아기것도 씁니다. 주민등록번호랑 한자이름 외워가세요...우리는 무식하고 기억력도 나빠서리...참, 한자이름은 안써도 된다네여.) 쓰는 동안 한사람은 공항내 유아휴게실에서 아기와 팅가팅가 했답니다.
tip. 출국신고서 용지 비치한 곳에 kt서 주는 할인쿠폰이 널려있더군요. 글로리아진스 커피도 이걸로 싸게 한잔 사먹고 그랬어요. 공항에서 시간때우고 끼니 때우실 분들 이것부터 챙겨서 보시지요...
공항내에 유아휴게실이 몇군데 있고... 워낙 한산해서 완전 윤수 전용휴게실.
쇼파 위에 어른이 누우면 안된다고 써있지만 슬쩍슬쩍 어른도 쉬어가면서...시간이 되어 출국장으로.
면세점 구경은 언제나 신납니다. 살 것 없어도...추석이며 엄니 생신...다 갖다 끌어 붙여가며 혹시 살만한 거 없나...
특히 물건을 살 때에는 할인되는 카드가 뭔가, 아시아나 적립은 해주나, 따져보구요...남자들은 이런 거 절대 못 물어보대요, 저같은 아줌마 입에서는 당연하게 술술 나오는데...퍼그 바~보!
(싱가폴항공은 아시아나 카드로도 적립되구요, 호텔도 마일 적립되는 계열사에서 묵으니 500마일 주더라구요. 면세점에서 물건 사는 것도 마찬가지구요.)
보딩할 때까지 윤수는 대기의자에 앉아 엄마 지갑을 요리조리 뒤지며 신나게 놀더이다.
애들 비싼 장난감 사줘도 안갖고 놀면서 지갑, 열쇠고리, 핸드폰, 엄마 장신구...이런 거는 되게 좋아하져.
그래서 저는 아예 윤수 장난감 안 싸들고 갔어요.
사방에 보이는 것들이 윤수에게는 다 신기한 장난감들일 테니까요.
대신 책은 많이 싸들고 갔죠.
노래 나오는 책, 까꿍놀이 하는 책, 그냥 책...윤수가 장난감은 별로라도 책보는 건 무지 좋아하거덩요.
덕분에 뱅기 안에서 잘 버텼구요.
뱅기에 탔어요. 아기 데리고 간다고 다른 건 특별히 걱정이 없었는데 유일하게 이착륙시 윤수가 어찌 버틸까...건 되게 걱정했거든요.
그래서 포도도 준비하고 그랬는데...
처음 이륙시 굉음에 놀란 윤수가 울기 시작하는데 준비한 포도는 다 떨어지고 승무원은 꼼짝말고 아기 안고 앉아만 있으라 하고...미치겠더군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잠잘 시간이 되어 계속 잘 자더군요.
리턴 비행에서는 이착륙시 저도 요령이 생겨 안고 앉아서 책을 열심히 읽어주었더니 군소리없이 조용하더라구요.
이동중에는 베씨넷에서 잘 자구요. 우리 윤수 워낙 한덩치하는데 베씨넷에 누이니 다리가 밖으로 삐져나오는 걸 억지로 구겨넣어 재웠으나 별 탈없었어요.
애들이 원래 < > 요런 다리 모양으로 자거덩요.
싱항공 승무원들 친절한 건 유명하죠.
아기 전담승무원이라도 되는지 찾아와서 세세히 신경써주고 생선과 시금치 으깬 것 등으로 채워진 근사한 밀(엄마가 다 먹었져.), 기저귀, 스누피 인형 두개 등등 말안해도 갖다주고요. 하긴 얘가 비행기값을 얼마나 냈는데...받을만 하도다...
(아기 비행기 값 안낸다고 하시는 분 계시던데...저도 그런 줄 알고 첨에 과감히 싸게 갔다오자, 하고 저지른 여행이었는데 국내선은 공짜지만 국제선은 10프로 받는다네요.
10프로면 2만 4천원? 소중한 우리 아기, 뗄레야 뗄수없어 같이 가는 우리 아기 가는데 그 쯤이야 껌값이쥐...오케이!!!
했는데...저런, 정상운임의 10프로라네여.
그런데 그 정상운임이 도대체 얼마인지...아기 값 16만원 가까이 낸 거 같아요. 택스랑 다해서.
몇번이나 따져 물었는데도 그게 글쎄 그렇다더군요....
암튼 그래서 예산이 훌쩍 뛰었더랬어요.
원래는... 항공료 24만원? 져아, 일주일에 세식구 총 비용 백만원으로 묶는다... 작심하고 예산짜기 시작한 거였걸랑요.)
퍼그는 싱항공의 자랑인 액정 모니터와 전화기 등이 대수롭지 않은지 애가 잠들자 바로 코를 드르렁...
전, 전에 방콕갈 때 이거 보구 무지 신기해했었거덩요.
약간의 공포증이 있어서 뱅기에서는 잠을 못자는 저는 심심해서 그 모니터 한번 켜보려고 무지 애썼지만 끝내 켜보지 못했답니다. 기계는 정말 어려워....
애 자는 동안 입국신고서 다 써놓구 피곤하고 졸린 눈을 억지로 부릅뜨고 있다가 드디어 착륙.
이번에는 자던 아가를 안고(깹디다. 집에서는 한번 자면 아침까지 업어가도 모르는 녀석인데.) 준비해간 책을 열심히 읽어줬죠. 메이지는 어디에 숨었을까요???를 한국말로 다섯번, 영어로 다섯번쯤 읽어주자 드디어 착륙.
게이트에서 유모차를 받아 태우고 다시 잠들기를 기다렸으나 우리의 지퍼2세, 아침 되어서 깬 줄알고 말똥말똥...현지 시각으로 자정을 넘겼는데...
Sia Hop On 카운터로 직행했습니다. 뉴익스피리언스팩에 포함된 것은 호텔, 공항호텔간 버스 뿐이었는데 이때부터 안그래도 후회중이던 이 팩에 대해서 완전히 실망실망...
그 늦은 시간에 버스나 빨리빨리 태워보낼 것이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 다른 뱅기편으로 온 사람들까정 다 기다려서 (거의 한시간 넘게 기다린 것 같음) 세대의 버스 꽉꽉 채워서 출발하는 거 있져.
우리 아기 태어나서 첫달부터 밤에는 내리 잘 자고 낮에는 내리 잘 놀고 했는데 여기서 완전히 밤낮 뒤바뀌는 거 아닐까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택시비 15-20불 나올텐데...
저렴한 호텔 따로 예약하고 왔으면 아기랑 택시타고 휭하니 벌써가서 짐풀고 자리에 누었을텐데...
인내심이 대단한 우리 딸내미를 이끌고 호텔에 도착 체크인하고...겨우 방에 올라와 자리에 누운 시간은 거의 새벽3시. 한국시간으로는 4시.
다행히 다음날 밤부터 다시 적응해서 아기가 밤에 잘 자주었지만...정말 싱가폴항공팩이 너무했습니다.....T T
어쨌든지 간에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던 중 처음 만나는 싱가폴의 이미지를 빠뜨릴 수가 없겠군요.
공항에서 나오자 훅~하고 더운 열기.
버스 안에서 보는 창밖 풍경은..마치 애버랜드나 서울랜드에 온 기분.
그런 곳에 가면 이쁘고 작은 집들이 한 동네를 형성하고 있잖아여.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이 이뿌게 꾸며놓은 그런 동네.
그게 저희의 싱가폴에 대한 첫인상이었습니다.
밤이지만 거리가 얼마나 깨끗한지 느낄 수 있었고 건물과 길들은 얼마나 작고 이쁜지...
물론 시내에는 싱가폴이 자랑하는 마천루 야경이 펼쳐져 있었겠지만 첫인상은 그랬어요.
버스 기다리며 지루하고 조금 화났던 마음도 다 풀어지고 설레이고 신이 났지요.
특히 도시 여행을 싫어해서 이번 싱가폴행도 싸니까, 좋은 기회니까, 간다 했을 뿐 큰 기대를 안했던 퍼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나 여기 맘에 들어...정말 맘에 들것만 같어...오잉...
프라자 호텔은 아랍스트리트에 붙어있고 시청에서 가까운 지역입니다.
노보텔 정도의 규모와 수준이고요, 직원들 너무나 친절했구요.
짐을 풀기가 무섭게 불을 끄고 누우니 아기는 금새 잠들고 퍼그와 저는 내일 뭐할까...뭐할까...여기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도시다, 그치...수근대다가 결국 내일 뭐할까는 정하지도 못한채 코를 골기 시작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