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17일째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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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17일째 캄보디아

이상한 나라 14 4017

2008년 1월 11일 여행 17일째

아무리 내가 빨리 인난다지만...오후 새벽 4시반에 기상은 무리다 무리
진짜 완전히 반쯤 감긴 눈으로 씻고 어슬렁어슬렁 짐챙기고 어그적어그적 숙소를 나섰다.
어제 대충 버스가 어디서 슬찌는 예상해놨지만 진짜로 거기에 카지노 버스가 있으며 또 우리가 그 버스의 존재를 알아챌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20키로 가방을 메고 룸피니 공원 앞으로 걸어갔다. 아직 깜깜한 새벽.
공원 근처 HSBC 건물에서 공원쪽을 바라보니 알록달록 화려한 특유의 2층버스들이 잔뜩 서있긴 한거 같은데... 과연 우리가 어떤 버스를 타야하는지 잔뜩 긴장한채로 육교를 건넜다.
육교 내려가는 첫 계단을 디딜때부터 우리를 주시하던 한 언니...
"너 캄보댜 갈려고 왔니?"
끄덕끄덕
"얼렁 이거타."

어영부영 그렇게 버스를 탔다. 2층버스의 1층에 탔는데...(그 응접실 처럼 생긴 그곳...) 우리 앞에 노숙자 아저씨 한분 냄새를 담요로 덮은채 누워계시고..우리 옆엔 역시나 도무지 카지노할꺼 처럼 생기지 않은분 앉어계신다.
이...거...맞어??? 이거 국경으로 카지노하러 가는 사람들버스 아니야???
.....외국인, 것도 여자는 우리뿐인거 같다.
언니가 다가와 지금 200밧 내고 명함을 주며 올때 이거 타면 100밧에 올수 있단다. 단 버스 시간은 국경에서 2시. 시간 꼭 맞춰오란다.
아무리봐도 그냥 컴터로 출력한거 같지만 명함을 받고나니 맘이 놓인다..
노숙자 아저씨의 잠에 거슬리지 않도록 다리를 쭈구리고 잠시 의자에 기댔다.
괜히 노숙자 아저씨 인나서 앞에서 말똥말똥 거리고 있으면 더 불안한꺼 같다.
버스가 달리고 10분쯤 지나자 오...금체인 두른 아저씨 탑승. 거기에 어울리는 야한화장 언니도 함께 탑승. 이 언니 새벽 5시반에 썬글라쓰 끼구 계신다. 이제야 카지노로 향하는 버스삘이 난다. 금체인 아저씨 커플...아무리봐도 80년대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시는 촌스런 조폭두목삘이지만 보니까 오히려 안심이 된다...
화장실 옆인데다가 중간에 노숙자 아저씨 그만 눈을 뜨셔서 담요가 걷히자 냄새가 걷잡을 수 없지 진동했지만...그래도 비교적 빠른시간...대략 10시쯤 국경에 도착했다. 다만 가오잡던 금체인 아저씨 커플을 포함 우리의 몰골은 자다깬 노숙자 아저씨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아란야쁘라뗏 국경에 내렸다.
여기.........가...어디여???
당췌 카지노 버스 외에는 사전정보 없는지라...얼루 가야할지 모르겠다.
왠 시장통에 시장통...척박하고 메마른 나라의 시장 모습...그것...
어디로 가야할지 헤맬때...같은 버스 2층에서 한국아해들 셋 무리가 내린다. 오호라...따라가자따라가자...햇지만 모르기는 매한가지인듯.
근데 웃긴건 고개를 두리번두리번만 하고 있어도 누군가가 손가락질로 갈곳을 일러준다. 전혀 물어볼 필요도 없이..."에그 또 어리버리한 인간들 무리 왔구만..."하는 표정으로 어딘가를 계속 알려준다.
마치 롤플레잉게임 퀘스트하듯...이 사람 저 사람의 손가락질 따라 여권 내밀고 다리 건너니...비자 신청하는 곳이 나온다.
1차 퀘스트 완료.
서브 퀘스트 시작...비자 받아내기!
분명히 써있다. 외국인 비자 20달러라고...
근데 가보니 어떤 대만분으로 추정되는 분이 큰소리로 싸우고 계셨고 그 옆에 쭈뼛서니까 25달러 내란다.
"에잉? 여기 20달러라구 써있자나요!"
"니들 지금 25달러 내면 바로 비자 나오는데 20달러 내면 한달은 기다려야해!"
,,,,,,여기 관공서자나!
"알써요. 우리 시간 딥다 많아요! 기다릴께요~"
하고 벤치로 돌아와 비자 사무실을 바라보며...빵꺼내고 커피타구 ....아주 자리를 피기 시작했다. 내 스타일 아는지라 순순히 언니도 나를 따르고...우리와 같이 버스탔던 아해들도...우리가 굽히지 않자...눈치보며 같이 늘어지고.....여전히 대만 아저씨는 싸우고~
난리도 아니다.

대략 10분 쌈 소리 뒤...대만아저씨 나온다.
"얼마에 하셨어요?"
"내가 말이야. 25달러에 했어!!!"
라고 대략 쩌렁쩌렁 울리게 대답하시더니...
고개를 슬쩍돌려서
"20달러! 20달러!" 라고 속삭이신다.
그러다가 이내 다시
"25달러란 말이지...비자 신청은 25달러! 니들 여기서 25달러에 안하면 오래기다려야해!!!"
라고 과도하게 외치더니 가신다...쓰윽 내 입가에 미소가 오른다.
그리곤 이젠 짐까지 풀를 태새를 했다.
니들이 얼마나 버티나 보자 하며 우리를 주시하던 공무원들...우리보고 오라더니 드럽고 치사해서 20달러에 해준다...라는 표정으로 우리의 여권을 받아 휙휙 던지기 시작한다.......드럽고 치사한게 누군데!
후훗...우리 덕분에 그 세명의 아해들도 20달러에 한거야...으쓱으쓱~

우리에게 25달러라 말하던 그 아저씨...우리가 비자 받구 나오는데두 계속 따라온다. 뭐야 공무원 아니었어--?
비자받고 셔틀타구 국경 밖 뽀이뻿 거리로 나갔다. 시궁창 냄새...쓰레기...무질서한 사람들. 흙먼지.. 어느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정신 산란한 모습과 뜨거운 햇살...
아...나 지금 다리건너 딴나라에 왔지...
아저씨가 계속 따라오며 택시 40달러에 타구 가라구 외치는 그 와중에 나는 감상에 젖어있다. 여기 쫌...혼자 왔으면 불안하고 두려웠을 곳이지만...지금은 어쩐지 기분이 좋다. 영화 속 안에 들어온 비현실 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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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으며 차례대로 찍은 사진 - 몰골은.......별루다-_-;)

어쨌든 택시..(그냥 자가용) 35달러에 쇼부치기 시작했다. 내가 국경을 넘을때 어떤 순박하게 생긴 아저씨가 35달러에 택시 해준다구 그랬기 때문에..절대 쉽사리 40에 갈 생각이 없었다. 그냥 순박한 아저씨 차 탈껄 하는 후회감과 함께...
이 아저씨...비자 받을때보다 더 어렵네--;
30여분에 걸쳐...칭구가 먼저 갔느니..내가 여기 두번째니...하는 말도안되는 소리를 해가며 35달러에 쇼부를 봤다.

그리고 달리는 비포장 고속도로...
달달거리는 자가용 택시...척박한 땅...문틈으로 들어오는 흑먼지와 지독히 따사로운 햇살.
험난하구나 이 길...
그래도 이 칭구...잊을만 하면 기름 넣는다 쉬고 ...힘들만 하면 휴게소에 쉬어준다.

휴게소...
말도 안돼는 휴게소와...휴게소 마다 꼭 있는 꼬맹이들...
이 꼬맹이...진짜 귀여운데...우리가 한국인이라는것을 간파한 순간..
띄어쓰기도 없이 줄줄이 외친다.
"바나나바나나원달러화장실공짜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싸랑해요대한민국짝짝짝짝짝!"
.......어찌나 귀엽고 신기한지....(이때까진 이런 꼬마들 귀여웠다--;)
아이들을 그닥 많이 안좋아라하는 소심녀도 이 꼬맹이는 너무 귀여워 묶고있던 머리끈 하나를 주고야말았다. 물론 이 아이가 먼저 달랬다-.-;
그치만 이 아이... 시식하라구 과자 집어주다가 엄마한테 혼나구...
사진찍으니 같이 V를 해주는데...
고작 머리끈 하나 안 줄만큼 내 심장이 차겁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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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달린다...흙먼지를 입으로 틀어막고 수건으로 가리고 별 쑈를 해도 숨막히는 먼지는 내가 감당해야하나보다. 덜컹덜컹... 비포장 도로 마저도 오랜만에 보는 이 도시 촌뜨기는...바깥 구경에 여념이 없다.
참...바깥풍경......
대한민국에 태어난걸 참으로 감사하게 된다.
겸손하게 살아야 겠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그리고...가난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미약한 힘이나마 보탤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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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딩이 아프게 2시간을 더 달려...대략 2시 반쯤...도착....이 아니라...어딘가 또 황무지에 새워준다-_-;
여기가 택시 정류장이란다--;
택시가 정류장이라니...말이돼???-_-?
씨엠립 시내로 들갈람 또 뚝뚝을 타란다.
아...여기까지 쇼부 잘 쳐서 왔는데 또 하나의 난관이구나.
시내 입구까지 2달러 달래는데 무슨 내가 여가 어딘질 알아야 걸어가든 말든 하지-_-;
디게디게 멀단다 시내 입구까지...2달러면 싸단다...
여행을 하면서 가격에 대해 의심만 잔뜩 쌓여설랑...역시나 믿을 수 없었지만 대안도 없었다.
2달러 더 주고 들어간 거리 입구는........대략 뚝뚝 3분거리-_-; 내 그럴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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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 스타마트에서 숙소를 두리번대면서 걷는다...
어찌나 사람들이 말을 많이 거는지...
"Ladies!" "Hello!" 부터 시작해서 "안녕하세요"까지...아...좀 지나니까 쳐다보기도 싫을 지경이다.
아니 내가 방금 뚝뚝에서 내렸자나! 근데 뚝뚝 기사가 뚝뚝 탈꺼냐구 또 물으면 어떡하라구!!

만만해 보이고 가격 착해 보이며...입구와 가까운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다.
알고보니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곳잉가부다...
오후에 거리를 걷는데 그 게스트 하우스가 어딘지 묻는 사람만 한 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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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풀고...시내를 걷다가 한국인 여자분 남자분과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여자분은 오늘 떠날꺼고 남자분은 오늘 도착했단다. 아...좀 더 얘기해서 같이 관광하자 말하지 못한걸 종일 후회했다. "저기요 앉아서 얘기나 나눠요~" 하시는데..."저희 시내 관광하구 싶어서요~"라면서 마트를 쓩 나왔는데.....괜스레 다시 생각하니 멋쩍고 후회된다.

마트 얘기하니까 말인데...
낮에는 몰랐는데 저녁에 슈퍼에 가면...여긴 캄보디아가 아니라 한국이다. 단지 캐셔만 캄보댜인이고...
한국인들이 너무너무 많아서...오히려 기분이 이상했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다. 그냥...기분이 이상했다. 캄보디아 사람들 눈에 한국인은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나라에서 와서 돈 많이 쓰고 가는 사람들...이런 시각 이겠지 싶은게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고...그냥 씁쓸했다. 난 정말 빈부 격차가 싫다. 마트를 쓸어가는 우리들 모습과...국경에서의 분위기, 원달러를 외치던 꼬마들...척박한 땅...이 내 머릿속에 중첩되면서 살짝 가슴이 아팠다. 솔직하게, 내가 속해있는 곳이 "빈"쪽이 아닌 "부" 쪽이기에 다행이다 싶은 맘이 크게 있지만...감사하며 살 줄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깊이 한다.


저녁은 시내서 피자를 먹었다. 여행하면서 야채를 별루 못먹은거 같아서...베지테리안 피자를 시켰는데...시금치 피자였다. 진정....시금치 피자였다. 하루의 마무리를 베트남 커피와 시금치 피자로~
슬슬...시내 구경을 하면서 시장도 돌아 봤는데...
코끼리 지갑이 사고 싶다. 왜 하필 그건지 모르겠는데 아무짝에 쓸모 없는 코끼리 지갑이 사고 싶어서...그 마음을 억누르느라 애써야했다-_-; 낼 앙코르왓도 가야하고 뚝뚝도 불러야하고...돈이 얼마가 들지 모르는데 코끼리 지갑. 아서라 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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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의 번화한 거리...
참...단촐한 거리...
오는길이 험난했고, 땀에 쩔고...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참 무사히 잘 온게 다행이다.

14 Comments
시골길 2008.03.17 14:44  
  [[원츄]] ㅎㅎ 국경비자 받는 내공은 몇번씩 다닌 분들 보다 훨 낫군요..그냥 짐을 풀고 놀아버릴 태세로 전을 편다..밑즐 좍~!! ㅋㅋ
오늘의 셀카에 나오는, 선글라스가 참 잘 어울립니다...[[헤헷]]
축축한빵 2008.03.17 14:49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결국 캄보디아까지 무사히 도착 하셨네요
곧 태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여행할 생각인데,
여행기 보면서 나도 저렇게,저곳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엠포리옴조아 2008.03.17 14:52  
  저도 카지노버스 타고 택시..엉덩이 뽀사지게 타고 씨엠립 갔었는데..비 온뒤라 길이 대박이었어요..방콕 돌아 올땐 계획과 달리 뱅기 타고 왔어요.다시 비포장도로 달릴 자신이 없어서.ㅠ 그래도 한번쯤은 해 볼만한 경험^^
담 여행기도 빨리요.. 재밌어요~
alexis 2008.03.17 14:54  
  캄보디아 공항에서는 21달러 달라 그러던데..육로는 25달러를 받는군요..
잘보고 있어요~ 담편도 부탁해요~~~
이상한 나라 2008.03.17 14:56  
  감사합니다. 꾸벅꾸벅~ 분발!
빵님 및 여행가시는분들~
숙소나 식당...정보 등 문의하심 상세히 알료드릴께요~
월야광랑 2008.03.17 15:16  
  드디어 국경 비자 관문을 통과하셨군요.
다음부터는 돗자리라도 가지고 가서 펴서 인스턴트 커피 타고, 카드 놀이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무조건 그냥 20불 통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자세히 보다 보니, 셀카의 단점이...
눈동자가 한쪽으로 몰려요. ^.^
그리고, 왼팔만 이뻐하지 말고, 오른손으로도 좀 찍어 줘서 평형을 맞추어 주시는 것이... :-)
이상한 나라 2008.03.17 15:30  
  눈동자가 몰린다능게 모예요? 저 사시 아니예요 >.<

글구...카메라 셔터가 왼손으루 잡는게 편하자나요^^

아참 글구 저거 썬글라스 아니구요...초췌한 얼굴 가리기용 안경이예요...아..더 진하게 색을 넣었어야만 해......가끔씩 심하게 초췌한날에 등장하는 안경이랍니다...
차차차 2008.03.17 15:39  
  비자피 잘하셨네요.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이상한 나라님 홧팅!
통통배 2008.03.17 15:48  
  소심녀에서 대범녀로 변해가는 모습...디게 재밌습니다 ^^
쇼부도 치고 게기기도 하고...흐뭇하게 읽고갑니다.
쏨땀마니아 2008.03.17 15:52  
  ㅋㅋ 스타마트가면 씨엠립에있는 한국사람 엄청많죠
거의다 한국인이장악한 스타마트

전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들어가서 비자피20에 하기가
그리힘든줄 몰랐는데 베트남쪽에서 들어가면
암말없이 20에 하더라구요
허나 프놈펜에서 어찌나 힘들었던지 ...
동남아4개국 삐끼중 캄보디아삐끼님들이 제일 끈질겨요
걸산(杰山) 2008.03.17 22:13  
  오우, 눈에 익은 사진 속의 모습들.
근데 포이펫 20 불에 비자 딴 건 부럽네유.

그냥 포기하고 5 불 더 주었는 디;
월야광랑 2008.03.18 07:07  
  왼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찍으시니, 시선이 카메라쪽으로 가셔서 눈동자가 한쪽으로 곁눈질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죠 뭐. ^>^
열혈쵸코 2008.03.18 23:48  
  오우~ 멋지게 20불에 통과하셨네요.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말씀에 감동먹었습니다.
속초두더지 2008.03.26 16:28  
  대단하네여...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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