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를 거쳐서 세라믹, 마차, 주말시장이 있는 람빵으로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요술왕자님이 세세하고 기록하므로, 나는 관광지 이야기는 대부분 드라이브 스루 모드이다. 그런걸 감안한다 할지라도 이 곳 프래에 대해서는 내 수준에서 임팩트 있게 어필할 별 다른 게 없다.
사실 이게 좀 나만의 문제이기도 한데... 태국이나 태국 북부 소도시를 여행하는 게 처음인 여행자라면 이런 소도시 특유의 분위기들... 그야말로 생로컬의 분위기 뿜뿜 내면서, 외국인 여행자들로 가득한 다른 도시들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특유의 생경한 느낌들이 선명하게 다가와서 글에도 그런 들뜬 무드가 한껏 느껴질텐데... 나는 원래 성격도 좀 평평한데다가 이러한 도시들은 십 수 년 만에 재방문했어도 도시의 올드타운 자체가 크게 변한 게 있을 리가 없는지라 약간 심드렁한 것이었다.
아... 프래에 한 가지 변한 건 올드타운의 동쪽 부근에 큰 쇼핑몰이 생긴 거 였는 데, 새로 생긴 곳이니 냄새나 킁킁 맡아보려 갈까 말까 하다가, 이런 규모의 도시에 생긴 지역 쇼핑몰이 안 봐도 훤하게 연상되는 면이 있어서 그냥 패스... 그래도 뭐라도 생기니까 지역주민들에겐 좋긴 하겠다.
프래 북쪽의 ‘패 므앙피’ 유령마을과 프래 동쪽에 위치한 ‘왓 프라탓 처해’는 오래전에 왔던 곳인데 이번 요술왕자님 게시물에 세세하게 있기도 하니 참고하시길~ 지금도 예전과 비교해서 뭐 변하게 있을 리 만무하다.
유령마을로 불리는 패 므앙피는 자가 교통편이 있으면 당연히 가볼만하긴 한데... 막 추천할만한 무게감은 아니고 그렇다고 프래까지 와서 안보기는 이상하고 뭔가 좀 애매하다. 그래도 입장료 무료이니까 감사한 맘으로 보게 되는 듯...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200~400밧씩 부과하는 국립공원들도 많은데 말이지, 단돈 100밧이라도 받으려면 받을 수 있는데 그냥 시원하게 무료입장이다.
프래에서 단 1박만 하기는 했는데 여기서 머무는 숙소 hug inn phrae hotel도 대략 괜츈한 곳이었다. 대략 깔끔하게 지어진 나름 준신축건물이고 부속 까페에서는 아침식사도 주는데 1박에 3만원이 약간 넘는 가격... 주차가 쉽고 주말 시장에서도 그다지 멀지않고 비올 때 우산도 잘 챙겨주고 숙소 사람들이 다정하네~
우리가 이곳에 묵은 날이 토요일인지라 역시나 주말시장이 열리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는 규모가 그래도 꽤 되었다. 나중에 구글로 재어보니 노점들이 500미터나 늘어서 있는데 여기가 시장만을 위한 계획된 상가구역이 아니고 평상시에서는 그냥 동네 조용한 길인 곳에 다가 상인들이 양옆으로 촘촘히 나와 있는 모양새라서 뭔가 먹거리를 사도 그걸 먹을 수 있는 장소가 그렇게 적당하지는 않았다. 테이블이 생각만큼 없다는 거... 아예 장소가 없지는 않지만 뭔가 좀 애매한 듯... 맛있는 건 많이 나와 있지만 들고 먹기에는 길도 많이 협소하고 게다가 아직 비구름의 망조가 다 가시지 않았는지 폭우가 예상되는 비가 슬슬 내리기 시작한다. 뭔가 상인들도 눈치를 채고 가림막을 풀썩거리며 치기 시작하는데... 어쨌든 평일에 이 도시에 왔다면 훨씬 적적 했을 텐데 뭐라도 이렇게나마 있으니 시간 보내기에도 좋고 그렇구만요.
주말시장에서 먹기는 곤란하고 평일 야시장이 열리는 곳으로 왔더니 주말시장으로 전부 인력이 다 빠져나가서인지 여기도 평소에 비해 식당이 아주 변변치 않은 상황이고...그래서 카우똠 식당에서 우거지 조림을 1인 1그릇하고 다른 요리들도 맛있게 먹고 나왔다. 근데 여기서 차 후진하다가 주차된 고급승용차를 거의 스치듯이 비켜나가면서 조금만 각도가 틀어졌으면 백퍼 접촉사고 낼뻔했네~
비는 쏟아지고 주차장은 어두운데 후방 센서도 없는 야리스 깡통차라니... 어렵구만요. 하지만 종이 한 장 차이로 나이스하게 빠져나왔으니까 천만다행이지 뭐야. 역시 결국에는 행운이 함께 하신다니까~
프래에서의 심심한 1박을 하고는 우리는 람빵으로 향했다.
프래와 람빵 사이에는 꽤 볼만한 대형사원이 두 군데가 있는데 정말 방문해볼만했다. 물론 차가 있으니 쉽게 닿을 수 있어서 그런거긴 하지만...
프래 쪽에 가까운 한 사원은 누워계신 와불상의 입술이 무척 선명한데다가 쭉 뻗은 발이 얼마나 희고 곱던지 백옥발 사원이라고 기억이 되고, 람빵 쪽에 가까운 한 사원은 보자마자 일본 가마쿠라의 푸른 불상이 연상이 되길래 묘하다~ 생각했었는데... 아니!! 사원 설명을 보니 진짜 가마쿠라 불상을 카피해온 닛폰필 가득한 사원이라서 짭가마 라고 기억이 자동으로 되고 있다. 물론 정식 명칭은 매우 점잖고 신심 가득 하지만 그 이름을 미쳐 외우지 못하는 나만의 내적 기억법.
글고 보니 람빵에서 본 유명 사원은 대략 아주 높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구만... 오고 가는 길은 나름 어려워도 정상에서 보는 뷰는 올라온 수고가 보상해주듯이 진짜 멋지다. 그리고 이 짝퉁가마 사원은 천공사원처럼 어이 털리는 입장료도 없고 진짜 나이스합니다요.
대중교통으로 닿기에는 어찌해야 될지 몰라 좀 그렇긴 한데 어쨌든 요술왕자님 게시글에서 볼 수 있으니 대략 구경이나마 ^^
패 므앙피
왓 프라탓 처해
카우똠집
백옥발 사원
짭카마쿠라 사원
렌트카를 받고서는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이 람빵의 천공사원이었는데 파야오, 난, 프래 등 북부를 돌고 돌아 이제서야 람빵 시내에 도착하게 되었다. 별 생각 없이 묵은 1박에 만7천원인 핀 호텔은 태국의 오래된 호텔이 얼마나 침침하고 눅눅한지를 여실하게 보여줬다. 흐흐
2년 전에는 아침에 숙박객들에게 무료식사도 제공했다는데 지금은 뭐 아무것도 없다. 식사도 없고 손님도 없다. 아... 손님이 없으니 식사도 없는 거겠지.
숙소 꼬라지가 이래서 좋은 점은 아주 예전 힘겨웠던 꼬꼬마시절 배낭여행 다니던 생각이 나면서 뭔가 그때시절에 타임워프 한 거 같아서 잠시나마 우리가 젊어진 것 같은 착각이 온다는 것... 좋구나~
그나저나 토착왜구 뽑아내는 영화 파묘를 보고 난후 깊은 감명을 받았는지 요왕은 내가 외출했다 집에 귀가할 때 마다 그 영화 속 악령에 홀린 미국 할아버지 음성을 하고는 “어서...오세요~ 들어...오세요~” 하는데 아오!! 우리나라 집에서는 그러려니 하는데 이런 귀신 나올거 같은 숙소에서도 그러고 있으니 대략 심신이 불안정이다.
람빵의 일요일은 깟 껑따에 주말 시장이 열리니 그나마 오후 시간대가 심심하지가 않았다. 날씨운은 없지만 이번에는 가는 도시들마다 주말시장과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게 된다. 이것도 행운인가? 하하
사실 이런 지역도시의 주말시장이라고해서 뭐 특이한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람빵은 고택이 늘어서있는 강가 근접한 거리 자체가 이쁘기도 하고... 또 지역 사람들이 나와서 흥겹게 돌아다니니 내 기분도 따라 좋아지고, 우리나라의 내 집에 가지고 갈 의향은 제로에 가깝지만 어쨌든 예뻐 보이는 굿즈 들이 가득한건 뭔가 잠깐이지만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래서 핀 호텔의 추레한 몰골도 조금은 잊혀지고 말이다.
우리는 얼마 전에 강원도 관광지 바닷가에 바로 직면한 집에서 대략 2년간을 지낸 적이 있는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그 도시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살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여행자들이 쉴새 없이 놀러오면서 이들이 뿜어내는 기운이 진짜 즐거운 것이였다.
소나무 숲에 가면 피톤치드 뿜뿜 나와서 가만히 숨만 쉬어도 폐가 정화되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놀러온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흥겨움이 공기에 녹아들어 기분 좋게도 내게도 전파되는 느낌... 내 눈에는 늘상 그 날이 그날인 똑같은 바다풍경이지만, 여행자들은 기분이 한껏 들뜬상태로 해수욕장 앞을 분주히 오고가는데... 그들이 내는 기분 좋은 목소리에 더해 예쁘고 산뜻하게 차려입은 모습들 속에서 오두커니 앉아있으면, 나는 그저 멍때리고 있기만 해도 흥이 같이 옮겨오는 느낌이랄까 뭐 그랬다.
딱히 신기할게 하나도 없는 이런 지역 주말시장에 날도 덥고 인파에 쓸리면서도 기를 쓰고 나가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듯...그리고 이런 거 아니면 이 도시에선 뭐 할 것도 없고 말이쥐
람빵의 고택들과 사원 볼거리들은 2년전 요술왕자님 게시물에 다 들어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사원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감성이 되어버렸다.
오전에 람빵의 박물관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 놀러갔더니만 용과, 망고, 망고스틴을 비닐보따리에 한껏 담아두고는 이렇게나 싸게 팔다니... 세라믹의 고장이라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당장 슉슉 먹을 수 있는 과일들뿐이구만... 너무 대용량이라서 사지는 않았지만 람빵 시장 과일가격 정말 괜츈해서 맘에 든다.
이번 람빵 방문에서는 차가 있어서 근처 세라믹 아울렛도 가려면 갈수 있었는데... 어차피 하나라도 사가지고 나올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패스해버리고(예전에 라면그릇 삼아 닭그림 대접 두 개 산 적이 있는데 여행하는 동안 갖고 다니기엔 너무 무거워 차 반납하면서 같이 버림), 무슨 도자기 뮤지엄은 애써 찾아갔더니 시간 맞춰서 가이드 동반 투어만 가능하대서, 뭐 그렇게까지는 보고싶지 않아 그냥 돌아 나왔다.
람빵에서는 외국인여행자들이 말이 타박타박 끄는 마차에 올라타서는 행렬을 하면 도시 유람을 하는 광경도 보이고, 우리가 좋아하는 1밧 카우똠 식당에도 중국인 여행자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뭔가 여행자 도시 느낌이 이전에 비해서는 확연하게 났었다. 치앙마이에 비할 기세는 전혀 아니지만서도 우리가 지나온 지난 우기 시즌의 한적했던 북부도시들을 생각해보면 람빵에서부터는 뭔가 무드가 약간은 바뀌는 기운이랄까...
마차를 한번 타볼까 말까 망설였는데 사실은 우리가 묵는 핀 호텔 앞에도 늘 마부가 대기하고 있었서 그 옆에 지나가게 되었는데 이 더운 날씨에 볕을 받으면 눈을 가린 채 서있는 말을 보자니 그냥 기분이 약간 저하되면서 마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사라지게 된다.
세라믹과 마차의 고장에 와서 도자기 구경도 안하고 말도 안타보고 떠나지만 람빵에 대한 기억은 좋게 간직한 채 다음 여행지인 람푼으로 출발~
깟 껑따 야시장
시장의 과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